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6 장

7

장철석은 문닫을 시간이 거의 다되였을 때에야 내포국집으로 향했다.

이미 부탁을 해놓았댔기때문인지 안주인이 기다렸던듯이 문앞으로 달려나오며 반겼다.

옷차림도 예전보다 훨씬 깨끗했고 머리단장도 곱게 했다.

《오늘은 영업을 일찍 끝냈어요. 어서 들어가시자요.》

진짜 식당안에는 사람들이 절반도 차지 않았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이제는 돌아갈 차비인듯 상우의 음식그릇들이 태반은 비여있었다.

《우리 주인이 안으로 모시라고 했어요.… 안방으로, 주인은 다녀올데가 있어서 자리를 좀 떴어요.》

안주인은 지난해 순철이를 만날 때 안내했던 안방을 가리키며 무엇인가 절절한 눈빛을 담았다.

장철석은 도리를 저었다.

《아니, 고맙소. 하지만… 저기 한인준형님이 즐겨앉군 하던 식탁을 쓰겠소.》

장철석은 곧바로 창문옆의 식탁에 가앉았다.

안주인은 퍽 서운한 기색으로 잠시 지켜보기만 하더니 비로소 제 할 일을 깨달은듯 인차 상을 거두기 시작했다.

일체 말이 없었다. 어쩌면 좀 새침하고 쌀쌀해진것 같기도 했다.

장철석은 식당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두 광부들과 시가지사람들이 분명했지만 얼굴 알 사람은 별로 없었다. 형형색색의 낯모를 그 사람들속에 틀림없이 이밤도 끈질기게 자기를 지켜볼 사람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툭툭 뛰였다. 어찌 이 식당안뿐이겠는가. 창밖의 어느 집, 어느 처마밑이나 골목에서도 역시 매서운 눈초리가 번쩍이고있을것이였다.

오늘은 한인준의 생일날이였다.

장철석은 우정 이틀전부터 소문을 내다싶이 하면서 오늘저녁 한인준의 생일제를 지내겠다고 내포국집에 식사주문을 했었다. 제사라고 식을 차리자는것은 아니였다. 생전에 그와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 몇이 모여 저녁식사를 나누는것이라고 제사방법도 알려주었다. 한인준이와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한밤중에 모인다고 했으니 헌병대파견대장이 가만있으며 경찰서와 수비대에서는 또 잠자코 있겠는가.

장철석은 오늘의 이 제사행사를 걸음걸음 가슴을 조여가며 준비했었다.

화약운반전때문이였다.

드디여 오늘밤 고갱속의 7개의 화약상자와 도화선상자를 삼송비밀근거지에 넘겨주는 마지막운반전투를 벌리게 된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날밤 고개의 홈채기에 화약과 도화선상자들을 성과적으로 옮겨놓은 후 장철석은 제가 직접 맡아나서서 매일이다싶이 굴안으로 들어가군 했다. 《안전보관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홈채기입구에 거미줄을 걸어놓기도 하고 자기만이 알수 있게 굴바닥에 돌가루먼지를 뿌려놓기도 했다.

거미줄이 끊어져나가고 굴바닥의 돌가루먼지우에 발자국흔적이 생길 때면 그는 혼자서 혀를 씹으며 웃군 했다.

장철석은 그렇게 며칠동안을 반복하면서 놈들을 충분히 안정시켜놓은 다음 또다시 자정이 훨씬 넘은 깊은 밤중에 좌상아바이를 비롯한 극비의 인원들을 누구도 모르게 산너머의 곁굴로 들여보냈다.

굴입구를 감시하는 놈들이 아무리 눈뿌리가 빠지게 지켜보고있단들 캄캄한 야밤중에 굴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떻게 알랴.

좌상아바이네는 상자속의 화약과 도화선을 마대에 옮겨넣고 상자안에는 버럭돌들을 적당히 채워놓았었다.

그 화약들은 또하나의 산을 넘어 좌상아바이도 모르고있던 자연동굴속에 깊숙이 보관되였다.

그날밤부터의 전투는 진짜 사생결단의 비밀전투였다.

그 전투가 바로 사흘전날밤의 가슴조이는 전투였다.

오늘밤은 그 화약과 도화선들을 약속된 지점으로 옮겨가게 된다.

인원은 좌상아바이를 비롯하여 8명.

약속된 지점에서는 봉빈이가 직접 무장대성원들을 인솔하고 나와 마중한다고 했다.

바로 그 전투의 방풍림이 되고저 장철석이 이밤 한인준의 생일제를 품들여 준비한것이였다.…

봉빈이 직접 인솔하여올 무장대성원들중에는 혜영이도 있을런지 모른다.

보고싶었다.

오늘밤은 각별히 더 만나고싶은 정이 끓었다.

무사해야겠는데.

정말 무슨 일이 없을가?

장철석은 겉은 태연한체 했지만 속은 거사라도 치르는 심정이였다. 어떻게든 밀정놈들의 눈길을 이 내포국집으로 끌어야 했기때문이였다.

뗑뗑―하고 식당안의 벽시계가 아홉점을 쳤다.

얼핏 창밖을 내다보았다.

달없는 밤은 칠흑처럼 캄캄했다.

지척을 분간할수 없는 어둠이 고마왔다.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옆의 식탁을 치우던 안주인이 방싯이 웃으며 물었다.

장철석은 정신을 펄쩍 차렸다.

(내가 이래선 안되겠는데… 절대로 다른 기색을 내선 안돼.)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나서 저도 조용히 마주 웃어보였다.

철석이 웃어주어서인지 녀주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의 앞에 마주앉았다.

녀인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혜영이라고 약혼녀가 있다지요? 순철적은이한테서 들었어요.》

철석은 묻는 뜻을 몰라 의아해져서 안주인을 찬찬히 여겨보았다.

녀인은 웃고있었다.

내가 너무 긴장했는가?

하긴 이런 땐 다른 말을 하는것도 나쁘지 않지.

녀인이 고맙기도 했다.

철석은 례사롭게 대답했다.

《아직 약혼까지는 하지 않았소.》

《참 안됐어요.… 하지만 이제 나라가 해방되면 꼭 찾아올거예요.》

예언자인양 녀인의 눈빛이 빛났다.

《고맙소.》

장철석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혜영이, 정말 그가 오늘밤 봉빈동지와 함께 오지 않았을가? 이 장철석을 만나고싶어 떼를 썼을지도 몰라. 아니, 봉빈공작원이 부러 그를 데리고 왔을수도 있지.

가만,

내 얼굴에 정말 무엇인가 내비친게 아닐가?

장철석, 침착해야겠소!

그의 얼굴에 더 환하게 웃음이 실렸다.

이런 때 말동무가 생겼다는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문가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나타났다.

순철이와 선녀갱의 광부 한사람 그리고 또 몇명의 낯익은 얼굴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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