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5 장

6

간밤의 야간순찰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나무》―임일광은 경찰서장의 긴급호출을 받고 긴장해졌다.

경찰서장은 모두 비상경계근무에 나가고 인원이 없어 그러니 광산화약운반에 호송으로 따라갔다와야겠다고 명령했다.

임일광은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화약운반!

광산에서 쓸 화약이라면 뢰관과 도화선도 틀림없이 같이 가져올것이다. 지금 산에서 화약과 도화선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있는가.

이것도 신임의 덕인가?

절호의 횡재?!

혹시 놈들의 검토는 아닐가?

함정??

경찰서 앞마당에는 벌써 마차 한대가 굴러와섰다. 마부와 화약창고성원 한명이 탔다.

전에는 화약운반을 마차가 아니라 자동차로 했다. 그것도 대여섯놈씩의 무장인원을 태우고 어마어마한 경비속에 실어오군 했다.

이즈음은 그렇게 실어올 화약도 없는 모양이였다. 하긴 태평양전선과 쏘만국경일대, 아득히 벌려놓은 중국동북일대의 방어선에 이르기까지 물퍼붓듯이 쏟아붓는 탄약과 수류탄생산에만도 화약이 좀 작게 들텐가.

어제도 광산의 몇개 마구리는 발파를 못했다고 했다. 그 사정을 알고 어디선가 화약을 변통해주겠다고 하는데가 나선 모양이였다.

임일광은 가슴이 후둑후둑했지만 부러 일이 생기면 어쩌느냐고 한마디 못을 박아놓고서야 마지못해하는듯 마차에 올랐다.

잘하면 화약 한두상자쯤은 마련을 볼것 같은 생각에 심장이 터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일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차에 받아실은 화약은 기껏해서 일곱상자였던것이다. 그외 도화선이 한상자이고 뢰관을 넣은 마분지곽이 세개였다. 열댓상자만 되여도 어떻게 좀 마련을 볼것 같은데 너무도 빤드름하니 실망하고말았다. 손맥이 풀려 마차에 먼저 올라앉았다. 내색을 않자고 해도 자꾸 화약상자들에 눈길이 끌리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무장폭동준비!… 근거지에서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는 화약과 도화선들인가. 장철석은 또 얼마나 속을 태우고! 마차를 그대로 몰아 비밀근거지로 직행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속에서는 점점 더 불이 일고 입술이 말라들었다.

온 겨울 뿌잇하게 흐렸던 하늘이 봄기운을 맞아 눈에 뜨이게 높아졌다.

산허리를 꿰지르며 띠오리처럼 굽이친 차길옆으로 진달래포기들이 도간도간 보였는데 꽃망울들이 통통 여물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소나무잎들도 윤기가 돌았다. 소나무숲속에 이따금씩 끼여선 이깔나무가지들도 노르끼레 봄물이 올랐다. 신비한 자연의 힘, 자연의 재주였다.

세월은 여하간에 봄이 태동하고있었다.

임일광은 차츰 이름할수 없이 가슴이 벅차짐을 느끼였다. 불가사의, 불가항력의 그 태동!

조용히 눈을 감았다.

격랑의 바다와 마주선듯 눈앞에서 산악같은 그 무엇인가가 크게 뒤채이는것 같았다. 그 뒤채임은 이어 하늘땅을 진감하는 목메인 환호성을 불어왔다.

어느 골안에선가 꺼겅 꺼겅… 하고 장끼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터졌다.

임일광은 육감적인 불안에 눈을 번쩍 떴다.

이어 소스라치듯 놀랐다.

마차는 무인지경의 외진 산굽인돌이길에 들어서고있었는데 난데없이 소나무숲속에서 세 청년이 바람처럼 달려내려오고있었다. 산판의 벌목공들같은 차림새들이였다. 손에서는 권총이 번쩍거렸다.

꿈을 꾸는건 아닌가?

봄기운에 취하여 일어난 환각인가?!

《꼼짝말아!》

세 청년은 날쌔게 마차를 둘러쌌다.

《우린 조선인민혁명군 무장소조다.》

한 청년이 소리치자 다른 청년이 더 맵짜게 을러멨다.

《모두 내려!》

마부와 창고원은 고개도 못들고 부들부들 떨면서 마차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임일광은 도대체 영문을 알수 없는중에도 보총만은 으스러지게 틀어쥐였다.

이어 그의 눈이 번쩍 광채를 뿜었다.

세 청년이 내든 권총이 나무로 깎아만들어 색칠만 번들번들하게 한 가짜권총이였던것이였다.

더우기 그들중의 한 청년은 구레나룻이 유표한 차창일이였다.

임일광은 더우기 긴장하여 세 청년의 거동을 살폈다.

(모험이다. 철석동무가 이런 모험을 조직했는가?… 이 화약운반이 만약 놈들의 모략이라면… 철석동무가 생각 못했을가? 아니, 놈들의 모략을 사전에 알아내여 놈들을 우리의 작전권안에 넣고 주물러야지 우리가 놈들의 모략에 말려들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하던 그가 아닌가.… 가만, 만약 철석동무가 이 습격전을 조직했다면 그가 화약운반소식을 언제 누구를 통해 알았겠는가?)

너무도 예상밖의 일이라 임일광이 오만가지생각을 더듬는데 세 청년은 일시에 그한테로 다가들었다.

《순사나부랭이가 뒈지고싶어?》

차창일이 무섭게 독을 썼다.

다행히 총을 내놓으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모르는척 하는것일가?

임일광은 아직은 겁을 먹은체 하면서 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청년중의 한 청년이 비로소 임일광의 총에 관심이 간 모양 꽥 소리쳤다.

《총을 내놔!》

임일광은 얼굴이 해쓱해졌다. 총만은 내놓을수가 없었다. 무분별한 이 청년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어이 알랴.

그가 총을 내놓을 기색을 않자 옆의 청년이 바람처럼 날아들며 총신을 잡아챘다. 임일광은 총가목을 꽉 그러안으며 우정 길우에 어푸러졌다.

세 청년이 달려들어 마구 차고 치고 짓밟았다.

임일광은 억이 막혔다.

순간이라도 실수를 할가봐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뽑았다.

획― 하고 휘파람소리가 났다.

《철수, 빨리!》

차창일의 목소리였다.

세 청년은 어느새 마차에 뛰여올랐다.

《쩌!》

겁에 질렸던 말이 네굽을 안고 내뛰였다.

산길은 무슨 일이 있었던가싶게 잠잠해졌다.

화약마차는 이미 제갈대로 가버렸던것이다.

임일광은 여전히 땅에 엎드린채 움쩍 안했다.

그처럼 욕심이 불타던 화약과 도화선이였건만 그것들이 조직의 손에 들어갔다는 기쁨보다는 오히려 점점 더 무거운 걱정만이 산같아졌던것이다.

이 일을 이제 어떻게 수습한단 말인가. 장철석이 진짜 이런 실책을 했을가? 그가 정말 화약생각이 너무 앞서서 놈들의 함정일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가?

그때까지 길바닥에 코를 박은채 벌벌 떨고있던 마부와 창고원이 엉기엉기 기여와 임일광을 흔들었다.

임일광은 비로소 정신을 차린듯 어푸러진채 사방에 대고 총소리를 땅땅 냈다.

전혀 쓸모가 없는 총소리였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