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3 장

1

마침 한인준의 집이 있는 동쪽골안에서 환하게 마주 들여다보이는 서쪽골안 초입에 몇달전에 락반사고로 남편을 잃은 녀인이 젖먹이아이를 등에 업고 친정으로 떠나가서 순철이네 내외는 그 집에 들게 됐다.

이미 떠날 결심을 했던 녀인이 살던 집이라 손질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였다.

땅땅 얼어드는 북방의 12월이고보면 울바자와 토방, 우물길 같은것은 겨울난 다음에 볼일이라 쳐도 불을 지피면 연기가 굴뚝으로보다 아궁으로 더 많이 쏟아져나오는 부엌부뚜막과 구들은 당장 마련을 봐야 했다.

다행히 순철이가 떠돌이살이를 할 때 온돌공들도 따라다닌 경험이 있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였다.

산림간수한테 상했다는 팔에서 아직 붕대를 풀지 못해 그는 손으로보다 《입일》을 더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부뚜막수리와 온돌수리에 전혀 생소한 장철석이 몇배로 땀을 흘렸다. 가끔 한쪽손으로 진흙덩이를 뭉그려다가 불구멍의 경사각도를 조절하고 개자리의 바람구멍도 막고 하면서 저이상 없는 기능공인양 잔소리를 거듭 할라치면 철석은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루품을 다 들여 부뚜막을 다시 쌓고 구들매질까지 반듯이 해놓고나서 아궁에 불을 지피니 언제 불이 냈던가싶게 구들골로 불길이 잘도 들어갔다. 온하루 역사질을 하고도 불이 안들면 어쩌랴 했던 장철석은 신기해난듯 아궁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보라구요. 구들놓는 일이 하찮아뵈두 다 리치가 있지요?》

순철이 만족해서 자랑했다.

장철석이 못지 않게 가슴을 조이던 순철의 안해도 얼굴이 환해서 가마에 물을 붓고 속새풀뿌리를 묶어만든 수세기로 가마안을 왁왁 닦아냈다.

줄창 걱정과 수심에 잠겨 고개를 숙이고 우울해서 지낼 때는 몰랐는데 활짝 웃는 얼굴을 보니 별로 환하고 해사해보였다. 무엇인가 끌어당기는듯한 애교와 함께 천성적으로 타고난것 같은 귀염성스러움도 느껴졌다.

저 미모에 반해서 순철이 그렇듯 애간장을 태우군 했는가!

순철의 안해는 무슨 낌새를 챈 모양 귀뿌리를 붉혔다.

이어 또 귀인성스러운 애교를 살짝 머금으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저… 혼자서 고생하지 말고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게 어때요?》

뜻밖의 말에 장철석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있었던듯 순철이도 무릎을 치며 철석이한테 다가앉았다.

《맞아. 저 사람 마음도 그런데 그렇게 하자요.》

장철석은 펄쩍 물러앉았다. 너무도 당치 않은 일이여서 말을 못하고 손사래만 쳤다.

순철은 아예 앉은자리에서 아퀴를 지으련듯 바짝 더 다가붙었다.

《남의 집에 하숙을 하느니 우리 집에서 죽이든 밥이든 같이 먹는게 더 낫지 뭘 그래요. 상이형님도 없구 외롭기만 한 우린데… 아 이젠 한형제나 같은데 네쪽 내쪽 가릴게 있어요?》

철석은 가슴이 뭉클했다.

한편 박상이와 강동지를 정말 어느 놈이 밀고했을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철석은 말머리를 돌리려고 우정 큰소리로 물었다.

《언제부터 입갱을 하려나?》

순철이 손을 저었다. 한참이나 섭섭해하다가 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에― 거 형님과 한갱에서 일했으믄 좋갔는데…》

순철은 이미 한인준이네 선녀갱에서 일하기로 락착이 되였었다.

한사람이라도 막장안에 밀어넣지 못해 눈이 벌개진 로무과장이건만 그한테만은 별로 까다롭게 굴었었다. 여기 오기 전에는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가. 징병, 징용 징집령장을 받고 도망친것은 아닌가. 색시는 어데서 데려왔는가. …가슴 철렁하게 하는 일들을 꼬치꼬치 따지고나서야 선심을 쓰듯이 《선녀갱!》하고 메뚜기다리처럼 류달리 껑충하게 긴 다리에 행전을 올리친 키다리녀석에게 소릴 쳤다.

물론 철석이도 순철이와 한갱 한막장에서 일하고싶었다. 사선을 헤치고 함께 도망쳐온 그들인데 함께 한막장에서 일을 하면 마음의 의지도 될게 아닌가.

하지만 여차하면 자기는 이 광산을 떠나야 할 형편이고보면 철석은 차라리 일이 잘된셈이라고 생각했다.

철석은 순철의 어깨를 힘있게 잡아주며 뜻있게 말했다.

《인준형님을 잘 도우라구.》

이어 물이 설설 끓는 가마를 가리키며 순철의 안해에게 세수물을 좀 떠달라고 부탁했다.

순철의 안해가 제 손가락을 담갔다 꺼냈다하며 물의 온도까지 맞춤하게 맞추어 떠다주는 소랭이의 물에 세수를 하려니 장철석은 또 느닷없이 혜영이 생각이 떠오르며 가슴이 알싸했다.

이즈음 때없이 별찮은 일에도 불쑥불쑥 가슴을 치면서 그의 생각이 떠오르군 하는것은 무슨 까닭일가?

그의 신상에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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