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마감이야기

울먹이는 소리로 일본천황 히로히또가 제 육성으로 항복을 알리는 방송을 했다는 소식이 광산마을에 알려진것은 점심때가 퍽 지나서였다.

남녀로소는 물론 몇년째 자리에 누워있던 병약한 녀인도 저고리고름마저 못맨채 맨발로 뛰여나와 만세를 불렀다. 두볼로 눈물이 좔좔 흘러내렸다.

어느 집에선가는 뜨락에 뛰쳐나와 목이 터지게 만세를 부르던 백발로인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만 졸도를 하여 한동안 소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산도 들도 숲도 일거에 솟구쳐 일어나는것 같았다.

식당과 사진관들에서의 기쁨 또한 류달랐다.

모두 무료봉사라는것이였다.

사진사들은 네거리복판에 사진기를 메고나와 손을 저었다. 해방만세의 그 모습을 천년만년 자자손손 전하라는것이였다.

식당들에서는 주방칸의 그릇가시던 녀인들까지 뛰쳐나와 무료봉사를 하겠으니 어서 오시라고 손님들을 불러들였다.

내포국집도 같았다. 주인량주가 광산마을해방전투에 참가한 무장대원들과 지하조직성원들에게 특별봉사를 하겠으니 부디 사양말아달라는 청원을 해왔던것이다.

김봉빈은 쾌히 접수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식당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마당안에 전체 무장대원들과 광산반일조직성원들을 모이게 했다.

식당마당이 무장대원들과 광산반일조직성원들로 꽉 들어찰무렵 박준보와 리순철을 비롯한 농산조성원들이 나타났다. 기별을 늦게 받고 떠나서 숨차게 달려왔지만 광산지구해방전투에 참가하지 못해 무척도 손맥이 풀려하는 기색들이였다.

리순철이 특히 더 볼이 부은 인상이였다.

《이런 법이 어디 있소. 미리 좀 알려줄게지.》

그는 성까지 왈칵 냈다.

김봉빈이 그러는 순철이와 박준보, 농산조성원들을 의미있게 지켜보다가 뜻있는 표정으로 장철석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자, 이젠 정식으로 소개들을 할 때가 되지 않았소?》

《해야지요.》

장철석의 대답은 바위돌처럼 무거웠다.

비분과 격정, 분노에 떠는듯싶었다.

봉빈의 눈에서도 푸른 섬광이 번쩍했다. 그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전에없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농산조책임자를 찾았다.

《박준보동무.》

《옛!》

대답소리와 함께 박준보와 또 두명의 대원―농산조대원들이 옆에 서있던 한사람을 붙잡아 단호히 봉빈의 앞으로 끌어냈다.

리순철이였다.

모두 아연했다.

순철이 어떻게 했는지 그를 붙잡고있던 두사람이 단번에 뿌리쳐졌다. 세련되고 숙달된 솜씨였다.

박준보가 다시 날쌔게 순철에게 다가들어 억센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였다.

《이건 뭐예요? 왜 그래요?》

순철이 다시금 세사람한테 붙잡힌채 봉빈에게 항거했다. 이어 장철석에게로 얼굴을 돌렸는데 억울하여 울음이라도 터뜨릴 표정이였다.

장철석의 두눈에서는 그냥 증오가 펄펄 끓고있었다.

그의 입에서 벼락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요시가와 이사로. 〈모모―2〉!》

순철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형님!》

《닥쳐!》

장철석의 추상같은 목소리에 이어 봉빈의 칼날같은 목소리가 뒤따랐다.

《요시가와 이사로, 모리무라 다다시가 누구지? 우메즈 사부로, 요꼬다 메구미는?》

요시가와 이사로는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다시 벌떡 일어나며 악을 썼다.

《몰라요. 난 그런 사람 몰라.》

《추태를 부리지 말아, 교활한 놈!》

장철석이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물론 난 부산에서부터 네놈한테 감쪽같이 속히웠댔다. 풍막앞에 네놈의 상관들이 나타나 전지불로 〈탈출〉신호를 했다는것도… 〈담뽀뽀〉인 요꼬다 메구미와 부부로 가장하고 이 랑림산일대에 침투하기 위해 그렇게도 교활한 수를 썼을줄은 몰랐댔다.》

장철석은 증오가 펄펄 끓는 눈길을 요시가와 이사로에게 박으며 불소나기처럼 내쏘았다.

…강동지의 체포작전에서 여지없이 실패한 모리무라 다다시는 난생처음이다싶이 충실한 첩자 《모모―1》―우메즈 사부로를 저능아, 밥통으로까지 몰아붙이며 온갖 모욕을 다 들씌웠다. 당장 상풍광산에서 손을 떼라고 욱박지르긴 하면서도 비게덩어리와 같은 광산지구작전을 어떻게 할것인가 앙앙불락의 날을 보내고있었다. 그럴 때 뜻밖에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 생겼다. 늙마같은 이찌가와 노리아끼가 그와 마주앉은 어느 한 연회탁에서 구창광산의 《형제계》와 《친목회》패들을 충돌시켜 그 조직성원들을 말짱 알아낸 후 하루아침에 징병, 징용으로 모두 뽑아보냈노라고 자랑을 했던것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무슨 객담이냐는듯 묵묵부답으로 듣는척 했지만 모리무라 다다시는 《형제계》의 책임자 장철석이란 인물에 각별히 관심을 두었다. 즉시 서울시내에서 빈둥거리던 요꼬다 메구미와 부부로 가장시켜 중부산악지대인 황해도 린산일대에 박아넣었던 첩자 요시가와 이사로를 호출했다. 자연스럽게 징용으로 끌려가는 청장년들속에 섞이여 장철석이란 인물을 손에 넣은 후 무슨 수를 써서든 그와 함께 상풍광산에 깊숙이 들여박히라는 특별임무를 주었다. 정말이지 다다시가 자기 정탐사의 한페지를 충분히 장식할만큼 품을 들인 잠복작전이였다.…

장철석의 목소리는 더욱 서리발같았다.

《이놈아, 이 모든 사실을 누가 토설했는지 알아? 네놈보다 먼저 우리 광산조직에 발붙였던 〈모모―1〉인 우메즈 사부로야. 더러운 목숨을 건져보겠다고 다 토설을 했다. 하긴 네놈들에 대한 질투심에서라고도 했다. 더러운 놈들… 또 한가지 알려줄가? 네놈이 언제 우리한테 정체를 드러냈는지 알고싶지 않아?》

장철석은 갑자기 역스러운것이 치밀어 봉빈이를 쳐다보았다.

김봉빈은 진정하고 어서 계속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철석은 주먹을 떨며 계속했다.

《우리의 귀중한 동지인 한인준동지가 희생된 때부터였다. 죽일놈 같으니!》

장철석은 너무도 억이 막혀 모여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숨죽이고 불이 펄펄 이는 눈길로 《순철》을 쏘아보았다.

장철석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놈아, 네놈의 실수는 그날밤 나한테 통닭을 삶아준거야. 날 이불속에 밀어넣고 마취약을 뿌린걸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네놈이 밤중에 통닭을 구하러 가는척 하면서 수비대에 들렸다는걸 우리 동지들이 알아냈다. 조국광복회특수회원들이… 네놈은 한인준동지의 신임을 얻으려고 그런 요술을 부렸지? 네 졸개놈의 실수로 한인준동지가 희생됨으로써 그 모략도 실패했구, 그래 우리가 그걸 다 모르고있는줄 알았어?》

사람들속에서 차창일이 앞으로 불쑥 나섰다. 손에 들고있던 변장용인공수염 하나를 이사로앞으로 내던졌다.

《이놈아, 이따위걸로 변장을 하고다니면 사람들이 네놈을 차창일로 볼줄 알았어? 네놈이 떠난 후 네놈이 살던 집에서 기어코 찾아낸거다. 더러운 놈.》

모여섰던 사람들은 그때에야 차창일이 화약마차습격사건이 있은후 술에 《취》해서 늘 《순철》이한테 붙어돌아간거며 영옥이와 《파혼》을 선언했던 일들이 다 그놈을 감시하고 뒤를 캐기 위한 의도적인 계획이였을뿐아니라 한영옥이를 비밀근거지로 들여보내기 위한 광산조직의 치밀한 작전이였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차창일은 언제 술주정군이 돼서 우둘쩍거렸던가싶게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론리정연하게 이어나갔다.

《이놈아, 네놈들의 〈두더지작전〉내막을 한번 이야기해볼가? 우리의 비밀근거지로 뚫고 들어가기 위한 어리석은 작전… 네놈들은 그 작전을 위해 같은 밀정인 요꼬다 메구미―〈담뽀뽀〉까지 무참하게 죽이는 모략을 꾸몄지? 철수하는 경찰놈들한테 륜간을 당하구 자살을 한것처럼 꾸며서 말이야. 그러군 우리의 동정을 얻어서 근거지로 들어가려구. 물론 이 내용도 다 우메즈 사부로가 토설을 한거야.》

차창일은 말하기조차 역겨운듯 침을 내뱉았다.

장철석이 기침을 몇번 하고나서 다시 사람들앞에 나섰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 왜놈족속들이 얼마나 교활하고 악착스럽고 야수적인가를 좀더 들어보시오. 〈모모―1〉의 토설에 의하면 우리 조직이 좀처럼 제놈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놈은 한인준동지의 안해를 험한 벼랑으로 유인하여 죽였습니다. 박상이로 가장했던 그 사부로놈이 말이요. 그렇게 되면 한인준동지한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것이라고 타산했단 말입니다.》

울음이 터졌다.

한영옥이였다.

혜영이가 그를 품에 안으며 같이 눈물을 머금었다.

주위가 소란해졌다.

뒤쪽에서 조용하라는 목소리가 터졌다.

장철석이 이사로앞으로 돌아섰다.

이제는 그의 입에서 분노와 증오만이 아닌 야유와 조소의 말이 튀여나왔다.

《이놈아, 수년간 네놈들의 본토와 중국동북 특수기관에까지 뛰여다니며 첩보활동을 배웠다는 놈이 판단력이 그게 다냐? 우리 련락원동무가 네놈을 속이기 위해 하루면 갈 길을 사흘동안이나 험한 산판으로 실컷 끌고다닌것 또 이곳 광산지구 지하조직의 활동과 투쟁을 위해서 조국해방의 결정적시기를 앞두고 네놈을 산속의 농산조에 끌어다 옴짝 못하게 비끌어매놓았던것… 물론 모험적인 작전이긴 했지만.》

장철석은 화약마차습격사건이 있은 후 놈들이 부러 《순철》이를 《체포》하여 고문을 하는척 하면서 그를 더 믿음직하게 위장시키려 했던 사실까지 낱낱이 폭로하고나서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지하조직에서 놈들의 《두더지작전》을 역리용하여 무장폭동준비를 아주 안전하게 본격적으로 다그친 투쟁내용을 더 세세히 알려주었다.

…요시가와 이사로가 결정적으로 비밀근거지로 들어가기 위해 요꼬다 메구미까지 사살했다는것을 알게 된 장철석은 이 사실을 즉시 봉빈공작원에게 통보하고 근거지와 멀리 떨어진 농산조에 끌어들여다 옴짝못하게 수족을 얽어맬 대책을 세웠었다. 물론 이 작전 역시 차창일이 주동적으로 맡아나서도록 구체적인 과업을 주었다. 말그대로 무장폭동의 최후작전을 안전하게 준비해나갈 작전이였다.

요시가와 이사로를 근거지로 유인하는 날 광산조직에서는 또한 뜻밖의 횡재를 했었다. 차창일이 요꼬다 메구미의 묘앞 상돌밑에서 요시가와 이사로가 우메즈 사부로를 통하여 모리무라 다다시에게 보내는 비상련락쪽지를 찾아냈던것이다. 자기가 드디여 비밀근거지로 들어가는바 자기의 위치는 주변 십리안팎의 수림속 나무들에 남쪽방향으로 한뽐가량의 껍질을 벗겨놓는것으로 알리겠다는 내용이였다.

그 련락쪽지는 며칠 안있어 모리무라 다다시의 책상우에 놓이게 되였고 《모모―1》, 우메즈 사부로에게는 그 즉시 《사냥작전》과 《두더지작전》을 한점에서 일치시키라는 극비명령이 떨어졌다.

《모모―2》, 《순철》의 나무껍질표식신호는 그 일거일동이 박준보를 비롯한 농산조대원들에 의해 걸음걸음 장악되였다. 그것을 알바없는 놈들은 결국 비밀근거지의 그물안에 《모모―1》, 우메즈 사부로까지 밀어넣는 내장이 터질 실책을 범하게 되였던것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장철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또 한번 숨통을 조이듯이 물었다.

《또 한가지 알려줄가? 박준보동지랑 농산조대원들이 왜 늦게야 여기 도착했는지 의심스럽지 않아? 네놈이 싸움판에서 무슨 왕청같은짓을 할지 모르기때문에 우정 그렇게 한거야. 그런것도 모르는 주제에 밀정이랍시구… 창피하지 않아?》

김봉빈이 조용히 나섰다.

《요시가와 이사로, 할말이 없는가?》

이사로가 고개를 홱 들었다. 그 눈은 이미 인간의 눈이 아니였다. 아니나다를가 그놈은 단말마적인 발악을 하였다.

《옳다. 내가 실수를 했다. 내가 이 광산에 침투하기 위해… 장철석 너를 멋지게 붙잡았다는 쾌감에 그만 자만도취되여서 해이됐댔어. 우리가 졌어. 하지만 안돼. 마지막에 누가 이기는가 보잔 말이야.》

봉빈은 역겹게 웃었다.

《아직도 속은 살아서… 이봐, 우리도 네놈들, 일본제국주의의 본성은 천년만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걸 알아. 천년만년 대대손손 네놈들과 계산도 해야 할거구… 명백한건 네놈들이야말로 아직도 어리석은 생각을 한다는거야. 네놈들은 실수가 아니라 실패야… 그리구 네놈들이 무엇을 몰랐는지 알아? 조선혁명의 사령부 김일성장군님을 하늘처럼 믿고 따르려는 우리 조선사람, 조선민족의 그 불같은 진심과 진정이야. 장군님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면서 그이의 가르치심대로만 하면 백전백승한다는것, 그 어떤 원쑤의 모략도 짓부실수 있는 힘과 지혜, 묘술과 방법도 다 나온다는것, 그래서 우린 오로지 장군님만을 믿으며 장군님을 한목숨 다 바쳐 결사옹위하는거야. 알겠어? 바로 그 신념, 그 충정이 우리모두를 승리자로 만드는거다. 그러니 네놈들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놈을 끌어가시오.》

박준보와 두명의 대원이 이사로를 마당밖으로 끌어내갔다.

물결처럼 설레이는 사람들앞으로 또 한명이 걸어나왔다. 내포국집주인이였다. 그뒤로 아직 경찰복장을 하고있는 임일광이 바싹 따라섰다.

술렁거리던 사람들이 긴장하여 김봉빈과 장철석을 바라보았다.

장철석이 내포국집주인과 임일광을 나란히 사람들앞으로 내세우며 큰소리로 말했다.

《동지들, 조국광복회 특수회원인 〈참나무〉와 〈소나무〉동지들을 소개합니다. 이 동지들의 보호속에 난 마음놓고 놈들과 싸울수 있었으며 또 이 식당의 지하실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계속할수 있었습니다.》

두사람이 사람들앞에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박수가 터졌다.

장철석은 다시금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싱글벙글 웃고있는 차창일의 손을 잡아 임일광의 옆에 내세우며 말했다.

《그리구 이 차창일동무가 〈이깔나무〉란 대호를 가지고 활동했다는것을 특별히 소개합니다.》

또다시 터지는 박수.

봉빈공작원과 장철석도 손바닥이 터지게 박수를 쳤다.

내포국집주인―〈소나무〉가 격정에 넘쳐 말했다.

《자, 어서들 들어갑시다. 우리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식당안에는 이미 성의껏 차린 식탁이 마련되여있었다. 안주인이 예전보다 더욱 상냥스럽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하였다.

김봉빈이 기어코 심혜영과 한영옥을 끌어다 장철석과 차창일의 옆에 앉혀주었다.

한인준이 자주 앉군 하던 식탁이였다.

모두 자리에 앉자 김봉빈이 천천히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몇번이고 뜨거운것을 삼키고나서 입을 열었다.

꽉 잠긴 목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동지들, 해방된 조국을 위하여… 이날을 위하여 싸우다 희생된 동지들을…》

봉빈이는 그다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굽에 물기들이 번쩍이였다.

랑림의 굽이굽이 산줄기, 백두의 대밀림과 곤장덕의 이깔나무숲, 눈보라 세찼던 동북의 아득한 광야가 눈앞에 떠올랐다.

이 시각 두만강을 건너 웅기(당시)와 라진, 청진항을 향하여 노도와 같이 진격해올 동지들의 모습이 보였다.

김봉빈은 종시 들었던 잔을 놓았다.

장철석도 불뭉치같이 뜨거운것을 삼키며 잔을 놓았다.

그 잔을 들기에는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너무도 멀었던것이다. 아니, 그 잔이 너무도 무거웠던것이다.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유난히도 태양이 빛나고있었다.

이즈음이면 흔히 장마가 지기 쉬웠다.

허나 날씨는 무척도 맑았다.

산판의 록음도 무성히 푸르렀다.

끝없이 맑고 푸른 하늘, 주체34(1945)년 8월 15일의 그 하늘은 근 반세기의 비운을 가셔내고 다시 찾은 내 나라의 맑고 푸
른 창창한 하늘이였다.

× ×

그 시각 서울 조선총독부 직원들의 사택 침침한 방에서는 제딴에 목욕까지 깨끗이 한 모리무라 다다시가 일본땅을 향해 정중히 앉아 제손으로 배를 가르고 쓰러졌다.

며칠후 어느 한 일간신문에는 도경찰부장 구로지마 가메도가 처와 자식 3명에게 강제로 독약이 든 음식을 먹여 독살을 시킨 후 저자신은 권총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실려 사람들이 침을 뱉게 했다.

침략자 강도 일제의 패망상을 보여주는 당시로서는 너무도 례사롭고 비일비재했던 악행, 악취의 일단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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