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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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나무들로 꽉 들어찬 천연요새―비밀근거지의 밀영에도 또 하루가 저물어 서산마루에는 까치놀이 곱게 섰다.

정갈하게 새로 꾸린 샘터에 두 처녀가 다정하게 마주앉아있었다.

작탄생산에 희열의 땀을 흠썩 뿌리고 얼굴을 씻으러 나온 심혜영과 작식대일을 맡아보는 한영옥이였다.

한영옥은 순철의 집에 자기를 찾지 말라는 편지 한장을 남긴 그날로 곧바로 약속된 지점으로 달려가 근거지련락원을 만났었다.

모든 일은 김봉빈공작원의 지시를 받고 장철석이 조직한것이였다. 한영옥이 더는 광산마을에 있을수가 없게 된 사정으로 장철석이 면밀하게 짜놓은 탈출작전에 의한것이였다. 밀정놈이 또한번 닭을 쫓다가 울바자만 쳐다보게 한 통쾌한 작전이기도 하였다.

근거지에 들어온 한영옥은 인차 심혜영과 자매처럼 가까와졌다. 한영옥이 북주하양주공장에서부터 장철석과 알게 된 인연과 함께 심혜영이 그의 사랑을 받고있다는 남다른 사연에서만이 아니였다. 눈물속에 며칠 몇밤을 주고받아 알게 된 자기들이 걸어온 경난에 찬 운명의 길이 너무도 꼭같은것으로 해서였다.

점점 더 붉게 퍼지는 저녁노을은 한영옥의 얼굴을 더 곱게 물들이였다.

통통한 손가락들을 재간있게 놀리면서 샘물에 푹 울궈낸 산나물들을 손질하던 그는 얼레빗으로 방금 시원하게 감은 머리를 빗고있는 혜영에게 나직이 물었다.

《언니, 보고싶지요?》

혜영은 짐짓 모른체 하고 되물었다.

《누구?》

영옥은 젖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호호… 언니두, 시침을 따네… 철석오빠!》

《음― 전 뭐 보고싶지 않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혜영의 얼굴과 눈에는 그리움이 꽉 찼다. 눈에 뜨이게 한숨까지 내쉬였다.

영옥이 젖은 두손으로 턱을 고이며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언니, 나도 막 만나보고싶어요. 정말이지 철석오빠 아니였다면 난 어떻게 됐을가.… 진짜 목을 맸을지도 몰라요.》

《얘, 넌 또 무슨 끔찍한 소리!》

혜영은 머리를 다 빗어 뒤머리카락을 고무줄로 꽁꽁 동여매고나서 제잡담 나물버치에 달라붙었다.

《빨리 손질하자, 저녁 늦겠다.》

그는 부지런히 나물을 손질했다.

영옥은 그냥 혜영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또 조용히 물었다.

《언니, 이제 나라가 해방되면 언닌 철석오빠랑 같이 구창광산으로 가겠지요?》

혜영은 대답을 안했다.

얼굴빛이 흐려졌다.

(네가 또 그 생각이구나.)

해방이 되여도 어디 갈데가 없는 영옥이였다.

혜영은 다 손질한 나물버치에 새 샘물을 찰랑찰랑 부어 힘차게 헹구어내고서야 영옥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영옥아, 이 말은 좀 후에 하자고 했는데… 나라가 해방되면 난 널 꼭 우리 집으로 데리고가련다. 우리 어머니한테. 우리 집에 가서 나랑 같이 살자.… 이건 내 마음이자 철석동무 마음이야!》

《언니!》

영옥의 눈굽에 뜨거운것이 함뿍 고였다.

두 처녀는 서로 꼭 붙안았다.

붙안은채 마음속의 말을 나누었다.

《영옥동무!》

식당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처녀들은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나물버치를 맞들고 가면서도 수림너머 멀리 광산쪽을 바라보았다. 서쪽하늘에는 저녁노을이 곱게 퍼졌지만 광산쪽 하늘에는 비가 쏟아지는지 검은 구름이 꽉 덮여있었던것이다.

(오빠, 철석오빠, 정말 몸조심해요.)

(철석동무, 소식들었어요? 해방의 날이 멀지 않았대요. 제발 무사하길 바래요. 매사에 주의하세요.)

검은 구름은 점점 밀영쪽으로 밀려왔다.

한소나기 되게 쏟아지려는가부다 했는데 비는 한꼬치도 오지 않고 우뢰소리만 심술궂게 자꾸 울렸다.

한영옥은 물론 혜영이도 온밤 잠을 못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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