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3 장

6

펄쩍 뛸줄 알았던 순철은 오히려 덤덤한 표정이였다. 한동안 말없이 장철석을 마주보는 그의 눈빛에는 나야 부산에서 도망칠 때부터 일이 이렇게 되리란걸 알고있었던걸요! 하는 빛이 력연했다. 굳이 말리지도 않았고 부산도 피우지 않았다.

기둥뿌리가 뽑히기라도 한것처럼 놀라서 울상이 된것은 그의 안해였다. 너무 뜻밖이여서인지 얼굴이 하얘서 말도 못하고 자꾸 옷고름으로 눈굽을 찍었다.

어질어보이기만 하던 순철이가 소리를 꽥 질렀다.

《내인이 새빠지게 무슨 눈물이여, 먼길 떠나는 사람앞에! 어서 부엌에 나가 물도 끓이고 밥도 지으라구요.》

장철석이 이러지 말라고 막아나서자 순철이는 눈물이 그렁해서 사정을 했다.

《형님, 이제 헤여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 않소. 오늘밤만은 우리 내외 하자는대로 좀 해주, 예? 그래야 우리도 형님 떠난 뒤 마음이라도 편할게 아니요.》

눈굽이 찌르르했다.

순철은 잠간이라도 눈을 붙이라면서 아래목에 이불을 펴고 강다짐으로 철석을 끌어다눕혔다.

사람의 일이란 참 예측하기 힘든것이다.

순철의 강다짐에 몰려 이불안에 들 때까지만도 잠이야 무슨 잠을 자랴 했는데 장철석은 그만에야 저도모르는새 깜빡 잠이 들
었었다.

정신없이 잠나라에 빠졌다가 사이문열리는 소리에 펄떡 일어나니 순철이가 밥상을 차려들고 들어왔다. 잡곡밥이긴 해도 정성이 느껴지는 밥상에는 놋주전자를 대신하는 사기주전자에 따끈히 데운 소주도 놓여있었다.

둘이 술잔을 나누는 사이 순철의 안해가 음식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아직 김이 문문 피여나는 통닭도 한마리 있었고 추울 때 마실것이라는 술병도 있고 마른 음식도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장철석이 놀라서 물었다.

《이 사람, 한밤중에 어디서 이렇게?…》

순철은 그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안해가 싸는 보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다가 퍽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낮때만 알았어두 저렇게 약소하지는 않았겠는데… 밤중에 가게방문을 두드리자니 좀…》

《무슨 말을 하나!》

《그저 우리 내외 성의인줄 알아주. 두사람분으로야 너무 작지.》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장철석은 또 속이 뭉클하여 순철의 안해앞으로 돌아앉았다.

《아주머니, 이집 사정으로 봐선 내가 이런걸 받으면 안되겠지만 받는것도 인사일테니 고맙게 받겠습니다. 어디 가도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자, 이러다 날밝겠수다. 우린 술이나 마저 마시자구요.》

순철이 부러 너스레를 떨며 제먼저 술잔을 들었다. 장철석도 술잔을 들어 입에 댔다. 입안에 들어간 술이 목안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술은 넘어가지 않았지만 돌연히 두눈굽으로 뜨거운것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순철이도 울고 그의 안해도 벽쪽으로 돌아앉으며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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