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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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보고자료를 가지고 성에 올라갔던 남궁일은 깊은 밤중에 발전소지휘부에 도착하였다.

그는 발펼 사이도 없이 휴대용콤퓨터를 가동시켜 시급히 필요한 몇가지 자료들을 료해하느라고 거의 뜬눈으로 새날을 맞았다.

나의 지혜와 재능, 경험을 다하여 강원도의 동력문제를 푸는데 이바지하자, 그래서 이곳 인민들이 보다 문명한 생활을 누리게 하자.

남궁일은 늘 이런 생각에 잠기군 했다.

그는 체소하나 강단이 있는 사람이였다.

지난 세기 60년대부터 수력발전소건설에 발붙이고 살아온 궁일은 설계와 시공, 건설감독과 시공검사 등 다양한 직분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여 손꼽히는 수력발전소건설의 중진으로 떠받들렸다. 인정미 느껴지는 얼굴에서 특징적인것은 표정변화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부드러운 눈매와 우뚝한 코날이였다.

환갑이 지난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주름이 별로 없는 얼굴은 지성미가 엿보였다.

이 나라의 크고작은 강과 시내, 산줄기와 골짜기 어디라 할것없이 수력발전소건설에 포함된 지점 어디나 남궁일의 37문짜리 로동화자욱이 찍히지 않은 곳은 거의나 없었다.

그의 장점의 하나가 건설자들과 잘 어울리는것이였다.

겉보기에는 어덴가 랭정해보였지만 박식하고 락천적인데가 있어서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온갖 공법의 요구와 건설규정을 교과서와 같이 정확하게 통달하고있었다. 그래서 궁일은 언제나 자기의 머리로 과학자, 기술자, 로동자들을 이끌었고 때로는 그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번에 그중 어려운 원산청년발전소건설을 지도하도록 성으로부터 과업받은 리유도 그의 이러한 장점에 있었다.

남궁일을 내려보내면서 수력발전소건설담당 부상은 이렇게 말했었다.

《모든것이 어렵고 빈약한 강원도의 수력건설을 나이많은 남국장동무에게 맡기게 된것은 동무의 실력과 지금껏 쌓은 경험을 중시했기때문이요. 한번 내려가서 잘해보오.》

《알겠습니다.》

남궁일은 어깨가 무거운것을 느끼였지만 흔연히 대답하고나서 그 이튿날로 성 청사를 떠나왔다.

차를 타고오면서 그는 생각했다.

강원도인민들이 일떠세우는 수력발전소를 보란듯이 훌륭하게 완공하여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자.

그러자면 성의 지도일군인 자신이 중앙과 도사이의 련계를 긴밀하게 하여 도자체로 해결하기 어려운 자재와 자금을 중앙으로부터 해결받아 공사가 원만히 진척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강원땅에서는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그는 점차 깨닫기 시작하였다.

도움을 받아야 하느냐, 도움을 받지 않고 제힘으로 해야 하느냐 하는 두갈래의 주장때문에 로철정과 허금호사이에 점차 불화의 싹이 트고있는것을 보면서도 그는 지도일군으로서 자기의 립장을 명백히 하지 못하고있었다.

그것은 어느 한쪽의 주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것으로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였기때문이였다.

상반되는 주장은 자재와 설비자금의 해결방법으로부터 공법실천상 문제에 이르는 모든 부문에서 불협화음을 내고있었다.

계절은 어느덧 겨울에 접어들었다.

공사장에서는 계절의 영향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지도일군으로서 이 문제를 소홀히 대했다가는 만회할수 없는 자연재해를 입을수 있다.

이 계절에 궁일은 무엇을 할수 있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아침식사를 하고난 그는 로철정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밤에 도착했다는것을 알리고 오늘 어데 가야 만날수 있는가를 물었다.

구룡언제건설지휘부에서 대대급지휘관들과 정치일군들을 포함한 협의회를 가진다는것을 알려왔다.

구룡언제까지는 100여리 잘되는 거리였다.

궁일은 다른 지휘관들보다 늦을세라 지휘부의 대기차를 타고 언제건설장에 도착하였다.

언제성토장을 돌아보고있던 로철정이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밤중에 도착했다는 소릴 들었는데 일찌기 올라왔습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언제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남궁일은 자기가 농사에서 겨울철을 농한기라고 하듯이 수력발전소건설에서도 얼음이 어는 계절을 《공한기》라고 했던것을 상기하면서 말했다.

언제건설장은 이른아침부터 전에없이 들끓었다.

돌격대원들은 마대와 질통, 맞들이로 진흙을 연방 날라다 중심강토 위치에 쏟아놓고는 달려간다.

그러면 다른 한패의 돌격대원들은 아름드리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손다짐기를 열심히 들었다놓으며 쿵쿵 다짐작업을 하였다.

거기에는 자원적으로 달려나온 비편제 돌격대원들이 허다하다고 로철정이 설명하였다.

각 대학, 전문학교청년돌격대, 녀맹돌격대, 로병지원대, 영예군인지원대에 훈련의 여가에 뛰여든 주변구분대의 군인들까지 뒤섞여 들끓었다.

각종 기계들의 동음과 기세를 돋구며 내달리는 돌격대원들의 웨침, 수림을 설레이게 하는 마식령의 찬바람소리

궁일은 이곳 돌격대원들이 창안하여 커다란 실리를 내고있다는 인력상차대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량쪽을 통나무로 든든하게 쌓아 올려 마치나 자동차엄페호처럼 만든 지붕꼭대기에 수십명의 돌격대원들이 경쟁적으로 진흙마대를 쏟아 산처럼 높이 쌓아놓는다. 자동차는 뒤꽁무니를 《엄페호》안으로 정확히 들이민다.

빨간 신호기를 든 애어린 처녀돌격대원이 자동차가 제 위치에 들어선것을 확인하자 진흙운반조성원들을 멀리 비켜서게 한 다음 《상차!》 하고 여무진 목소리로 웨쳤다. 순간에 지붕밑의 접철달린 자동문이 량쪽으로 쩍 갈라지면서 작은 산만치 쌓였던 흙더미가 눈깜빡할 사이에 적재함을 무둑히 채웠다. 실로 연유를 먹고야 용을 쓰는 자동적재기보다 더 빨리 진흙을 실었다.

자동차가 씽 하고 달려나가자 자동문은 용수작용으로 닫기고 산비탈에서 마대와 맞들이에 진흙을 담아놓고 기다리던 돌격대원들은 때를 만난듯 와-하고 환성을 지르면서 앞을 다투어 인력상차대우로 내닫는것이였다. 그 모습은 마치나 총검을 비껴들고 돌격전에 나가는 용사들을 방불케 했다.

강원도사람들이 기발한데가 있군.

남궁일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로철정을 뒤따라 협의회장소인 언제건설지휘부로 들어갔다.

백여리안팎에 널려있는 지휘관들이 다 모여와있었다.

남궁일은 로철정이 가리키는대로 앞상에 나와앉았다. 허금호는 한발 먼저 나와서 물길굴려단지휘관들과 굴진실태를 론의하는중이였다.

로철정이 협의회의 취지와 목적을 남궁일에게 간단히 설명하였다. 겨울조건에서의 압력철관로 고정대공사와 30만산대발파의 과학기술적문제를 협의하자는것이 기본이였다. 그밖의 걸린 문제들도 풀면서 중요하게는 겨울동안에 해이해질수 있는 돌격대원들의 정신상태를 긴장하게 무장시키자는것이라고 했다.

로철정이 겨울에 접어들자마자 의기소침하여 제자리걸음하고있는 몇개 단위의 지휘관들을 불러 지적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겨울조건에서는 공법상 여러가지로 제약을 받을수 있습니다. 하나 우리는 객관적조건에 얽매여 절대로 동면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공사를 기어이 우리의 힘과 기술로 무조건 빨리 다그쳐끝내야 합니다.

따라서 각자가 자기앞에 막아선 난관은 제힘으로 뚫고나간다는 배심으로 머리를 쓰는 방향에서 모든 사업을 짜고들어야겠소. 내 언젠가 말했지만 누구든 제발 우는 소리를 하지 말며 남에게 손 내밀지 마시오.

항상 그래버릇하면, 다시말해서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하면 비굴해지기마련이요.

사람이 비굴해지면 그게 어디 산목숨인가.》

…철정은 말을 끊고 지휘관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낯빛들이 확연히 달라졌다. 그늘이 가셔진 밝은 얼굴들이다. 철정은 계속했다.

《우리는 어쨌든 겨울조건에서 공사규정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최근 며칠동안 날씨가 푸근할 때 보온대책을 면밀히 세우고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강추위속에서도 공사를 할수 있는 기술적방안을 토론해보자는것입니다.

고정대 앉힐 곳에 비닐집을 짓고 공사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안에다 숯불을 피워 온도를 높이고 작업이 끝난 뒤에는 나래나 락엽을 덮어 보온을 해주면 어떨것 같습니까?》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응하는 기색들이였다. 허금호만은 주먹을 부르쥐고 턱을 떨었다.

로철정이 공법의 요구를 무시하려는것이 마음놓이지 않았던것이다. 말은 조리가 있고 사개가 맞물리는것 같지만 실천상에서는 예상치 못한 허다한 난점들과 공법상 오유들이 나타날것이다.

칼바람에 날리는 비닐판자집, 혹한속에서 얼어터지는 구조물… 허금호는 괴로운 환영들을 쫓아버리려고 눈을 꾹 감고있었다.

로철정은 허금호의 기웃거리는 머리와 아연해하는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자기의 견해를 계속 내놓았다.

철정은 이윽고 30만산대발파에 대하여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와서는 언제건설장에서 진흙과 사석, 장석용막돌이 시시각각으로 모자라고 운반거리도 멀어지고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담하게 저기 30만산과 20만산 등 여러개의 봉우리들에 지향성대발파를 들이대여 150만립방의 진흙과 토량을 확보하여 언제가까이로 날라다 쌓자는것입니다.》

허금호는 로철정이 겨울조건에도 주저없이 공사를 아름차게 전개하려는 시도가 불안하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자중하게 하고 보다 안전하게 시공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탈선없이 공사를 이끌수 있고 피차 말년에 이른 삶을 유감없이 마무리할수 있지 않겠는가.

허금호가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에도 로철정은 겨울철에 전개할 방대한 공사에 대하여 신심있게 이야기하였다.

로철정은 잠시후에 압력관로의 제관문제를 상정시키였다.

제관문제로 말하면 얼마전에 남궁일이 직접 30미리이상의 특수강판은 강원도에서 제관할데가 없기때문에 배로 실어서 김책제철소에 가져다 제관한 다음 다시 날라오는 수가 제일이라고 조언한 문제였다. 그리고 김철의 대형제관직장에 직접 전화로 련계까지 취해달라고 성에다 당부하여 모두 그렇게 알고있는터였다.

그런데 그 문제를 다시 상정하는걸 보면 그 방안을 취소하자는 의도가 아닌가.

남궁일도 은근히 긴장해졌다.

로철정이 남궁일을 바라보며 의논조로 말했다.

《수천톤의 강판을 배에 실어 김철까지 갔다가 다시 부피가 몇갑절이나 커진 철판들을 수십번이나 배에 실어 나른다는걸 생각해봅시다. 시간과 연유, 상선과 하선, 자동차운반 등 복잡한 문제가 한두가지 아닙니다. 실리가 없는 일을 하지 말고 도자체로 만곡기를 만들어 가동시키자는것입니다.

련두평수력건설사업소에서 10여년전에 안변청년발전소건설때 쓰다가 페기해버린 만곡기형체는 있다고 하니 그걸 살려보자는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그곳 건설사업소에서 오랜 나날 근무해온 설비참모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깨여져나간 대형치차 몇개와 만곡로라를 교체하고 대형베아링을 맞추면 능히 살려낼수 있습니다. 원산조선소나 문천강철공장에 의뢰하여 치차와 만곡로라만 만들어 보내주면 살려내겠습니다.》

그가 자리에 앉자 로철정은 원산조선소지배인과 문천강철공장 지배인을 불러 할수 있는가고 물었다.

그들은 도면만 있으면 만들겠다고 했다.

특수강질로 정밀하게 만들어야 하는건데 해낼수 있을가. 남궁일은 의문시하는 인상이였다.

그는 사업일지에다 《철판만곡기, 대형치차》라고 큼직하게 쓴 글을 몇번째나 덧긋더니 두 지배인을 번갈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동무들이 하겠다고 대답한 이상 믿을수밖에 없소. 하지만 날자만 끌다가 빈말로 되게 해서는 안되오. 만약의 경우를 예견해서 나는 나대로 성과 내각에 그 문젤 미리 제기하여 해결방도를 세우겠소. 그러니 미타하면 저레 안되겠다고 말하는 편이 낫소. 정말 할수 있겠는지 심사숙고해서 명백히 말해보우.》

남궁일은 잔잔한 억양으로 설득력있게 말했다.

조선소지배인과 강철공장 지배인은 잠시 마주보았다.

방금전까지도 도면만 있으면 할수 있다고 대답한 그들이 남궁일의 말을 듣고나더니 서슴는것이였다.

이전에는 그보다 더 큰것도 자체로 만들어낸 그들이 믿을 곳이 생기자 은연중 발뺌할 생각을 한 모양이였다.

로철정은 도와주겠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아래사람들의 자립성마저 저버리게 만드는 남궁일의 발언이 불만스러웠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철정은 눈에 뜨이지 않게 도리를 저었다. 안된다, 도면을 만들어서 기어이 자체로 만들게 해야 한다. 한걸음두걸음 뒤걸음치면서 우를 쳐다볼내기만 하면 어려움을 겪고있는 나라가 어떻게 허리를 펴겠는가.

그는 이 순간에 문득 담쟁이넝쿨이 떠올랐다.

남에게 의지해야만 살아가는 연약한 담쟁이

일군들을 그처럼 우에다 의탁하고 의지하려는 힘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린다면 앞으로 점점 더 어렵고 힘든 과제들이 제기될 때에는 앉아뭉개기만 할것이다.

철정은 저력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지배인동무들, 우에서 도와주도록 하겠다는 국장동무의 견해는 물론 고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제힘으로 할수 있는것도 하지 않고 손내밀려는 의존사상을 버려야 합니다.

동무들, 인차 설계도면을 그리도록 할테니 두 공장에서 한조씩 만들어냅시다.》

《만들겠습니다.》

두 지배인이 동시에 대답했다.

남궁일은 눈을 꾹 감고 고개를 주억거리였다.

어덴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였다.

철정은 그 문제를 가지고 더 론의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또다시 남궁일이 미소를 지으면서 낮은 음성으로 이야기 했다.

《경적필패라는 말이 있소. 대상을 얕잡아보다가는 실패한다는 말이요. 잡도리를 잘하고 접어들어야 하오.

만곡기치차라는게 강질이 맞지 않으면 무른 엿처럼 문드러지거나 얼음처럼 깨여져나갈수 있는거요. 시험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날자를 끌수 없기에 우려해서 하는 말이요.》

조선소지배인이 일어서서 공장의 기술실무일군들과 토론하여 꼭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남궁일이 헌헌한 인상으로 《좋소, 믿어보기요.》라고 말했다.

마음이 한결 개운해진 로철정이 시간을 가늠하고나서 협의회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김성철이 거쿨진 몸을 일으키며 제기했다.

《고정대 지지점들에 보온용가설막들을 세우고 혼합물치기를 하겠습니다. 가설막들의 크기와 용적이 정확히 계산된 설계를 인차 해주십시오.》

로철정이 그의 제의를 쾌히 접수했다.

《옳소, 이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뚝딱뚝딱 만들다가 크면 줄이고 작으면 내버리는 식의 일본새를 없애자는게 알리누만. 서로 다른 지형에 세우는 서로 다른 고정대의 높이에 따라 비닐가설막규격도 각각 달라야지. 인차 해주겠소.

그걸 리경숙선생이 맡아주오. 아홉개의 고정대에 씌울 가설막을 설계할수 있도록 현지를 밟아보고 기초자료를 빨리 제공해줄수 있겠소?》

지금껏 한쪽가녁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경숙이가 일어섰다.

《이 지대의 최저기온 령하25도를 기준하여 내부온도 0도이상으로 보장하도록 하면 됩니까?》

《옳소, 그렇게만 하면 되오.》

《래일저녁까지 내부공기용적을 계산한 기초자료를 설계실에 제공하겠습니다.》

《고맙소. 그렇게 해주오.》

로철정은 경숙을 자리에 앉힌 다음 남궁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대발파지휘부선정과 대렬편성은 따로 협의하여 도당위원회의 결론을 받아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마감으로 할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오.》

《난 더 할말이 없소. 어떻게 하나 동무들을 힘껏 도와주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을뿐이요. 하지만 책임자동무가 원하는대로 동무들의 자립성을 반드시 존중하겠소.》

궁일은 자기의 심정을 짧게 이야기했다.

협의회참가자들을 모두 돌려보내자 방에는 책임자와 허금호, 남궁일이 세사람만 남았다.

허금호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였다.

방안이 조용해진 뒤 로철정이 자기의 진정을 터놓았다.

《내가 왜 가설막내부용적계산을 리경숙선생에게 시켰는가? 그 처녀선생은 욕망은 크게 가지고 나왔지만 15년설이후에 의기소침해져서 주저하고있는 형편이요. 그에게 일감을 주어 신심을 가지게 하고 지휘관들은 사소한 일마저도 최대한 과학과 기술에 의거하여 진행하는 법을 배우게 하자는거요. 그런 측면에서 김성철려단장의 제기를 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였소.》

남궁일이 긍정했다.

《옳습니다. 나무토막 하나를 잘라도 열번을 재고 자르라는 말이 있소. 아홉개의 비닐가설막 세우는 문제를 여러 소대들에 말로만 지시한다면 수많은 페단이 생길거요. 목재와 비닐을 되는대로 재단하여 랑비하는 현상도 생길거구.

과학자, 기술자들을 매사에 인입하여 모든 일을 과학화하자는 의도에 대해서도 난 긍정하오. 그런데 다만 마식령의 바람코숭이에서 별다른 일이 없겠는가 하는것이 우려될뿐이요.》

《국장동무 그리고 허금호동무, 비닐가설막안에서의 시공은 이미 협의회에서 론의한 문제인것만큼 시험적으로 해봅시다. 안되면 다른 방법을 더 탐구하더래도 시작은 해보겠습니다.》

허금호와 남궁일은 철정의 그러한 타협안까지 배척할수가 없었던지라 묵묵히 수긍하지 않을수 없었다.

남궁일은 로철정이 그처럼 난관을 타개하기 위하여 모지름쓰는것이 안타까왔던지 화제를 돌려 그동안 평양에 올라가서 진행한 사업에 대하여 두루 이야기하였다.

《책임자동무, 강원도에선 성이나 내각과 련계를 가지면 제때에 자재나 자금을 도움받을수도 있는걸 홀로 안고 모지름을 썼단 말이요.

이번에 국가계획위원회와 무역성에 들려서 압력철관로용특수강판을 6개월안으로 전량 들여오기로 했소. 물론 강원도에서 자금을 확보해보낸것이 중요한 담보로 되였지만 여기의 절박한 실태를 내각에 반영하여 다른 단위들보다 앞세울수 있었소. 그리고 군인건설자들에게 주기로 한 세멘트와 철근은 다른 도들에서 절반쯤 담당하도록 조절했으니 지내 긴장해 마오.》

남궁일의 말에 허금호가 활기를 띄였다.

로철정이 문득 눈길을 치켜들었다.

그는 도대체 중앙에 올라가서 무슨 일을 그렇게 하고왔느냐는듯 유감스런 인상으로 말했다.

《국장동무가 수고를 했구만요.

그런데 한가지 생각되는것은 군대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세멘트와 철강재문제입니다. 그 동무들이 우리가 긴장한것을 알면서도 수송거리가 그중 가까운데서 받아갈것을 청탁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다른데로 돌려보낸단 말입니까.

군대동무들은 소성로에 석탄만 먹이면 세멘트를 더 생산할수 있다는걸 알고는 침수된 탄갱복구에 한개 중대인원과 대형양수기를 보내서 가동하고있으며 파철도 수십톤이나 모아보냈습니다.

군대들과의 약속을 어기면 안됩니다.》

철정은 남궁일이 납득하도록 담담한 어조로 설명하였다. 궁일은 자기가 없는 사이에 군대가 인원과 설비까지 동원시킨줄은 몰랐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다르구만. 바로잡도록 하겠소.》

남궁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자기가 이번에 강원도의 건설을 위한다며 왼심쓴것이 현실과 어긋난다는것을 절감한듯 뒤머리를 어루만지고있었다.

《허어, 내가 이거 나이 들어가면서 로파심이 늘었나 보오.》

남궁일은 이렇게 우스개를 섞어서 말은 했지만 무언가 깊이 자책하는 모양이였다.

잠시후에 그는 허금호에게 말했다.

《허동무, 책임자동무가 조직한대로 내밀어서 랑패가 없을듯 하오.》

허금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낯선 사람을 바라보듯 남궁일을 주시할뿐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는 지금 책임자가 하자는대로 시공하는 과정에 빚어질수 있는 난점들을 먼저 생각하고있는것이였다.

철정은 이즈음에 허금호가 불길한 결과만을 자주 생각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러다 만약에 사고가 난다면 책임은 누가 지겠는가. 혹은 무엇때문에 일을 그처럼 볶이우게 조직한단 말인가. 이제는 나이가늠도 해야지 말년에 일을 그르치면 지금껏 쌓아온 명예는 수포로 될것이 아닌가…

허금호는 이 자리에서 그 많은 위구심과 불안을 죄다 쏟아놓자니 스스로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을것이다.

로철정은 금호의 말을 들어보나마나 명백하다고 생각했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모든 조건이 구비되기를 인내성있게 기다렸다가 기존공법에 의거하여 모든 일을 될수록 안전하게 하자는것이다. 그래서 15년설도 꺼림없이 내돌렸는지도 모른다.

철정은 또다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했다. 그가 이렇게 된데는 내 잘못이 크다. 그를 인정적으로 뜨겁게 대하고 하나하나 호흡을 맞추어 풀어나가야 하는건데 순수 생산실무적인 문제를 건당으로 내리먹이니 집행해야 할 그로서는 아름차할수밖에 없을것이다.

《허동무! 모든 일이 정상을 벗어나게 되니 숨가쁠수밖에 없을줄 아오. 그렇다고 어떻게 기다리기만 할수 있겠소. 실천과정에 모순점을 퇴치하면서 전진해야 할게 아닌가 말이요.》

철정은 은연중 어성이 높아지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집안다툼엔 편들지 않는다는 격언을 상기했는지 두사람의 어성이 거칠어지자 남궁일은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것처럼 슬며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때라고 생각한 허금호가 결정적인 역습을 들이대였다.

《이거 정말 참고있으려니 화가 뒤번져져서 견디겠소? 그래 계획은 방대하고 아름차게 세우면서 왜 우에서 도와주겠다는걸 밀막는거요?

남궁일국장의 이번 평양길을 헛걸음시켜서 뭐가 좋을게 있는가 말이요? 주겠다는건 받지 않고 주머니것은 쉽사리 내주어 건설은 죽이 되여도 자신은 호인이라는 소리를 듣자는거요?

이거야말로 훼방이지 뭐요?》

철정은 허금호가 굵은 음성으로 어찌나 맹렬하게 쏘아대는지 미처 대꾸할 사이가 없었다. 금호는 아직 쏟아놓지 못한 말을 고르는듯 큰눈을 두세번 껌벅거리면서 씩씩거리다가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내 일전에도 말했지만 어째서 책임자의 착상은 거의나 규정을 떠난 현실성이 부족하고 아짜아짜한것뿐이요? 영훈이와 성철이 주동이 돼서 전개한 구조물사건때에 왜 누구도 처벌하지 않고 지나쳤는가 말이요? 그런데 또 가설막안에서의 겨울철 혼합물처넣기라고요?

게다가 150만립방에 달하는 여러차례의 대발파를 우리끼리 하겠다니 집행해야 할 나로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요. 난 정말 말년에 왜 이렇게 볶이울가 하고 하루에도 열백번 생각을 굴려보오. 낚시대 잡을 한가한 시간을 내달라는건 아니요. 모든 일을 좀 숨가쁘지 않게 하자는거요. 내가 감정을 뒤섞어 말하니 쉽게 납득이 안될건 뻔하오. 며칠 말미를 줄테니 자중하고 생각 좀 해보구려.》

철정은 금호의 일방적인 질책에 뭐라고 대답하고싶지 않았다. 그를 납득시킬만 한 말을 찾을수 없었거니와 찾았다고 해도 쉬이 납득시킬것 같지 않았다.

철정은 머리가 번거로왔다.

그러나 퍼그나 낮아진 목소리로 뇌이였다.

《자기의 견해를 죄다 털어놓아서 고맙소. 하지만 모든게 이미 상급당의 비준을 받아 진행되는것만큼 다르게는 안될거요.》

철정은 한껏 자재력을 발휘하였다.

방안이 즘즘해지자 밖에 나갔던 남궁일이 조용히 들어섰다.

《내 체면이 깎였다고 다투지는 마오. 책임자동무가 도에서 자체로 해결할 방책을 세웠다니 그게 잘되면 좋은거고 안되면 그때 가서 도움 청하면 되지 않소.》

남궁일은 헌헌한 목소리로 두사람의 기분을 정화시키였다.

남궁일이 들어오자 로철정은 이미전부터 생각하고있던것을 허심하게 터놓았다.

《국장동무, 이번에 평양에 올라가서 우리를 도와주자고 맹활약을 한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우리자체로 해결하기 어려운건 도와주되 우리 사람들의 창조성과 자립성을 마비시키지는 말아달라는겁니다.

우리가 해낼수 있는것도 우에서 선듯 주어버릇하면 그땐 정말 우리 사람들모두를 힘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릴거요. 그러니 국장동무, 도와주기에 앞서 심사숙고해주시오.》

남궁일이 깊은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이였다.

《수십년세월 아래단위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관념에 습관이 되여서…》

로철정도 벙글서 웃으며 사리있게 이야기했다.

《물론 우에서 도와주는게 우리한테야 쉽지요.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나라가 어려워지지 않았습니까. 도와줄 때를 기다리는 사이에 우리는 자체로 두드려 만들수 있는것은 만들어야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거구요.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건설과 함께 자주적이고 자존심 높은 산 인간들을 키워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높은 산 인간들이라…》

남궁일은 의미있게 뇌이며 창밖 멀리 압력관로건설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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