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5 장

5

김봉빈공작원 역시 너무 아연하여 한동안 굳어지는듯 했다. 비밀아지트인 귀틀집이 통채로 검은 구름속에 묻히는것 같았다.

《그놈이 밀정이였단 말이요?!》

김봉빈이 혼자소리로 격해서 외웠다.

그가 너무 심각해 해서 철석도 미처 대답을 못했다.

얼마간 서로 마주보기만 하다가 장철석이 격정을 누르며 말했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난 그놈을 리용하여 화를 복으로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화복작전〉이라고 할지…》

《〈화복작전〉?》

《그렇습니다.》

장철석은 김봉빈의 앞으로 좀더 가까이 나앉았다.

제가 또 너무 서두르지 않는가싶어 그의 표정을 살피고나서 침착하게 말했다.

《전 이 작전에 우리 성원 두사람을 인입하자는 생각입니다. 한인준동지가 비밀리에 키워낸 성실한 조국광복회 회원들입니다.》

장철석은 어깨가 들리우도록 큰숨을 쉬고나서 그들에 대해 이야기한 후 더욱 침착하게 말했다.

《며칠동안 생각하고 또 했습니다. 두사람에 대해서 다시금 전면적으로 료해도 했습니다. 해낼수 있다고 봅니다. 〈소나무〉와 〈이깔나무〉라는 대호를 주자고 합니다.》

《〈화복작전〉이라… 〈소나무〉와 〈이깔나무〉란 말이지.》

김봉빈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뙤창앞으로 걸어갔다.

장철석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토록 뙤창과 마주서있던 김봉빈이 급히 장철석이한테로 돌아섰다.

두눈에서 광채가 번쩍했다.

《그래서… 구체적인 행동방향은?》

장철석은 또 한번 큰숨을 몰아쉬였다. 지금껏 입술이 부르트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작전방향을 이야기했다.

김봉빈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이전날의 장철석이 옳은가싶은 흥분이였다.

장철석에 대해서는 자기가 직접 보증한다고, 우리 조직안에 어려서부터 장군님의 조직선을 타고 일본놈들과의 싸움에 나섰던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고 하던 한인준의 말이 생각났다.

장군님을 따르는 정신, 그 마음이면 무슨 방법인들 못찾으랴!

한인준은 전적으로 자기때문에 희생됐다고, 한인준의 마지막충고를 일생 뼈에 새기고 그를 대신하여 싸우겠다고 눈물을 삼키며 하던 장철석의 말도 뜨겁게 되살아났다.

성장!

정녕 목메이는 인간의 성장이였다!

김봉빈은 두손을 딱 소리가 나게 마주쥐며 말했다.

《좋소, 전적으로 동감이요. 〈화복작전〉이라… 〈참나무〉가 정말 큰일을 했구만, 큰일날번 했소.》

그는 장철석의 앞을 몇걸음 거닐고나서 계속했다.

《철석동무가 생각을 깊이 했소. 많이!… 〈참나무〉와 〈이깔나무〉, 〈소나무〉가 합동하면 놈들이야말로 진짜 박우물안에서 꼬리치는 버들치 한가지일게요. 어디 누가 누구의 손발을 얽어매는가 겨루어봅시다. 문제는 놈들이 절대로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는것이요. 절대비밀!… 우리 동무들 각자의 활동도 일체 비밀에 붙이도록 해야겠소. 호상간! 오직 철석동무와만 직접 련계를 갖도록 해야겠소. 본인들이 직접!》

《알겠습니다.》

《그리구… 때가 때인것만큼 놈들도 더 교묘한 방법으로 악착스럽게 달라붙을거요. 짐승같은 놈들이니 어떤 뜻밖의 일을 저질러놓을지 모르오. 위장도 더 믿음직스럽게 하려고 애쓸거구 … 이런 조건에서 우리는…》

봉빈이는 특히 《소나무》와 《이깔나무》의 활동에서 주의할 점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나서 새삼스럽게 장철석을 마주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한인준동무가 정말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오늘 이자리에 그가 있었다면 아마 철석동무를 업어주자고 했을거요. 업어주자구!… 철석동무, 우리 그를 생각해서라두 한번 본때를 보입시다.》

《알겠습니다.》

《음!》

김봉빈은 장철석의 두어깨를 힘있게 잡아주고나서 얼굴이 더 환하여 말했다.

《나도 한가지 기쁜 소식을 알려줄게 있소. 철석동무, 기뻐하오. 우린 사령부의 소식을 받았소.》

《예?!》

장철석은 입을 반쯤 벌리고있다가 물었다.

《그럼 김일성장군님께서 계시는…?!》

《그렇소. 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사령부소식말이요.》

비밀근거지에서는 얼마전에 도소재지 지하조직선을 통하여 새것이나 다름없는 무전기를 구입했다. 그 무전기로 압록강건너 부대와의 련계를 맺게 되였는데 그 첫 소식이 사령부소식과 함께 현 국제정세에 대한 소식이였다.

《쏘련군은 마쟈르의 수도를 해방하고 드디여 베를린에로의 총공격을 개시했다고 하오. 파쑈도이췰란드의 운명은 막을 내리기 시작했소. 루즈벨트가 우리 조선은 해방이 된다고 해도 40년간은 제놈들의 〈신탁통치〉에 두어야 한다는 망발을 줴쳤다는데 우리 조선의 혁명가들을 너무도 모르고 한 수작이요. 우리는 사령관동지의 령도밑에 불원간 조국을 해방하고 우리 인민자체의 힘으로 부강하는 새 나라를 일떠세우게 될거요.》

장철석은 조국해방의 벅찬 력사적사변이 실지로 눈앞에 박두했다는 충격에 심장이 쿵쿵 울렸다.

봉빈은 점점 더 흥분해서 말했다.

《영무동무 말이요. 무사히 도착했다고 하오. 이번 무전결속에 그의 역할이 컸소. 우리 일도 다 사령관동지께 보고올렸다고 하오. 사령관동지께선 매우 만족해하시면서 몸소 이 랑림산일대에 나오셨던 일을 말씀하셨다고 하오. 두무봉회의에서 천명하신 조국해방3대로선실현을 위한 과업과 방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강조하셨다고 하오.》

그들은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 귀틀집밖으로 나갔다.

장철석은 비로소 봉빈이가 방금전에 한 말들이 얼마나 거창하고 사변적인 뜻인가를 짐작했다.

조국해방!

정녕 우리 나라가 해방될 날이 다가왔단 말인가!

와수수― 바람이 지나가면서 눈가루를 날렸다.

그 눈가루들이 축하의 꽃보라인양 두사람의 머리우에 들씌워졌다.

숨이 컥 막히였다.

눈가루, 눈보라의 찬기운때문이 아니였다.

아, 드디여 그날이 눈앞에 왔단 말이지!!

봉빈이는 두손으로 눈을 한웅큼 쥐여 얼굴에 문대고나서 말했다.

《준빌 해야겠소. 최후결전말이요. 우리 작전!… 서둘러야겠소. 그렇다고 덤비지는 말구.》

장철석은 알릴듯말듯 미소를 머금었다. 봉빈공작원이 지난날의 자기의 성격적약점을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봉빈이도 마주 웃었다. 많은 뜻을 담은 믿음의 웃음이였다.

그는 또 눈을 움켜 얼굴에 비볐다. 눈으로 비빌수록 오히려 더 상혈이 되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두아름은 실히 될 가문비나무의 밑둥에 손을 얹은채 한바퀴 빙 돌고나서 계속했다.

《이것보오. 철석동무, 종전에도 말했지만 놈들의 발악은 몇배 더 심해질거요. 재삼 당부하건대 절대로 마음의 탕개를 늦추지 말아야겠소. 내 다시 강조하는데 동무네의 기본임무는 일단 유사시가 조성되면 즉시 적통치기관들을 장악해야 한다는걸 명심하오. 힘과 힘의 대결, 무기… 간단칠 않소. 놈들이 이제 거기다 군대를 더 들이밀수도 있소. 밀정의 정체를 알았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경각성을 늦춰선 안되겠소.》

《알겠습니다.》

《음, 무엇보다도 화약과 도화선구입을 다그쳐야겠소. 우리도 빨리 준비를 끝내야지.》

봉빈이는 예측할수 없을만큼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여 당면하게 해야 할 일들을 더 구체적으로 일러주고나서 저으기 신중하게 말했다.

《이제부턴 우리의 련락방법도 바꾸어야겠소. 놈들이 철석동무한테 더 바싹 다가붙을거요. 다른 조직선들을 통하여 들어온 자료에 의하면 총독부 경무국과 도경찰, 헌병대에서 각기 펼쳐놓은 특무, 밀정들이 이 랑림산일대로 더 와짝 밀려든다고 하오.… 다시말하지만 해방의 대목에서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소. 이제부턴 철석동무가 직접 움직이지 말고 〈참나무〉한테 련락임무를 맡기도록 해야겠소.》

장철석은 그것이 자기의 신변안전을 위한 또하나 조직의 조치임을 뜨겁게 느꼈다. 한편 그것은 기어코 비밀근거지의 위치를 알아내려는 놈들의 모략이 더 악랄해지는 실정에서 근거지의 안전과도 관련되는 일이기에 한마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얼굴에는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봉빈공작원과 영영 헤여지기라도 하는듯 한 감정때문이였다.

김봉빈은 미더운 눈길로 그를 여겨보았다. 장철석이 일체 다른 말없이 응해나섰기때문이였다.

이 또한 눈에 뜨이는 그의 성장의 모습이 아닌가.

그 믿음에 힘을 얻었던지 장철석이 신중하게 말했다.

《저… 그렇다면 이제부턴 나도 대호를 썼으면 합니다.》

그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으며 계속했다.

《저의 대호는 〈장―백〉으로 했으면 합니다.》

《〈장―백〉?》

《그렇습니다. 〈장―백〉. 전 한인준동지가 자기의 마음은 항상 백두산에 두었다는 의미에서 대호를 〈한―백〉으로 했다는걸 알고 많은걸 생각했습니다.》

김봉빈은 뜨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장철석의 두손을 힘껏 모아잡았다.

《알겠소. 좋구만, 〈장―백〉… 고맙소.》

그는 한동안 마주보기만 하다가 다시금 지금까지 접선장소로 올 때마다 밀정놈의 눈에 뜨이지 않기 위해 무척 조심하군 했는데 《참나무》와의 련락선을 리용한다고 하여 절대로 긴장을 늦추지 말고 마음의 탕개를 더 바싹 조이면서 걸음걸음을 조심해야겠다고 강조하였다.

그들은 또 한번 손들을 뜨겁게 잡아흔들고 헤여졌다.

숲너머 먼 하늘아래에는 이미 봄기운이 실렸다.

봄! 1945년의 봄!

하지만 그들은 그무렵 광산에서 너무도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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