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3 장

1

추위는 며칠째 계속되였다.

바람은 세차게 울부짖으며 공사장의 여기저기에 차디찬 눈보라를 쉬임없이 몰아왔다.

해볕은 찬대기를 덥히기에 무기력한듯 백설의 산야를 가까스로 어루더듬고있었다.

마식령의 겨울은 건설장의 구석구석을 가차없이 꽁꽁 얼구어버렸다.

건설은 힘겹게 진척되고있었다.

로철정은 김성철려단의 지휘부침실에서 어뜩새벽에 잠을 깨였다.

잠이래야 말뿐이였지 실은 눈감고 누워있었던것이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여 도의 판도에서 립체적으로 진행되다보니 걸리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모든것이 부족하였다.

연유와 식량, 설비들과 자재, 특히는 륜전기재와 폭약을 비롯한 도화선과 도폭선, 뢰관 등 모든것들이 공사전진에 제동을 걸었다.

각 려단의 대렬참모들이 보고한데 의하면 대부분의 돌격대원들은 어려운 생활조건을 타개하면서 동요하지 않고 타발없이 일하고있었다.

풀어야 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그러니 누워있어도 영 잠을 이룰수 없는 철정이였다. 신경은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다.

밤사이에 그는 몇번이나 자리에서 일어나 사업일지를 펼쳐놓고 새날이 밝으면 무엇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곰곰히 생각하면서 가장 실리있는 방도를 찾기 위해 모대기군 했다. 했으나 어느 하나의 방안이나 방도도 현실과 맞서면 벌써 완전무결한것으로 되지 못하였다.

철정은 눈보라가 아우성치는 창밖을 내다보며 분연히 자리를 차고일어났다.

대소한을 눈앞에 둔 엄혹한 때에 방안에 갇히여 상념에 잠겨있을번 한 자신을 타매했다.

그는 사업일지를 펼쳐들고 시급히 추진시켜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우선 철판만곡기조립현장부터 가보아야 했다.

다음은 제련소에 가서 발전기제작용동예비를 찾기 위한 방도를 의논해보아야 하며 날바다에 나가 침몰된 함선 인양정형도 알아보아야 했다.

그밖에도 나가보아야 할 곳은 너무도 많았다.

운전사와 함께 돌격대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떠나려 할 때 안해가 전화를 걸어왔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집에 잠간 들려 두터운 털내의라도 껴입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시름겨운 소리를 했다. 안해의 잔정이 헤아려졌다.

가겠소, 꼭 들리겠소. 3~4일 지난 뒤에.

그는 발동이 걸린 차소리를 들으면서 건성으로 대꾸했다.

나흘동안에 수천리를 달려다녔다.

철판만곡기조립은 거의 성공적이였다.

조립조기술자들과 로동자들은 신심에 넘쳐있었다.

마모된 대형베아링과 만곡로라만 교체하면 새것과 다름없이 살려낼수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만 되면 김철까지 수천톤의 철판을 실어갔다 실어오는 왕복수송을 하지 않아도 되며 수십톤의 연유를 절약하게 되는것이다.

동예비도 찾을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 세기에 제련소에서 한동안 동을 제련할 때 내다버린 슬라크와 연재가 작은 산을 이룬것이 있는데 제련소 기술준비실에서 분석한 결과 적지 않은 동이 포함되여있다는것이 확인되였다. 이전의 제련법으로 채 뽑아내지 못했던것을 새로운 제련법을 도입하여 뽑아내면 당장 필요한 동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것이였다. 그러면 나머지는 린접 도들에서 하고있는 발전소건설을 도울수도 있지 않겠는가.

남을 도우면서도 건설을 자체로 내밀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한순간 마음이 흥그러웠다.

철선인양작업도 계획대로 진척되고있었다.

잠수공들이 수십메터 깊은 곳에 들어가 수중철판절단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할 만단의 준비가 되여있었다.

철정은 매개 단위들에서 제기되는 애로와 걸린 문제들을 시급히 풀어줄 방도들을 하나하나 모색하면서 지휘부에 돌아왔다.

현장을 한바퀴 돌고나니 온갖 고충과 상념으로 불안했던 마음이 새로운 신심과 락관으로 탁 트이는것만 같았다.

역시 건설자대중의 지혜와 창의창발성에 의지하면 방도가 나지고 길이 열린다는것이 명백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무실의 조명등을 켰다.

복도에서 발자욱소리가 들리더니 직일을 서는 종합분과 부원이 손기척을 내면서 들어왔다.

《낮에 댁에서 부인이 보낸겁니다.》

벌써 집을 나선지 한달나마 되여온다.

안해가 걱정할만도 했다.

보자기를 풀어보니 며칠전에 집에 와서 입고가라던 털내의였다.

보퉁이짬에 끼워놓은 쪽지편지가 눈에 띄였다.

젊은이들의 쪽지편지처럼 모양새 곱게 접은것이 옛시절의 정을 돌이켜주는듯싶었다.

《이 내의를 꼭 입으세요. 당신의 분부대로 다 큰 암닭 다섯마리를 사다가 부지런히 모이를 주었더니 얼마전부터는 제법 걀걀 알젓는 소리를 낸답니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지 아세요? 경란이의 잔치가 하루하루 다가온다는걸 노래하는거랍니다, 호호.》

공사일로 머리가 무거운 남편을 위해서 우스개를 꾸며낸 안해의 다심한 잔정이 가슴 쩌릿하게 안겨왔다. 안해의 손길이 차분하게 어려있는 내의를 현장에 나갈 때 입으리라 생각하며 침대머리에 내려놓았다. 그때까지 가지 않고있던 종합분과 부원에게 며칠동안의 려단별 굴진실적과 압력관로고정대 혼합물처넣기실적을 가져다달라고 했다.

얼마후에 가져온 일보철을 보니 계절의 구애를 덜 받는 물길굴뚫기실적은 정상이였다. 그런데 보온막안에서의 압력관로고정대 혼합물처넣기가 이틀사이에 뚝 떨어졌다.

《왜 그런지 모르겠소?》

로철정이 부원에게 물었다.

《구체적인건 모르겠지만 시공책임자동지와 성철려단장사이에 의견이 있은것 같습니다.

허금호동지는 시공책임자로서 규정외의 시공법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면서 공사속도를 늦추라는 지시를 떨구었답니다.》

철정은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것이라고 예감하였다.

부원이 돌아간 뒤 또다시 번거로운 상념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밖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한바퀴 료해하고 돌아오니 안에서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생긴것이였다. 철정은 허금호와 김성철에게 전화를 걸어 사연을 알아보고싶었으나 날이 밝으면 직접 현장에 나가보리라 마음먹었다.

철정은 이튿날도 이른새벽에 일어나앉았다.

30만산대발파를 위한 CT탐사를 곧 시작해야겠는데 리경숙을 비롯한 탐사조원들의 준비상태가 어느 정도 진척되였는지 알아보려고 전화를 걸려다 문득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직은 모두 깊이 잠들고있는 시간이였다.

얼마간 기다리는 사이에 대발파참고서들과 CT탐사기술지도서를 펼쳐놓고 자체기술학습을 하기로 했다. 시간이 퍼그나 흘렀다. 창유리가 푸름해지기 시작할무렵이였다.

전화종이 울렸다. 정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남궁일국장이 내려보낸 지질연구사가 새벽차에 도착했다는것이였다. 들여보내라고 했다.

《책임자동지! 안녕하십니까? 리창학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많이 들었소. 오느라고 수고했소.》

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기였다.

창학은 실력가형의 과학자로 손꼽히는 지질연구사였다. 전국각지의 수력건설장에서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런 인재를 뽑아보내느라고 왼심쓴 남궁일의 수고가 헤아려졌다.

《날씨가 찬데 한밤중에 떠났구만.》

《남궁일동지는 한시가 새롭다면서 등을 떠밀었습니다. 국장동지가 이걸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책임자동지가 건강도 나쁜데 늘 밖에서 수고한다면서 말입니다.》

창학은 려행용가방을 열더니 두툼한 고급뜨개옷을 꺼내놓는다. 양복우에 입게 되여있는 밤색의 겨울옷이였다.

《아니, 국장동무가 입을걸 보냈구만.》

철정은 남궁일의 인정에 코마루가 시큰둥했다.

《국장동지 부인이 하는 말이 환갑때 아들이 마련한걸 아끼면서 입지 않더니 강원도에 혈육처럼 가까운 친지가 생긴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입어보십시오, 국장동지가 저더러 입는걸 꼭 보라고 했습니다.》

철정은 후더운것을 삼키면서 뜨개옷을 입었다.

솜옷을 입은것처럼 온몸이 훈훈하였다.

《보기가 좋습니다.》

창학이 흡족한 낯빛을 지으면서 활기있게 덧붙이였다.

《책임자동지! 국장동지는 대발파기술집단을 내려보내도록 했으니 지내 근심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겨울동안 착실하게 탐사작업이나 하자고 했습니다. 국장동지는 강원도인민들의 힘겨운 투쟁모습을 성에 보고하면서 눈물까지 보였답니다.》

로철정은 남궁일의 후더운 인정이 가슴뿌듯하게 젖어왔다. 성의 지도일군으로서 아래단위를 돕기 위해 아글타글 애태우는 그의 헌신적인 일본새가 고마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을 고분고분 다 받아들일수 없는것이 불안하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이 며칠동안 자기가 현지로 달려다니면서 추진시킨대로만 한다면 성에 올라간 남궁일의 수고를 헛되게 만들수도 있는것이였다. 인정에는 호랑이도 눈물짓는다는데 남궁일의 진정은 헤아리면서도 그가 도와주자고 왼심쓰는것은 모두 외면하는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지질연구사를 숙소로 보낸 뒤 절정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였다. 그는 천천히 뜨개옷을 벗었다.

현장에서 현장으로 늘 달려다녀야 하는 허금호에게 입혔으면 더 좋을것만 같았다. 자기는 안해가 집에서 올려보낸 털내의면 충분했다. 그는 남궁일이 보낸 뜨개옷을 차곡차곡 개여서 보자기에 꽁꽁 쌌다.

늘 찬바람 부는 현장에서 밤낮없이 살아야 할 금호를 생각하니 남궁일이 보낸 이 뜨개옷이 더없이 안성맞춤일것만 같았다.

창밖은 어느덧 휘연하게 밝아왔다.

그는 밖에 나가 찬물로 세면을 하고 들어왔다.

혁띠를 바싹 조여매고 책상에 마주앉았다.

연유문제, 폭약문제, 대형베아링문제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 아니였다.

저도 모르게 전화통에 손이 가는것을 참았다.

머리속에서 뱅뱅 맴돌고있는 하나의 전화번호가 집요하게 사라지지 않고 전화기의 수자판우에서 떠돌면서 가끔 그를 유혹하였다.

하나 그는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그 전화번호를 애써 외면하려 했다.

그것은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의 전화번호였다.

새해때나 그의 생일때면 그 전화번호수자들을 눌러 축하를 해주군 했다. 역시 부위원장도 로철정을 잊지 않고 때때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주군 하였다.

로철정과 건설건재전문학교를 한책상에서 졸업한 막역지우가 다름아닌 국가계획위원회의 중책에 있는것이였다.

사실말이지 전화 한통화만 하면 얼마간의 연유와 발전기조립용동을 해결할수 있을것이였다.

그러나 그는 굳이 도리를 저으며 전화기앞에서 돌아서고말았다.

그랬으나 부위원장의 얼굴만은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문득 며칠전에 걸려왔던 전화내용이 떠올랐다. 부위원장이 물었었다.

《로동무, 대규모수력을 건설하는 동무네가 연유와 폭약을 비롯하여 수많은 공사자재들이 필요할건 뻔한데 어째서 한번도 해결해달라고 보채지 않소?》

그때 철정은 도에 있는 예비와 잠재력을 다 동원하다가 정 없으면 제기를 하겠노라고 했었다.

그러자 부위원장은 허허 하고 웃으면서 《사람두 참 고정하기란. 담쟁이덩굴처럼 기대여사는 목숨이 되지 말자는거겠지.》하고 의미있게 뇌이였었다.

전문학교시절 한책상에 앉아 공부할 때 그들은 지나온 과거지사는 물론이고 앞날의 전도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우정을 두터이했었다. 그 나날 부위원장은 로철정이 소년시절에 쓴 동화에 나오는 담쟁이의 운명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면서 감탄하군 했다.

그래서인지 부위원장은 건강을 잘 돌보면서 공사지휘를 잘하기 바란다는 인사말로 전화를 짧게 끝내였었다.

그는 추억에서 깨여났다.

그런데 내가 무엇때문에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상기했던가? 그의 전화번호는 왜 떠올렸고?

동창생이였다는것을 등대고 국가의 귀중한 설비와 자재를 손쉽게 받아다 쓰는것은 어느모로 보나 떳떳치 못할 일이다.

그렇게 하고도 장군님께 결의한대로 건설을 우리의 힘으로 했다고 보고드릴수 있겠는가.

그날 저녁에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래간만에 전화상으로 만난 두사람은 변모되였을 상대방의 얼굴을 그려보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부위원장이 서운한 음성으로 말했다.

《로동무, 거기 일이 그처럼 힘들고 걸린 문제가 한두가지도 아니라는데 어째서 전화 한번 걸어오지 못하오? 남궁일동무가 어제 찾아왔댔소. 제일처럼 안타까와하면서 숱한걸 해결해달라고 하더구만. 연유나 동 같은건 긴장한것만은 사실이요. 하지만 오랜만에 거기서 요구하는걸 어찌 모른다고 하겠소. 계획에 반영해서 해결하도록 하겠으니 명년 상반년까지만 기다려주오.》

철정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그때면 늦기도 하거니와 여기서 조직한 일들이 모두 결속될것이였다. 기다렸다가 우에서 주는것을 받으면 애태우거나 품들이지 않고 손쉽게 일할수도 있다. 하지만 할수 있는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기다릴수만은 없는 일이였다.

《부위원장동지, 여기 일때문에 지내 마음쓰지 마십시오. 남국장동무가 제기한 설비자재들가운데서 대다수는 자체로 해결할수 있습니다.》

그러자 부위원장의 어성이 약간 높아졌다.

《아니, 그건 무슨 소리요? 아무렴 남궁일동무가 거짓말을 했겠소?》

《옳게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최대로 예비를 찾고 여기서 할수 있는건 우리가 해내겠습니다.》

로철정이 상대를 리해시켰다.

《알겠소. 역시 로동문 변함이 없구만. 그러나 도움을 받을줄도 알아야 하오. 정 곤난한 문제가 있게 되면 서슴지 말고 제기를 하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로철정은 오히려 제편에서 미안한 심정으로 대답하였다. 징- 하고 전류흐르는 소리가 송수화기를 울리였다. 부위원장은 한동안 전화를 끊지 않은채 침묵을 지키였다. 담쟁이덩굴이야기를 상기하는지도 몰랐다.

그들은 서로 건강을 바란다는 따뜻한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전화를 끝냈다.

그무렵이였다.

허금호가 신중한 기색으로 들어왔다.

그가 성난듯 한 표정으로 로철정을 바라보았다.

《책임자동무! 정말 이다지도 힘겹게 해야만 하겠소?》

허금호는 여느때와는 달리 실무적이고도 딱딱한 어조로 들이대였다.

철정은 전혀 생소한 사람을 바라보듯 의아한 눈길로 마주보았다. 그가 시공책임자의 권한으로 몇군데의 고정대혼합물처넣기를 중지시켰다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처럼 노한 까닭을 알수 없었다.

《허동무, 왜 그러오?》

철정은 부드러운 인상을 지으며 물었다.

《책임자동무도 며칠전에 보지 않았소, 순간에 비닐박막이 펑 하고 구멍뚫리던것을…

엊그제사이에 기온이 얼마였구 바람속도는 얼마였는지 아오? 령하 25°에 초당 20m로 불어치니 결과가 어떻게 되였겠는가 생각해보우.

판자사이가 넓은 곳들은 몇군데나 구멍이 펑펑 나는 판이요. 자갈과 모래를 덥히자고 불을 피우면 순간에 날아가 주변 산들에 화재를 일으킬번 했소. 그런데두 성철이와 영훈이 그 사람들은 눈섭 하나 까딱없이 올리뛰고 내리뛰면서 공사를 계속 내민단 말이요.》

허금호는 목이 말라 보온병에서 물 한고뿌를 따르더니 울대뼈가 오르내리도록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궁일국장으로부터 혼합물처넣기를 계속하고있는가고 전화가 걸려왔었다. 실태를 그대로 이야기하면서 야단났다고 했더니 여러 개소의 고정대가운데서 단 한군데라도 동결피해를 받아 준공이후 압력관로의 중압을 감당하지 못하여 붕괴되면 큰 사고라면서 보온대책을 잘하라고 강조하였다.

성에서 파견한 시공감독원도 이런 정황에서 시공하는것을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중지시킬것을 요구하였다. 허금호는 시공감독원과 함께 보온막들을 돌아보면서 내부온도를 확인해보았다.

찢어진 비닐을 수리하고있던 두군데의 보온막안에서 온도가 기준치보다 떨어진것을 본 감독원은 당장 사고심의에 넘기겠다면서 사고조서에 수표를 하라고 했다. 허금호는 가슴이 철렁했다.

수표를 하더래도 로철정책임자를 찾아서 실태를 알려야 할게 아닌가. 책임자가 있음직한 곳을 찾아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으나 왔다 갔다거나 오지 않았다는 소리뿐이였다. 감독원은 시공책임자가 있을 때 저지른 일을 가지고 책임자는 왜 찾는가고 하면서 당장 일보를 성지령실에 올려보내겠으니 어서 수표를 하라고 독촉했다. 잔뜩 자존심이 상한 허금호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수표를 한 뒤 성철려단장에게 문제시된 고정대시공을 중지하라고 했다는것이였다.…

《로동무, 어제도 밤잠을 못 잤소. 눈만 감으면 비닐박막 펄럭대는 소리가 들리고 광풍에 판자집이 뒤집히는 광경이 밟혀온단 말이요, 우리 나이에 이런 고역을 치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소? 난 정말이지…》

금호는 말을 더듬었다. 저으기 신심없고 맥풀린 모습이였다.

《공사가 어려워지니 지휘해내기가 힘겹단 소리겠지요?》

로철정이 허심하게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요.》

허금호가 주저없이 대답하였다.

《음-》

로철정은 상처를 찔리운듯 괴로운 신음을 삼키였다. 그가 허전하고 서운한 기색으로 말했다.

《난 허동무가 이렇게 나올줄을 정말 몰랐소.

일이 잘되고 흥할 때는 앞장에서 소리치며 내닫다가도 전투가 가렬하고 힘겨워지면 맥을 놓고 뒤꽁무니를 빼는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더러 목격했지요.》

《아니, 그럼 내가 그런 비겁분자란 말이요?》

허금호는 자제력을 잃고 울뚝했다.

《아직은 그런 락인을 찍기가 이르지만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나온다면 기필코 그런 소리를 듣게 될거요.》

로철정이 명백하게 찍어 말했다.

《그건 너무하오. 내 솔직히 말해서 이젠 힘이 진해서 그러오.》

허금호의 공포와 괴로움에 지친듯 한 눈에서 진정을 호소하듯 물기가 어룽거렸다.

철정은 별로 친분이 없던 생소한 사람을 대하듯 서먹하고도 의아한 눈길로 허금호를 마주보았다. 지금의 허금호는 확실히 안변2호때의 그가 아니였다. 나이가 들었다고 힘이 진했다는걸가.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따금 걸려드는 감기따위만 아니라면 그의 건강은 변함이 없지 않는가.

아직도 부얼부얼하고 불그레한 살갗은 그의 건강미를 말없이 보여주고있었다. 금호는 확실히 몸이 아니라 정신적인 쇠약증에 걸린것이 분명했다. 철정은 허금호로서는 알수 없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을 자책했다.

(어쩌면 사람이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단 말인가.)

그는 지금껏 자기가 허금호의 정신적변화에 너무도 관심이 없이 일만 일이라고 다그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동무, 지내 저빠듬해하지 말고 속에 품은 생각을 툭 털어놓구려.》

로철정은 안타깝게 말했다.

《그럼 내 말 좀 하겠소. 이전에는 책임자동무와 일하는것이 편안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점점 불편해지니 무슨 원인인지 모르겠단 말이요.》

허금호가 자기의 심정을 알아달라는듯 허심하게 말했다.

철정은 금호의 말에 가슴 한끝이 쩌릿했다.

그는 옳게 말하고있었다. 모든게 갑절로 어려워진 지금에 와서도 자신은 금호를 리해시키기에 앞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식으로 다몰아대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동무, 함께 일하기가 불편하다는 말을 듣고보니 생각이 많소.내 불찰이 크오.

하지만 세상을 좀 돌아다보오. 이전보다 모든게 어려워지고있지 않소. 시대는 우를 쳐다보며 손 내밀기 전에 제힘으로 일어설것을 요구하고있소. 다시말해서 자력갱생하면 사는것이고 못하면 주저앉는거란 말이요.

우린 모두 수력건설에서 환갑을 넘기였소. 하지만 당에서 우리 운명을 책임지고 이 길에 내세워준 이상 살아도 죽어도 이 길에 명줄을 걸어야 떳떳하지 않겠는가 말이요.》

허금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철정은 그가 결코 모든것을 리해하고 납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의 설명이 너무도 딱딱하고 선언적이였다는 생각에 스스로 민망스러웠다.

허금호가 드디여 입을 열었다.

《로동무의 말은 다 옳소. 허나 지내 조급하게 다궂지만 말자는거요. 나도 사실은 이 나이에 이르도록 나라를 위해서 바칠것은 다 바쳐왔소. 내가 그처럼 즐기는 낚시질도 죄다 외면해온걸 다 알지요? 그래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우리가 이다지도 숨가쁘게 살아야만 하겠소?》

로철정은 허금호의 말을 모두 부정할수가 없었다. 한것은 그의 말도 그른것은 아니기때문이였다. 허금호는 여러해전 환갑나이에 이르자 낚시협회에 망라되였다. 조만간 년로보장으로 넘겨주면 바다가에 낚시를 드리우고앉아 여생을 즐길 심산이였다. 하지만 당에서 대규모수력발전소설계도를 펼쳐들자 또다시 활력을 지니고 건설에 뛰여들었다.

허금호는 낚시협회회원이 된 기념으로 마련했던 값진 낚시대를 벽에 걸어들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해 공화국창건의 날에 즈음하여 있게 되는 낚시질경기에 참가해달라는 통지서가 허금호에게 왔다. 로철정은 만사를 다 미루고 그날의 명절휴식만은 금호와 함께 바다가에서 즐기기로 하였다.

허금호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값진 낚시대를 드리우고 접이식낚시질의자에 앉았다.

시간이 지나자 주위의 낚시군들은 전어며 뱅어따위의 잔고기들을 연방 낚아내였다. 뒤전에 서있던 보조성원들은 파들짝거리는 잔고기들을 따내기에 바빴다. 그러나 로철정이만은 금호의 깜부기만 녹여낼듯 바라보며 무료히 서있었다.

허금호는 조는듯 멍청히 앉아있을뿐이였다.

깜부기가 까불 때마다 철정은 조용히 훈수했다.

《물었네, 채게.》

번마다 금호는 고개를 저으면서 《손에 감각이 안오는군. 틀렸어, 랑패라니까.》 하고 웅얼거리군 했다. 경기시간은 초조히 흘러갔다.

거의 마감에 이르렀을 때 금호의 깜부기가 무게있게 물속깊이로 끌려들어갔다.

《물렸다!》

《큰 놈이다!》

《낚아채시우!》

구경군들이 저마끔 고아댔다.

허금호의 심장이 부정맥을 일으키며 흉곽안에서 뛰놀았다. 그는 낚시대를 지그시 당겨보았다. 전혀 이끌리지를 않았다. 금호는 진땀을 흘리며 허둥거렸다.

《맥뽑는 수를 쓰게나.》

철정이 또다시 훈수를 했다.

금호는 급기야 낚시줄을 좌우로 슬슬 끄당기면서 고기를 맥뽑았다. 철정은 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금호는 일어섰다앉았다 어쩔줄을 모르면서 쩔쩔매였다. 급기야 낚시대를 버쩍 치켜들었다. 낚시대가 금시 꺾어질듯 활등처럼 휘여들였으나 물고기는 쳐들리지 않고 사납게 푸들쩍거렸다. 서너키로그람은 실히 나갈 큰놈이였다. 금호는 넋을 잃고 뒤걸음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낚시대를 던져버렸다. 물고기와의 대결에서 손을 들고만것이였다. 비지땀이 그의 이마에 내돋쳤다. 도저히 일어날념을 못하는 금호를 대신하여 철정이 낚시대를 바투 거머잡고 산대로 고기를 떠담았다. 산대안에서 고기가 뒤채이자 은빛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여났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잠시후에 경기마감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길게 울렸다. 경기심판이 손저울로 고기들을 달았다.

금호의 낚시에 물린 고기가 제일 무거웠다.

단연 1등이였다. 시상식이 있었다.

금호는 자기의 이름이 불리워졌는데도 온몸이 땀에 젖도록 맥을 쭉 뽑고난 뒤라 다리가 후들거려 바닥에 그냥 퍼더앉아있었다.

로철정이 나가서 상품을 받았다.

그들을 아는 사람들이 혀를 차면서 기뻐했다.

《산중에서 발전소건설을 하는분들이 1등을 했수다그려.》

《바다도 험산속에서 수고하는이들을 알아보는 모양이웨다.》

《암, 그렇다마다요.》

구경군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들을 치하해마지 않았다.

《글쎄 바다가 도왔다는 말도 일리는 있겠지만 일판에서도 두분의 손발이 늘 딱딱 맞았답니다.》

분명 돌격대밥을 어지간히 축냈을상싶은 중년나이의 번대머리가 점잖게 한마디했다.

《두분이 서로 도와 큰 고기 낚는 솜씨를 보니 그 말이 옳겠소.》 타고장에서 왔음직한 중늙은이가 긍정했다.…

그 일이 있은 뒤 허금호는 활기있게 일판을 종횡무진하면서 로철정의 손발이 되고저 애썼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금호는 확실히 달라졌다.

철정은 어떻게 하면 그를 다시 이전처럼 활력있는 시공책임자로 되게 할수 있을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는 동닿지 않게 보자기에 싸인채 책상우에 놓여있던 뜨개옷얘기를 꺼냈다.

《남궁일국장이 보낸거라오. 시공책임자가 겨울철에 산발을 타고 달려다니자면 추울거라면서 말이지요.》

허금호는 철정이 자기앞으로 밀어보내는 보꾸레미를 밀막으며 뇌이였다.

《무슨 그런걸 다…》

철정이 간절하게 말했다.

《허동무, 좀 손발을 맞추어주오.

내가 안하면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마음으로 한몸 내대고 뛰여들잔 말이요.》

철정의 호소가 하도 진지해서 허금호는 묵묵히 뜨개옷을 받아 한쪽구석으로 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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