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6 장

10

《담뽀뽀》―요꼬다 메구미는 경대앞에 앉아 자기의 얼굴을 비쳐보고있었다.

이제는 두눈귀에 잔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흐르는 세월은 어쩔수가 없는가?

그는 불현듯 손가락으로 주름잡힌 그 눈귀를 사정없이 잡아뜯었다.

이제 그런 주름이 몇개나 더 늘어날것인가?

아니, 저 실오리같은 주름이 밭고랑처럼 굵어지면서 이마를 파놓을 때면 이 요꼬다 메구미의 운명은 과연 어찌될것인가?

그는 두손으로 거울앞의 화장대를 탕 쳤다.

분통이며 크림단지가 깜짝 놀라 곤두박질을 쳤다.

그는 화장대우에 두손을 얹은채 가슴우로 얼굴을 푹 묻었다.

이즈음 때없이 그렇게 혼자서 앙앙불락을 하군 하는 《담뽀뽀》였다.

눈속의 벼랑밑에서 첫 상면을 한 《모모―1》로부터 뜻밖의 지령을 받은 다음부터였다.

그때 《모모―1》은 조소와 경멸의 눈길로 두툼한 솜동복속에 감추어놓은 자기의 뽀얗고 보동보동한 육체를 꿰뚫어보기라도 하듯 한참이나 올리보고 내리보고 하더니 무슨 수를 쓰든지 장철석의 이불밑에 기여들어가든가 아니면 그를 자기의 이불안으로 끌어들여보라는 지시를 주었다.

메구미는 단박에 발끈했다.

절대로 조선놈의 품에는 안기지 않을것이며 죽어도 조선놈은 제 가슴에 안지 못한다고 했다.

메구미는 그리 화려한 가정에서 태여나지는 못했다. 나가사끼의 보잘것없는 어느 한 료리집에서 소녀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부모들의 일손을 도와 손님접대에 나섰던 그는 너무도 어린 나이에 남자의 맛을 알게 되였다. 한두차례의 봉사로 돈푼도 손에 쥐게 되자 그는 편지 한장을 남겨놓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는 제스스로도 자기의 용모가 뛰여나게 곱거나 잘 생겼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저 보통정도는 좀 벗어난다고 보았다.

한데 남자들의 취미란 모를 일이였다. 《하나꼬》요 뭐요 하면서 이름부터가 고울뿐아니라 얼굴도 해사말쑥하고 남자들을 맞는 솜씨도 보통아닌 처녀들이 가뜩했건만 메구미와 한번 사귄 사내들은 늙은 놈이건 젊은 놈이건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때로는 고급승용차를 타고 며칠씩 바다가려행을 가기도 했다. 일본사람이라면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 가보기를 원한다는 부사산에도 두번이나 실려갔었다.

방금 사춘기를 넘어선 꽃망울은 그렇게 환락의 세계에서 봉오리를 터뜨렸고 그 환락의 바다에서 세상물정을 모른채 물장구를 치며 헤염을 쳤다.

그러다 끝내는 이길에 들어섰다.

하루는 눈길부터가 날카로운 사내가 손목을 잡아끌었는데 그는 야수와 같은 광기의 소유자였다.

메구미는 난생처음 남자에 대한 공포를 느끼였다.

빨리 도망을 치려 했지만 쉽게 도망을 칠수가 없었다.

한달나마 옴짝을 못하게 붙잡아놓고 제할바를 다하고난 사나이는 이번에는 그를 앞세우고 조선으로 건너왔다.

그는 서울에 와서야 그 사나이가 총독부 경무국성원이라는것을 알았다.

한해동안의 특수교육과 특수훈련이 강요됐다. 그것은 곧 조선의 생활에 정통하고 사나이들을 어떻게 더 가까이 끌어당기겠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는 이또령감의 《양딸》이며 데라우찌나 하세가와, 사이또는 물론 총독부고관들이 《조선의 녀걸》이라고 추어올리군 했다는, 해서인지 총독앞에서도 코대를 높이며 교만방자하기 이를데 없던 배정자와도 총독부의 크고작은 연회석들에서 자주 만났다. 그는 한번도 그 녀자를 추어올리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같은 녀자로서의 질투였다. 하지만 메구미자신은 그것이 결코 질투가 아니라고 자부했다. 한것은 높낮은 관리들은 물론 총독까지도 술잔을 권하며 그 녀자를 추어올리긴 했지만 그 음조와 눈빛에서는 식민지의 한갖 노리개로밖에 여기지 않는 질시가 느껴지군 했기때문이였다.

그럴 때면 자기도 이제는 본국의 녀성첩보원이라는 긍지가 치밀기도 했다.

더우기 그의 자부는 같은 녀성이고 같은 운명의 길을 걷긴 해도 자기는 오로지 일본사람과만 사귀였다는것이였다. 녀성은 본래의 의미에서 남자의 품에 안기는것이 아니라 남자를 품에 안아야 하는것이다. 남자를 품에 안아키운것이 바로 녀성이다.…

이런 메구미여서 제나름으로 도고하다고는 하지만 일본사나이이건 조선사나이이건 가리지 않는 배정자의 그런 행위에 대해서 침을 뱉았던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이때껏 숱한 남자들과 교제를 했어도 그 대상은 다 일본사내들이였던것이다.

한데 뭐 조선사내의 이불밑으로 기여들라고? 그것도 한갖 광부녀석의 이불밑에?!

하긴 때로는 까짓거 뭐라나, 그것도 대일본제국을 위한 일인데 하는 생각으로 자기의 립장을 돌릴 때도 있었다.

허나 이번엔 강경히 도리를 저었다. 도대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인것이다.

그도 혁명가들의 도덕관념이 어떠하다는것은 알고있는것이다. 더우기 장철석에게는 심혜영이라는 꽃같은 애인이 있다지 않는가.

조선의 청춘남녀들의 뿌리깊은 봉건관념이라고 할만큼의 이성관이 얼마나 결백하고 견결한가에 대해서 또한 모르지 않는 요꼬다 메구미였다.

항차 수세기전에 벌써 춘향이라는 렬녀를 민족의 자랑으로 내세운 이 나라가 아닌가.

차라리 장철석을 발가벗기여 시가지로 끌고나가라면 나갔지 그의 이불밑으로 들어간다는것은 당초에 어불성설이나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모모―1》은 물론 《모모―2》까지도 불같은 독촉이다.

흥, 장철석이 뭐 저들과 같은 수개의 족속인줄 아는가.

요꼬다 메구미는 결단코 제가 직접 다다시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죽어도 이 일만은 못할 일일뿐더러 자칫하다가는 정체를 드러내게 될것이라는것을 납득시키는것은 물론 제발 다른 공작지로 옮겨달라고 청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철석은 어림없어도 다다시는 쉽게 움직여놓을수 있다는 자신심이 있었던것이다.

고개를 버쩍 들고 다시금 거울에 얼굴을 꼼꼼히 비쳐보던 그는 부지런히 화장을 시작했다.

크림을 바르고 분첩을 두드리고 입술연지까지 찍어나가던 그는 갑자기 또 무슨 광증이 일었는지 벌려놓았던 화장품들을 활 밀어버리고나서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본능적으로 두다리에 힘을 주면서 두팔로 허공을 힘껏 그러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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