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2 장

1

겨울은 예고없이 들이닥쳤다. 이른새벽이였다.

로철정은 사무실의자우에서 잠시 쪽잠에 들었다가 눈을 번쩍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건설현장으로 떠나려고 발동을 건 자동차우에 목도리를 둘러감거나 털모자를 눌러쓴 여러명의 돌격대원들이 타고있었는데 그들은 마치나 이해의 가혹한 겨울과 힘겨루기라도 하러 떠난것만 같았다.

아호비령과 마식령산줄기를 넘나드는 찬바람이 공사장의 곳곳을 휩쓸고 지나갔다.

새파란 하늘에서 아침이면 서리꽃이 반짝반짝 날아다녔다.

로철정은 력량을 집중하여 다그치고있는 기초공사장으로 나갔다.

겨울이면 더욱 도지는 기관지염때문에 안해가 내의와 두툼한 보위색 솜옷을 꺼내주면서 입으라고 간청하는 바람에 겨울옷차림을 갑자기 해서인지 몸이 비둔하고 숨쉬기가 가빠났다.

그는 헐금씨금 모두숨을 몰아쉬며 60도나 되는 경사급한 산릉선을 향하여 올라갔다.

돌격대원들이 함마와 정대로 돌출된 바위서덜을 까내여 경사면을 반듯하게 다스리는가 하면 철관로고정대기초를 앉힐 자리에서는 한창 착암을 하고있었다.

맨 아래에서부터 수백메터에 이르는 꼭대기까지 두갈래의 압력관로 로선을 따라 띠염띠염 몰켜선 돌격대원들은 곳곳에 붉은기를 꽂아놓고 힘찬 노래들을 부르면서 일판을 벌리고있었다.

그들은 먼발치에서부터 책임자가 올라오는것을 보고는 저마다 반기며 인사들을 했다.

철정은 《수고들합니다.》 하고 숨이 차서 힘들게 인사를 받으며 올라가다가 청석암반을 까내느라고 온통 땀투성이가 되여 씨름하는 한개 분대가량의 돌격대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래 어떻소? 강추위가 닥치기 전에 고정대들을 모두 완성하고 완전히 굳어진 다음에 인차 집채같은 압력관로를 올려앉히자는 계획인데 기초파기가 조련치 않을거요.》

철정이 우려되는 낯빛을 지었다.

《기초파기는 일없습니다. 그런데 추위가 와도 콩크리트치기를 할수 있습니까?》

신동진이라고 하는 익살군청년이 물었다.

《방도를 찾아서 해야지.》

철정은 자기에게 말하듯 조용히 뇌이였다.

신동진은 성미가 팔팔하고 붙임성이 좋은 제대군인청년이였다. 그는 안변청년2호발전소건설이 끝날무렵에 얼마동안 일했는데 그때부터 로철정을 낯익혔다고 즐거운 인상으로 그를 대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처음 배치받을 때 언제건설장으로 가라는걸 압력관로전투장이 더 힘겨루기를 해볼만 하다고들 하기에 떼를 써서 여기로 왔다는것이다.

그런데 와보니 그야말로 일할 멋이 있는 곳이였다.

그는 오자마자 지금 일하는 분대에 배치받았는데 나어린 처녀들과 총각들로 구성된 분대였다.

분대장이라는 친구도 19살짜리 총각이였다.

그래서 자연히 제대군인인 신동진이 분대장일을 도맡아한다는것이였다.

산아래에서 권춘옥이 혁신자들을 축하하는 방송을 시작하였다.

기초파기에서 날마다 150프로이상을 해낸다는 신동진대원을 축하해서 씩씩한 합창곡을 내보내였다.

제 이름이 자주 방송에 나오자 그는 민망스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싱글거렸다.

《마식령을 넘을 때 화물차적재함우에서 마식령에 대한 유래를 이야기했는데 글쎄 거기에 우리 려단 정치부장동지가 타고있었다질 않겠습니까.

어두운 밤이여서 난 잘 모르겠던데 여기 오자마자 알아보고는 저렇게 날마다 방송에 내분단 말입니다.》

《허, 그거 신수좋은 인연이였구만. 나도 그 의미심장한 마식령의 유래를 전해들었소. 이보라구, 신동무, 한번 이 세찬 바람코숭이에서 겨울에도 혼합물치기를 할수 있는 방도를 연구해보라구. 성공하면 내 업고다닐테야.》

신동진은 사람이 날파람있게 생겼는데 사람들과의 교제에서는 항상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음쓰군 했다.

《다 큰 로총각을 업고다니실거야 뭐 있습니까. 그저 마땅한 처녀한테 장가나 들게 해주십시오.》

《그 요구가 그럴듯해. 그럼 내 건설장에서 제일 훌륭한 처녀 하나 물색하지.》

철정은 돌격대원들속에 들어오니 마음이 흥그러워졌다.

그는 정대와 함마로 청석암반을 까내는 돌격대원들을 대견하게 여겨보았다.

얼굴이 하얗고 해사한 처녀, 량볼이 꺼칠하고 검실검실하며 코밑과 턱에 수염발이 거무스름한 장년, 앞이발이 빠진걸 자랑이라도 하듯 입을 항 벌리고 웃음짓는 애숭이총각, 곱살하고 새침한 인상을 한 책상물림의 나어린 처녀, 웬일인지 금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막으려고 손으로 입을 싸쥐고있는 얼굴륜곽이 두리뭉실한 처녀, 고향집생각에 잠긴듯 묵묵히 해안쪽을 바라보는 총각, 아무런 인상특징도 찾을수 없는 무표정한 기색으로 정머리를 함마로 내리치는 청년

얼굴모양도 각양각색, 나이 역시 10대로부터 40대에 이르는 남녀청장년들이 로철정과 신동진의 대화를 호기심을 가지고 듣고있었다.

로철정은 여기에 올적마다 장미경과 신동진의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늘 가까이에 붙어서 일했다.

《장미경동무와 신동진동무는 이미전부터 잘 아는 사이요?》

로철정이 빙긋이 웃으며 묻자 처녀는 쑥스러워 얼굴을 살짝 붉혔다.

신동진이 제꺽 대답했다.

《제가 미경동무보다 신입대원입니다. 그래서 미경동무한테 많이 배우고있습니다.》

신동진이 익살을 부리는 바람에 미경은 입을 싸쥐고 로철정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벙글서 웃었다.

《정말이지 많이 배웁니다!》

신동진이 다시금 허리를 굽석이는 바람에 돌격대원들이 모두 유쾌히 웃었다. 그들과 함께 웃던 철정은 문득 장대식상좌가 장미경이를 아는가고 묻던 생각이 났다.

《장미경이, 아버지가 금야강발전소에서 일하는 장대식상좌이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아버지를 아십니까?》

미경이 사연을 알고싶어 어린애들처럼 안달아했다. 철정은 머리를 주억거리며 빙긋이 웃음짓고 막연한 대답을 해주었다.

《다같은 수력건설자니까.》

미경은 더 캐묻지 않았다.

돌격대원들과 즐겁게 담소를 하고난 로철정은 올라온김에 압력관로가 시작되는 맨 꼭대기까지 가볼 결심으로 걸음을 내짚었다. 발밑에선 깨여진 자갈들이 밟혔다. 올리부는 바람에 앞으로 엎어질듯 몸가누기가 어려웠다. 신동진이 따라와 제발 올라가지 말아달라고 팔소매를 잡고 매달렸다. 철정은 빙그레 웃었다.

걱정말라구, 압력관로시작점까지 올라가야 해. 그는 이렇게 다짐하면서 걸음을 내디뎠다.

압력관로시발점에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원산시가지가 바라보이고 송도원앞바다가 쪽빛으로 푸르게 펼쳐졌다.

밑에서는 수백명의 돌격대원들이 군데군데 모여서서 기초공사를 다그치는 모습이 한눈에 안겨왔다. 압력관로정점으로부터 더 올라간 조정지언제쪽에서 김성철과 로영훈이 내려오다가 철정을 발견하고 반기며 달려왔다.

《아니, 어쩌자구 여기까지 올라왔습니까?》

성철은 인사삼아 근심스레 물었다.

영훈은 눈인사로 아버지를 맞았다.

《일들 하는 품이 대단하구만.

여러군데 고정대기초구뎅이들은 거의다 완성되였더구만. 광산과 탄광에 여러대의 착암기들을 보내고도 말이지. 난 사실 근심스러워서 올라왔댔는데 마음이 놓여.》

철정은 즐거운 기분으로 좀더 우로 올라가보았다.

이제 건설이 완공되면 수십리밖에 떨어져있는 구룡저수지물이 40리가 넘는 물길굴로 흘러와 조정지언제에 모여서 다리쉼을 한 다음 여기 압력관로에 흘러들게 될것이다.

그런데 이 압력철관로의 경사도와 길이가 우리 나라뿐만아니라 세계수력건설력사에서 손꼽을만치 큰것으로 하여 시공이 어렵고 까다로왔다.

로철정은 막아서는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것인가를 걸음마다 사색하면서 다리쉼을 하려고 바위턱에 걸터앉았다.

내려다보니 눈앞이 아찔했다. 굴곡이 심한 산경사면을 물매가 반듯하게 고른 뒤 도간도간 간격을 맞추어 압력관로를 고정시킬 기초를 파고 혼합물타입을 해야 하는데 경사가 너무 급해서 그냥 서있기만 하자고 해도 다리맥이 풀릴 지경이였다.

오늘은 요행 잠풍한 날이였지만 마식령의 칼바람이 터질 때면 철판이고 통나무고 막 날아가는 판이여서 사람들은 바위들을 그러안고 납작 엎드려있어야 한다.

김성철려단장이 담배 한대를 피워물더니 근심에 겨운 인상을 지었다.

《책임자동지, 압력철관로조립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건설관리국 부국장 탁기영동무는 자기네 기업소가 주관한다면 10년이나 걸린다고 하거던요. 몇톤씩 되는 집채같은 철관로를 끌어올려 한토막한토막 용접으로 때붙여야 하는데 겨울에는 추위와 칼바람에 온몸이 꽁꽁 얼어 용접기를 정확히 다루기가 어렵고 여름철에는 50도이상으로 가열된 철관로우에서 줄땀을 철철 흘리면서 하기때문에 속도를 낼수 없다는거지요.》

《탁기영이 그런 소릴 하더란 말이지. 흥, 내 그 속심을 알겠소. 그사람에게는 건설이 늦어지는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오. 자재를 마음대로 졸금졸금 뽑아다쓰기 좋으니까. 한쪽으로는 최상급살림집을 짓는다는데 내막을 알아보아야겠소.

려단장동무, 그런 사람들의 맡을 듣지 마시오.

압력관로조립을 한해동안에 와닥닥 끝내야 하오.》 철정은 노여운 인상으로 말하였다.

《성철동무, 동무네가 빨리 끝장을 내야 로력과 착암기, 압축기예비가 생기오. 한개 대대쯤 30만산폭약갱굴진에 보내주면 얼마나 좋겠소.

그래야 건설이 립체적으로 쭉쭉 풀려나갈수 있단 말이요. 난 동무넬 믿소.

이제 곧 30만산지질구조에 대한 탐사와 함께 폭약갱설계에도 착수하려고 하오.》

김성철이 로철정의 의도를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자면 겨울조건에서도 혼합물치기를 보장할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합니다.

죽으나사나 해내야지요. 그런데 우리한테는 굴뚫기에 유능한 지휘관이 없는게 결함입니다.》

《그건 앞으로 토론해봅시다.》

철정은 말을 마치고 권춘옥의 선동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에 올라와보니 마음이 후련한게 내려가고싶지 않구만. 려단장동무의 안해가 창창한 목소리로 현장방송을 잘해주니 모두 성수가 나서 일을 더 잘한단 말이요.》

철정의 말에 성철은 어줍은 인상으로 벙글서 웃음을 짓고있었다.

《전우들이 새로운 전장에서 만난셈이지.

이보게 려단장, 우리 영훈이가 아직 어리네. 일욕심은 있으나 과격하고 모험적인데가 있거던. 잘 이끌어주게.》

로철정이 성철에게 허심하게 당부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정치부장동무한테서 많이 배우고있습니다. 나는 안해를 집구석에 붙박아놓을 생각만 했는데 영훈동무는 이렇게 현장에서 돌격대원들이 들썩거리게 만들었거던요, 허허.》

성철은 매우 만족한 표정이였다.

그들은 기초파기가 거의다 끝난 현장들을 돌아보면서 아래로 내려왔다.

철정은 여기로 올라올 때 신동진네 분대의 기초구뎅이가 매끈하게 규격대로 잘 완공된것을 만족하게 살펴보았다. 그들은 아래로 내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밑에서는 1호발전소의 1호, 2호발전기 타빈실로 련결되는 압력관로 매몰을 위한 기초굴착작업이 한창이였다. 이미 초겨울이라 물구뎅이우에는 살얼음이 졌다.

돌격대원들은 허리치는 물구뎅이안에 들어가 함마와 정대로 설계규격대로 맞추느라고 기초바닥과 벽면을 다스리고있었는데 허금호가 그곳 시공참모에게 뭐라고 큰소리로 웨쳐대고있었다.

로철정이 그곳에 이르자 허금호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 왜 찬바람을 맞으면서 높은 산정에까지 올라갔댔는가고 나무랐다.

철정은 무엇때문에 큰소리를 쳤는가고 물었다.

대답인즉 그곳 시공을 담당한 건설관리국의 탁기영이 설계규격보다 약간씩 작게 시공하도록 지시했다는것이다. 원인은 명백했다.

세멘트와 철강재를 적게 써서 여유를 뽑아내자는 시도였다.

《규격대로 하고 탁기영을 불러 추궁하도록 하시오.》

로철정은 허금호에게 랭정하게 지시했다.

돌격대원들은 설계규격대로 재작업을 하느라고 차디찬 물속에 들어가 함마와 정대로 암벽을 까면서도 군소리없이 우스개를 주고받거나 노래를 하면서 락천적으로 일했다.

그들가운데서 신동진을 띄여본 로철정이 그의 성격과 젊음이 부러워 영훈에게 말했다.

《괜찮은 청년이야.》

《저 역시 저 친구를 부러워한답니다. 온지는 얼마 안되는데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일에서는 막히는데가 없습니다. 저 친구가 가는 곳에선 웃음소리가 그칠줄 모른답니다.》

영훈이 신동진을 자랑했다.

물웅뎅이주위에서는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있었다. 몸이 얼어든 대원들이 교대로 나와서 몸을 녹이라고 피워놓았으나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아 아깝게 타버리고있었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