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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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하나없이 네면벽에 온통 하얀 타일을 붙이고 천정구석에만 통풍구를 낸 방의 무리등에서는 우유빛의 네온등빛과 함께 등색과 연한 비취색의 장식등빛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은은히 흘러내리고있었다. 방가운데는 역시 고급타일로 장식을 한 널직한 욕탕이 타원형으로 길게 누웠는데 엷은 물김이 가물가물 피여올랐다. 조선중부와 북부지방에서는 손꼽히는 온천의 온탕이였다. 각종 피부질환과 특히는 관절염, 허리병을 비롯한 신경병에 아주 특효가 있다는 온천이다. 무슨 옴병을 두세번의 온탕에 말끔히 고쳤다느니 오사까의 어느 앉은뱅이가 두달치료에 완쾌되여 십리길이나 훨훨 걸어서 나갔다느니 하는 광고들이 온천정문앞에 주런이 나붙어있었다.

무성한 소나무림과 기묘한 절벽들로 이루어진 인가가 100리나 떨어져있는 깊은 산중의 이 온천을 처음 발견한것은 일본 척무성소속의 어느 측량대였다고 한다. 척무성에서 발견을 하고 《동척주식회사》가 개척을 한 온탕이고보면 산중을 뚫고들어오는 도로부터가 도꾜 히비야공원의 소로길못지 않게 잘 다져진것은 물론 여러동의 목조건물들과 벽돌집들도 흔히 볼수 없는 현대미를 돋군것들이였다.

물론 조선사람은 얼씬도 못하는 조선땅안의 《내지》였다. 건물관리성원들과 봉사성원들도 모두 일본사람들이였다. 특히 봉사성원들은 본토에서 각별히 골라 뽑아온, 《봉사교육》과 경험이 풍부한 젊은 녀성들과 미모의 토실토실한 처녀들이였다.

하고보면 본토의 유지들과 총독부의 관리들, 도청, 군청세력자들이 사철 찾아드는것은 단지 병치료나 《정책모의》때문만은 아니였으리라.

일장기의 모형을 딴 표찰판에 《1》자를 새겨붙여 《1호동》을 알려주는 목조건물의 고급무리등불빛이 은은한 욕탕―온천물안에는 지금 세 알몸뚱이들이 들어앉아 잠이라도 든것처럼 기척이 없었다.

몸집은 그닥 부하지 않지만 체육선수처럼 근육이 다져진데다 코수염과 두눈섭이 숱지게 만들어붙인것처럼 유난스러운 사람은 총독부 경무국의 손꼽히는 실력자 모리무라 다다시이고 그와 정면으로 네활개를 쭉 펴고 만족스럽게 드러누운, 털뽑은 황소처럼 거방진자는 도경찰부장 구로지마 가메도이다. 꾹 감은 두눈과 주름살이 밭고랑같은 이마우의 총이 센 머리가 백발인, 축 늘어진 량쪽볼과 군턱 못지 않게 털이 부시시한 가슴근육이며 팔근육, 더우기 물함지같은 배의 근육들이 다 풀자루처럼 맥이 풀렸건만 기상만은 한 욕탕안에 든 두 젊은이들을 아주 풋내기처럼 나지리 여기는품이 뚜렷한 늙은이는 얼마전에 구창광산과 함께 상풍광산까지도 타고앉은 《동척》의 거물 이찌가와 노리아끼였다.

그들은 이미 약속한 시간이 퍼그나 지나 새뽀얀 가슴이 다 드러나게 움푹 파놓은데다 엉치만 겨우 가리우고있는 엷은 여름옷차림의 통통한 봉사처녀들 셋이 줄무늬 어룽어룽한 목욕수건들을 두손에 받쳐들고 인형들처럼 욕탕옆에 나란히 서서 이런 때는 응당 그래야 하듯이 기계적으로 방실방실 웃음을 머금으며 기다리는줄을 뻔히 알면서도 일체 모른체 했다.

먼저 욕탕바닥을 차며 일어난것은 모리무라 다다시였다.

《어 좋다. 이 온천 자랑할만 하다.》

다다시는 익숙된 솜씨로 수영빤쯔만을 입은 자기 알몸뚱이의 물기를 꼼꼼히 닦아주고 바닥에 철철 끌리는 포근한 타올수건을 어깨에 걸쳐주는 처녀의 잘 익은 복숭아쪽같은 볼을 톡톡 다독여주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간절하게 애무를 기다리는 처녀를 활 밀어내면서 옷갈아입는 방으로 나가버렸다. 그런 처녀들의 봉사야 지금 아닌들 목마를텐가.

미구하여 세사람은 창가림을 무겁게 드리운 응접실에 마주앉았다.

이 좌석에서는 다다시가 노리아끼는 물론 구로지마 가메도를 멸시하고 지어 경멸하기라도 하는 자세였다. 비록 옷차림은 수수한 양복차림이지만 그의 왼쪽가슴 안주머니속에 깊숙이 간직된 총독부 신분증이 다 같은 알몸뚱이로 온탕안에 들어가앉았을 때와는 다르게 했던것이다.

하긴 그것은 그 신분증때문만은 아니였다.

다다시는 중학시절부터 코난 도일의 샬로크 홈스에 미쳐돌아갔다. 군사복무기간도 주로 그 분야에 열성을 다했다. 그 공로로 만주의 일본령사관에 뽑히였다. 간도륙군특무기관에도 손을 뻗치고 제노라고 자부하는 령사경찰도 여러명 양성했다. 특히 그는 왕청현을 비롯한 동만의 여러 현들에 특무과를 가진 경찰서 강화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을뿐아니라 백초구, 대두천, 량수천자 등 지대의 특무와 밀정망형성에서 특출한 공로를 세워 동료들의 질투를 사기에 충분한 표창과 신임을 받았다. 점점 더 상승일로로 승진의 길에 오른 그는 지난해에는 조선총독부 경무국으로 소환되여 조선중부와 북부경내의 정탐모략망들을 일괄장악해볼뿐아니라 중국동북일대에까지 련계가 깊은 세력자로 되였었다.

그렇듯 기세등등한 다다시이고 보면 비록 지난날 척무성을 등에 지고 만주일대는 물론 조선경내의 많은 탄광, 광산들을 손에 쥐고 엄청나게 돈주머니를 불군 이찌가와 노리아끼도 한갖 자기 인생을 다 산 돈버러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가 제아무리 《동척》의 손꼽히는 자산가라 해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역신으로 몰아 교수대에 매달수도 있고 어느 벼랑밑에 굴러뜨려 승냥이먹이로 만들수도 있다는 자신이 만만한 다다시였다.

그가 이번 걸음에 이찌가와 노리아끼를 특별히 만나려 한것은 랑림산일대의 새 작전에 알든모르든 그 늙다리가 이미 개입되였기때문이였다. 더우기 구창광산은 물론 상풍광산까지도 그 늙다리의 손에 들어간것이 찜찜했다. 돈이라면 체질적으로 환장이 되는 로마같은 늙다리가 이미 공들여 박아놓은 첩자들의 활동에 뜻밖의 난관을 조성하고 거사를 망칠수도 있다는 불안이 날로 더 변질된 음식을 먹은것처럼 속을 께름하게 했던것이다.

구창광산의 《형제계》와 《친목회》싸움을 대일본제국을 위한 그 무슨 영웅적인 대거나 되는것처럼 자랑스러워하는 로망자이고보면 상풍광산에서 또 무슨 뚱딴지같은 일을 벌려놓을지 아니아니했다.

그래서 부러 총독부 경무국으로 특별히 불러 구창광산의 거사를 높이 찬양은 하면서도 때가 때인것만큼 그런 일은 자의대로 벌려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상풍광산일대는 이미 총독부 경무국의 직접적인 그물망안에 들어있는것만큼 아는것도 될수록이면 모르는척 하는것이 호상 편안할것이라고 넌지시 침을 놓았다. 넌지시 하는 말이였지만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로마가 그 뜻을 모를리 없었다. 제편에서 먼저 자기는 돈밖에 모르는 늙은이인것만큼 주머니에 돈만 들어오면 된다고, 경무국에 부담이 될 일이라면 자기는 일체 그쪽 방향에 발길조차 돌리지 않겠노라고 단호한 립장을 표명했다. 《뭐 그렇게까지야…》하는 말이 혀끝에 매달렸지만 모리무라 다다시는 마침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고개를 크게 끄덕여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면서 대일본제국을 위한 충정에 탄복을 표하기까지 했다.

더욱 명백해진것은 무덤가에 다 이른 늙다리의 체내에서 끓고있는 조선사람에 대한 병적인 증오심과 함께 필요한 때에는 그것을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수 있다는 자신심이였다.

한편 이찌가와 노리아끼는 지난날 아무리 척무성의 입김에 불려 때로는 대본영출입도 서슴없이 했다 해도 현하목전의 정세하에서는 밸이 뒤틀리긴 해도 어차피 다다시같은 풋내기한테도 머리를 숙이고 개올릴 때는 개올리는것이 현명하다는 립장이였다. 내 어쩌다 이자의 낚시에 걸렸노 하는 후회와 함께 이런 작자들과는 될수록 멀리하는것이 상책이라는 생각도 했다. 생각같아서는 언제 상종을 했더냐 싶게 싹 잘라버리고 돌아서고싶었지만 제놈들의 눈에 거슬리기만 하면 총리대신의 목에도 올가미를 걸자고 접어드는 무지한것들이라 그저 곰상곰상해서 손해볼것이 없다고 제딴의 방략을 세운 로마였다.

우직스러운 메돼지같은 구로지마 가메도는 그저 만족스러운 기분이였다. 그도그럴것이 갑작스레 내려온 옛동료 다다시를 이 온천으로 《모신》것이 그였던것이다.

나들문이 소리없이 열리면서 신통히 온탕안에서의 처녀들과 꼭 같은 형태(색갈만은 검은)의 옷차림을 한 처녀가 따끈한 홍차잔들을 들고 들어와 세사람앞에 놓아주었다.

구로지마 가메도가 방금 무엇인가 놓쳐버리고 아쉬워하던듯한 음욕이 끓는 눈길로 입이 헤― 해서 처녀의 다 드러난 하얀 젖가슴을 들여다보자 다다시는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면서 빨리 사라지라고 처녀에게 손짓을 했다.

처녀가 사라지자 다다시는 김이 몰몰 피여오르는 향기로운 차를 한모금 마시고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 어제도 얘기했지만 지금 정세는 매우 긴장하고 긴박하오. 우리끼리니 말이지 태평양전선은 이미 기울어진지 오래오. 해군대장이하 수하장병들이 천황페하앞에 다진 맹약은 훌륭하지만 전쟁이 맹약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 이딸리아가 이미 항복을 함으로써 3각군사동맹은 자연 허물어졌소. 더우기 모스크바부근까지 갔던 도이췰란드군은 오히려 쏘련전역에서 물러났소. 에 또-정세는 한마디로 말하여… 이렇소.》

다다시는 마치 신문독보라도 하듯 눈길 한번 팔지 않고 들고있는 차잔에만 박은채 억양변화도 없이 잔잔하게 내리엮었다. 이찌가와 노리아끼도 구로지마 가메도도 제나름의 통로들을 통해 알고있던 소식이여서 놀라는 기색없이 묵묵히 듣고있었다. 그 침묵에 야릇함을 느낀 다다시는 누구에게라없이 비웃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나서 자기 말을 계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천황페하앞에 〈대동아공영권〉을 다짐한 우리 대일본제국이 이딸리아처럼 쉽게 손들고 물러앉을수 있는가? 천만에! 우리는 더욱 강대해져야 하며 더욱 용맹해야 하며 더욱 무자비해야 하오. 싸움이란 일진일퇴가 있기마련이요. 대일본제국은 반드시 더 강해져서 전아시아땅에 일장기를 날릴거요!》

다다시는 제풀에 흥분해서 들고있던 차잔을 집어던지듯이 상우에 내려놓았다. 잔에서 넘쳐난 차물이 뻘건 기름처럼 차대우로 흘러내렸다. 다다시는 그 차물에서 무엇을 음미하기라도 하듯 두눈을 쪼프린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단단한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며 말했다.

《문제는 뭔가?… 저 남쪽의 태평양전선도 그렇지만… 보다는 중국동북의 광야에서 신출귀몰하는 김일성사령관의 유격대요. 39년도까지 대부대로 활동하던 부대가 어디로 종적을 감추었는가?… 에 우리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대부대활동을 소부대활동으로 작전을 바꾸고 보다 맹렬한 타격전을 벌리고있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리무라 다다시는 돌연 콱 찌르기라도 하듯이 구로지마 가메도에게 눈총을 쏘았다. 가메도는 찔끔하여 당황해했다.

다다시의 얼굴에 또 로골적인 비웃음이 드러났다.

사실 구로지마 가메도는 다다시와 같은 해에 군복을 입고 중국동북전선으로 탄원하여 몇해동안 령하 40°의 광란속에서 돌덩이처럼 언 날고기덩이도 같이 갉아먹어봤었다. 한여름 숨막히는 무더위속에서 지독스럽게 달려드는 모기떼의 단련도 받아봤다.

그때 다다시가 가메도에게서 받은 인상은 사람을 물어메치는데서는 놀랄 정도의 음모군이라는것이였다.

자기한테 기압처벌을 주었다고 하여 자기 소대장을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공비내통분자》로 몰아 총살을 하게 할 때에는 아연하기에 앞서 전률을 느끼였다. 다다시는 앞으로 자기가 일본의 현대 샬로크 홈스가 될 때에는 저런 인간도 필요할것이라 점찍어두었었다. 한데 소대장총살사건이 있은지 얼마후 그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었다. 본토에서 큰 회사사장을 한다는 아버지가 얼핏 부대에 나타났댔는데 돈냥이나 뿌린 모양이라는 말이 수군수군 돌아갔다.

다다시는 침을 뱉고 돌아섰다.

배신이라도 당한것 같아 언제든지 만나면 면상을 답새겨놓으리라 결심했다.

그런 인간은 쉽게 잊어버리기 십상이여서 인차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말았다.

총독부 경무국의 한개 중요부서 성원이 되여 자기 관할구역산하 인사실태를 료해할 때 그의 이름을 보면서도 그가 그 음모군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총독부는 물론 일본본영에서까지 초점을 모으고있는 이곳 랑림산일대가 속한 도안의 치안을 맡아보는 경찰부장이 바로 그 무지스럽고 혐오스러운 음모군이리라고는 더우기 믿지 못했었다.

근 10년세월이 흘러간 지금 다시 만나고보니 그 음모군도 용하리만큼 승진의 길을 걸었었다. 병졸의 그 옛시절에는 별로 몸이 나지 않았댔는데 지금은 징그러울만큼 기름이 지고 비대해졌다.

몸나는것과 머리도는것은 반비례관계라더니 며칠 대상해보니 음모군으로서의 야심은 옛시절그대로이지만 우직스럽기는 메돼지 한가지였다.

하긴 지금세월에는 곰처럼 우둔하고 우직스러운자도 적중히 쓸데가 있었다.

다다시는 일체 내색을 않고 그를 처음 만난날 밤에는 량껏 회억의 술을 마시고나서 저가락장단을 쳐가며 《반다노 사꾸라와 에리노 이로…》(가지마다 사꾸라는 노을의 빛갈…) 하고 중국동북의 광대한 수림속에서 휘영청 떠가는 달을 바라보며 부르던 향수의 정 불러일으키는 처량한 일본민요와 군가를 부르기도 했었다.

그날밤의 일이 떠오른 다다시는 또 미묘한 웃음을 한번 짓고나서 부러 정색하여 말했다.

김일성사령관 유격대의 대부대활동으로부터 소부대활동에로의 이행… 이 전략, 작전을 알자면 우선 김일성사령관의 초지의 구호를 리해해야 할거요. 수천만조선동포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고 나라를 독립해야 한다고 한 그 구호를 말이요. 결국 뭔가? 힘겨워지는 태평양전선으로 해서 일시 조성된 경난을 리용하여…》

다다시는 자기의 견해가 옳은가를 다시 정립해보듯 이마에 손가락들을 얹으며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아주 확정적인 어조로 계속하였다.

《옳소. 난 그렇게 생각하오. 바로 이 기회를 리용하여 중국동북일대의 군사적력량과 함께 조선경내의 반일력량들을 총규합하여 일정한 시기에 와짝 들고일어나자는거요. 이를테면 총적방향을 조선경내로! 지금 온성, 회령, 서수라(당시)를 비롯한 두만강연안의 조선국내로 항일유격대 무장소조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정보가 매일같이 총독부로 올라오고있소.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뻔하지 않소… 하다면 압록강연안 이곳 북부조선일대는 무사하겠는가?》

다다시는 또한번 찌르듯이 두눈을 껌벅껌벅하고있는 가메도와 어디 실컷 지껄여봐라 하듯이 무표정해서 앉아있는 노리아끼를 쏘아보고나서 열을 올렸다.

《더우기 문제로 되는것은 뭔가? 징병, 징용을 포기하고 뛰쳐나 곳곳의 산속에 무리를 지어 숨어있는 반도의 청장년들이요. 대일본제국의 바보같은 식충이들이 놓쳐버린 그 기피자들 …4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동안에 도망친 수자만도 근 25만명이나 된다고 하오. 25만명! 김일성사령관의 지향대로 항일유격대 소부대성원들이 조선경내로 와짝 들어와 이들한테 무기를 쥐여줘보오. 설사 그렇지 못한다 해도 이들자신이 비록 원시적무기이긴 하지만 칼이나 창 같은것을 벼려들고 우리 일본사람 한사람씩만 죽인다고 해보오. 어떻게 되겠는가. 에?》

다다시는 몽툭몽툭한 손가락으로 차탁모서리를 땅 쳤다. 다다시 자신은 물론 구로지마 가메도도, 백전로장같은 이찌가와 노리아끼도 소스라치며 전률을 했다.

다다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풀에 흥분해서 씩씩거렸다. 누가 엿듣기라도 할가본듯 나들문을 활 열어보고나서 다시 차탁앞으로 돌아와 다 식어버린 차를 맹물마시듯 마시였다. 그리고는 돌연히 창가림이 무겁게 드리워진 창문쪽을 손가락질하며 역증을 냈다.

《난 이 땅의 저 울창한 산과 숲이 가증스럽단 말이요. 저속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겠는가, 무슨 호랑이들이 자라는지, 에?》

다다시는 쓰러지듯이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였다.

입이 쓰거웠던지 이찌가와 노리아끼가 마른기침을 흠흠 톺았다.

그것이 자기에 대한 비웃음이라는것을 알아차린 다다시는 입술을 짓씹으며 감았던 눈을 가느스름히 떴다. 아버지벌되는 년장자앞이라는 자각에 홍두깨처럼 올리미는것을 가까스로 누르면서 짐짓 사죄를 했다.

《제가 버릇이 없었다면 용서해주십시오.… 내 몇번째 반복하는 말이지만 구창광산에서 그 …반일감정이 농후한 〈형제계〉패들을 징용, 징병으로 뽑아내던진 일에 탄복을 금할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 몇놈들을 뽑아던진것이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높이 찬양하는것은 바로 그 정신입니다. 우리 일본사람들이 지니고 지켜야 할 그 정신, 나 역시 그 정신을 본받아 대일본제국의 번영을 위해 어느때든지…》

이찌가와 노리아끼가 제꺽 두손을 펴들어 다다시의 말을 막으며 부러 뜨직뜨직 한마디했다.

《그 기백은 아무때든 표창을 받을것입니다. 정말 감동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다다시는 깍듯이 허리를 굽혔다. 진심으로의 감사였다. 노리아끼의 혀끝에 침바른 찬양의 말도 말이지만 내심 기쁜것은 구창광산사건이 불러일으킨 심장이 터질듯한 흥분과 함께 몇밤을 새워 빈틈없이 짜고든, 아직은 그 누구도 모르는 이 랑림산줄기일대의 새 작전이였다.

(역시 쓸모있는 령감이야!)

제풀에 흥그러웠지만 내색을 않으려고 퍼그나 진정된 목소리로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김일성사령관 유격대의 항일전의 화살표가 조선경내로 그어졌다면 군사적요충지로서 충분한 이 일대를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것입니다. 우리가 종합한 자료에 의하면 김일성사령관은 이 랑림산과 구월산일대에 대일전의 중요요충지를 마련할 최종작전중이 분명하다는 결론입니다. 충분히 타당한 근거가 있는 예측입니다. 한마디로 이 지구로 반드시 큰 인물이 움직일수 있다 그 말입니다. 김일성사령관까지도 …내가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두분과 극비에 마주앉은것은 바로 그 문제때문입니다.》

갑자기 말투와 억양까지 달라지는 바람에 구로지마 가메도는 물론 이찌가와 노리아끼도 바짝 긴장해졌다.

다다시는 저으기 침착하게 자기 말을 계속했다.

《만약 우리의 예측이 틀림없다면 … 이건 예측이 아니라 과학적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면해서는 김일성사령관부대 무장소조가 움직일수 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다다시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가급적으로 김일성사령관부대 무장소조가 이 지역으로 나온다면 첫째로 어디를 노리겠는가? 상풍광산입니다. 왜 그런가? 첫째로는 상풍광산이 이 지역에서 그들이 제일 중시하는 로동계급―무산자들의 집결처이며 둘째로는 그들도 사람인 이상 먹고 입고 써야 할게 아닌가. 초보적인 생계조건보장 … 그래서 우린 이미전에 〈모모〉라는 첩자를 그 광산에 깊숙이 박아넣었댔습니다.》

다다시는 《모모》가 그만 정체가 로출될 위험이 조성되여 부득이 누구도모르게 감쪽같이 소환하고 다시금 치밀한 작전을 펴서 《모모―2》를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였다는 말만은 하지 않았다.

이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모모》의 작전은 말그대로 탐정력사에 오를만한 선견지명의 대작이라고 그는 긍지롭게 자부하였다.

《모모》라는 대호부터 아주 의미심장하게 달았다고 상급들도 흡족해했다.

생각같아서는 일본의 상징인 《사꾸라》나 《부사산》이라는 대호를 달아주고싶었다. 그만큼 그는 자기의 첩자들을 크게 믿었으며 귀중히 여겼었다. 그럴만큼 보통의 품을 들여 키운것이 아니였다.

《왜 당신의 대호를 〈모모〉라고 하는가?》

다다시는 첩자를 상풍광산에 침투시키기에 앞서 흥분한 어조로 일장연설처럼 설명했었다.

조선사람들은 예로부터 진달래와 함께 살구꽃, 복숭아꽃을 좋아한다. 당신은 철저히 조선사람으로 되고 《조선화》되여야 한다. 그러자면 꽃도 조선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을 좋아해야 한다. 그러되 모모―복숭아꽃은 한철 피였다지지만 당신들 일본의 《모모》는 《대동아공영권》이 완전히 실현될 때까지 누구도모르게 계속 피여야 한다는것을 뼈에 새겨야 한다.…하고 열을 올렸었다.

기대와 믿음대로 《모모》는 만족스럽게 성공적으로 활동했다. 상풍광산지하조직안에 깊숙이 들어가앉았으며 드디여 김일성사령부와 직접 련결된 큰 인물의 움직임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뜻밖의 그 소식을 긴급비상전화로 통보받았을 때 다다시는 자기의 심장이 터져나가는줄 알았었다.

한데 다 잡았다고 장담했던 그 김일성사령관부대 국내공작원을 상면 한번 해보지 못한채 시체로 만들줄이야!

그는 틀림없이 이 지구가 보통 심상치 않으며 반드시 보다 큰 인물이 움직이게 되리라는것을 다시금 확신하였다. 그 인물을 손에 넣기만 하면 이 일대뿐아니라 보다 넓은 지역의 반일조직들을 쉽게 색출하여 일망타진할수 있다고 장담했다. 제아무리 사상과 신념이 강철덩이같다고 하는 항일유격대이지만 리종락이나 림수산 같은자들도 있지 않았는가.

다다시는 《모모》의 위장을 위해 상풍광산의 반일지하조직의 활동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말을 각별히 강조하고나서 그 지하조직책임자의 이름만을 구로지마 가메도에게 넘겨주었다.

《아직은 절대 다치지 마시오. 마음대로 꼬리를 치게. 좀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토끼를 던져 호랑이나 사자를 잡아야 합니다. 호랑이는 반드시 나타납니다.… 그러자면 첫째도 둘째도 첩자들을 잘 위장시켜서 잘 써먹어야 합니다. 우리가 진주만공격에서 일격에 대전과를 거둔것도 결국은 첩보활동의 승리가 아니였습니까. 난 적대국의 탐정이긴 하지만 조르개앞에 탄복합니다.》

다다시는 자기의 말에 스스로도 만족한듯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풍광산지하조직의 움직임을 낱낱이 장악할 방법과 함께 도내경찰들과 첩보원들의 활동을 일체 랑림산일대로 집중시키기 위한 자기의 구상을 한시간가까이 력설하였다.

중일전쟁이나 태평양전쟁과도 같은 중대사변이 당장 터지기라도 할것처럼 긴장해서 낯색이 컴컴해진 구로지마 가메도의 어깨까지 툭툭 두드려준 다다시는 이어 이찌가와 노리아끼앞으로 돌아앉았다.

아주 정중한 태도로 이곳지역의 정세가 급변하는 조건에서 대일본제국을 위해 필요하다면 상풍광산 하나쯤은 반일지하조직의 입에 넌쩍 물려주는 일도 서슴지 말아야겠다고 당부하였다.

이찌가와 노리아끼는 젊은 시절의 습관대로 소름이 끼치게 이발을 빠드득 갈고나서 악청으로 부르짖었다.

《알겠소. 난 이미 10년전에 북주하의 양주공장에서 불에 타죽은 내 동생의 시체를 붙안고 조선놈과 중국놈들은 씨종자까지 없애버려야겠다고 다짐한 사람이요. 지금의 반도안의 젊은것들이 안중근이나 리봉창, 윤봉길이 같은 녀석들과는 다르다는것두 알구. 나 역시 대일본제국의 번영을 위해서는 비록 늙은 몸이지만 서슴지 않을 각오요.》

그는 늙은이, 더우기는 좌석의 좌상답지 않게 도가 넘게 흥분했다는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였다. 젊은이들같은 흥분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더 무게있다고 생각하며 아주 실무적인 어조로 결연히 이었다.

《나 역시 대일본제국을 위해서라면 광산이 아니라 이 늙은 몸을 서슴없이 바치겠다는걸 다시한번 맹약하오. 일전에도 말했지만 내 걸음이 경무국이나 도경찰부의 일에 방해가 된다면 일체 그 광산걸음도 끊겠소. 나도 아오. 예빈 고기를 잡는것보다 살지은 고기를 낚는 재미가 더 크다는걸!》

모리무라 다다시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경계하는지도 다 안다는 나름대로의 긍지스러워하는 말이였다.

다다시는 속으로 흥 하고 코방귀를 뀌면서도 이번에도 연거퍼 고개를 숙여보이고나서 무척 쾌활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이렇게 뜻이 통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럼 우리 호랑이를 한번 잡아봅시다. 호랑이를!… 어항속의 금붕어가 어떻게 꼬리치는가부터 보잔 말입니다. 하하하.》

다다시는 제풀에 웃몸을 제끼며 통쾌하게 웃음까지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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