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5 장

9

주위정세는 어떻든 내포국집은 영업이 더 번창했다. 광부들의 하루피로와 만단사연의 언 마음을 풀어주는데는 더없는 약이라고 귀맛을 돋구며 인상좋은 안주인이 상글상글 웃으며 퍼주는 막걸리가 유명하여 일개 주막집에 불과했던 곳이 이제는 《대동주》며 《사뽀로》, 《아사히》맥주병까지 내놓아 광부들뿐아니라 경찰서 순사들은 물론 수비대 하급장교들까지 드나들 때도 있었다.

멀지 않아 녀급도 둬명정도 채용하고 신사유지들이나 일본군장교같은 손님들을 맞이할 귀빈실도 신식에 맞게 새로 한방 잘 꾸릴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사람이든 조선사람이든 상관없이 돈만 벌면 된다는것이 주인내외의 지론이다. 누구인가 이제 인차 나라가 해방되겠는데 그러다 친일파소리를 들으면 어찌겠느냐고 핀잔을 한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내가 친일파일게 뭐야, 일본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냈지, 그 사람들한테는 비싸게 팔구 우리 광부들한테는 눅게 주면 되지 않느냐고 무슨 큰 비밀이라도 말하듯이 해서 사람들을 웃겼다고 했다.

장철석은 될수록 이 식당 걸음을 하지 않았다.

차창일이 오늘은 분명 무슨 일을 칠것 같다는 순철의 말을 듣고 오래간만에 그 식당 문턱을 넘어섰다. 순철이도 데리고 갔다. 허리까지 다쳐 퍽 불편해하기는 했지만 젊은 나이여선지 다행히도 그는 빨리 일어났다.

듣던바대로 내포국집은 그전보다 식사칸도 훤해졌고 사람들도 많았다.

눈치빠른 식당주인이 언제 띄여봤는지 날쌔게 장철석에게로 달려오며 그사이 왜 꿈쩍 안했는가고 떠들썩하며 반가와했다.

장철석은 건숭 인사를 나누고는 한인준이 앉군 하던 창문옆의 식탁부터 살폈다.

누구인가 방금전까지 앉아있었던듯 음식그릇들과 함께 빈 술병 두세개가 놓여있었다.

순철이 걱정이 콱 실린 얼굴로 빈 상을 가리키며 주인에게 물었다.

《어디 갔어요?》

주인은 좀 난처해하더니 안주인을 찾았다.

《창일이 그 사람 어디 갔소?》

안주인도 고개만 살래살래 저었다.

《하여튼 인차 올거예요. 요사이는 줄창 저 자리에서 시간보내는걸요. 다른 사람은 앉지도 못하게 하구 꼭 이 적은이만 데려오라고 하면서…》

안주인은 뜻있게 순철을 눈짓했다.

《자자, 사람도 기다릴겸 오래간만에 오셨는데 우선 가 앉으시오. 오늘은 우리 내외가 특별봉사를 하리다. 순철인 수비대걸음까지 했는데 오늘은 무료봉사를 해줘.》

주인이 약삭바르게 장철석과 리순철의 등을 밀며 차창일이 앉았던 식탁으로 안내했다.

안주인도 날래게 달려와 상을 깨끗이 치우고 음식그릇들을 날라왔다.

정말 성의있게 차려왔다.

《대동주》를 마시겠느냐 《아사히》를 부으라느냐 하는것을 순철이가 맞갖잖은 표정으로 잘 걸은 막걸리를 한사발씩만 가져오라고 했다.

정말 칭찬을 받을만큼 새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막걸리냄새가 군침을 돌게 했다.

주인내외가 누구한테서 미리 련락을 받고 기다리기라도 했던듯이 각별히 성의를 다하여 무료봉사까지 했지만 장철석은 그들의 봉사에도 일체 무관심한것처럼 그저 무거운 표정이였다.

리순철이 딱한 기색으로 주저주저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님, 나 한가지 속에 있는 말 하라우?》

장철석은 고개만 끄덕였다.

순철은 옆을 한번 살펴보고나서 소곤거리듯이 이었다.

《창일이를 너무 심하게 욕하지 않았소? 영옥이두 뭐 일본놈을 도와주느라고 우정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까지 했다나봐요. 원 무슨 애들이 그런지. 아 어쨌든 그 사람 큰일이야 하지 않았나요. 나같은건 엄두도 못낼 일을!》

장철석은 막걸리사발을 닁큼 들었다.

《마시기나 하자구.》

먼저 입에는 대였지만 정작 얼마 마시지는 않고 또 걱정스러운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손님들에게 음식그릇을 다 날라다주고 얼마간 여유가 생겼는지 주방문칸너머에서 안주인이 조용히 지켜보고있었지만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는 지금 창일이가 문제가 아니였다.

계획을 승인한다고, 특히 짐운반을 절대로 덤비지 말라고 했던 봉빈의 글씨가 다시금 눈앞에서 얼른거렸던것이다.

계획을 승인한다!

절대로 덤비지 말라!

불현듯 봉빈이가 밤새워가며 들려주던 이또 히로부미며 데라우찌, 사이또놈들의 구렝이속같은 음모의 일화들이 떠올랐다.

오싹 소름이 일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 이 식당안에도 있을수 있지!

절대로 덤비지 말것!

다시금 그것이 침착하고 여유작작한 봉빈의 목소리가 되여 귀전을 울렸다.

철석의 그 마음을 알아보기라도 한듯 순철이가 더 걱정스럽게 말했다.

《창일이가 그래두 그 화약보관장소가 발견되면 큰일이라구 걱정이 여간 아닙디다.》

철석은 흠칫했다.

그는 천천히 도리를 저었다. 눈에서는 야릇하면서도 예리한것이 번쩍했다.

그때였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들의 옆으로 숨이 턱에 닿은 순철의 안해가 다가왔다. 얼굴이 컴컴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요?》

순철이가 펄쩍 일어나며 물었다.

순철의 안해는 말을 못하고 주위부터 둘러보았다. 그리고 얼른 손에 들고있던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순철은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인차 철석에게 넘겨주었다.

《난 갑니다. 찾지 마세요. 어데로 가야 할지는 모르지만 더는 여기 못있겠어요.》

순철이는 믿지 못하겠다는듯 철석의 손에서 다시 종이를 나꿔채다가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안해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것처럼 성을 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순철의 안해는 겁이 난듯 떠듬떠듬 말했다.

《글쎄 영옥이가 막 울면서 우리 집에 오지 않았겠어요. 창일이 그 사람이… 그 사람하구 또 한바탕 싸움이 붙었댔대요. 어찌나 섧게 우는지. 그래서 창일이 그 사람을 찾아갔더니 술에 만취돼서 영 인사불성이예요.… 하는수없이 혼자서 돌아와보니 글쎄 그 편지 한장이… 아유, 그 모진게 어디 가서 목숨이라도 끊을 생각이 아닌지…》

《무슨 새빠진 소리요?》

순철이 소리를 꽥 질렀다.

식당안이 잠잠해졌다.

모두의 눈길이 그들한테로 쏠렸던것이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