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6 장

9

모리무라 다다시가 지난 1월 2일 밤 도경찰부장과 헌병대장이하 지방관리들과 함께 이찌가와 노리아끼가 마련한 신년연회에 참가했던 《동해호텔》은 그때와는 달리 퍽 번잡스러웠다. 다다시가 몇달만에 다시 이 호텔에 나타난것을 도경찰부장과 헌병대장외 극히 몇명만이 알고있었기때문이였다. 오늘밤은 일체의 동행을 마다하고 유독 혼자서 두세명의 심복첩자들만 데리고 조용히 찾아왔던것이다.

1월달 밤의 그 밀실.

다다시가 방에 들어서니 이미 도경찰부장의 련락을 받았는듯 자개박이식상과 함께 세네사람이 마주앉을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여있었다. 식탁의 료리들도 퍽 간소한 편이였다.

다다시가 방에 들어서기를 기다리고있었던듯 인차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급양복차림의 두사람이 나타났다. 《모모―1》과 《모모―2》였다.

격정이 북받친듯한 반가운 인사들을 나눈 후 정중히 식탁을 사이두고 마주앉았다.

화려한 꽃문양의 기모노를 입은 접대부가 례절있게 들어와 세사람앞의 술잔들에 무척 익은 동작으로 술을 부었다.

어서 들라고 구미가 돌게 권하고나서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를 물었다.

다다시는 말없이 손짓으로 물러가라고 했다.

접대부가 소리를 낼세라 나들문을 조심히 밀어닫고 사라지자 요시가와 이사로가 돌연 무릎을 꿇고앉으며 고개를 푹 숙이였다.

《전 대일본제국의 얼굴에 흙칠을 한셈입니다.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나갑니다. 절 엄히 처벌해주십시오.》

다다시는 이사로의 테굵은 색안경과 예전보다 더 무성해보이는 구레나룻을 이윽토록 지켜보았다.

우메즈 사부로도 다다시의 입에서 무슨 폭탄이 터질지 몰라 가슴을 조였다.

틀림없이 그 일때문에 긴급호출을 받았으리라 짐작하고있는 두 첩자들이였던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다시의 얼굴은 온화했고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화약문제때문인가?》

이사로는 더욱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허리를 굽혔다.

다다시의 목소리가 돌연 엄해졌다. 화약문제에 대한 추궁은 아니였다.

《머리를 들게. 바로 앉으라구. 어서!》

이사로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들었다.

다다시는 어서 편히 앉으라고 손짓까지 했다.

이사로의 색안경너머에서 물기가 번들거렸다.

다다시는 아주 쾌활하게 말했다.

《장부의 가슴은 술로 씻어낸다고 했던가?… 자 들자구.》

그는 제먼저 잔을 쭉 비웠다.

두 첩자도 감격하여 술잔을 냈다.

황송해하는 두 첩자의 표정을 감각으로 느끼면서 다다시는 제 손으로 직접 다시 술을 부었다. 이어 정색해서 말했다.

《이사로군도 방금 말했지만 그 일은 물론 일생에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끄러운 일이요. 나로서도 도대체 믿어지질 않거던. 난 결코 그 작전에 얼마나 큰 품을 들였는가 하는걸 말하자는건 아니야. 틀림없이 유격대공작원을 끌어내리라 믿었던 그 기대가 여지없이 물거품이 된 창피… 나 역시 총독부안에서 얼굴을 들지 못해. 일도 못치르면서 화약과 도화선만 꼬박꼬박 실어다 바쳤다는 추궁은 또 얼마나 얼굴 뜨끔뜨끔하게 하는지 아나? 하지만 뭐 괜찮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잖나. 우리 그일은 그쯤하구 말자구.》

두 첩자는 너무도 어마어마한 실패를 너무도 가볍게 용서해주는것이 믿어지지 않아 오히려 가슴이 서늘했다.

다다시는 너그럽고 아량있게 두눈까지 끔쩍 감아보이고나서 전에없이 더 부드럽고 온화하게 이었다.

《에―또… 내가 오늘 갑작스레 군들을 부른것은 국경지대 시찰을 나왔던 걸음에 군들과 다시 만나 인간적인 얘길 좀 나누고싶어서네. 상하관직을 다 벗어놓구, 응?… 우리야 불온사상이 불덩이같고 반일의 눈총이 고슴도치같은 이 반도땅과 바람세찬 동북광야의 벼랑길, 수렁탕… 별별 곳을 다 밟아가면서 함께 의지를 키우고 정신을 수양한 지우들이라고 할수 있잖나.》

적지 않게 목가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억양이였지만 두 첩자는 더욱 긴장해졌다.

다다시의 말은 사실이였다.

그는 어제 쏘련군이 드디여 베를린상공에 붉은기를 날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딸리아의 항복에 이어 도이췰란드의 항복이 곧 일본의 패망과 직결된다는것은 세상이 자인하는바이다.

항차 얄따회담에서 쓰딸린이 뭐라고 했던가.

하긴 설사 도이췰란드의 항복이 아닐지라도 다다시는 이미 일본이 과연 1945년 한해만이라도 현존의 모든 통수권을 유지할수 있을가 하는 강한 회의감으로 하여 남모르는 서글픔과 좌절감에 잠겨있었다.

다다시의 그 좌절감에 결정적타격을 가한것은 두달전 백여대의 비행기가 도꾜상공으로 벌떼처럼 날아들어 수십만발이나 되는 폭탄을 불비쏟듯이 내리뿌렸다는 소식이였다. 무려 두시간반동안의 폭격으로 십만여명이 살상! 세계 제2의 대도시라고 자랑하던 도꾜는 말그대로 불의 지옥으로 변했다고 했다.

태평양전선에서 일본의 해군위력을 자랑하던 련합함대사령관을 형체도 없이 만들어 바다물에 뿌려던진 그 비행기들은 때없이 서울상공에도 날아들어 으르렁거리다가 사라지군 했다.

아니아니한 속에 또 오끼나와전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물론 이 모든 사실은 조선땅안에서는 거의다가 비밀에 붙이고있는 일이다. 오히려 일본보도계는 일본군의 《승승장구》에 대해 수단과 방법이 모자라 떠들지 못하고있었다.

물론 대본영이 《본토작전에 관한 통수조직》이란걸 만들어놓고 조선땅에 배치했던 군대를 제17방면군과 조선군관구로 나누어 해체개편하는 한편 조선안의 침략군들을 관동군사령관의 직접적인 작전지휘권안에 넣음으로써 조선과 중국 동북일대를 단일한 작전지대로 삼고 무력도 단일화해나감으로써 신문보도계가 와짝 떠드는것처럼 일본군이 아직도 승승장구하는것 같은 인상을 주는것만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다다시는 오랜 첩보전문가로서 그 모든것이 이미 쇠진할대로 쇠진해진자의 허장성세에 불과한 마지막발악이라는것을 너무도 실감하고있었다.

내각과 군부가 맞지 않아 현내각이 돌연 총사직을 하는 등 돌발적인 사변들이 일어나는 도꾜는 물론 서울총독부안에서도 벌써 시체썩는 냄새와도 같은 악취가 나고있었던것이다.

요인은 무엇인가?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 김일성장군이 모든 국내외정세를 손금보듯 보고있다는것이였다. 이미 전전해 2월 자신이 직접 조선국내에 나와 두무봉이란데서 중요회의를 소집하고 조국해방3대로선을 실현하기 위한 과업과 방도들을 다시금 천명하였다는것을 첩자들을 통하여 구체적인 자료들로 입수한 모리무라 다다시였다.

조선의 해방은 그 어떤 외세의존이 아니라 자각되고 준비된 조선사람자신의 힘으로 이룩해야 한다는것을 초지의 강령으로 내세운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

멀지 않아 맞이하게 될 조국해방의 대사변을 위하여 조선인민혁명군의 력량을 보존하며 그의 정치사상적준비와 군사기술적준비를 더욱 튼튼히 하는 사업을 주도세밀하게 해온 그 선견지명!

100만관동군도 10년이상을 따라다니면서 쩔쩔매게 했던 그 부대가 지금 무엇을 하고있을것인가.

다다시는 문득 자신의 신세가 생각키웠다.

부나비! 영낙없는 대일본제국의 부나비.

대일본제국을 위하여, 천황페하를 위하여 종횡무진을 한 자기의 한생이 허무하고 서글펐다.

그 좌절과 허무감은 자연 제 피와 넋을 붓다싶이한 첩자들에게로 이어졌다.

아까왔다.

그들에게 들인 품이 아까왔고 그들의 가슴에 끓는 피와 야심과 야마도민족의 그 정신이 아까왔다.

분명히 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지거나 묻혀버려야 할 그 공헌이 아쉬웠다. 다 망한 제국의 첩자를 누가 중히 여겨줄텐가.

하여 이밤 난생처음이라고 할만큼의 인간적인 심정에서 때아니게 첩자들을 호출했던 모리무라 다다시였다.

다다시의 그 내심을 알바없이 그저 긴장하기만한 두 첩자는 이제나저제나 새로운 령이 내려지기만을 기대하고있었다.

그 심리를 꿰뚫어보자 다다시는 저도모르게 한숨을 내쉬였다.

이어 자기의 그 심약의 종처를 감싸런듯 크게 기침을 한번 하고나서 아주 쾌활하게 말했다.

《하, 이거 오늘은 인간적인 회포나 나누자고 했는데 왜 아직 그리 꼿꼿해들 있나. 띠를 풀라구. 술도 더 들구. 참 내 노래를 하나 부를가?》

다다시는 제사 저가락으로 식탁을 가만가만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반다노 사꾸라와 에리노 이로

하나와 요시노니 아라시 후꾸

야마도 단지또 우마레데와

삼뻬이센노 하나또 지레

(가지마다 사꾸라는 노을의 빛갈

요시노 꽃동산엔 폭풍이 분다

일본의 남아로 태여났으니

산병전의 꽃으로 지라)

문밖으로 흘러나가기라도 할가본듯 조용조용 불렀다. 목소리가 퍽 좋은 편이였다.

첩자들의 긴장을 풀어주자고 그랬는데 그들은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이였다.

하긴 다년간 교육받고 훈련되고 세상풍파를 다 헤쳐본 첩보원들이 아닌가.

다다시는 이윽고 정자세를 하고앉았다.

《군들, 뭘 숨기겠소. 도이췰란드가 손을 들었소.》

깜짝 놀란 두 첩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다다시는 더 정숙하게 마디마디 찍어뱉듯이 말했다.

《군들도 알겠지만 얄따에서 쓰딸린이 뭐라고 했소?… 보다 문제는 이미 김일성항일유격대가 조선으로의 총공격준비를 완비했다는 통보요. 대일본제국은 모든 면에서 각오를 해야 할 때가 됐소. 물론 지금 관동군의 방어전역은 철옹성이요. 태평양전선의 일본군들도 제국의 남아들답게 용맹해.》

다다시는 저도 어쩔수없이 사실을 과장외곡하는 어용매체들의 흉내를 내고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화제를 돌려 왕청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옛말같은 이야기를 하나 할가?》

영문을 몰라하는 두 첩자에게 느슨하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찌가와 노리아끼상 말이요, 마지막운명직전에 뭐라고 했는지 아나?… 아 참, 노리아끼상이 지난 3월에 작고하셨소.》

다다시는 돌연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이찌가와 노리아끼의 운명보다도 이미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일본의 운명으로 해서였다.

요시가와 이사로와 우메즈 사부로는 그저 아연한 낯짝이였다. 도이췰란드의 패망소식도 그렇지만 권세가 하늘에 닿았던 이찌가와 노리아끼의 사망소식이 도대체 믿어지질 않았던것이다. 그런 재력가, 권세가도 죽을수 있을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그 죽음이 하늘이 무너진다는 소식만큼이나 경악을 하게 했던것이다.

대일본제국의 대패에 대한 또하나의 전주곡인가?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다시는 더욱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나직나직 말을 계속했다.

《이찌가와 노리아끼상이 그런 불상사를 당한것은 그 도꾜폭격소식을 듣고서였소. 심한 뇌출혈이란 말도 있고 심장파렬이란 말도 있소. 쓰러져서 몇시간을 넘기지 못했다는거요. 운명직전에 가까운 친지들을 다 불렀다는게 아니겠소. 무슨 굉장한 유언을 남기려는가 해서 모두 긴장했댔는데 글쎄 무슨 망돌이야길 했다는거요.》

두 첩자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다다시의 이야기가 계속되였다.

《한 산골마을에 말이요. 토지조사령이후 우리 일본사람 하나가 총독부명으로 등록된 토지를 다 넘겨받구 마을사람들에게 소작을 주었다는거지. 한데 어느해인가 농군 한 집에서 허락도 없이 보리이삭을 잘라다 망에다 갈더라질 않겠나. 우리 일본사람은 즉시 집집마다 통고를 냈다는거요. 망이 필요해서 그러니 모두 집에 있는 망돌들을 가져오라고, 망을 안가져오는 집은 땅을 떼겠다 하고 말이요. 너도나도 메고오더라는거지. 망돌이 다 모아지자 우리 일본사람은 그 망돌을 큰 함마로 모두 깨버렸다는거요. 그리고는 저의 집앞에 망질방을 하나 차려놓고 오직 그 망돌만을 쓰게 했다는거지. 자연히 통제가 됐구 또 망돌쓴 값은 값대로 받아냈구…》

두 첩자는 씁쓸한 표정이였다.

다다시는 저으기 타이르는 투로 말했다.

《노리아끼상이 뭐라고 했는지 아나? 자기는 하늘이라도 무너뜨릴 재력을 가지고있었지만 그 일본농군처럼은 못했다는거요. 무슨 뜻인가.… 〈동척주식〉의 손꼽히는 인물이 운명을 앞두고 할 말이 오죽 많았겠소. 제 말처럼 하늘이라도 무너뜨릴 재력을 가진 자산가가 할 말이 없어서 일본땅 어느 구석에서든 흔히 볼수 있는 농군에 대한 말을 했겠는가.… 우린 선배분들의 그 정신력, 조선을 아니, 세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그 자세를 본받아야 한단 말이요. 일개 섬나라인 우리 일본의 번영의 길에 그 정신, 그 자세는 영원한거요. 저 할빈역두에 피를 뿌린 이또 히로부미와 같은 선배분들앞에 지닌 대의명분이라고도 할수 있지.》

다다시는 이또 히로부미를 감히 선배분이라 해놓고는 찔끔해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나서 자세를 더 정중히 하며 말했다.

《군들은 천황페하앞에 대일본제국을 위해 멸사봉공할것을 맹세한 첩보원들이야. 전쟁에서는 이길수도 있고 패할수도 있는거구. 불가피하게 우리 일본이 전쟁에서 일시 패한다고 해도 첩보는 계속되여야 하는거야. 우리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은 영원해. 알겠나?》

두 첩자는 당장 눈앞에 닥뜨린 사태가 너무도 엄중하여 여전히 함구무언이였다.

다다시는 두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요시가와 이사로가 방금전에 다다시가 울음을 삼키며 말한 그 대의명분을 지키려는 뜻에서인지 분연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말씀의 뜻을 알겠습니다. 우린 기어이 맡은 임무에 끝까지 충실할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 산속의 비밀을 알아낼것이며 대일본제국의 승리에 공헌할것입니다. 대일본제국에 있어서 패전은 있을수 있어도 패망은 있을수 없다고 봅니다.》

사부로도 이사로에게 지지 않으려는듯 무릎걸음으로 나앉으며 열을 올렸다.

《저희들은 지난날 오동진의 체포는 물론 만주의 독립군력량을 사분오렬시켰을뿐아니라 항일유격대의 반일지하혁명조직들과 그 지도자들을 색출하는데서 우리 경무국의 역할이 관동군무력못지 않았다고 늘 긍지높이 하신 말씀을 잊지 않고있습니다. 우리는 본국의 경무청과 총독부 경무국의 첩보원입니다. 조선인민혁명군이 자체의 군사력과 함께 국내의 전민항쟁세력으로 대일본제국을 꺼꾸러뜨리려 한다지만 조선주둔군, 동북관동군과 함께 경무국의 총력량을 합쳐 과감히 맞선다면 어림없다고 봅니다. 김일성사령관이 내놓은 조국해방3대로선의 하나가 국내항쟁조직들이 자기 지방들에서 일거에 들고일어날데 대한 문제라고 했는데 해당 지역의 군대, 경찰, 헌병들과 함께 우리 첩보가 힘을 합치면 문제될것이 없습니다. 우리부터가 맡은 임무를 기어코 수행하겠습니다.》

다다시는 감격하였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도리질을 하였다.

아직 어려. 철학이 없거든!

김일성장군항일유격대에 대해서는 더우기 몰라!!

다다시는 대일본제국이 낳은 또하나의 새끼부나비들이라는 생각에 다시금 우울해졌다.

정녕 제국의 운명이 저 부나비들의 의지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다시는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고맙네. 군들은 나에게 힘을 주었네.》

두 첩자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황송합니다.》

요시가와 이사로가 한걸음 더 나서며 결연히 말했다.

《때가 때인것만큼 우린 더이상 어물거려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두더지작전〉으로 넘어갈가 합니다.》

다다시가 의아해서 물었다.

《그건 무슨 말인가?》

두 첩자는 다다시의 량옆에 다가앉으며 열심히 수군거렸다. 그 목소리와 얼굴표정이 비장하기도 하였다.

다다시는 아연하였다. 놀람과 경탄, 공포까지도 뒤섞인 눈길로 한참이나 두 첩자를 뜯어보았다. 그의 입귀에서는 알릴듯말듯 경련이 일었다.

두 첩자는 자기들의 제기가 부결이라도 당할가봐서인지 더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확고한 결론을 주지 않았습니까. 단호할데 대한… 저희들은 그 결론이 오늘의 사태를 내다보신 선견지명에 의한 예언이였다고 탄복했습니다.》

다다시는 또한번 두 첩자를 찌르는듯이 뜯어보았다. 선견지명이라 개여올리는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귀뿐아니라 눈시울까지 떨렸다.

다다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넓지 않은 방을 오락가락했다.

이 모리무라 다다시의 손에서 저런 용맹스러운 첩자들이 자라났는가 하는 긍지가 북받쳤다.

하지만 인차 도리를 저었다. 그것을 용맹으로 보아야 할것인가? 이 다다시까지 합류하여 벌린 항일유격대 국내공작원유인작전의 대참패, 그 화약과 도화선, 뢰관들이 무서운 폭탄이 되여 오히려 저들의 머리에 불벼락으로 안겨질지도 모르고 덤비는 철부지들!

옳아, 편협한 섬나라 일본이 낳은 시대의 저능아, 철부지가 옳아!!

그 철부지들의 단말마적인 광기와 객기가 틀림없다고 생각하니 모리무라 다다시는 제사 서글프기까지 했다. 오끼나와전선의 붕괴와 함께 날아든 도꾜의 무참한 참화소식때부터 걷잡지 못하게 치밀군 하는 회의심과 서글픔이였다.

그는 또한번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신차려, 다다시!

아직은 굳건한 총독부 경무국의 요원이며 명백히 첩자들의 상관인 모리무라 다다시였다.

다다시는 걷던 걸음을 뚝 멈춰세우며 두 첩자를 향해 홱 돌아섰다. 눈에서는 살기가 번쩍했다.

《좋아, 군들의 충의에 감격하네.》

《감사합니다.》

두 첩자는 직각으로 꺾이우는 기계처럼 고개를 숙이였다.

《성공을 바라네.》

술잔들을 들었다. 패기있게 술잔을 비우는 첩자들을 바라보던 다다시는 그들을 품에 안기라도 하듯이 가까이 불러세우며 말했다.

《대일본제국에는 군들과 같은 장부들이 필요하네. 물론 태평양전선에서 육신으로 적의 비행기나 함선을 들이받고 자폭을 하거나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배를 가르고 바다물에 뛰여드는 병사들도 다 우리 제국이 자랑할만한 사나이들이지. 하지만 난 군들에게 그런 모범을 따르라고 권고하고싶지는 않아. 자네들한테 들인 제국의 품이 너무 크거든. 아까운 인재들이란 말일세. 물론 저 산속의것들은 기어코 사전에 전멸을 시켜야 하네. 당면과업이야. 하지만 절대로 로출되지 않기를 바라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이것이 나 아니, 총독부와 제국이 군들에게 주는 더 큰 중대과업이라는걸 명심하게. 설사 이번 전쟁에서 일시 패전한다고 해도 도꾜는 언제든지 군들을 잊지 않고 찾을걸세. 말뜻을 알겠나?》

《알겠습니다.》

비장한 대답이였다.

《음, 〈두더지작전〉이라…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더 깊숙이. 응? 두더지란 파고들어가길 좋아하지. 아주 좋아!》

두 첩자가 방문앞에까지 갔을 때 다다시는 문득 그들을 다시 불러세웠다.

《〈담뽀뽀〉에게 특별히 나의 인사를 전하게. 녀성이 아닌가. 참 아까운 녀성이야.…》

《알겠습니다!》

《음.》

다다시는 새삼스레 두 첩자를 일별했다. 사부로의 쑥 내밀린 아래턱과 눈꼬리, 이사로의 유표한 구레나룻이 유난히도 더 강인해보였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