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7 장

10

해방의 열광, 승리의 열광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너무 일렀다.

놈들의 발악은 결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던것이다.

한 녀인이 수비대병영쪽에서 달려오며 사색이 되여 소리쳤다.

《수비대놈들이 와요. 철수해갔던 수비대 한개 중대와 경찰놈들이 자동차를 타고 와요. 박격포까지 싣고 온대요!》

장철석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비로소 병영에 남아있던 수비대놈들이 그렇듯 쉽게 손을 든것은 진짜 항복을 한것이 아니라 어느 사이 제놈들의 중대와 련락을 취하고 시간을 얻기 위해서 한 속임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물러설 길은 없었다.

장철석은 서둘러 수비대병영뒤쪽의 산등성이로 뛰여올랐다.

압록강대안쪽으로 뻗었다는 큰길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산마루였다.

8월의 폭양아래 먼지를 뽀얗게 날리며 3대의 자동차가 광산쪽으로 달려오고있었다.

(다 죽겠구나!)

철석은 터져라 입술을 짓물었다.

그는 급히 무장인원들을 집합시켰다.

《동무들,… 우리가… 우리 조직은…》

말이 자꾸 막히였다. 가슴속에서 고패치는 말은 많은데 서둘러야 할 시간이 너무도 긴박했던것이다. 철석은 가쁜숨을 두세번 들이긋고나서 한걸음 썩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여기서 물러앉으면 항일유격대의 조국진군의 길이 늦어집니다. 우리의 뒤에는 김일성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조직된 비밀근거지의 무장대가 있습니다. 힘을 냅시다. 우리가… 우리가 먼저 놈들을 맞받아나가 싸웁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적은 인원으로 중무장을 한 정규군과 맞서려면 수비대병영에서 얼마쯤 내려가다가 대문처럼 이마빡을 맞대다싶이 하고있는 량쪽 산코숭이이상 없었다.

문제는 빨리 그곳을 먼저 차지하는것이였다.

《동무들!》

장철석은 더이상 말을 못한채 산코숭이를 향해 달리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벌떼처럼 달려드는 수비대와 경찰놈들, 불을 토하는 총구, 아우성치며 쓰러지는 광부들, 땅이 꺼지는듯한 굉음 등이 머리속에 엇갈릴뿐이였다.

빨리 가자. 빨리 가서 산코숭이를 차지해야 한다.

기를 쓰고 달리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를 써도 악을 먹고 달려오는 자동차를 당해내랴.

산코숭이앞에 미처 닿기 전에 먼저 적들의 자동차가 들이닥쳤다.

철석이네를 발견한 선두차에서 기관총을 냅다 쏘았다. 총탄이 우박처럼 날아왔다.

장철석은 얼결에 길옆의 홈채기에 뛰여들었다. 뒤쪽에서 가슴을 찢는 비명이 터졌다.

장철석은 주먹으로 땅을 쳤다.

그는 마주오는 자동차를 향해 작탄 한개를 힘껏 내던졌다.

땅이 꺼질듯한 폭음과 함께 폭연이 눈앞을 덮었다.

장철석을 따라 달려오던 청년들도 제마끔 길섶에 엎드리며 작탄을 내던졌다. 아직 실전이 처음인지라 그저 장철석이 하는대로 무작정 내던졌다. 너무 덤벼치다나니 태반의 작탄이 선두차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그앞에서 터졌다. 그것을 알아차린 놈들의 자동차들은 급히 뒤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작탄을 아끼라!》

장철석이 피타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더 던지려고 해도 던질 작탄이 없었던것이다.

눈앞을 가리웠던 폭연이 가셔지기 시작하자 놈들은 기다렸던듯 다시 부르릉부르릉 자동차발동소리를 울리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다시금 기관총탄이 줄비처럼 쏟아졌다. 자동차우에서 쏘아대는 총탄도 그만 못지 않았다.

작탄이 떨어진 청년들은 피가 터지게 입술을 깨물며 땅땅 맞총질을 해댔다.

장철석은 또 주먹으로 땅을 치며 웨쳤다.

《총알을 아끼라!》

그 웨침을 사격중지구령으로 들었는지 일시에 총소리가 멎었다. 놈들의 사격만이 더 기승스러워졌다.

장철석은 머리를 싸쥐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봉빈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인준과 혜영의 얼굴도 보였다. 절망의 순간 그들의 얼굴이 떠오른것은 어인 일인가!

정신이 버쩍 들었다.

(아니, 내가 이래선 안돼. 맥을 놓아선 안돼!)

수십명 무장청년들과 시민들이 오로지 이 장철석만을 지켜보고있다는 생각이 자리를 차고 일어서기라도 할듯한 충격을 일으켰다. 우선 저놈의 자동차부터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개쳤다.

장철석은 침착하게 권총을 쳐들었다.

선두차의 시창안으로 흉물스러운 운전사놈의 상통이 광주리만큼이나 크게 확대되면서 총구앞에 마주쳤다.

철석은 어떻게 방아쇠를 당겼는지 몰랐다.

운전칸 유리창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선두차가 곤두박질하듯 멎어섰다.

중기관총이 더 무섭게 불을 토했다. 바빠맞은 놈들도 사생결단의 사격을 했다.

장철석이 은페한 홈채기앞의 연자방아돌만한 바위굽에서 돌가루가 뽀얗게 날리면서 숨을 쉴수 없게 매캐한 연기가 솟구쳤다.

《개놈들!》

장철석은 끝내 자리를 차며 일어났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선두차우에서 화광이 번쩍하며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은 폭음이 일었다.

뒤따라 연거퍼 울리는 폭음! 폭음!!…

놈들의 사격이 한순간 즘즛해졌다.

그 순간을 노렸던듯 골안을 쩡쩡 울리는 웨침소리.

《철석동무, 산으로 오르라.》

장철석은 두눈을 꽉 감았다.

사태를 예견하고 사전에 광산마을로 긴급출동했던 근거지무장대가 도중에서 마침 장철석이 파견한 련락원과 만났던것이다.

진짜 꿈인가?

또다시 울리는 낯익은 목소리.

《철석동무, 뭘하오? 빨리!》

틀림없는 봉빈공작원의 목소리였다.

철석은 그제서야 청년들쪽으로 돌아섰다.

《동무들, 우리 동지들이 왔소. 우리 무장대요!》

철석은 저를 부르는쪽으로 올리뛰였다.

한 청년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집채같은 바위밑이였다.

철석은 숨을 톺을새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웃쪽에서 계속 달려내려오는 무장대원들!

달려오는 차제로 제나름의 지형지물을 리용하며 총을 쏘고 작탄을 던졌다.

수비대놈들도 그저 죽자고는 하지 않았다.

앞뒤 자동차들의 바퀴가 주저앉은 놈들은 기를 쓰고 산기슭에 달라붙었다.

누구인가 날아들면서 철석을 콱 덮쳐안았다.

귀전에서 휘파람같은 소리가 나더니 등뒤의 바위모서리가 부서져나갔다.

장철석은 그것이 어디선가 자기를 겨냥하여 날아온 총알이란것을 알지 못했다.

《조심해요. 큰일날번 했네.》

장철석은 그때에야 자기를 덮쳐안았던 사람이 처녀라는것을 알아보았다.

혜영이였다.

하지만 철석은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혜영이 역시 같았다.

혜영이는 얼른 자기의 허리춤에 찼던 작탄 한개를 내주었다. 인사였다.

《고맙소.》

철석은 산밑에 바싹붙어 기여오르는 놈들을 향해 작탄을 힘껏 던졌다.

쾅!

폭음, 폭연,

철석은 또 손을 내밀었다.

혜영은 즉시 작탄을 쥐여주었다.

장철석은 얼마후에야 그 작탄이 바로 자기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산으로 보낸 그 화약과 도화선으로 만든 무기라는것을 생각했다.

골안은 점점 더 폭음과 폭연속에 불바다로 번져졌다.

쾅! 쾅! 꽈르릉 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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