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7 장

6

간이 떨어지게 놀라긴 했어도 《모모―1》, 우메즈 사부로는 광풍을 헤치고 부사산마루에 올라서기라도 한것 같은 기쁨을 느끼였다.

《두더지작전》에 감사를! 하고 몇번이나 입속으로 뇌이였다.

그가 이 산판에 들어선것은 모리무라 다다시로부터 무제한한 권한을 부여하니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주저하지 말라는 긴급극비무전을 받고서였다.

사실 《두더지작전》을 선참 발기한것은 우메즈 사부로자신이였다. 요시가와 이사로―《모모―2》한테 은근히 싹터오른 질투심에서였다. 항일유격대 국내정치공작원 강동무체포작전의 여지없는 참패로 하여 《사냥작전》이라는 고행길에 떠박질리운 그는 상풍광산의 뜨뜻한 방에서 아주 합법적으로 젊으나젊은 계집년까지 끼고앉아 흔들먹거리는 이사로를 생각할 때마다 기름가마처럼 끓는 질투감을 누를수가 없었다. 그것은 인적기 전혀 없는 온통 눈의 세계의 잠풍한 산판에서 첫눈에 사내들의 간장을 자글자글 녹여 헤여날수 없는 환락의 세계로 이끌어갈 독특한 체취를 물씬물씬 풍기는 《담뽀뽀》―요꼬다 메구미를 상면한 순간부터 더욱 불길처럼 타올랐다. 미구에 그것은 령하 40도의 엄동에도 무인지경의 산판을 헤매야 하는 억울함과 더불어 마치도 그 운명이 이사로와 메구미때문이기라도 한것 같은 일종의 복수심에 가까운 착란증까지 일으겼다.

(나만이 죽음의 함정에서 헤매일테냐!)

청천벽력같은 도이췰란드의 패전소식과 함께 확고해진 일본의 명백한 패망의 운명앞에 그 불길은 더욱 리성을 잃게 되였다. 다 망한 집안에 가릴게 뭔가. 성공하면 역시 일본의 첩보력사에 길이 남을 자신의 공로요, 실패한다 해도 저로서는 솜털 하나 다칠 손해없이 질투의 구토감을 누를수 없게 하던 그 역겨운 이사로와 메구미만을 통쾌히 저세상으로 전송하게 될뿐이였다.

한데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지는건 아닐가?

음충스럽기 그지없는 모리무라 다다시는 왕청같이 《두더지작전》과 《사냥작전》은 다 하나의 목표를 겨눈것만큼 한점으로 일치시키라는 지령을 연방 내리던졌다. 결국은 방위판정까지도 정확히 한 또하나의 긴급지령에 의해 부득불 이 험지, 언제인가 모리무라 다다시가 직접 들려주던 동북의 흔들레판과도 같은 이 산판에 후들후들 떨리는 발길을 들여놓게 되였던것이다.

그가 이 산판에 특히 겁을 먹은것은 결코 끝을 가늠할수 없는 무인지경의 험지여서만이 아니였다. 이 방향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보다는 지난 겨울 이쪽방향으로 네명의 첩자를 들여보냈던 일때문이였다. 한다하는 첩자들이였다는데 두명은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 종시 흔적도 찾을길 없고 두 첩자만이 온 겨울 밀림의 눈판속에서 향방을 잃고 헤매다가 말그대로 옛전설의 귀신이나 도깨비형체로 겨우 목숨만 붙어가지고 나타났었다. 어찌나 얼혼이 빠졌는지 한놈은 병원에서도 밤낮 공포에 시달리다가 종시 두눈을 지릅뜬채 절명했고 다른 놈은 두다리를 자르고 앉은뱅이가 되여 누구인가를 저주하면서 원한의 눈물을 뿌리며 본국으로 실려갔다.

그 처참한 모습을 제눈으로 직접 확인한 우메즈 사부로이기에 그는 이 산판으로 본인이 직접 들어가라는 모리무라 다다시의 사형선고와도 같은 긴급극비지령을 받은 순간부터 속이 와들와들 떨렸었다.

그 지령 역시 《모모―2》―요시가와 이사로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에 당장 달려가 한판에 멨다꽂고 보기조차 흉한 그 낯짝을 마구물어뜯기라도 하고싶었다. 이자도 나와 같은 질투감을 품은건 아닐가 하고 생각하면 더욱 참을수가 없었다.

그렇듯 공포와 질투심이 한데 범벅이 된 우메즈 사부로이기에 그는 갈수록 깊어만지는 골안앞에 점점 더 가슴이 떨리고 공포가 먹장구름처럼 머리우에서 드르렁거려 한걸음한걸음 내짚는 걸음이 진짜 다다시가 취중에 들려주던 그 중국 동북 대원시림의 흔들레판으로 들어가는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한편 악이 치받치기도 했다. 내 지금껏 이 밀림속을 헤집어내지 못해서 모리무라 다다시는 물론 요시가와 이사로의 멸시를 받은것이 아니냐는 스스로의 경멸과 환멸감에 의해서였다.

그는 망원초들을 멋지게 속여넘겼다.

하긴 얼마나 품을 들여 세련시킨 《연극술》인가.

그는 자신이 철저히 조선인화된데 대한 만족을 다시한번 가슴이 흐물흐물하게 느꼈다.

모든 취조도 무사히 넘기였다.

이만하면 됐다. 망원초가 있다는것은 십리안팎에 본거지가 있다는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위치만 알아낸 다음에야 문턱안에 들어가보면 어떻고 문밖에서 돌아서면 어떠랴. 이제는 총쥔 사람들한테 달린 일인지고!

어서 돌아가라고, 다시는 이 지대에 얼씬하지도 말라고 엄하게 약조나 받아내고는 돌려보낼줄 알았는데 이 또 무슨 호박이냐.

뜻밖에도 큰 어른이 만나자고 한다면서 본거지안쪽으로 모셔들였던것이였다.

큰 어른이라면 진짜 김일성사령관이 직접 파견한 군사간부가 아닐가?

그래서인지 그때부터는 말씨도 공손해졌고 대접도 퍽 륭숭해졌다.

도중에 또하나의 귀틀집이 있었는데 아직 본거지안에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그 귀틀집에서 하루밤을 묵게 했다.

그는 그 귀틀집이 곳곳에서 찾아오는 지하조직의 련락원들이나 조직책임자들을 만나는 곳이라는걸 대뜸 알아차렸다.

치밀한 경계, 신속정확한 련락체계…

저으기 놀란것은 귀틀집안에 들어설 때였다.

방안이 깨끗한데다 방금전까지 살림을 하던 집처럼 온기가 있고 건조했을뿐아니라 방바닥의 나무재털이에는 담배꽁초들이 수북했던것이다.

이 집에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디선가 《일어섯… 다시, 엎드려 사격준비!》 하는 구령소리가 들려왔다.

사격련습을 하는 모양이였다.

도대체 몇명이나 될가? 무기는 어떤것일가? 사격련습까지 할수 있는 무기라면 그 많은 무기는 어디서 마련했는가?

호기심과 함께 흥분에 가까운 욕망이 왁작 끓기도 했다.

귀틀집앞으로는 키를 넘게 자란 풀숲사이로 어디론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것 같은 오솔길이 나있었다.

그 오솔길로 무엇인가 묵직한 나무상자 하나를 맞들고 두사람이 나타났다.

귀틀집앞으로 지나가면서 주고받는 그들의 말.

《오늘은 작탄 몇개나 만들었어요?》

《마흔개.》

《이젠 다 끝났겠구만요?》

《래일까지면 깨끗이 끝나… 그다음엔 단총을 만들어볼가 해.》

《단총이요?》

《하나 만들어보니 별게 아니더구만 뭐. 그까짓 왜놈새끼나 한놈씩 쏘아잡는거야!》

《야, 대단한데. 형님은 이제 나라가 해방되면 병기공장에 가야겠어요.》

《병기공장이면 병기공장… 하여튼 빨리 해방이 됐음 좋겠다.》

사부로는 정신이 버쩍 들었다.

하루에 작탄 40개!

그럼 이 산중에 정말 《병기공장》까지 차렸놨단 말인가?

듣는 말마다가 호기심을 끌었고 부닥치는 일마다가 놀랍기만 했다.

일이 이왕 이렇게 된바에는 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배심이 더 왁작 끓었다.

한순간을 위해 한생을 바친다더니 진짜 그 한순간이 차례지는 행운이 아닐가?

그는 오늘아침 이제 만나게 될 어른이 자기의 예측대로 김일성장군항일유격대에서 파견되여온 국내공작원이라는 말을 듣고 심장이 터지는것 같았다.

실은 어제밤에 만나기로 계획했었는데 먼길을 다녀온데다 급히 해야 할 일들이 있어 오늘로 미루었다는것이였다.

저도모르게 동쪽을 향하여 정중히 고개를 숙이였다.

《우메즈 사부로 대일본제국을 위한 마지막전투를 벌리겠습니다.》

무인지경의 산골짝 외통길에서 제 팔에 총상까지 입혀가며 기어코 《강동무》를 생포하려던 일이 눈앞에 선했다.

이번 길에 이제 만나게 될 그 공작원을 포승지워 끌고갈수는 없을가? 하고보면 이제는 이 산판작전을 인도한 모리무라 다다시와 요시가와 이사로가 고맙기도 하였다.

똑똑똑…

문기척소리가 났다.

조심스럽게 나들문이 열리면서 한 처녀가 얌전하게 들어섰다. 까만 치마에 흰 당목저고리를 입고 외태로 딴 머리에는 빨간 갑사댕기를 드렸다.

량손에는 군용밥통과 물주전자가 들려져있었다.

《저… 아침식사를…》

살풋이 숙였던 고개를 들며 사부로를 마주보던 처녀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사부로도 깜짝 놀랐다.

(한영옥?!)

사부로는 한순간에 대일본제국의 월계관을 쓰려던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감을 느끼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바로잡으며 처녀를 일별했다.

틀림없이 한인준의 동생 한영옥이였다.

(이년이 어떻게 여길?…)

번개가 일고 뢰성이 우는것 같았다. 아니, 벼락이 치면서 발밑이 갈라져 금시 그 어떤 미궁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을 칠것만 같았다.

처녀의 두눈에서도 적의가 번쩍이였다.

제 오빠를 따라 이미전에 저세상으로 간줄 알았던 사람이 이 밀림속에 나타났으니 어찌 놀랍기만 하겠는가.

사부로는 지금껏 꿈꾸었던 월계관은 고사하고 자기의 운명이 이미 낭떠러지끝에 섰다는것을 직감했다.

(이년을 죽여야 한다. 빨리 도망을 쳐야 해!)

번개처럼 떠오르는것은 그 한 생각뿐이였다.

하느님, 이 사부로를 도와주소소!

사부로는 날이 시퍼런 사냥칼을 뽑아들었다.

《살고싶거든 찍소리 말아!》

사부로는 날쌔게 나들문을 막아서며 처녀를 방안쪽으로 몰아넣었다.

얼굴이 백지장처럼 된 영옥이는 어쩔수없이 구석쪽으로 뒤걸음쳤다.

사부로는 한걸음한걸음 처녀앞으로 다가들었다.

그 순간이였다.

《꼼짝 말앗!》

나들문을 박차며 사람들이 뛰여들었다.

네댓명의 사람들과 시커먼 총구… 그들중에는 어제 망원초에서 보았던 연약한 처녀도 있었다.

사부로한테로 마주 돌아서는 영옥의 손에도 어느새 권총이 쥐여져있었다.

사부로는 진짜 벼락이 치고 땅이 꺼지는것 같았다.

그는 아직 영옥이가 광산마을에서의 자기 모습을 똑똑히 알아보게 하기 위하여 부러 그때의 옷차림을 하고 자기앞에 나타났다는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망원초의 녀대원 심혜영의 눈길이 처음부터 증오로 펄펄 끓고있었다는것은 더우기 알수가 없었다.

치째진 눈귀와 앞으로 내밀린 턱이 끝내는 일을 그르치고말았던것이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