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7 장

7

장철석은 낮때가 지나자부터 몹시 불안스러웠다. 밖으로 활 뛰쳐나가기라도 하고싶었다. 초조감까지 치밀어 좀처럼 앉아있지
도 못했다. 여기서 만나자고 이미 약속하지만 않았다면 이미 뛰쳐나갔을지 모른다.

약속한 날자가 옹근 하루가 지났는데도 《참나무》한테서 일체 소식이 없었던것이다.

드디여 놈들의 밀정이 비밀근거지안으로 들어간다는 긴급비상련락을 받은것은 사흘전이였다. 치밀하게 작전한, 광산전역에서 무장폭동준비를 다 안전하게 완성하기 위하여 걸음걸음 가슴을 조이며 펴나간 모험적인 유인전술이였다. 정말이지 그 작전을 어떻게 준비했던가! 그 작전에 공헌한 《참나무》의 헌신에 장철석은 탄복하군 했었다.

한데 왜 소식이 없을가? 그 유인전술자체가 화약작전처럼 또 놈들이 역리용한 함정은 아닐가? 놈들이 이번에도 우리의 작전을 눈치채고 오히려 제놈들의 모략에 리용한것은 아닐가? 그래서 놈들도 대담하게 저들의 밀정을 던지는 대가로 《참나무》를 체포한건 아닐가?

강계와 만포방향으로 보냈던 《소나무》한테서도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곳 형편도 심상치 않은가?

한인준이 희생되던 일과 함께 유격대정치공작원 강동지의 최후장면이 자꾸 눈앞에 밟히는것은 어인 일인가. 참으로 귀중한 사람들이 그처럼 바라던 조국해방의 성전을 눈앞에 두고 희생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들기도 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조국해방을 앞두고 귀중한 동지들이 희생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침식을 잃고 못내 가슴아파하군 하신다고 하던 김봉빈의 말이 생각나며 가슴이 뭉클했다.

이미 당한 상실의 아픔만도 참을수 없는데 이제 또 그런 아픔을 당한단 말인가? 아니, 그래선 안돼. 이제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일은 응당 내가 맞받아나가야 한다. 이 장철석이가?

그렇게 결심을 해서인지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강추위에 뼈속까지 얼어드는 밤 페염에 걸린 몸으로도 자기가 입었던 옷까지 다 벗어 덥혀주고 숨이 졌던 어머니의 얼굴이며 북주하양주공장에서 석탄삽을 방망이처럼 내저으며 이찌가와 마꼬도를 때려죽이자고 와와 밀려가던 일은 물론 부산시가의 캄캄한 밤 군용풍막속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뛰쳐나던 일들이 다 생각났다. 매일저녁 통나무를 한통씩 메여다놓고 도끼로 쩡쩡 빠개주군 하던 혜영이네 집 넓지 않은 마당이며 《거기서 잘못되면 나도 죽고말겠어요.》하고 눈물이 가랑가랑해서 쳐다보던 애정이 끓던 혜영의 얼굴도 떠올랐다.

사람이 운명의 마지막시기에도 반드시 한생을 총화하게 된다더니 나한테도 그런 때가 왔는가?

그까짓 죽는거야 뭐 두려울라구!

각오가 비상해지기도 했다.…

그토록 가슴태우며 기다리던 《참나무》는 저녁녘이 다되여서야 성큼 들어섰다.

장철석은 한순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이 사람이 정말 임일광이 옳은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의 인상이 너무 컴컴해보였기때문이였다. 아니, 어찌보면 그 어떤 실망으로 인한 번민이라도 안은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저도모르게 물었다.

《어떻게 됐소?… 잘못됐소?》

임일광은 버릇처럼 경관모부터 벗어던지며 빙그레 웃었다. 우정 늦장을 부리듯 제복의 웃옷단추를 둬개 벗기고나서 말했다.

《원 잘못되다니… 성공적이요, 완전한 성공!》

장철석은 귀안에서 웅―소리가 나는것 같았다.

《성공적이요.… 완전한 성공!》

그는 그제서야 자기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다나니 임일광의 낯색도 제나름으로 잘못 보았다는것을 깨달았다.

《정말이요? 그게 정말인가 말이요?》

묻는 뜻이 아니였다. 무작정 달려들어 언제인가 비밀지점에서 만났을 때처럼 임일광을 버쩍 들어안고 한바퀴 빙그르 돌았다.

임일광이 이번엔 어지럽다고 아우성을 치지 않았다. 그만큼 그도 기쁨이 컸던것이다.

격동이 가라앉자 임일광이 속타던 장철석을 위로하듯 늦어진 사연을 이야기했다.

《련락원과의 상면이 예정시간보다 늦어져서 2차상면시간을 기다려야 했소. 밀정놈을 심문중인데 우리한테 꼭 알려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았기때문이였다고 했소.… 제놈들의 밀정이 다 토설했다는걸 알면 총독부 도깨비들이 아마 복통이 터질거요.》

《…그러니 그놈이 〈모모―2〉면 어떻고 〈사꾸라―2〉면 어떻소. 완전히 우리 그물안에서 놀아나는데…》

임일광은 근거지에서 알아낸 새 자료들을 침착하게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장철석은 얼굴빛이 점점 더 적동색으로 변해갔다.

《알겠소. 천하에 어리석고 비렬한 놈들… 그것들이 어디 인두겁이나마 쓴자들이요!》

철석은 임일광의 손을 힘있게 잡아 흔들었다.

때마침 《소나무》도 돌아왔다.

이미 알고있던 소식외 별다른것은 없었다.

다른 정황이 없다는것만으로도 안도의 숨이 나갔다.

그들은 오래간만에 간단히 저녁식사까지 하고 헤여졌다.

어쩐지 인차 헤여지고싶지 않았지만 임일광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던것이다.

《서장〈나리〉의 눈이 초불이 됐을거요. 그 〈나리〉와도 약속한 시간이 있으니까.》

그는 부러 제식동작을 깍듯이 해보이며 돌아섰다.

그가 문앞에까지 이르자 장철석이 부지중 뜨겁게 불렀다.

《임동무!》

그는 급히 걸어가 다시 그의 두손을 모아잡았다.

《임동무, 내 또 한번 부탁하는데 정말 주의하오. 정말!》

목소리가 메인듯싶었다.

임일광의 두눈에서도 뜨거운것이 끓었다.

《소나무》도 뒤따라 다가와 당부했다.

《철석동무의 부탁이자 우리모두의 부탁이요!》

임일광은 서글서글하게 롱처럼 말했다.

《고맙소, 한데 이거 오늘은 왜들 이러오? 임일광이 뭐 체포령이라도 받은것처럼.》

그는 제사 진중해져서 걱정했다.

《난 오히려 철석동무가 안심칠 않소. 그 성미가 말이요.》

장철석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알겠소. 나도 명심하겠소.》

임일광은 또한번 경관식으로 인사를 하고나서 돌아섰다. 그가 씨원씨원하게 어둠속으로 사라졌지만 장철석은 한동안이나 선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모모―2〉란 말이지!》

《모모―1》, 우메즈 사부로놈이 체포됐다는걸 알면 이놈들이 이제 어떻게 나올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찬바람이 인듯이 주위사방이 서늘해지는감을 느끼였다.

이어 《이깔나무》가 나타났다.

얼굴이 땀에 푹 젖었지만 무척 환희로운 표정이였다.

장철석과 마주앉기 바쁘게 그는 신이 나서 말했다.

《이젠 모두 제법이요. 총신에 소제대를 넣고 다섯걸음밖의 목표를 쏴보게 했는데 모두 정통만 맞혔소.》

장철석은 얼마전부터 조국광복회 회원들중에서 젊고 날파람있는 청년들을 비롯하여 청장년 20여명을 엄선하여 마을에서 십리나마 쑥 들어가있는 깊은 산판에 사격련습장을 정하고 본격적인 사격훈련을 조직했다. 그 책임을 《이깔나무》에게 지웠던것이다.

장철석이 의아해서 물었다.

《총신에 소제대를 넣었다는건 뭐요?》

《이깔나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거 뭐 총소리는 낼수 없구… 빈 방아쇠만 자꾸 당겨서야 맞는지 안맞는지 알수가 있습니까? 돌쪼각이나 나무꼬챙이는 넣어볼수 없구. 가만 생각해보니 소제대가 떠오르더구만요. 한번 쏴보니 제격입니다.》

《정신있소? 그러다 격침을 부러뜨리면 어쩌자구. 겨우 두정밖에 없는 총인데.》

그 무기들은 사격훈련을 위해서 근거지에서 김봉빈이 직접 내려보내준것이였다.

《이깔나무》는 이미 각오하고있었던듯 두손을 홰홰 내저었다.

《아아 됐수다 됐어요.… 다시는 절대 안그럴테니 걱정마슈. 그게 어떤 총이라는걸 우리라구 모르우.》

그는 제편에서 무릎을 철썩 치고나서 더 흥분해서 말했다.

《그리구말입니다. 부탁했던 총과 작탄이 왔수다. 보총이 세자루하구 작탄이 한상자…모두 만세를 불렀수다. 이젠 진짜 실전과 같이 훈련을 하게 됐습니다.》

장철석은 가슴이 터지게 큰숨을 들이쉬였다.

정말이지 이젠 됐다. 보병총 5정에 작탄 한상자!

《이깔나무》는 옷자락을 헤치고 허리춤에 둘러띠였던 묵직한 천주머니를 풀어냈다.

《총알이우다. 이 총알들을 반드시 철석동무가 보관했다가 일이 터지기 바루 직전에 나눠주라는거요.》

노르끼레하고 끝이 예민한 총알들이 손에서 손으로 오갔다.

무슨 말을 더 하랴.

장철석은 문득 나들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자기는 오히려 장철석이 걱정된다며 인상깊은 웃음을 남기고 사라진 임일광이 생각나서였다.

이젠 그저 그가 잘해줘야겠는데. 다섯정의 보총과 한상자의 작탄이면 물론 우선 경찰서를 장악하는데는 자신이 있었다. 보다 더 좋기는 임일광이 어떻게든 경찰서 무기고를 손에 넣는것이다. 그 무기들만 손에 넣으면 정말 무서울게 없겠는데!

그한테 진짜 다른 일이 없을가?

장철석의 심정을 알아차린듯 《이깔나무》가 그의 손을 힘있게 당겨쥐며 뜻있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장철석은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누를수가 없었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