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7 장

5

《도경찰부에서 경부란 놈이 또 내려왔습니다. 악들이 났어요. 무슨 지랄발광을 벌릴런지 아니아니 합니다. 글쎄 전혀 예견치 못했던건 아니지만…》

《소나무》의 정황보고였다.

장철석은 묵묵히 듣기만 하다가 물었다.

《다른 동무들은 어떻소?》

근거지로 들어간 성원들외 지하로 들어가게 된 동지들에 대한 안부였다.

《소나무》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모두 철석동무 못지 않게 안전한 곳에 자리잡았습니다.》

김봉빈의 긴급지시를 받은 장철석은 그 즉시 근거지의 지시대로 로출된 조직성원들 대부분을 근거지로 들여보내는 한편 무장폭동을 이끌면서 선두에서 조직지휘할 핵심성원들을 지하로 깊숙이 들어가게 하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짜고들었었다.

합숙과 하숙집은 물론 조직성원들을 통하여 여러 갱의 광부들속에 일시에 소문을 내게 했다. 장철석과 차창일, 리순철은 자기들이 로출되였다는것을 알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 동북으로 들어갔다고 하고 그밖의 다른 사람들도 위험을 느끼고 어디론가 뿔뿔이 헤쳐져갔다고 하는 소문이였다.

경찰서, 수비대, 헌병대가 벌컥 뒤집혔다.

몇차례나 집들을 뒤지고 사람들을 불러다 취조를 했는지 모른다.

갱주변의 페갱들은 물론 골안에 떨어져있는 자연동굴까지 샅샅이 수색했다.

이번에는 진짜 혈안이 된 수색소동이였다.

《하지만 놈들도 이제는 기가 퍽 죽었소. 경찰서장놈부터가 예전과는 다르오.》

옆에 침착하게 앉아있던 《참나무》 임일광이 한마디 했다.

장철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거요. 그놈들이라고 세상돌아가는걸 영 모르지는 않을테니까.》

김일성장군님께서 곧 조국해방작전을 벌리신다는 소식이 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놓은것 같소.》

《임동문 서장놈의 멱을 더 단단히 틀어잡소.》

《알겠소.》

《소나무》도 무릎을 들썩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번에 조직성원들이 선전활동을 잘했습니다. 하긴 모두 신바람들이 났거던요.》

장철석은 또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진중하게 말했다.

《사기들이 오른것은 좋은데 너무 흥분하지들 않게 해야겠소. 경각성을 바짝 높이구. 마지막대목이라구 할수 있는데 정말이지 놈들이 털끝만한 기미도 차리지 못하게 해야겠소. 근거지에서는 우리가 보낸 화약으로 계획량의 작탄을 다 만들게 된다고 하오. 본격적인 정찰활동도 벌리는것 같소.》

《이번에 개천, 안주쪽으로 나갔다가 알만한 사람한테서 들었는데…》

《소나무》가 목소리를 좀 낮추며 말했다.

《평양일대의 조국해방단활동이 아주 대담한것 같습니다. 거기서도 무장폭동을 준비한다나 봐요. 구월산, 정방산… 각곳에 련계를 맺고 인천병창에서 탄약과 무기를 구입하는 공작까지 벌리는것 같습니다.》

장철석은 가슴이 툭툭 뛰였다.

평양일대에서의 무장폭동준비!

그것이 단순히 그들자체의 생각과 결심만으로 준비하는 투쟁이겠는가.

봉빈공작원의 발길이 거기까지 닿은것은 아닐가?

임일광도 앞으로 나앉으며 새소식을 알려주었다.

《며칠전에 총독부주최로 서울의 부민관이란데서 소위 〈아시아민족궐기〉대회란것을 조직하구 그 무슨 웅변대회까지 벌렸다오. 일본대표, 중국대표, 만주대표… 제놈의 끄나불들을 내세워 정세를 오도하고 사람들의 눈길을 딴데로 돌려보자고 한 모양인데 갑자기 세명의 조선청년들이 달려들어 폭탄세례를 안겼다오. 연단에 나서서 목에 피대를 돋구던 놈은 물론 경비를 서던 헌병, 경찰들까지 여러놈 뒈졌다고 하오. 총독부 경무국장 니시하로가 직접 경찰대를 동원하여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대회장은 지옥과 같은 수라장이 되였고 조선청년들은 이미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고 하오.》

장철석이 주먹을 내흔들며 흥분해서 말했다.

《옳소, 그것이 바로 오늘의 정세요. 우리도 그렇게 해야겠소. 우리도 이젠 가만히 앉아만 있을 때가 아닌것 같소.》

잠시 사이를 두었던 그는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한인준의 얼굴이 선히 떠올랐다. 신중한것 같기도 하고 빙그레 웃는 얼굴같기도 했다. 두손 꽉 부여잡고 신심을 주는듯도 싶
었다.

목이 꽉 메여났다.

그가 살아서 오늘을 맞았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가. 정말이지 그가 지금의 이 격전, 마지막격전을 지도했다면 어떻게 했을가?

(인준동지, 제 인준동지를 생각해서라도 실수가 없이 잘하겠습니다. 꼭 인준동지의 몫까지 합쳐 싸우겠습니다.)

그는 이윽토록 권총을 들여다보며 마음속결의를 다지다가 힘있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이제부터 근거지의 지시대로 모든 성원들이 무기다루는 법을 더 본격적으로 배우게 해야겠소. 실총이 없는 조건에서 각자 나무총이라도 만들어야겠소. 그것으로 장탄, 퇴탄하는법,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는것부터 배우도록 합시다. 총쏘는법을 모르면 아무리 좋은 총을 쥐여준다고 해도 막대기나 다름이 없지 않겠소. 근거지에 훈련용작탄과 함께 총도 몇정 더 요구해야겠소.》

두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철석이 더 흥분해서 말했다.

《그리구 임동무, 동무의 임무가 더 무거워지오. 일단 행동이 개시되면 우린 경찰서부터 장악해야겠소. 경찰서 무기부터 손에 쥐여야겠단 말이요. 어떻게 총부터 빼앗아낼수 있겠는가 잘 타산해보오. 아까도 말했지만 그러자면 경찰서장놈의 목덜미를 잘 잡는것이 중요할거요.… 그리구 수비대놈들의 무기도 빼앗아야겠소. 놈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이미 해토기의 물먹은 담벽이나 같소. 얼마든지 성사할수 있는 일이요.》

그들은 힘있게 손들을 마주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여질 때 장철석은 진심으로 뜨겁게 말했다.

《임동무, 내 재삼 당부하는데 절대로 꼬리가 달리지 않게 하오. 여태껏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는데 해방의 문턱에 와서 쓰러져서야 되겠소. 특히 근거지안전에 최대로 각성합시다. 우리의 근거지안전은 곧 김일성장군님의 조국해방작전, 전민항쟁작전구상실현과 직결된 중대사임을 다시한번 깊이 명심합시다. 공작원동지도 이야기하지 않았소. 락하산으로 내리실수도 있다고 말이요.… 뭐니뭐니해도 거기서 다른 일이 없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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