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4 장

6

비밀근거지의 밤.

대원들의 병실에는 이미 불이 꺼진지 오랬다.

삼태성도 퍼그나 기울어졌다.

지휘부귀틀집 들창만은 아직도 불빛이 밝았다.

항일유격대식으로 통나무를 깎아만든 책상을 사이두고 봉빈이와 영무가 마주앉아있었던것이다.

《그래서?》

김봉빈이 바싹 다가앉으며 물었다. 낮에 망원초에서 처음 만났을 때 혜영이때문에 부러 피했던 곽영무의 말을 듣는중이였다.

《그놈이 진짜 양주공장에서 그렇게도 못되게 놀던 합숙담당 감독놈이였단 말인가?》

《그래, 꿈에 봐도 치가 떨리던 그놈이였네. 그놈이 글쎄 여기 나와 형사질을 할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소.》

곽영무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목소리로 그놈과 맞다들렸던 일로부터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곽영무가 계획했던대로 서울은 물론 강원도와 충청도를 거쳐 다시 황해도의 장수산과 구월산쪽으로 향하던 어느날이였다. 이해 따라 때이르게 많이 내린 눈은 주변의 논밭들에도 무릎을 치게 덮여 녹을줄을 몰랐다. 길들도 온통 눈판이였다. 벌방바람이 어찌나 센지 뽀얗게 날리는 눈보라에 눈을 뜰수가 없었다.

곽영무는 마침 벼짚단을 몇단 실은 소발구 하나를 만났다. 벌방농민들의 생활형편과 농촌형세도 알겸 하여 같이 타고갈것을 청했더니 중년의 발구주인은 쾌히 응했다. 성격도 씨원씨원하고 마음도 무던한 농민이였다. 식구가 많아 처가살이를 하지만 생활의 고달픔은 여전하다고 한탄 반 푸념 반 꺼림없이 내리엮었다. 농민의 인생사에 귀가 솔깃했던 영무는 난데없이 자전거종소리가 찌릉찌릉 울려서 앞쪽을 살폈다. 뽀얀 눈보라속에 허울같은 형체가 얼른거렸다. 영무네처럼 온몸에 눈가루와 성에를 하얗게 들써서 움직이는 눈덩이처럼 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마주오고있었다. 곽영무는 순간적으로 팽팽해지는 긴장감을 느꼈다. 농촌길에 자전거가 심상치 않아서였다.

아니나다를가 무관히 지나가는줄 알았던 자전거가 인차 되돌아 따라오면서 또 종소리를 찌릉찌릉 울렸다. 느럭느럭 미끄러져가는 소발구와 나란히 속도를 맞추면서 담배불을 청하는것이였다. 잊혀지지 않는, 무엇이든 찌르는것 같은 가슴섬찍케 하는 날카로운 눈빛이 대뜸 곽영무한테로 날아들었다. 곽영무는 가슴이 덜컹했다. 설마! 하면서도 저 역시 놈의 낯짝을 예리하게 살폈다. 놀람의 소리가 입안에서 터졌다. 틀림없는 그놈이였다.

령하 40도의 강추위, 너덜너덜한 때절은 모포속에서 서로 붙안고 언몸을 녹이던 합숙방, 가까스로 잠이 들라하면 그때를 기다리기라도 했던것처럼 머리맡으로 지나간 차디찬 난방관을 딱따구리쇠망치로 땅땅 두드려대며 《기상! 기상!》하고 악청을 내지르군 하던 감독이였다.

이놈이 어떻게 여기 나타났을가 하는 생각보다 저놈이 나를 알아보고 저러는가 하는 생각에 가뜩이나 언몸에 찬물을 쫙 들쓰는것 같았다.

눈보라가 너무 세차서인지 소발구주인은 인차 부시를 치지 못했다. 무척 애를 써서야 가까스로 불씨를 만들었다.

《고맙쉐다, 잘 가슈.》

놈은 제법 인사까지 깍듯이 하고 떨어졌다.

감독놈이 인차 눈보라속에 묻혀버렸지만 영무는 도저히 안정을 할수가 없었다. 십리쯤 더 가다가 끝내 발구에서 내렸다. 벌방이 끝나고 사방 소나무숲이 울창한 산들로 둘러싸인 농촌마을앞이였다. 서남쪽으로는 야산들이 널려졌지만 동북쪽은 삐죽삐죽한 바위돌들이 승벽내기로 솟아오른 퍼그나 험한 산발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었다.

한달전에 이미 낯을 익힌 고장이였다.

달마산이라고 부른다는 제일 높은 주봉뒤쪽의 중턱에는 퍼그나 깊은 자연동굴이 있었다. 그 동굴안에서 곽영무는 이 지역 반일조직책임자들의 비밀모임을 가졌었다.

사방이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서인지 언제였던가싶게 눈보라가 잦아들고 해빛이 자글자글 끓었다.

마을앞 어구길에서 어떻게 행동방향을 잡을가 망설이던 영무는 다시금 온몸의 피가 굳어지는감을 느꼈다.

마을안쪽 동남방향의 산자드락길에서 거울쪼박에서처럼 반짝이는 반사광을 발견했던것이다.

이어 자전거탄 사람이 나타났다. 곽영무는 그때에야 그 자드락길이 방금 자기가 발구를 타고온 큰길과 같은 방향으로 남쪽으로 뻗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미행!)

내 운명이 여기서 끝나고마는가 하는 생각이 콱 덮쳤다. 장군님의 전사가 무슨 나약한 생각이냐고 자신을 다잡은것은 다음순간이였다.

(주도권을 쥐고 맞받아나가야 한다.)

결심이 단호하자 궁냥이 틔였다.

해주 장수산쪽이 아니라 아득히 멀고먼, 얼핏 말로만 들어두었던 림꺽정이 웅거했댔다는 청석골을 찾아가는척 하며 완전히 방향을 돌려잡았다. 부러 자전거로써는 따라올수 없는 숲속을 헤쳐 한시간쯤 가다가 갑자기 다시 길을 꺾어 달마산뒤쪽의 자연동굴로 치달아올랐다. 봐라! 하고 발자국자리도 메우지 않았다.

자연동굴의 량옆은 다래와 머루덩굴이 무성하게 뒤엉켜있었다. 동굴입구는 바위돌우에 바위돌들을 층층이 얹어놓은것처럼 되여 짬사리가 많았다.

곽영무는 이 바위틈사리로 해서 무성한 다래덩굴을 헤쳐나왔다. 날쌔게 다시 산을 내려 길목을 지켰다. 얼마 안있어 눈에 쌍심지를 켠 감독놈이 숨을 헐썩이며 곽영무의 발자국을 따라 나타났다.

스물여덟살의 혈기왕성한 힘에 있어서나 10여년간의 항일전에 단련숙성된 싸움경험에 있어서나 당초에 견줄바가 못되는 감독놈은 별로 반항도 못하고 곽영무의 손에 덜미를 잡혔다. 북주하양주공장 300여명 소년공들의 원한까지 치민 곽영무의 주먹에 놈은 반주검이 되였다. 곽영무는 곧 혀를 빼물다싶이 한 그놈을 공기돌다루듯 자연동굴안에 멨다앉혔다.

화가 복이 된셈이였다.

놈의 입을 통하여 적지 않은 자료들을 재확인하였던것이다.

하지만 놈도 만만치는 않았다.

이미 살가망을 포기한 놈은 리성을 잃고 제 입에서 무슨 말이 터져나가는지도 몰랐다. 제법 곽영무를 시까스르기까지 했다.

《네 녀석은 뭐 살아돌아갈줄 알아? 난 이미 총독부 경무국에 통보했다. 숙감 곽영무 아니, 항일유격대공작원〈동지〉, 왜 여기 나타났는지 알아맞춰볼가? 국내정찰, 반일조직들과의 련계… 랑림산일대로 가는 길이겠지?… 랑림산일대가 비밀요충지라는건 세상이 다 아는거니까. 유격대원들도 많이 나와있구…》

놈은 정반대로 돌변하여 두손을 싹싹 비비며 애걸복걸하기도 했다. 일본은 멀지 않아 항복하게 되니 죽일내기를 하지 말고 서로 모른체 조용히 헤여지고말자는것이였다.…

이글이글 타던 난로안의 불이 사그라져가고있었다. 이야기바람에 불이 꺼지는줄도 몰랐던것이다.

김봉빈이 얼른 난로안에 봇나무장작을 몇가치 집어넣고나서 물었다.

《그래서… 그놈의 시체는 어떻게 했소?》

국내활동지역에서 될수록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공작상요구를 념두에 둔 걱정이였다.

곽영무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놓소. 아무래도 방조를 받아야겠기에 그곳 지하조직책임자를 다시 찾아갔지. 그날밤으로 수십리 먼 바다가에 내다버렸다고 하오. 놈들의 눈이 뒤집히게.》

《곽동무의 흔적을 바다쪽에서 찾아헤매게 말이지.… 그곳 조직이 고맙구만. 혜영동무도 거기서 만났겠소?》

《그렇소. 날밝기 전에 떠나려는데 문밖에 쓰러진 처녀가 있더라니…》

드디여 난로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귀틀집안이 다시금 훈훈해졌다.

이번엔 곽영무가 두세가치의 장작을 난로안에 집어넣고나서 손을 털며 말했다.

《그놈이 미친놈처럼 줴친 말들이긴 하지만 서울조직선을 통해 입수한 자료들과 기본적으로는 일치하오. 명백한것은 총독부 경무국이 이곳 랑림산줄기일대를 매우 중시하고있으며 더우기는 상풍광산일대를 이미 장악하고있다는것이요.》

《상풍광산지하조직이 이미 놈들한테 로출됐다는건 우리도 알고있소.》

《그것 보오.… 솔직히 말하면 난 내가 도착하기 전에 무슨 일이 나지 않겠는가 속이 새까맸댔소.》

김봉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뜨거운 눈길을 보냈다.

바로 그래서 예견했던 날자보다 퍽 앞당겨 달려왔단 말이지 하는 고마움에서였다.

귀틀집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김봉빈이 기지개를 한껏 켜며 천천히 말했다.

《날이 밝겠소. 이젠 좀 자지 않겠소?》

먼길 온 동지앞에 너무 무리했다는 미안감이 섞인 말이였다.

영무도 흔연히 받았다.

《그러지.》

오래간만에 자리를 나란히 하고 누웠다. 등불을 껐지만 들창으로 비쳐드는 달빛으로 하여 방안은 어지간히 훤했다. 창밖에서는 아따금씩 나무가지에 쌓였던 눈무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작 자리에 누웠지만 자지는 못했다.

곽영무가 종시 달빛 쏟아지는 들창을 내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령관동지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지만 난 이번에 우리 민족이야말로 애국심이 강하고 슬기롭고 지혜롭다는것을 다시금 깊이 깨달았소. 지방마다 반일항쟁조직의 규모와 투쟁방법에서는 일정하게 차이들이 있어도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고 기어이 나라를 찾자는 그 투쟁강령과 목표, 과업들은 하나같더란 말이요. 물론 사령관동지께서 창립하신 조국광복회 국내조직들은 더 말할바 없구… 만나는 사람마다 장군님께서 언제 조국진군을 하시는가, 장군님께서 조국해방작전의 총소리만 울려보시라 하군 할 때에는 눈굽이 쩡해지군 하더라니. 정말이지 난 벌써 해방된 조국땅을 밟는 기분이였소. 여보, 듣소?》

김봉빈은 대답대신 곽영무쪽으로 돌아누우며 그의 손을 따뜻이 잡았다. 곽영무도 봉빈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계속하였다.

《낮에도 이야기했지만 사령관동지의 4촌동생분이랑 애국적청년들이 망라된 평양의 〈조국해방단〉만 봐두 말이요. 다른 말은 그만두고 평양지방의 철공소들, 농촌야장간들을 통하여 각종 형태의 무기들을 자체로 만드는 한편 놈들의 무기까지 빼앗는 투쟁을 벌린다니 얼마나 힘이 나오. 〈조국해방단〉뿐인가. 각곳의 반일조직들은 또 얼마나 활발히 움직이는지 모르네.》

곽영무는 감격이 북받쳐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더 흥분해서 말했다.

《난 이번 국내공작을 통해서 우리가, 우리 동포모두가 말그대로 사령관동지를 더 잘 받들고 결사보위해야 한다는걸 더 뜨겁게 절감했소. 어딜 가나 장군님을 기다리고 장군님을 그리는 목소리뿐이거던. 사령관동지이시야말로 우리 조국의 구세주이시고 민족의 운명이시오. 정말이지 내 키가 또 한척은 큰것 같다니.》

《옳소.》

봉빈이는 누웠던 자리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며 말했다.

《나도 여기 나와 그걸 체험했소. 여기 동무들이 스스로 우리 장군님을 따르고 목숨바쳐 사령관동지를 보위하는 방풍림이 되겠다고, 장군님의 조국해방작전을 무장폭동으로 받들겠다고 할 땐 정말 눈물이 났소. 비밀근거지를 지키는것이 곧 사령관동지의 조국해방작전구상을 받드는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부터가 얼마나 뜨거운거요.》

영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동안의 봉빈의 사업성과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축하했다.

《무장폭동준비라… 병실, 후방창고, 훈련장, 야장간, 무기구입과 작탄제작… 난 처음 내가 사령부밀영에 들어선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소. 여기 삼송비밀근거지 하나만 보구두 동무의 수고를 알수 있소. 하긴 언제부터 시작한 지하공작활동이라구… 이 랑림산일대가 이런 요충지로 튼튼히 꾸려졌을뿐아니라 무장폭동준비까지 완성해간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사령관동지께서도 무척 기뻐하실거요.》

그들은 고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종시 덩두골을 찾아보지 못하고 돌아가는구만.》

《해방된 다음에 찾아가지. 제일 그리운건 고모생각이요. 지금 살아계시기나 하는지…》

《여기 조직선들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과업을 주었네. 동무가 도착하기 전에 알아보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구만.》

《고맙네. 하지만 그런데 너무 마음쓰지 마오. 동무도 아직 고향소식을 모르지 않소. 여기서 기껏 몇백리안인데.》

봉빈이는 조용히 들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랬다.

여기서 기껏 몇백리안에 있는 고향이다.

해마다 까치둥지 층층이 얹군 하던 마루나무, 이영이 다 고삭았던 초가집은 이미 무너진지 오랬을것이다. 아니, 이제는 옛 형체를 알아볼수없이 풀밭이 됐을런지도 몰라.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도 변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 10년이 두번도 지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달이 밝으면 달이 밝아서, 눈이 오면 눈이 정겨워 불쑥불쑥 치밀군 하는 향수의 정만은 어쩔수가 없었던 봉빈이였다.

봉빈이는 또 조용히 일어나 난로안에 장작을 집어넣었다.

부러 굵은 나무토막들을 골라다놓았건만 오늘밤은 류달리 빨리 타는가보았다.

뜨거운 눈길로 봉빈이를 지켜보고있던 영무가 좀 신중한 어조로 물었다.

《헌데 장철석의 문제는 어떻게 하겠소?》

봉빈이는 인차 대답을 안했다.

이제는 장철석이도 한인준처럼 총독부 경무국이 주시하는 대상인물이 되였다는것이 확정적이였다.

그가 과연 그 그물안에서 용이주도하게 활동할수 있을가?

물론 결심도 좋고 방안도 명백히 토의했었다.

사실 놈들이 한인준의 정체를 알면서도 일체 다치지 않은것을 보면 더우기 그의 희생까지도 일체 함구무언으로 대하는걸 보면 장철석도 당분간은 절대로 다치지 않는다는것이 본인자신은 물론 봉빈의 확고한 견해였다.

바로 그 점을 리용하여 오히려 놈들의 간을 빼고 염통을 빼면서 혁명력량을 확대하고 무장폭동준비까지 완성하자는것이 삼송근거지의 대담하고 모험적인 방략이였다.

한데 장철석이 정말 총독부 경무국까지 개입하는 이 대결을 감당해낼가? 차라리 영무를 따라보내고말가?

봉빈은 가만히 몸을 한번 뒤챘다.

문제는 그것이 장철석 한사람의 문제에 한한것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장철석은 설사 떠나보낸다 해도 누구든 광산조직은 움직여야 하며 무장폭동준비도 기어코 완성해야 하였다. 여전히 놈들이 펴놓은 그물망속에서 해야 하며 그것이 오히려 안전한 방법이였다. 하고보면 장철석만큼 준비된 조직성원이 없었다. 기어코 한인준의 뒤를 잇겠다고, 그래서 장군님의 조국해방작전구상을 받들어싸운 그의 투쟁이 절대로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그 결심만 봐도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결정적이며 최우선적인것은 로출된 성원들과 함께 그의 신변안전대책이였다.

봉빈의 그 심정을 헤아린듯 곽영무가 다시금 나직이 물었다.

《정말 일없겠소?》

봉빈이는 한숨처럼 긴숨을 한번 내쉬고나서 마디마디 골라내듯이 말했다.

《여기 지하조직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너무 걱정마오. 여러모로 보아 아직은 놈들이 우리 조직성원들을 서뿔리 다치지 않을거요. 그놈들도 지독스럽게 노리는것이 있으니까… 사령관동지께서 가르치시지 않았소. 적을 알게 되면 무서울것이 없다고. 철석동무로 말하면 본인의 각오와 결심도 좋지만… 우리도 매사건건히 각성을 높이고있소. 여기 경찰은 물론 도경찰에까지 놈들속에 우리 선이 깊숙이 들어가있는데 철석동무의 신변에 특별히 관심하도록 임무를 주었소.》

《물론 빈틈없는 대책들을 세웠으리라 믿소. 하지만 만약의 경우란 말이 있지 않소.》

《그건 그렇소. 그래서 우리가 더욱 긴장해지는거요. 고맙소. 내 그 문제에 대해선 다시한번 책임적으로 검토해보겠소.… 아, 이거 이러단 정말 밤을 새우겠구만. 이젠 자기요. 철석동무한테는 련락을 띄웠으니 그 동무문제는 본인과 직접 만나 다시한번 진지하게 토의해보기요.》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들은 역시 잠을 잘수가 없었다.

봉빈이는 여전히 장철석과 광산의 지하조직문제때문이였고 영무는 느닷없이 떠오른 미쯔꼬―한영옥의 생각때문이였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더니 그가 정녕 이곳에 와있단 말인가? 제 이름을 영옥이라고 고쳤다니 그 마음은 또 얼마나 갸륵한가!

아, 이 오빠때문에 불쌍하게 죽은 우리 영옥이!

영무는 봉빈이쪽으로 돌아누우며 신중하게 말했다.

《이곳 조직의 동무들에게 말해주게. 우리가 북주하에서 이찌가와 마꼬도한테 속히웠던 일을 말이요. 교활하고 깜찍하고 악착스러운 일본놈… 정말 천추만대를 두고 잊지 말아야 할 피의 교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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