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3 장

5

마음무던한 하숙집주인내외와 저녁밥까지 함께 나누고나서 며칠동안 다녀올데가 있으니 누가 찾으면 적당히 대답하라 이르고 그 집을 나섰을 때는 도회지본을 따서 경찰서에서 번을 세운 야경군이 떵떵 징을 울리며 골목골목을 한바퀴 돌고난 다음이였다.

갑자기 어디로 수색을 떠나는지 아니면 야간훈련을 하는지 배낭이며 총기류들을 다 갖춘 수비대놈들이 대렬을 지어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고있었다. 이집 저집의 마루나 대문간에서 떨고있던 수십마리의 개들이 거리가 떠나가게 짖어댄다. 거리가 소란하면 잠들었던 사람들도 일어나 불을 켜기마련이건만 점점 더 어수선하고 기승스러워지는 세월이라 방금전까지 그물그물하게 등잔불이 얼른거리던 창문들마저 일시에 캄캄해졌다.

수비대놈들의 어지러운 구두발소리가 잦아들자 길옆에 바투 붙은 탁배기집에서 붕붕 문풍지우는 소리와 더불어 돌덩이같은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치며 《왜 왔던고 왜 왔던고…》를 목메여부르는 주정군의 갈린 목소리가 무슨 항변처럼 눈가루날리는 시가지의 밤바다를 처량하게 울렸다.

다른 집들에서는 태반이 불을 껐건만 한인준의 집문가에는 오히려 더 불빛이 밝았다.

영옥이 장밤 오빠를 기다려 불을 끄지 않는 모양이였다.

장철석이 무척 조심하느라 했건만 영옥이 어느 사이 인기척을 알아차리고 문을 벌컥 열며 뛰여나왔다.

《오빠예요?》

무척 미안해하는 장철석을 알아보자 저도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장철석은 갑자기 말구멍이 막혀 마른기침만 련발했다.

무슨 말을 할수 있으랴.

내 이제 오빠도 안만나고 떠나려 한다고 하면 그가 얼마나 놀라고 민망해할것인가. 하긴 차창일이 이미 떠난다는 말을 했다니 이 처녀가 한밤중에 찾아온 사연을 다 짐작하고있는건 아닐가? 아니나다를가 영옥이는 저고리고름을 손가락에 감았다풀었다하며 무척 바재이는듯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오빤 꼭 오셔요. 늦어도 새벽까진 꼭 오셔요.》

장철석은 속이 띠끔했다.

《그래, 오구말구. 오빤 꼭 올거요.》

얼결에 영옥의 말을 받아외우고는 마치도 한인준이 돌아왔는가를 알아보려고 들린것처럼 흔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가겠소. 앓지 말라구.》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대문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영옥의 그 연약한 손에라도 잡히우면 더는 움직일수가 없을것 같아서였다.

그래. 영옥이한테까지 아픔과 걱정을 안길 필요는 없지. 순철이한테 부탁하면 될텐데… 하고 생각하며 그의 집쪽으로 걸어가는 장철석은 두눈에 눈물이 가랑가랑한 영옥이가 대문밖에까지 따라나오며 그의 모습이 어둠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냥그냥 지켜보고있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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