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6 장

8

《모모―2》―요시가와 이사로는 너무도 분통이 터져서 삐죽삐죽하게 창날같은 돌쪼박들이 내솟은 암벽에 머리라도 콱 짓쫏고싶었다.

버럭돌들이 덜커덩거리는 빈 화약상자들을 모조리 굴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도 성이 풀리지 않아 망돌같은 버럭돌을 안
아다가 빈 상자들을 닥치는대로 박살냈다.

《장철석, 이놈의 새끼!》

이발을 부드득부드득 갈고는 또 버럭돌을 들어 상자들을 박살냈다.

당장 장철석을 붙잡아 엎어놓고 그렇게 머리통이며 가슴이며 마구 부셔놓고싶었다. 아니, 이발로 물어뜯고 사지를 찢어놓고싶었다.

자기가 이렇게 감쪽같이 속히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요시가와 이사로!

1919년의 사나운 겨울 조선총독부 한 관리의 아들로서 도꾜가 아닌 서울 한복판에 뻐젓이 들어앉은 일본인 주택지구에서 태여났다.

전 조선땅을 들썩케 한 3. 1인민봉기의 거세찬 파도와 삼천리강산을 또 한차례 울음바다로 만들어놓았던 고종황제의 장례식행렬도 그는 기모노차림의 어머니잔등에서 보았다.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른채 그저 겁에 질려서 저를 싸업은 포단귀너머로 내다보았었다.

그의 유년시절은 데라우찌와 하세가와의 무단통치에 비단보자기를 씌우면서 교활하기 그지없는 사이또총독이 문화통치의 요칙들을 곳곳에 내걸던 시기에 흘러갔다.

꺼림없이 일어선 일본식주택이 리완용과 송병준들의 집과도 가까운 곳에 있어 조선아이들과 자주 휩쓸렸고 공부도 조선학교에서 했다.

조선말이 류창했고 조선풍습에 빨리 익숙됐다.

그것은 하급장교로부터 총독부 경무국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한단계한단계 승진을 하는 아버지의 각별한 관심이기도 하였다.

마침내 아버지의 친구인 모리무라 다다시의 눈에 들기 시작했다. 15살잡히는 해에 누구도 모르게 모리무라 다다시의 특별소개신을 가슴에 품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륙군성 첩보기관에서 두해동안 특수교육과 훈련을 받았다. 제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훈련과 교육성적을 료해한 다다시는 무척 만족해서 그의 손목을 잡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부모와의 상봉도 마련하기 전에 다다시는 그를 즉시 두만강을 건너 연길에 있는 간도륙군특무기관으로 추천해보냈다.

요시가와 이사로에게 있어서는 가장 힘이 들면서도 또 반일항전자들은 씨를 말리워야 한다는 야수와 같은 적개심이 골수에 차게 했던 시절이였다.

점차 그의 활동반경도 넓어졌다.

봉천, 할빈, 훈춘… 상해까지 넘나들었다.

그러다 다다시의 긴급소환령을 받았다.

정세가 정세인것만큼 조선총독부와 도꾜 본영에서 중히 써주려는게 아니랴 하고 가슴을 설레이며 서울로 달려왔는데 전혀 예상밖으로 랑림산골안의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은 광산골안에 들어가 잠복하라는 지시였다.

너무도 억이 막힌 그는 자기의 첩보활동에서 무슨 실책이라도 있었는가, 그렇다면 이자리에서 배를 가르겠노라고 했다.

젊음과 야심이 펄펄 끓는 그의 기개를 조용히 지켜보고있던 모리무라 다다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바닥에 꿇어앉아서 가슴을 풀떡거리는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천천히 그의 두손을 잡아일으켜 푹신한 가죽걸상에 데려다앉히고 임무의 중요성을 한시간 가까이 설명했다.

이사로는 그제서야 자리를 차며 일어섰다.

《은총과 신임을 잊고 버릇없이 그런것을 용서하십시오.》

류창한 조선말이였다.

다다시는 《만세》라도 부르듯이 두손을 버쩍 들어 흔들며 만족해했다.

《믿네, 솜씨를 보이라구.》

이때부터의 모든 작전은 철저히 모리무라 다다시의 직접적지시하에 진행되였다.

이사로자신으로서도 놀라운 면밀한 작전, 말그대로 일본첩보력사에 뚜렷이 오를만한 치밀한 작전이였다.

한데 이 이사로가 한갖 무식한 광부에 지나지 않는 장철석에게 이렇게도 여지없이 속히우고 우롱당했단 말인가?

도경찰부장과 헌병대장까지 나서서 뒤받침을 해준 일인데 하루밤사이에 닭쫓던 개 울쳐다보는 격이 되고말았으니, 아니, 귀중한 화약과 도화선, 뢰관만 고스란히 떼웠다고 생각하니 그는 속에서 그 화약상자들이 황황 타기라도 하는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 불을 끌수 있을가?

사실 이사로는 이 작전을 모리무라 다다시의 훈계까지 받아가면서 운명을 걸다싶이하고 준비했었다.

그가 그 작전을 발기한것은 반일지하조직에서 화약구입문제에 매우 큰 관심을 돌리고있다는것을 알고서였다.

한마차나 실어야 할 일곱상자의 화약과 도화선이 너무 모험적인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큰 고기를 낚으려면 대담하게 큰 미끼를 던져야 한다고 우쭐하기까지 했었다. 그만큼 그는 이번 작전의 승리를 확신하고 장담했던것이였다. 한데 눈 펀히 뜨고 그렇게 감쪽같이 속히울줄이야!…

이제 그 화약과 도화선이 작탄―어마어마한 폭탄이 되여 대일본제국의, 직접적으로는 자기의 머리우에서 터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장 이마빡에 권총부리를 대고 자총이라도 하고싶었다. 이 치욕의 실책을 과연 어떻게 씻으며 무엇으로 보상을 한단 말인가.…

휭하니 굴밖으로 달려나온 이사로는 그때까지 굴어구에서 어물거리고있는 두명의 감시병한테 달려들었다. 한 녀석은 주먹으로 치고 다른 녀석은 발길로 걷어찼다. 불의의 타격을 받은 두 녀석은 그자리에서 눈을 까뒤집으며 너부러졌다. 그래도 이사로는 격술훈련장에서마냥 펄펄 뛰면서 두 녀석을 혀를 빼물 때까지 발길로 차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는 그의 입에서는 피방울이 튀여나오듯이 단말마적인 말만이 곱씹혀졌다.

《장철석, 이놈의 새끼 죽어봐라, 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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