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3 장

2

수백수천년전에 말라버린 강이나 호수바닥을 파느라면 간혹 흥미있는 현상을 볼수 있다.

땅겉층을 파제끼면 자갈층, 그밑에 모래층, 진흙층과 또 자갈이나 모래층… 그 층의 두께가 때로는 1메터가 넘는것도 보게 된다.

장철석이 일하는 막장은 땅속 80메터깊이의 암석에 있는 하나의 그 진흙층과 같은것이라고 할지 모래층과 같은것이라고 할지.

광맥의 높이는 제일 높은 곳이 1. 5메터, 각도 30도정도의 경사를 이루면서 거대한 암반속으로 퍼졌는데 그 폭과 길이가 100메터를 나가면 끝날지 1 000메터를 더 나가면 끝이 날지 몰랐다.

10년나마 광석을 캐내고 또 캐내여 마치도 넙적한 바위에 고임돌을 고이고 또 그렇게 거창하고도 넙적한 바위를 올려놓은것처럼 통짬이 생겼는데 아무리 밝은 간데라불로도 그끝을 비쳐내지 못했다.

높이가 제일 높은 곳이 1. 5메터, 낮은 곳은 사람의 몸이나 겨우 빠져나갈수 있는 돌짬이여서 해종일 가도 일어서서 허리를 펼수는 없고 정 허리를 펴야 할 사정이면 암반바닥에 엎드리거나 드러누워야 했다.

조선사람의 목숨을 파리목숨만큼도 여기지 않는 왜놈들이고 보면 다른 막장이라고 로동보호조건이 나을리 있으랴만 이 막장은 더우기 가슴을 조이는 곳이였다.

그도그럴것이 사방 끝이 보이지 않는 돌짬에 기껏해서 울바자말뚝같은 동발목들을 드문드문 세웠는데 그것은 마치도 넙적한 떡돌을 다 썩은 절구공이로 받쳐놓은것처럼 위태위태했기때문이다.

사방으로 자꾸 파나가기만 한다면 어느때든지 거창한 암반이 쿵 하고 무너져앉을것은 뻔한데 그것이 오늘일일지 래일일일지 모르는것이였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광부들은 채찍에 몰리우고 생계에 밀리워 입술을 깨물며 들어와서는 땅속의 열기보다도 순간순간 가슴을 조이는 긴장감때문에 밖에는 눈이 하얗게 쌓였지만 한여름의 삼복더위때처럼 땀이 좔좔 흘러서 너나없이 알몸뚱이가 되다싶이 하고 일을 했다.

뜯어낸 광석들을 경사면을 리용하여 아래쪽으로 캐내는쪽쪽 내리떨군다. 그러면 아래쪽 광차길이 닿는 곳에서는 역시 옷을 다 벗어던지다싶이한 인부들이 땀벌창이 돼서 쏟아져내려오는 광석을 광차에 퍼담아서는 수직권양기가 있는 곳까지 날라간다.

장철석은 광차에 광석을 실어나르는 일을 했다.

그의 잔등이며 가슴으로도 기름같은 땀이 물흐르듯 했다.

이즈음은 몇갑절 더 힘이 부친 그였다.

결코 로동이 고되서만이 아니였다. 모든것이 주저앉은것만 같은 좌절감에서였다.

내 지금 무슨 일을 하고있는가? 이 광석덩이 하나하나가 일본본토로 실려가 총알이 되고 포탄이 되고 대포와 땅크, 비행기와 군함을 만드는데 쓰이게 될것이 아니냐. 생각하면 복통이 터지는것 같았다. 그 대포와 비행기, 포탄과 총알이 누구를 겨냥하는것인가? 아, 그 총알이 조선인민혁명군인 잊지 못할 옛동무 봉빈과 영무, 관길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게 되는건 아닐가고 생각하면 온몸의 피가 굳어지기라도 하는것 같았다.

더우기 가슴철렁하게 하는것은 놈들이 최종적으로 겨누는것이 항일유격대 사령부라는 말이였다.

길을 가다가도 소스라치군 하였다. 역적짓이 다른거냐 하는 생각에서였다.

내 징병을 피해 사선을 헤치며 도망을 쳤건만 결국은 스스로 징용, 징병의 길에 나선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박상이를 만나면 눈이 번쩍 뜨일 일이 생길것 같아 찾아온 길이 결국은 헤여나기 힘든 함정에라도 빠진것 같아 속이 부글부글 괴여올랐다.

한데 한인준은 대관절 어쩌자는것인가?

조직의 주위에서 틀림없이 밀정이 움직인다고는 하면서도 무작정 새 공작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하니 참!

며칠동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끝에 북주하양주공장에서 찾은 교훈까지 이야기했는데 귀담아듣지부터 않았단 말인가?

《또 덤비는군.… 내 말을 마저 듣소.》하고 윽박지르기라도 하는것 같던 그의 목소리가 새삼스레 귀전에 울렸다. 그러니 이 장철석이 아직 어리다는 말인가?

속이 울컥해난 철석은 광차를 콱 밀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광차가 앞으로 코박이를 했다. 탈선이였다.

꺾인굴의 굴길에 들어선줄도 모르고 울뚝해서 그냥 앞으로 콱 내밀기만 했던것이다.

차라리 잘됐다.

장철석은 레루길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쯤 있으려니 안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탈선이요?》

철석은 대답을 안했다.

안쪽에서도 마침 잘됐다는 모양 삽자루와 곡괭이들을 내던지는 소리가 났다. 인차 뒤따라와야 할 광차들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수직권양기가 있는쪽에서 간데라불빛이 번쩍했다.

철석은 천천히 일어나며 굴벽을 더듬었다. 굵직한 쇠장대―지레대를 찾아들었다. 탈선이 자주 되는 구간이기에 언제나 쓸수 있게 준비해놓은 지레대였다.

장철석은 지레대를 탈선된 바퀴쪽의 대틀밑에 밀어넣고 끙하고 힘을 썼다. 젊고 단단한 육체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힘은 순간에 광차를 들어 레루우에 덜컥 올려놓았다.

왜놈십장이 오기 전에 광차를 올려세운 철석은 무슨 일이 있었더냐싶게 끙하고 광차를 밀었다.

《누구야? 어느 놈이 탈선이야?》

십장놈은 간데라불로 철석의 얼굴을 쫙 비쳤다.

흔히 당하는 일인데다 가뜩이나 심사가 뒤틀렸던 철석은 본체도 않고 광차만 더 힘껏 내밀었다. 손바닥안에서 소가죽을 꼬아만든 채찍채가 꿈틀거렸지만 십장놈은 장철석이 너무도 아닌보살을 하는통에 어쩔수가 없는지 이발만 빠드득 갈았다.

입에 담지 못할 상욕이 뒤따랐다.

철석은 피발이 곤두섰지만 참는수밖에 없었다.

참자니 또 가슴이 터지는것 같았다.

(안되겠다. 더는 못참아.)

갱에서 나가면 다시 기어코 한인준부터 만나리라 결심했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