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일
장편소설 《고요한 격전》

제 2 장

1

한인준은 세번째로 비밀련락장소에 갔지만 오늘도 허탕을 쳤다.

그는 이곳 지구 조국광복회 조직책임자였다.

광산의 반일지하조직은 지난해 김일성장군님부대에서 파견되여온 국내정치공작원 강동무의 지도밑에 조직되였었다.

한인준도 그렇고 누구도 그의 본명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는 만나는 첫날부터 자기를 《강동무》라고 소개했다. 늘 그렇게 불러줄것을 요구했다. 그것은 지하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원칙이라고도 했다.

그가 책임진 국내공작조는 상풍광산뿐아니라 중부지대로 나가 국내반일조직들을 무었다고 했다.

늘쌍 봐야 농사군처럼 수수한 인상인 그가 어떻게 그런 큰 일들을 척척 해놓는지 놀라왔다.

하긴 그는 구수하게 이야기도 잘하고 사람을 끔찍이도 귀해했다. 그 인품이 만나는 사람마다 마주앉기만 하면 속을 터놓게 하고 마음을 다 주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의 공작조가 지난해에 국내로 나온것은 단지 각곳에 혁명조직들을 내오기 위해서만이 아니였다.

보다 중요한것은 각 지방의 혁명조직들과 련계를 맺고 징병, 징용을 기피했거나 끌려가던 도중에 도망쳐서 산속에 숨어지내는 청장년들을 비롯하여 국내의 반일력량들로써 조직적거점으로서의 혁명근거지, 림시비밀근거지를 만들고 무장대를 조직하는 일이였다.

강동무가 꼭 찍어 말은 안했지만 한인준은 그들이 이미 조선중부지대의 여러곳 깊은 산중에 이미 꾸려졌던 근거지들을 확대하면서 적지 않은 무장부대를 조직하지 않았겠는가 생각하고있었다.

강동무는 국내의 깊은 산중에 비밀근거지를 만들고 무장부대를 조직하는것은 김일성장군님의 조국해방작전의 일환이라고 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이미 조국해방의 력사적사변이 박두해옴을 확신하시고 조선인민혁명군의 정치사상적준비를 더욱 튼튼히 완성하는것과 함께 조선국내에 강력한 조직적거점으로서의 혁명기지를 꾸릴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시면서 그중에서도 랑림산줄기일대를 매우 중시하셨다고 했다. 지난해 2월 김일성장군님께서 친히 국내에 나오시여 두무봉회의를 여시고 조국해방3대로선을 실현하기 위한 과업과 방도를 다시금 천명하신것은 국내반일력량으로써 전인민적봉기준비를 다그치는데 큰 힘과 신심으로 되였다.

김일성장군님의 그 로선과 작전적구상을 받들고 강동무를 비롯한 그의 국내공작조원들은 랑림산일대에만도 한두곳에만 비밀근거지를 꾸려놓지 않았었다. 그중의 하나가 삼송근거지라고 명명한 림시비밀근거지였다. 여러 지역의 비밀근거지를 통합지휘하는 본거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이라고도 할수 있었다. 강동무자신이 주로는 삼송근거지에 거처를 정했었다. 지형학적으로 볼 때도 적들이 쉽게 찾아낼수 없는 깊은 산중이면서도 여러 비밀근거지들과 련계를 취하기 쉬운 지역적중심인데다 특히는 상풍광산과 목재소를 비롯하여 농촌반일조직들의 후원을 받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기도 했다.

상풍광산에서만도 여러차례 식량과 피복, 신발, 화약, 소금과 비누 같은 생활필수품들과 군수물자들을 적지 않게 마련하여 보냈다. 물론 한인준의 치밀한 조직사업과 희생을 무릅쓴 공작으로 해서였다.

언제인가 강동무는 이제 조국해방작전이 시작되면 김일성장군님께서 비행기로 항일유격대원들을 태워다 락하산으로 투하하실 작전까지 구상하신다고 하면서 여러곳에 락하산투하장소까지 마련한다고 했다. 꿈같은 일이였다.

한인준은 근거지에 대한 후원사업을 직접 책임지고 진행하면서도 그 근거지가 어디에 있으며 그안의 성원이 얼마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비밀엄수를 위한 원칙이면서 또한 한인준자신이 스스로 엄격히 지켜야 할 요구이기도 했다.근거지와 관련된 모든 사업은 오직 강동무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서 진행됐다. 그와 직접 만나지 못할 때에는 비밀련락장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비밀련락장소를 리용하는것도 철저히 한인준자신이 하게 되여있어 그 장소는그외 다른 사람은 일체 몰랐다.

한인준에게 있어서 그 련락장소로 가는 날은 명절날과도 같았다.

한데 두달전 8월 어느날 그는 뜻밖의 상면호출을 받았었다.

하늘처럼 믿고 의지했던 강동무가 소환명령을 받고 부대로 돌아간다는것이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바는 아니였다.

여러곳의 비밀근거지들과 지하조직들의 활동을 정력적으로 지도하던 강동무가 지난 겨울 대한추위때 그만 강설의 밀림속에서 심한 동상을 입었던것이다. 원래 속탈이 심했던 그는 그때 비밀근거지들에 나갔다 돌아오던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댔는데 특히 두발과 두다리의 동상이 더 심해서 먼길 걷기를 무척 힘들어했었다. 본인자신은 극력 숨기면서 표현하려 하지 않았지만 사정을 알게 된 부대에서는 즉시 밀영병원으로 그를 불러주었던것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였지만 정작 그가 부대로 철수한다는 말을 들으니 한인준은 앞이 막막해지는것 같았다.

철부지가 부모와 헤여지는 심정이였다.

한인준의 그 심정을 헤아린 강동무는 힘주어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오. 부대에서는 이제 나보다 더 유능한 공작원을 보내줄거요. 장군님의 조국해방작전이 실현될 날이 박두해오고있지 않소. 장군님께서 이 랑림산일대를 매우 중시하신다는걸 잊지 마오.》

한인준은 기어코 제가 국경대안까지 따라가겠다고 했다. 이 해에 들어서면서 국경일대경계가 몇배로 강화된것도 문제이지만 잘 걷지 못하는 국내정치공작원을 혼자 보낼수가 없었던것이였다.

강동무는 펄쩍 뛰였다.

《정신있소? 동문 조직의 책임자요. 조직책임자!》

한인준도 물러서지 않았다.

《글쎄 이번만은 저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내 언제 공작원동지의 말을 한번이라도 거역한적이 있습니까?》

《안되오. 절대로… 동무가 정 그러면 난 이 시각부터 나의 행동을 일체 비밀에 붙이겠소.》

한동안 더 어성까지 높이다가 한걸음씩 양보하여 타협안이 합의됐다. 조직책임자인 한인준은 절대 나설수 없다는 강동무의 드팀없는 주장에 한인준의 1대리인인 부책임자 박상이를 따라보낸다는 안이였다.

사선을 헤치며 국내로 들어와 김일성장군님의 위대한 조국해방작전구상실현의 력사적준비사업을 빛나게 실현한 유능한 국내정치공작원 강동무는 이튿날 오직 한인준만의 바래움을 받으면서 박상이란 한사람의 호위와 부축임밑에 조용히 떠나갔다.

한데 이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라구야.

지정된 국경대안을 향해 가던 두사람은 전혀 뜻밖의 외진 골안에서 놈들의 잠복에 걸려들었다는것이였다. 박상이는 접전시작에 벌써 숨이 졌고 잘 쓰지도 못하는 다리에 또다시 치명상을 입고 어쩔수없이 붙잡히게 된 강동무는 수류탄을 안고 자폭했다는것이다. 박상이를 단방에 쏘아눕힌 놈들이 기어코 강동무를 생포하려고 달려든걸 보면 당초에 그를 노리고있었던게 분명했다. 적기관에 깊숙이 들어가 활동하는 조국광복회특수회원 《참나무》가 통보해준 소식이니 정확한 사실이였다.

《참나무》는 조국해방작전개시의 시각이 다가옴과 함께 적들의 발악이 발광적단계에 들어서는 사정과 관련하여 될수록 빨리 적기관에 우리 사람을 넣어야겠다는 강동무의 지시를 받고 한인준이 사생결단하고 묻어놓은 조국광복회 특수회원이였다.

《참나무》에 대한 소식을 들은 강동무는 조국광복회조직을 또 하나 새로 내온것만큼이나 기뻐하였다. 절대로 로출시키지 말고 적들의 신임을 최대로 받도록 하며 결정적순간에만 움직이되 기본임무는 조직의 눈과 귀가 되여 놈들의 동태를 빠짐없이 살피면서 중요정보들을 입수통지하는것이라고 하였다.

한인준이 《참나무》로부터 강동무의 너무도 뜻밖의 희생소식을 받은것은 참상이 벌어진지 이틀후였다. 정신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지하투쟁규범상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미처 못했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너무 억이 막혀 가슴을 쳤다. 짐승같은 놈들은 두사람의 시체를 장작더미에 올려놓고 형체도 없이 불태워버렸던것이다.

땅이 꺼지는것 같았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아, 내 력사앞에, 겨레앞에 죄를 졌구나!

한인준은 주먹이 터지게 땅을 치며 통곡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에야 그는 송곳처럼 찌르고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곳은 국경수비대의 관할구역도 아니였다.

몇년가다 사냥군들이나 한두명 찾아들어온다는 무인지경 골안의 외통진 곳이였다.

어떻게 놈들이 이곳에 앞질러와서 매복해있었는가?

정신이 버쩍 들면서 온몸에 전률이 일었다.

강동무의 철수와 그 로정에 대해서는 오직 세사람, 강동무 본인과 박상이, 한인준뿐이였다. 강동무와 박상이는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니였다. 설사 그들이 살았다고 해도 저들이 죽자고 비밀을 루설했겠는가.

하다면 이 한인준?!

머리칼이 곤두섰다.

혹시… 잠꼬대라도?!

그는 한길이나 펄쩍 뛰였다.

내 지금 무슨 벼락맞을 생각을 하는가. 설사 내가 잠꼬대를 했기로서니 그걸 들었다면 누가 들었겠는가. 영옥이가?!…

내가 너무 쉽게 사람을 믿었는가? 인정?

적후의 지하투쟁에서 무원칙한 인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특히 조직을 뭇고 확대하는데서 사람을 잘 가려보아야 한다고, 만날 때마다 강조하군 하던 강동무의 말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영옥이를 처음 만나던 일들이 삼삼히 떠올랐다.

아니, 아니야. 원 당치도 않은 생각! 아무렴 내가 영옥일 의심한단 말인가?…

점점 더 오리무중속에 빠져든 한인준은 그후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어지럼증까지 났다.…

한인준은 오늘 한가닥 희망을 걸고갔던 비밀련락장소에서도 또 허탕을 치자 생각의 갈래가 더욱 복잡해졌다.

나를 믿지 못해서 비밀련락장소도 피하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럴수도 있다. 너무도 엄청나게 큰 손실이 아닌가. 너무도 예상밖의 큰 손실!

정말 어떻게 된 일일가? 놈들이 어떻게 그곳에 나타났을가? 우연일가?

만약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놈들의 마수는 이미 오래전에 광산의 비밀조직안에도 뻗쳐들었다는게 아닌가.

하긴 놈들이라고 가만 있을리 없다. 우리도 놈들속에 《참나무》를 깊숙이 묻어놓지 않았는가.

하다면 이놈들이 혹시 우리 조직은 물론 품들여 꾸린 깊은 산중의 비밀근거지에까지 손을 뻗친건 아닐가?

놈들의 목표는?!

가슴이 철렁했다.

점점 더 속이 떨린 한인준은 광산어구에 채 못미쳐 길가의 너설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디서 알아보았는지 조직원 한사람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구창광산으로 보내여 장철석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했던 조직원이였다.

그는 길가에서 한담을 하는것처럼 한인준의 옆에 퍼더버리고 앉으며 정형보고를 했다.

장철석이 구창광산에 있은것이 사실이며 누구도모르게 붙잡혀서 징병으로 끌려간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 광산에서 〈형제계〉책임자로 활동한것도 사실입니다. 의리가 있고 신망이 높았다고 합니다.》

《친목회》성원들도 그앞에 죄를 졌다고 무척 미안해한다는것, 저들이 청맹과니가 돼서 밀정놈을 가려보지 못하고 놈들의 모략에 놀아났다고 통분해하더라는것, 인정이 깊어 혜영이라는 처녀네 집의 어려운 생활을 도와주다가 정분이 났다는것 등 그곳에서 알게 된것을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때로 좀 소심해지군 하는 부족점은 있지만 대신 꼼꼼하고 침착하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결심이 되면 머리가 깨지고 허리가 부러지는줄도 모르고 기어코 해내는 성미랍니다. 일본놈 미워하는 정신은 누구보다 강하구요. 중국동북에 있을 때 유격대를 찾아가지 못한 일을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합니다.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이야기 특히 보천보전투얘기를 많이 했답니다. 이제 나라가 해방되면 북주하양주공장에서 헤여졌던 동무들과도 만나게 되겠는데 부끄럽지 않게 만나야겠다고 늘 버릇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전적으로 믿을수 있다는거겠소?》

《믿다마다요. 아, 우리보다 썩 전에 동북바람까지 맞아본 사람이 아니나요. 김일성장군님이야기도 직접 들은데다 소년선봉대의 지도도 받았댔구요. 압록강을 다시 건너가겠다는 심정이 리해돼요.》

한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동무를 만났구나 하는 생각은 하면서도 먼길 갔다온 조직성원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변변히 못했다.

멀리 시장어구에서 저자바구니를 옆에 낀 영옥이가 사람들속을 빠져나와 집쪽으로 종종걸음을 놓고있었다.

한인준은 그 모습을 보고서야 오늘이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안해의 제사날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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