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4 장

5

심혜영이 끌려간 곳은 바다가마을의 별로 크지 않은 군수공장이였다.

마을에서 초간히 떨어진 으슥한 바다기슭에 자리잡은 공장이였다.

앞에는 바다이지만 뒤에는 소나무숲이 울창한 산이였다. 공장둘레에는 벽돌담장을 두르고 그우에다 또 전기철조망을 쳤다. 그러고도 안심칠 않아 사방에 보초를 세웠다. 말이 공장이지 여불없는 감옥이였다.

공장에서는 수류탄도 만들고 대포알도 만들었지만 기본은 보총탄알이였다.

혜영은 수류탄 만드는 일을 하였다.

하루 12시간 맞교대라고 하지만 매일 3~4시간씩 연장작업을 하는것이 보통이고 때로는 18시간, 20시간씩 채찍에 몰리워야 했다.

로동의 곤욕만이라면 그래도 참을만 했다.

제일 큰 고통은 순진무구한 처녀들이 언제 깨끗한 정조를 짓밟힐지 모르는 불안이였다.

멸망에 직면한 정신적불구자, 미치광이들을 상상해보라.

놈들의 야수적만행은 때와 장소의 구애가 없이 공공연했고 꺼림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심혜영을 비롯한 수십명의 처녀들은 《정신대》로 뽑히여 태평양전선으로 갈 대상들이였던것이다. 당장 탄약생산이 급해서 림시로 공장에 몰아왔는데 임의의 시각에 발령만 내리면 다시 전선으로 떠나야 한다는것이였다. 결국 일본군을 위한 《위안부》인즉 여기서도 일본군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는것이 합법적인 요구였다. 끌려온지 열흘도 못되여 두 처녀가 원한을 품고 목숨을 끊었다. 한 처녀는 전기철조망에 몸을 던졌고 또 한 처녀는 화약을 한사발이나 삼켰다는것이였다. 위생실천정에 목을 매고 죽는 처녀, 어느틈에 공장울타리를 빠져나가 바다물에 뛰여든 처녀… 12월 31일 밤에도 또 한명의 처녀가 수류탄을 가슴에 안고 터쳐 시체도 건지지 못했다.

몸이 너무 약해보여서였던지 심혜영에게는 아직 불똥이 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든지 제몸도 짓밟히고 짓뭉개여질 그 위험이 각일각 다가오고있다는것을 느끼고있었다.

자나깨나 장철석의 생각뿐이였다. 죽어도 그앞에 죄되는 일을 당할수는 없었다. 아니, 죽어도 그한테 죄되는 일은 당하지 않고 깨끗한 몸으로 죽으리라 결심했다.

그는 누구도모르게 칼날처럼 예리한 송곳 하나를 만들었다. 칼처럼 날이 서고 날카로운 그 송곳을 항시 치마말기에 감추고 다녔다.

불똥은 종시 1월 1일 새해 첫날 저녁녘에 튀였다.

연장작업까지 끝내고 지친 몸으로 숙소로 걸어가는데 어느 건물 모퉁이에선가 두놈이 달려들더니 다짜고짜 군용모포를 콱 씌웠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질을 쳐도 소용이 없었다. 하긴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도와주려고 해도 선뜻 나설수가 없는 지옥안이였다.

힘이 황소같은 놈들은 군용모포에 감싼 처녀를 이미 대기시켜놓았던 마차에 싣고 어디론가 냅다 달렸다.

혜영은 얼마후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서야 마차우에서 지껄이는 놈들의 말을 가려들을수 있었다.

왜군 하급장교들인 놈들은 해종일 어떤 놈과 도박을 했다. 제놈들의 말대로라면 운수가 매우 나쁜 날이여서 여지없이 패했다. 돈을 말짱 떼우고나자 상대측은 곱살한 처녀 하나를 요구했다. 그 곱살한 처녀로 혜영이가 걸려들었던것이다.

혜영은 몸서리를 쳤다.

그는 무작정 달리는 마차에서 굴러떨어졌다.

마차가 서고… 주먹이 날아들었다.

혜영은 까무라치고말았다.

그가 의식이 든것은 어느 침실같은 음침한 방의 침대우에서였다.

세놈이 거나해서 술상에 마주앉아있었다.

사복을 한 털부숭이놈이 방의 주인인 모양이였다.

하마처럼 험하게 생긴 장교놈이 무엇인가 켕기는것이 있는 모양인지 털부숭이에게 수군거렸다.

《이 일이 알려지면 재미가 없겠는데… 아무리 반도년이라고 해도 울타리밖이니 문제란 말이야.》

《걱정말게. 계집의 혀바닥을 그렇게 겁내면서 군복은 어떻게 입고있나? 하루밤 실컷, 응?… 하루밤이면 물려. 래일아침엔 룡왕님진지상에 올릴테니 저 모포와 마차는 두고 가게.》

몸서리치는 전률과 함께 혜영은 또 까무라쳤다.

온몸의 피가 다 굳어진것 같았던 그는 갑자기 아래도리가 서늘해지는 감촉에 화닥닥 놀라며 깨여났다.《악!》소리를 치며 일어나 바람벽에 붙어앉았다. 시커먼 털투성이로 하여 가뜩이나 짐승처럼 보이던 놈이 웃동을 벗어던지고 징그러운 낯짝을 히물거리며 다가들고있었던것이였다.

《비켜!》

초인간적인 부르짖음과 함께 혜영의 손이 치마말기를 더듬었다.

혜영은 그다음 자기가 어떻게 했는지 몰랐다.

《헉!》하며 배를 그러안고 비칠거리는 털부숭이!

손가락기장만한 쇠꼬챙이가 결코 그놈을 죽일수는 없었다.

허나 혜영이는 그 지옥의 함정에서 뛰쳐나오는데는 성공하였다.

그 함정은 마침 나무가 무성한 산기슭의 목조건물이였다.

혜영은 산속으로 뛰여들었다.

눈물이 비오듯 했다.

분하고 억울하고 치욕스러워 쏟아지는 피의 절규였다.

아, 인생의 몸값이 놀음판에 어지럽게 오가는 몇장의 지페만도 못하니 이 나라 꽃같은 처녀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것인가!

혜영은 눈구뎅이에 딩굴고 가시덤불에 휩싸여 몸부림을 쳤다.

그저 죽고싶은 생각뿐이였다.

자연히 입에서는 《철석오빠!》소리가 터져나왔다.

《엄마… 철석오빠, 난 죽고말테야.… 난 더 살수가 없어요!》

허나 목을 매려고 해도 새끼 한오리 없었고 몸을 던지려고 해도 그 산판에는 떨어져죽을만한 낭떠러지도 없었다. 그렇게 온밤을 헤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또 하루낮 하루밤을 정신없이 걸었다.

그만에야 눈속에 콱 어푸러졌다.

그는 언땅을 치며 엉엉 소리쳐 울었다.

한참 그렇게 울고나서 고개를 드니 먼동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컹컹 들렸다.

혜영은 정신이 버쩍 들었다.

개짖는 소리가 무엇인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 인정의 부름같았던것이였다.

희미하게 비치는 한점의 불빛도 알아보았다.

그 지방 항쟁조직의 비밀아지트였다.

집안에는 마침 조직책임자와 함께 곽영무가 마주앉아있었던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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