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7 장

9

반만년 유구한 력사에서 40년이라고 하면 그리 길다고는 할수 없다. 하지만 사람의 한생을 60년전후라고 할 때 그 40년을 념두에 두어보라.

드디여 40여년동안 이 땅의 하늘을 덮고 민족자체를 질식시키려 했던 비운이 깨여져나가는 날이 왔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조국해방총진격의 포성을 울리셨던것이다.

8월 6일과 9일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의 상공에서 쏟아부은 원자탄공격과 쏘련의 대일선전포고로 가뜩이나 반정신이 나갔던 도꾜에서는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할것이며 따라서 조선반도에서의 모든 대책은 아베총독에게 맡긴다는 극비전보를 서울에 날렸다.

당황할대로 당황한 아베총독은 정무총감이하 수하 각료들의 등을 떠밀어 며칠전까지만도 당장 잡아들이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던 려운형을 비롯하여 조선독립운동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렇듯 하늘 무서운줄 모르게 기세등등했던 총독부의 모든 권한을 그대로 다 넘기겠으니 일본사람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들의 생명재산만 보호해달라고 애걸하였다.

깜찍하기 이를데없는 그놈들은 한쪽으로는 그렇게 살구멍을 찾아 오그랑수를 쓰면서 경무국특별지령실을 비롯하여 비밀전화, 전신, 기밀문서들을 통해서는 도시, 농촌 할것없이 짓뭉개버리라는 명령을 비롯하여 각종 지시들을 연방 내려보냈다.

미치광이의 미친짓에는 론리가 없는 법이다.

가뜩이나 미친놈들이 얼혼까지 빠졌으니 무슨짓인들 못하랴.

이미 기울어진 운명을 너무도 빤히 내다보고있던 총독부 경무국의 모리무라 다다시의 경우도 다를바 없었다. 일본의 패망을 철저히 일시적인 패전이라고 믿는 이자는 어리석게도 북부조선경내의 첩보망들에 대한 재수습과 재정비에 눈에 피가 져서 돌아쳤다. 특히 《두더지작전》의 적극적이행으로 보다 깊숙이 잠입시킨 《모모―2》의 활동과 함께 제손으로 직접 무전문을 작성하여 대밀림속에 들여보낸 《모모―1》의 소식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있었다. 아마도 자기의 분신이라고도 할만큼 품을 들이고 신임을 아끼지 않던 《모모―1》, 우메즈 사부로가 자기에 대한 배신은 물론 요시가와 이사로에 대한 질투와 반감까지 합쳐 나만 죽겠냐 너희들도 다 망하라는 정신착란자의 단말마적발악으로 이미 모든 작전의 비밀을 물쏟아붓듯이 다 쏟아버렸다는것을 알았다면 제사 복통이 터져 쓰러져버렸을런지 모른다.

허나 소식을 기다리기에도 며칠뿐.

한시간이 멀다하게 벼락치듯 날아드는 일본본영의 숨이 떡떡 막히는 새 지령들로 온통 정신이 빠진 총독부의 미친 바람속에 어쩔수없이 말려든 다다시 역시 언제 하루가 저물고 밤이 새는지 몰랐다.

총독부 울타리안에서는 그렇듯 패망직전의 광풍이 숨통들을 조였지만 서울장안은 물론 그 린근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서울장안이 그랬으니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상풍광산은 더 말할바 없었다.

또 한밤 무더위와 불안에 허덕이던 밤이 지나고 예나 다름없이 조용히 밝아온 8월 15일 아침이였다.

청장년들의 사격훈련을 더 신바람나서 조직진행하는 한편 밤마다 자진하여 광주놈의 집주변에 바싹 접근하여 놈들의 동태를 살피군 하던 《이깔나무》가 장철석에게로 달려왔다.

《일이 터지는것 같습니다. 수비대놈들이 완전전투태세를 갖추고 어디론가 급히 출발했습니다. 병영에는 한개 분대만 남겼습니다. 경찰서놈들도 같이 출동했습니다.》

이미 조선주둔군이 관동군작전관하로 들어간데다 동북조선의 위태로움을 느낀 놈들은 광산마을의 수비대와 경찰까지도 한개 분대력량정도만 남겨놓고 어디론가 끌려간 모양이였다.

《이깔나무》가 더 급해하며 알려주었다.

《광주놈, 로무과장… 도망칠 차비에 정신이 뒤집혔습니다. 갱들과 선광장을 폭파시키려는것 같습니다.》

《뭐요?》

장철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폭파?》

놈들이 무슨 미친짓을 벌릴지 모른다고 하던 봉빈공작원의 말이 생각났다.

미친짓을 막기 위해서도 빨리 놈들의 통치기관부터 타고앉아야 했다. 그러자면 경찰서와 수비대―총쥔 놈들부터 제압하는것이 급선무였다.

시간이 없다. 놈들이 한개 분대력량만 남겼다니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사생결단!

한인준에게서 넘겨받은 권총에 손이 갔다.

우선 봉빈공작원에게 련락을 해야 한다. 지하조직을 총발동해야 한다. 이미 준비했던대로 무장을 갖춘 핵심조직성원들이 들고일어나면서 광부들과 주민들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는 곧 임일광을 호출했다.

《임동무, 빨리 무기고부터 타고앉아야겠소.》

《그건 념려마오. 무기고열쇠는 내 손에 있소.》

《잘했소. 빨리 경찰서로… 봉빈동지와의 련락임무는 〈소나무〉에게 맡깁시다.》

《알겠소. 부디 조심하오. 철석동무가 자주 말하지 않았소. 큰강 건너 여울목에서 넘어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이요.》

임일광은 뜻많은 웃음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분명 임일광에게 생명을 내대야 하는 중대임무까지 주어 보냈지만 장철석은 도대체 현실로 믿어지질 않았다. 꿈을 꾸는건 아닌가싶었다. 그도그럴것이 놈들과의 생사결전이 이렇게 빨리 닥뜨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그는 한동안이 지나서야 거리로 뛰쳐나갔다.

가슴이 너무 활랑거려 숨도 제대로 쉴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이미 대기시켜놓은 지하조직성원들을 찾아갔다. 격동으로 하여 떨리는 손으로 매양 품에 안고있다싶이 했던 총알들을 나누어주었다. 총알을 받아 능란하게 장탄을 하는 청년들을 믿음에 찬 눈길로 지켜보았다.

작탄도 나누어주었다. 총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하나씩 더 주어 허리춤에 돌려차게 하였다.

총과 함께 작탄까지 갖춘 청년들은 너무 흥분하여 말도 못했다. 당장 총독부라도 들이칠 기세들이였다.

장철석도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새삼스레 사람이 너무 흥분하면 몸이 떨리고 말이 굳어진다는것을 느꼈다.

침착하라. 진짜 문턱앞에 섰다.

그는 먼저 지하조직책임자들을 불러 적통치기관들인 면사무소와 광산사무실, 체신소들을 분담했다. 이미 사격련습을 충분히 한 청장년 20여명도 대상에 따라 나누어주어 선봉대를 조직하게 했다.

경찰서는 장철석자신이 직접 맡았다.

대상분담과 력량편성이 끝나자 각자 어떻게 어떻게 하라는 지시를 더 구체적으로 주었다.

단호하면서도 명백하게 행동방향과 주의점들을 강조하고나서 철석은 제먼저 권총을 뽑아들었다.

《경찰서를 맡은 조는 날따라 앞으로!》

청년들은 일격에 거리로 달려나갔다. 각자 자기들이 맡은 대상을 향해 장철석을 앞질러나갔다.

《일본은 망했다!》

《일제를 타도하자!》

《일본놈들은 손을 들라!》

제마끔 웨쳤다.

장철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깔나무》의 보고대로 경찰서의 대부분 놈들은 수비대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경찰서에는 몇놈 남아있지 않았다.

《참나무》가 사전에 어떻게 해놓았는지 경찰서장이하 몇명 되지도 않던 그놈들은 크게 반항하지 않고 인차 손을 들었다.

허리춤에다 작탄을 차고 보병총을 틀어쥔 청년들을 보자 놈들은 가뜩이나 공포에 질렸던 눈이 휘딱 뒤집혀지기라도 하는것 같았다. 특히 유격대대장처럼 권총을 내들고 뛰여드는 장철석앞에 입들이 쩍 벌어졌다.

임일광이 무기고철문을 열어제꼈다. 그것을 본 경찰놈들은 더더욱 사색이 되였다.

무기고에 뛰여들어가 총을 하나씩 든 청년들은 말그대로 하늘을 찌를 기세들이였다.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떨듯 하는 놈들의 넋을 아주 뽑아버리고말려는듯 누구인가 총소리를 꽝 냈다. 쌓이고쌓였던 분노의 폭발이였다.

두손들고 부들부들 떨던 경관 한놈이 그 총알에 맞기라도 한듯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개자식, 우리가 이따위 겁쟁이들한테 이때껏 눌리워 지냈나? 일어섯!》

방금 총소리를 낸 청년이 자빠진 놈의 엉뎅이를 걷어찼다.

와― 웃음이 터졌다. 통쾌한 웃음이였다.

예상외로 손쉽게 경찰서를 제압하고 무기까지 탈취한 청년들은 기세충천하여 수비대병영으로 돌입했다.

사태를 알아차린 시민들이 도끼와 삽, 곡괭이 등 닥치는대로 들고 청년들을 뒤따랐다.

그 수가 급격적으로 늘어나 길을 메웠다.

면사무소와 광산사무실로 갔던 조에서도 필요한 인원만 남겨놓고 장철석이네 조를 지원하려 달려왔다.

정규군이여서인지 수비대놈들은 경찰서놈들과는 달랐다. 한개 분대력량이지만 정문앞에 경기관총까지 걸어놓고 완전전투태세로 사격명령만 기다리고있었다.

류혈참극의 직전이였다.

물밀듯이 밀려가던 시민들은 일시 병영앞길에 멎어섰다. 폭양의 계절인 8월 한낮이였지만 주위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고 팽팽해졌다.

장철석이 먼저 권총을 내들고 군중앞에 나섰다. 장총과 작탄을 든 청년들이 일제히 그의 량옆으로 진을 치듯 따라나섰다.

길목을 꽉 메운 군중들의 뒤에서 또 함성이 터져올랐다. 소식을 들은 광산주민들이 남편과 아들, 아버지들을 지원하여 끝없이 밀려오고있었던것이다.

장철석은 성큼 앞으로 나섰다. 무슨 힘엔가 떠박질리웠던것이다.

움씰거리던 군중이 왁 밀고나왔다. 장철석으로서도 어쩔수 없는 힘의 전진이였다.

장철석은 한걸음 또 한걸음 정문으로 다가섰다. 산악같은 힘을 등뒤로 느낀 그는 발이 땅에 닿는것이 아니라 온몸이 둥둥 떠밀리워나가는것 같았다.

《항복하라!》

그는 저도모르게 목이 터지게 웨쳤다.

《항복만이 살길이다!》

귀가 멍― 해졌다. 얼마후에야 그는 산악처럼 밀고나오는 군중이 한목소리로 자기의 말을 따라 웨쳤다는것을 알았다.

《항복하라!》

《손을 들면 살려준다!》

사태는 호전되였다. 경기관총수가 먼저 두손을 쳐들며 일어났던것이다. 뒤따라 한놈 또 한놈 보병총을 내던지며 손들을 들어올렸다.

또다시 골안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터졌다.

《만세!》

《우리가 이겼다!》

《만세!》

《조선해방 만세!》

서로 붙안고 울고 웃고… 그러다가는 또 서로 어깨를 치고 얼굴을 맞비비고…

아, 하늘땅이 뒤바뀐다는 말은 이런 때를 일러 생겨난 말인가?

40여년의 이 나라 억압과 압박의 력사!

드디여 그 천대와 멸시, 암흑의 력사가 끝장나고 창창한 내 나라의 하늘이 맑게 열리는가?!

만세!

만세!!

만세의 함성은 점점 더 광산마을을 진감하며 련련히 뻗은 산발과 절벽들에 메아리쳤다.

장철석은 목이 터져라 웨치는 그 만세의 함성속에 멀리 산발너머 비밀근거지쪽을 바라보았다.

(봉빈동지, 우리가 이겼습니다. 수비대놈들도 손을 들었습니다!)

두볼을 적시며 뜨거운것이 흘러내렸다.

(봉빈동지, 듣습니까? 저 만세소리, 저 웨침소리!!)

혜영의 얼굴이 보이고 한영옥의 얼굴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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