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5 장

3

험한 산발을 타느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장철석이 으슥한 고갱속에 들어가니 아직 당상갱소조책임자 차창일이 도착하지 못했을뿐 모일 사람들은 다 모여있었다.

차창일은 며칠전에 장철석이 주동적으로 소조책임자로 임명했었다. 일부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장철석도 이 일에서만은 물러서지 않았다.

장철석은 어제 각별히 그를 만나 30리밖의 림산마을로 외삼촌 3년제사에 간다고 소리를 내면서 슬쩍 자취를 감추었다가 나타
나라고 구체적인 행동방향을 주었었다.

진짜 30리길을 갔다오는것인가?

그가 하루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을가 생각하니 은근히 불안하기도 했다.

차창일은 한식경이나 더 기다려서야 큼직한 보따리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싱글벙글하는 품이 기분이 좋은 모양이였다. 기분좋을 때만 하는 버릇대로 구레나룻자리가 시퍼런 아래턱을 슬슬 쓸었다.

《에―이거 늦어서 미안하우다. 뭘 좀 준비해가지고 온다는게 … 어디 제시간에 나타나주어야 말이지요.》

그는 시장할텐데 한개씩 들고 보자면서 보따리를 풀었다.

삶은 감자였다.

감자알들에서는 아직 더운 김이 피여올랐다.

장철석은 보자기를 알아보았다. 네귀에 빨간천을 곱게 덧입힌 한영옥이네 보자기였다.

한영옥이한테 감자를 부탁했던 모양이였다.

긴장했던탓인지 누구도 달게 받아들지 않았다.

장철석도 고개를 틀며 눈살을 찌프렸다.

차창일은 그제서야 실책을 깨달은듯 손으로 목덜미를 쓸며 감자보따리를 밀어놓았다.

그러는 차창일을 보려니 장철석은 느닷없이 또 그의 추동에 말려들어 무작정 압록강을 건느려 했던 일이 생각났다.

너럭바위앞의 눈판에 그렸던 략도가 유난스레 눈뿌리를 찔렀다.

그의 고향마을에 가본 사람이 있었는가고 물었다던 봉빈공작원의 말도 귀전에 울렸다.

수비대놈들이 차창일이 초막안에서 밤새껏 불을 피우고있는것을 빤히 보면서도 내가 나타날 때까지 까딱않고 기다린 내막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차창일은 비판이라도 받을가 두려운듯 장철석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장철석은 얼른 그의 눈길을 피하면서 모여앉은 사람들을 한사람한사람 둘러보았다.

그는 저으기 긴장된 목소리로 우선 출석정형부터 보고했다.

《목재소를 비롯해서 다른 곳의 소조책임자들은 부르지 않았소.》

오늘은 주로 광산지하조직의 활동을 토론하는것만큼 광산 각갱의 소조책임자들을 위주로 모이기로 했던것이다. 린근 조직의 책임자들은 될수록 개별적으로 만나 회의정신을 알려주고 해당한 과업을 주기로 했다.

장철석은 이어 각 갱에서의 정황과 동태, 그에 상응한 활동정형을 료해했다. 특히 조직망확대준비정형을 깐깐히 료해했다. 역시 선녀갱소조책임자가 로숙하게 책임적으로 일을 많이 했다.

《당상갱에서도 성과가 큽니다. 좌상아바이를 비롯해서 경험있는 오랜 광부들을 조직에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확고해졌다면 그건 아주 잘했습니다. 범갱과 북갱에서도 여러명을 조직에 새로 받을 준비를 했는데 그들의 사기가 대단합니다.》

장철석은 조직망확대를 위한 준비사업에서 거둔 성과와 고쳐야 할 문제, 특히 주의해야 할 점들을 문제별로 갈라 명백하게 찍어주고나서 계속했다.

《이미 말했지만 우리 조직은 놈들한테 로출되였습니다. 놈들의 〈요시찰〉명단에 오른 동무들이 적지 않다는것입니다. 이자리에도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자기 한몸 그대로 내대기로 결심하고 활동을 계속해나가고있습니다. 왜, 김일성장군님의 조국해방구상과 작전을 위해서입니다. 다 알고있지만 김일성장군님께서 조국해방최후작전을 벌리실 날은 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우린 더 대담하고 더 감쪽같은 수들을 생각해서 놈들과 맞서야 하며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특히 명심해야 할것은 놈들이 무엇을 노리는가 하는것입니다. 수차 얘기했지만 우리의 투쟁은 단순히 비밀근거지보위에만 국한되는것이 아니라는것입니다. 최종목표는 근거지동지들과 함께 들고일어날 무장봉기입니다. 무장폭동! 무장으로 놈들을 제압해야 하며 광산도 지켜야 합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우리의 책임과 임무가 더 중한것입니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도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난 오늘 새로운 안을 내놓자고 합니다.》

모두 숨을 죽이였다. 이어 어깨와 가슴들을 들먹이였다.

장철석은 자기 생각이 옳은가를 재검토하듯 얼마간 사이를 두었다가 계속하였다.

《한인준동지는 만약의 경우를 예견해서 이미 조직된 조직망뒤에 제2의 조직을 새로 내올것을 계획했었습니다. 물론 조직명칭을 따로 단 제2의 조직은 필요없지만 한인준동지의 계획은 원칙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우리 조직은 명실공히 김일성장군님께서 창립하신 조국광복회 국내조직입니다. 우린 모두 그 조직성원들입니다. 지난날 나도 구창광산에서 〈형제계〉를 무었댔지만 곳곳에 그런 조직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제일 훌륭한 조직은 조국광복회조직입니다!》

누가 먼저 쳤는지 박수소리가 터졌다.

장철석도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뜻밖의 박수소리로 가슴이 벅차오른 장철석은 큰숨을 한번 몰아쉬고나서 계속 이었다.

《우린 그사이 놈들의 음흉한 모략과 기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한인준동지의 활동과 적들의 움직임 그리고 그사이 광산에서 벌어졌던 뜻밖의 일들을 종합해보면 어떤 결론에 떨어지는가. 다시 반복하지만 놈들의 밀정이 우리곁에 바싹 붙어있다는것이 첫째며 하지만 놈들은 나를 포함하여 이미전에 활동하던 몇사람만을 장악했다는것이 둘째 문제입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물론 이것은 한인준동지의 선견지명의 활동에 의한것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우린 어떻게 해야겠는가?》

장철석은 대답이라도 기다리는듯 눈이 초롱초롱해서 쳐다보는 사람들을 일일이 둘러보고나서 또한번 큰숨을 몰아쉬였다.

《이런 조건에서 난 각 소조들에 능력있는 동무들로서 대리인 즉 소조책임자들을 또 한명씩 선발하자는 의견입니다.》

역시 잠잠했다.

이윽해서 선녀갱소조책임자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 진짜책임자는 그들이 하고 이미 놈들의 〈요시찰〉명단에 오른 우린 안개가 되자는거구만요?》

장철석은 뜻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옳습니다. 방풍림안에 또하나의 방풍림!》

북갱소조책임자가 무릎을 쳤다.

《좋수다. 이를테면 우리가 놈들의 눈에 콩까풀을 씌워놓자는것인데 난 찬성이요!》

모두들 어깨를 들썩거리며 호응했다.

《명안이우다. 우리야 이젠 웃동을 벗어내치구 나선 몸들인데 겁날게 있소?》

《놈들이 우리 잠꼬대에까지 신경을 쓸텐데… 그렇게 합시다. 절대찬성이요.》

장철석도 흥분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그러되 이 일 역시 최대의 비밀입니다. 새로 선발되는 동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필요한 성원외에는 알필요가 없으며 알려고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장철석은 새로 선발될 소조책임자의 선발원칙과 기준, 호상련락방법에 이르기까지 제가 생각하고있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나서 다음문제로 넘어갔다.

화약과 도화선구입문제였다.

이 문제 역시 절대로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하는 일인것만큼 덤비지 말고 극비밀리에 진행하되 될수록 발파공들과 화약창고성원들을 쟁취하는 방법을 연구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든 조직성원들을 이 사업에 동원시키며 도화선 한토막이라도 수집하는 경우 보관방법과 장소까지 합의하였다.

모두 흥분하여 일어났다.

모임후 장철석은 선녀갱과 북갱소조책임자를 비롯하여 몇명의 성원들을 각별히 따로따로 한사람씩 더 만나고 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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