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5 장

7

장철석은 너무 아연하여 말을 못했다. 더우기 그 일이 차창일이 누구의 승인도 없이 자의적으로 결심하고 조직한 《거행》이였다는것을 알고는 당황하기까지 했다.

차창일은 오히려 뻣뻣한 배짱이였다.

《누구의 승인을 받는단 말이요?

형님은 없었지요?… 화약마차가 뭐 조직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준답디까?》

그가 광산에서 갑자기 화약을 실러 마차를 보낸다는것을 안것은 함께 일하는 갱의 조직원을 통해서였다고 했다. 마부와 가까이 지내는 한 광부한테서 들었다는것이였다. 그때는 이미 마차가 경찰서마당에서 대기하고있는 때였는데 언제 조직에 통보하고 지시를 받을 시간이 있었느냐고 하면서 차창일은 여전히 뭘 잘못했느냐고 뻣뻣한 태도였다.

이럴 때 임일광으로부터 긴급비상련락이 왔다.

장철석은 더더욱 눈앞이 캄캄해졌다.

《화약운반》은 예측했던대로 놈들이 던진 미끼, 모략이라는것이였다.

밀정을 통하여 비밀근거지에서 화약과 도화선에 갈증이 났으며 광산조직이 화약과 도화선구입에 온 신경을 모으고있다는것을 안 놈들은 손벽을 치며 쾌재를 올렸다는것이였다. 한마차분이나 되는 화약과 도화선을 쥐면 광산지하조직은 틀림없이 그 운반전을 벌릴것이며 비밀근거지와 선이 이어질것이다. 비밀근거지위치를 일체 비밀에 붙이고있는것만큼 절대로 광산조직성원들을 근거지안에 들여놓지는 않을것이다. 틀림없이 일정한 장소에 나올것이며 미끼가 미끼인것만큼 큰 인물이 같이 움직일수 있다. 이를테면 큰 인물을 큰 미끼로 끌어내는 유인작전이라는것이였다.

작전에는 도경찰서와 헌병대는 물론 총독부 경무국이 직접 관계한다고 했다. 경찰서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극비작전이라는걸 보면 충분히 믿을만한 정보였다.

옳다. 원체가 바스락거리기 잘하는 족속들이니 이쪽에서 숨죽이고있으면 저놈들이 반드시 먼저 꿈지럭거릴것이라고 한 봉빈공작원의 말이 맞았어!

한데 그 모략에 차창일이 말려들었단 말인가?

임일광은 돌아온 즉시 경찰서에 억류됐다고 했다. 그 긴박한 정황속에서도 비상련락을 취해준 임일광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걱정중의 걱정은 임일광이 앞으로 계속 자기 위치에서 공작을 할수 있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얼마나 큰 힘과 신심과 믿음을 주던 동지였는가. 중요 정보들을 사전에 통보해주어야 할 일들은 물론 근거지와의 련락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빨리 출로를 찾아야 한다.

대책은 무엇인가?

이런 때 한인준동지는 어떻게 했을가? 봉빈공작원이라면…

놈들의 모략이다 …모략!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모략이라면 놈들이 노리는것은 무엇인가? 화약… 화약과 도화선이 어디로 갈것인가는 놈들도 알것이다. 옳다. 바로 그것이다. 그것을 노리고 꾸민 모략이라면 아직은 모르는체 하면서 마음껏 활동하도록 내버려둘것이라는 생각에 장철석은 숨이 가빠올랐다.

《화복작전》!

이 역시 화를 복으로 잡아돌려야 한다.

하루낮, 하루밤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

배짱이 생겼다.

뭐니뭐니 해도 화약부터 타고앉을 결심이 굳어졌다.

이왕 손에 넣은 귀물이 아닌가. 방도는 무엇인가? 명백한것은 놈들의 음모를 역리용하여 통쾌하게 그 화약들을 근거지에 무사히 보내는것이다. 신심이 있었다. 그 귀물들이 놈들이 던진 미끼라는것을 확고히 알고있는것이였다. 안다는 자체가 가능성이 아니겠는가.

제2의 비밀소조원들의 긴급모임을 열기로 하였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조직성원들과 의논하여 방도를 찾으라고 한것은 한인준은 물론 김봉빈과 곽영무가 한 당부였다.

차창일의 문제는 어떻게 할것인가?

흥! 코바람이 나갔다.

(어리석은 놈들!)

눈뿌리 빠지게 실컷 지켜봐라 하는 배짱이 더 커졌다. 당장은 제1의 조직책임자들― 로출된 성원들의 비상회의를 먼저 소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개작전, 차창일이부터 되게 다불려야 했다. 어디 어떻게들 나오는가 보자.

비상회의는 예전대로 선녀갱골안의 페갱속에서 진행되였다. 장철석은 첫마디부터 차창일을 엄하게 다불렀다.

《동문 아직도 자기 잘못을 모르겠다는거요?… 모두들 말했지만 화약이 아무리 귀중해도 사람보다 더우기는 우리 조직보다 더 귀중할수는 없소. 화약이 아무리 귀중해도 조직의 활동에 위험을 조성하는 그런 자유주의적행동은 허용할수가 없단 말이요. 한인준동지가 어떻게 희생됐는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동무가 아니요.》

장철석은 또 한명의 귀중한 동지가 《참나무》, 임일광이라는것을 공개할수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그는 진짜 불이 펄펄 이는 눈으로 차창일을 마주보며 계속했다.

《이미 누구보다 심중히 교훈을 찾아야 할 사람이 바로 동무와 내가 아닌가. 그런데… 물론 동무네가 옹근 한대분의 화약을 통채로 〈안전한 장소〉에까지 날라다 보관한것은 잘한 일이라고 할수 있소. 하지만 이것 보우. 동무네가 감히 〈조선인민혁명군 무장소조〉라고 큰소리를 쳐놨으니 가뜩이나 언질을 잡지 못해 안달이 난 놈들이 이제 어떻게 나올것 같소? 어벌도 크지, 〈조선인민혁명군 무장소조〉가 뭐요, 〈무장소조〉가. 놈들이 가만 있을것 같소?》

장철석은 《조선인민혁명군 무장소조》가 뭔가고 하는 말을 각별히 력점찍어 반복했다. 이번 비상회의의 중요초점, 기본목적이기도 했다. 바로 그 말을 하기 위해 오늘의 비상회의를 소집했다고도 할수 있었다.

회의에서는 당분간 차창일을 일체 조직의 활동에 참가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것 역시 이 회의의 중요초점이였다.

장철석이 부러 화약마차를 습격한것은 절대로 조선인민혁명군 무장소조가 아니라는것을 력점찍어 거듭 강조했건만 다음날로 광산마을에는 도경찰부장 구로지마 가메도와 헌병대 대장이 직접 백여명의 수비대와 경찰을 끌고 들이닥쳤다.

마부와 창고원이 헌병대로 끌려갔다.

임일광은 구로지마 가메도가 직접 엄중취조를 한다고 했다.

마차습격지역은 물론 광산전역을 그물질하듯이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온 광산이 살풍경속에 잠겼다.

1차작전으로 광산전역에 대한 수색전을 끝낸 놈들은 이윽고 요시찰인들을 붙잡아가기 시작했다.

첫 대상인물로 선녀갱소조책임자와 범갱소조책임자가 검거되였다.

이틀후에 수비대에 끌려갔던 마부와 창고원이 풀려나왔다. 그날 저녁에는 왕청같이 광산가까운 목재소의 소조책임자가 붙잡혔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

다음날 아침에는 한영옥과 리순철이 경찰서의 호출을 받았다.

장철석은 바짝 더 긴장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바는 아니지만 도대체 종잡을수가 없는 검거선풍이였기때문이였다.

이놈들이 어떻게 하자는것인가? 대중할수 없는 검거선풍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노리는것은 무엇인가?

급히 《소나무》와 《이깔나무》를 호출했다.

또 뜻밖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차창일이 매일같이 내포국집에 드나든다는 소문이였다. 억병으로 술을 마시고는 만취가 되여 밤늦게까지 골목골목을 헤매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울화만 터친다는것이였다.

다행히 사흘후에 한영옥과 리순철이 놓여나왔다.

세명의 소조책임자들은 사나흘후에 한명씩 놓여나왔다. 역시 놈들의 어리석은 눈가림, 부러 벌려놓은 헛그물질이라는것이 뻔했다.

장철석은 리순철이 석방되여나온 즉시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차창일이 기어코 따라나섰다.

리순철은 형체가 말이 아니였다.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이고 방구석에 벗어놓은 찢어진 옷에는 피자욱이 끔찍스러웠다.

물찜질을 해주던 안해가 눈물을 쏟으면서 피칠갑된 옷을 걷어안고 부엌으로 나갔다.

숨진듯이 꼼짝않고 누워있던 순철이 힘겹게 눈을 떴다.

묻는 말에 대답도 잘 못했다.

명백한것은 한인준과의 관계를 세세히 따졌다는것이였다.

차창일이 두주먹을 떨며 윽윽했다.

《사람을 이 지경 만들다니… 내 언제든 개놈들 목대를 비… 비틀어놓을테다. 미 …미친개처럼 쳐죽일테란 말이요!》

한영옥은 순철이보다는 좀 나았다. 량쪽볼이 푸릿푸릿하고 저고리 한쪽어깨가 터졌었다.

역시 한인준에 대해서 캐고들었다는것이였다.

한인준!

새삼스레 이제 와서 그의 뒤를 캐는것은 무슨 목적인가?

그것 역시 제놈들의 속내를 감추기 위해 벌려놓는 가랑잎으로 눈가림식의 수작들임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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