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4 장

2

이튿날 1월 2일,

장철석은 그날저녁까지는 광산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어제밤에 이어 오늘아침녘에도 오랜 시간 더 봉빈공작원과 마주앉아있었다.

새벽녘부터는 놈들의 동향, 동태분석에 초점을 모았다.

두사람을 더 긴장시키는것은 강동무와 장철석이네의 체포음모의 실패, 한인준의 희생과 세놈의 수비대놈들의 죽음 등의 사변적인 일들을 놈들이 일체 모른척 하고 침묵을 지키고있는 현상황이였다.

제마음대로 들어가기도 하고 하루밤새에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광산과 광부들의 생활상특성때문일가 하고 생각하기에는 놈들의 신경이 곤두설대로 곤두선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당치 않은 일이였다.

놈들의 침묵, 고요의 모략과 내막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놈들의 목표, 과녁이 비밀근거지이며 더 나아가서는 항일유격대의 사령부라는것은 분명한데 당면하여 벌리려는 그 음모가 무엇인가?

명백한것은 그 모략의 주동축은 한인준까지도 미리 알아보지 못한, 그의 곁에까지 바싹 붙어있던 로숙하고 세련된 밀정이라는것이였다.

밀정!… 정녕 어떤 놈인가?!

놈이 한인준의 곁에 바싹 붙어서 맴돌았다면 장철석이라고 모를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대책은 무엇인가? 김봉빈과 장철석은 오래동안 그 묘안과 묘책을 진지하게 론의했다.

이제는 장철석도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알았다.

김일성장군님의 조국해방최후작전에 합류할 무장폭동준비!

몸은 비록 조선경내에, 랑림산줄기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광산에 있어도 김일성장군님의 전민항쟁구상을 받들고 조선혁명의 사령부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전선의 한 위치에 섰다는 긍지로 하여 가슴이 뛰였다. 어깨가 무거워지면서도 가슴은 마냥 부풀었다.

중요한것은 놈들에게 속는척 하면서 오히려 놈들을 통쾌하게 속여넘겨 형세를 유리하게 만드는것이였다.

장철석은 적들의 밀정이 이미 지하조직, 바로 자기들의 곁에 바싹 접근한 상태라면 한인준의 당초의 계획그대로 그 조직뒤에 철저히 위장된 제2의 새 조직을 내올 결심과 방안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김봉빈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봉빈은 계속하여 엄격히 검토된 동지들로써 각 갱들에 조직망을 확대하는 한편 주변조직들과의 련계도 강화할 대책들을 세워주었다. 적정의 변화에 대한 정찰과 엄격한 비밀보장문제, 뜻밖의 정황에서 긴급련락을 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장철석은 흥분했다. 신심이 확고했다.

봉빈은 북주하양주공장에서 헤여졌던 더벅머리소년이 10년동안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숙한데 놀랐다. 놀라운 그만큼 믿음이가고 마음이 든든해졌다.

더우기 그를 흥분시키고 기쁘게 한것은 사령관동지에 대한 그의 절대적인 흠모심과 존경이였다. 그의 모습을 통하여 보게 되는 국내혁명동지들의 비약적인 성장과 그런 성원들로 조직된 혁명조직들이였다. 그것은 두말할것없이 사령관동지의 절대적인 권위와 그이께서 반드시 불러오실 조국해방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의한것이라는 확신에 가슴이 뛰였다.

그렇다, 오늘의 우리 겨레 수천만의 동포들은 20여년전 3. 1봉기의 시위자들도 아니며 광주학생들이나 평양고무공장, 부라벌의 로동자나 농민들도 아니였다. 사령관동지께서 이미 동강의 밀영에서 조국광복회창립을 선포하신 후 10년세월 품들여 가꾸신 혁명조직체들에 의하여 우후죽순처럼 성장한 혁명의 대결전전야의 불씨들이였다.

이제 그 불씨들이 불바람을 안아보라.

철의 불바람을!

해가 밀림의 바다우로 퍼그나 떠올라서야 장철석은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귀틀집을 나섰다.

어제는 종일 바람이 일고 밀림이 설레이면서 눈송이와 눈가루를 날리더니 오늘은 언제 그렇게 기승스러웠던가싶게 산판이 조용하고 해빛이 눈부셨다.

장철석은 새삼스럽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정말 코앞에까지 와서도 찾아낼수 없는 천연요새속의 귀틀집이였다. 눈속을 헤치며 조금만 들어가도 사방이 뒤엉킨 진대나무들때문에 헤여나가기가 힘들정도의 울창한 밀림의 바다, 울울창창한 그 원시림의 바다와 험한 산 어느 골안 어느 골짜기에 무장대가 자리잡았을가?

거기에는 병실도 있고 후방창고도 있고 훈련장도 있다고 했다.

물론 무기수리소와 야장간도 그곳에 있을것이다. 작탄도 만들고 농사도 짓고 총쏘는 훈련도 하고 하루일과가 끝나면 병실에 모여앉아 글도 배우고 정세토론도 한다고 한다.

한번만이라도 가보고싶었다.

허나 그 위치부터가 비밀중의 비밀이라는 생각에 장철석은 서운한 마음으로 눈길을 돌리였다.

장철석의 그 마음을 헤아린듯 봉빈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한참동안 그러고있다가 힘을 주련듯 따뜻이 그의 등을 밀며 말했다.

《다시한번 강조하는데 광산지하조직의 기본과업은 비밀을 철저히 엄수하면서 조직력량을 적극 확대보존하고 무장폭동준비를 철저히 갖추는것이요.》

원래가 포악스러운 일본놈들이라 제놈들이 망하게 된다는걸 알게 되면 무슨짓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래일이라도 조국해방작전이 시작되면 광산지하조직은 준비된 무장력량으로 일거에 놈들의 통치기관들부터 장악해야 한다고 했다.

《왜놈들이란 하나같이 심술이 바르지 못하고 심보가 사나와서 제놈들이 패망을 하게 되는 경우 절대로 가만히 물러나지 않을거요. 무슨 미친짓들을 할지 모른단 말이요. 어떤 일이 있어도 면사무소, 주재소… 놈들의 통치기관부터 무조건 타고앉아야 하오.》

헤여지기에 앞서 김봉빈은 다시금 장철석의 두손을 힘있게 잡으며 말했다.

《내 못미더워서가 아니라 피치 못할 정황이 조성될수도 있기때문에 하는 말인데 절대로 무모한 싸움을 벌려서는 안되겠소. 철석동무자신이 한 말을 잊지 마오. 혁명은 소심해서 우물쭈물해도 안되지만 무분별하게 윽윽하면서 헤덤벼대도 안된다고 한 말말이요. 참으로 옳게 찾은 교훈이요. 그리고 밀정문제말이요. 본래 참지 못하는 족속들이기때문에 우리가 가만 있으면 반드시 제놈들이 먼저 바스락거릴거요. 거기에 각성을 높이시오. 어제밤 우리가 토론한것처럼 놈들을 역리용하여 오히려 유리한 국면을 열어나가야 하오. 다시말하지만 이제부터 우리의 활동모두는 장군님의 전민항쟁구상, 조국해방최후작전에 이바지된다는것을 명심해야겠소.… 상풍광산지하조직의 투쟁은 우리 유격대원들처럼 총소리를 땅땅 내는 싸움도 아니고 다른 지역의 혁명조직들처럼 이제 당장 적들과 정면으로 맞서 파업이나 폭동을 일으키는 싸움도 아닌것만큼 특히 더 힘이 들거요. 말그대로 특수작전! 어려운 싸움이요.》

《너무 걱정마십시오.》

장철석은 자신만만히 대답했다.

김봉빈은 힘있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나서 계속했다.

《그리구말이요. 이제부터 동무의 활동을 〈참나무〉란 대호를 가진 동무가 도울거요. 〈참나무〉, 한인준동무가 각별히 품들여 키워낸 조국광복회 특수회원이요.》

《특수회원이요?》

《그렇소. 침착하구 아주 로숙한 동무요.》

《알겠습니다.》

장철석은 더욱 신심에 넘쳐 대답하고 돌아섰다.

바람은 잦아졌지만 고산지대의 날씨는 코끝으로 얼음꼬치가 날아드는것처럼 찼다. 했으나 지정된 통로로 눈길을 헤치며 걷는 장철석은 온몸에 땀이 났다.

차츰 걸음이 떠졌다.

《참나무》,

어떤 사람일가?

한인준동지가 키워낸 조국광복회 특수회원이라지!

언제인가 한인준이 믿을만한 사람의 통보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 믿을만한 사람이 《참나무》였단 말인가?

다시금 한인준이 강동지나 봉빈공작원처럼 높이 보였다. 장군님을 모시고 싸운 공작원동지들의 지도를 받으면 나도 한인준동지처럼 될수 있을가?

하긴 나도 한인준동지를 만나서부터 이만큼 컸지.

내가 정말 한인준동지처럼 침착하게, 누가 뭐라든 끄떡않고 배심있게 조직을 이끌어나갈수 있을가?

심장이 뛰였다.

구창광산에서의 일들이 생각나면서 얼굴이 화끈 붉어졌다.

《친목회》,

어쩌면 같은 처지의 광부들끼리 싸움까지 벌렸댔을가.

결국 이찌가와 노리아끼와 밀정놈앞에 두 조직의 조직성원들을 말짱 로출시키고 놈들의 음흉한 모략에 걸려들지 않았던가.

정말이지 철이 없었다.

놈들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너무도 몰랐기때문이였다.

한인준의 웅심깊은 생각을 모르고 투쟁하지 않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같다고 제딴의 흰소리를 치면서 여기 조직이 계속 그러면 혼자서라도 압록강을 건너가겠다고 우둘쩍거리던 일을 생각하면 정말 죄스럽고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너무도 철이 없는 언동이였다.

이제는 힘이 났다. 앞이 환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구상하신 전민항쟁! 조국해방최후작전에 이바지하게 될 무장폭동준비!

당면하여 폭약과 도화선, 뢰관 구입!

목표가 뚜렷하고 투쟁과 활동방향이 명백하니 궁냥도 번쩍번쩍 트이였다.

봉빈공작원의 당부처럼 모든 방도는 조직성원들과 함께 찾아야 했다.

밀정놈을 밝혀내는 일도 그렇다.

한인준이 특수회원 《참나무》를 키워낸것처럼 우리도 빨리 믿을만한 사람들을 골라 놈들의 꼬리에 바싹 붙여놓아야겠다.

옳다! 우리 역시 놈들의 염통에!

내 기어이 한인준동지의 복수를 하리라!

철석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누구를 어디다 밀어넣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우선 어느놈이 밀정인지 알아야 우리 사람을 붙여도 붙일게 아닌가.

그는 한참후에야 다시금 천천히 걸음을 옮기였다. 그러면서 침착하게 지나간 일들을 더듬었다.

강동지와 박상이의 희생도 물론 그렇지만 차창일이와 단둘이서, 그것도 무성한 수림의 눈천지속에서 약속한 일을 사전에 알고 밤새껏 초막주위에 수비대놈들을 잠복하게 하였다면 그놈이야말로 귀신같은 놈이 아닌가. 옛말에는 보이지 않는 요귀가 있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요귀같은 놈이 보이지도 않게 우리 주위를 따라 도는것은 아닐가 하는 생각에 또 가슴이 철렁하여 걸음을 멈추고 눈바다를 둘러보았다.

사람이라면 그림자도 있으련만 그 그림자의 형체조차 알수 없으니 그놈은 과연 어떤 놈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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