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3 장

2

그 시각에 전화종이 울렸다.

남궁일이였다. 철정은 마음 한구석이 켕기였다.

그를 헛걸음시킨것만 같아 미안하였다.

남궁일이 어덴가 섭섭한 말투로 전화를 걸어왔다.

《로동무요? 그런데 성에 올라온 사고조서는 어떻게 된거요? 난 여기에 오자마자 동무네가 혁신적인 공법으로 추위를 극복하면서 혼합물처넣기를 하고있다고 상동지한테 실태를 그대로 보고했댔소. 그런데 시공책임자의 수표가 있는 사고조서가 올라왔으니 내 꼴이 뭐가 되였겠소.

거기 허금호동무가 있으면 좀 바꿔주오.》

철정은 송수화기를 허금호에게 넘겨주었다.

허금호의 손이 가늘게 떨리였다.

남궁일이 유감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허금호동무, 극단한 일기조건에서 빚어진 일시적인 저온현상이였겠는데 기술적결과를 알아보지도 않고 사고조서에 수표를 하다니 그게 어디 아이들 장난이요? 인차 현장을 복구하여 보온대책을 취해서 감독원을 안심시켜야지 사고조서를 성에까지 올려보내면 어쩌는가 말이요. 여기선 지금 현장검사조를 파견해야 한다, 어쩐다 하면서 야단이요. 그래서 내가 빨리 내려가 대책을 취하겠다고 했소. 대소한이 오기전에 시공을 끝내겠다던 결의를 수포로 되게 하지 않았는가 말이요. 주인답지 못하오. 책임성이 없는 표현이요.》

로철정은 곁에서 남궁일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할말이 없게 된 허금호는 송수화기를 다시 철정에게 넘겨주었다. 철정이 남궁일을 안심시키였다.

《국장동무! 곧 현장에 나가서 실태를 알아보고 대책을 취하겠습니다.》

남궁일이 말했다.

《내 곧 떠나겠소. 사고로 인정되면 정말 큰일이요. 수천공수의 로력과 수만금을 날려보내게 된단 말이요. 동무넨 뭐가 되고 내 립장은 뭐가 되겠소?

그 문젠 현지에 나가서 더 론의합시다.》

남궁일이 잠시후에 침울한 억양으로 계속하였다.

《로동무, 내가 지금 얼마나 난처한 립장에 처했는지 아오? 국가계획위원회 리부위원장이 전화로 내가 그곳 실태를 잘못 반영했다면서 노여워하는게 아니겠소. 본인들은 해결책을 찾고 든든해 있는데 곁가마가 더 끓는다는거요. 난 뻐꾹소리 한마디 못했소. 제발 사람을 이렇게 희극적인 인물로 만들지 마오. 곧 떠나겠으니 오후 첫시간에 압력관로 현장에 올라가봅시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로철정은 무안한감을 느끼면서 송수화기를 놓았다.

전화내용을 죄다 헤아려들은 허금호가 후- 하고 한숨을 내불며 뇌이였다.

《로동무, 지내 극단적으로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소? 우에서 도와주기로 해놓은 일을 그렇게 휘딱 뒤집어엎어서 좋을건 뭐요?

사방에 자체로 한다면서 벌려놓은 일들이 잘되면 몰라도 튀여나가면 어찌겠소? 제발 고집쓰지 말고 받을건 받으면서 합시다.》

철정은 금호의 심리가 리해는 되였다. 그러나 정녕 그 길로는 가고싶지 않았다.

제힘으로 능히 할수 있는것도 못하겠다고 한다면 영영 제발로 걷지 못하게 될것이다.

철정은 이 발전소를 장군님께 결의한대로 명실공히 자력갱생의 창조물로 일떠세우고싶었다.

바로 그것이 선군시대의 요구이며 우리 세대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허동무,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은 나더러 명년 상반년까지 기다리라고 했소. 그때까지 앉아뭉개다나면 건설은 그만큼 늦어지오. 우린 반드시 제힘으로 원쑤들의 고립압살책동을 디디고 일어서야 하우.

일어나지 못하면 영영 쓰러지고만단 말이요.》

철정은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어드는감을 느끼였다. 허금호앞에 상식적인 론리밖에 전개할수 없는것이 불만스러웠던것이다. 철정은 금호를 감동시키고 납득시킬수 있는 열렬한 심장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에 대한 불만이 느껴졌다. 자기는 인간의 감정보다도 차디찬 혼석과 혼합물, 철강재와 기계만을 상대해오는 나날에 저도모르게 거칠고 차거운 인간으로 변해버렸다는 느낌이 갈마들어 괴롭고 서글퍼졌다.

허금호 역시 자기를 납득시키기 위해 모지름쓰는 철정을 어두운 낯빛으로 이따금 바라볼뿐이였다. 금호는 언어기능을 상실한 사람마냥 묵묵히 창밖을 주시하고있었다.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쳤다. 성에와도 같이 싸늘한 침묵이 두사람사이를 지겹게 얼구어버렸다.

문득 손기척이 침묵을 깨뜨렸다.

들어선것은 뜻밖에도 허성준이였다.

《안녕하십니까?》

성준은 방안의 어성버성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듯 활기있게 인사를 했다.

철정이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그래 배치를 받았나?》

《예, 원산시돌격대려단에 가기로 했습니다.》

성준의 대답에 철정은 매우 만족하였다.

《우리 영훈이가 거기에 있네. 만나면 반가와할걸세.》

《그래요?! 빨리 가보고싶습니다.》

성준이가 기뻐했다. 그들은 학창때부터 잘 아는 사이였던것이다.

《그래 군대때 무슨 재간을 배웠나?》

철정이 물었다.

《목공과 철공도 좀 해보고 대발파굴진도 했댔습니다.》

《이런! 기술인재로구만. 대발파경험자가 많이 필요한데 마침 잘 되였네.

허동무, 아들이 괜찮구려.》

철정은 마음이 개운해져서 금호에게 미소를 보내였다. 금호는 별로 시답지 않은 인상이였다.

《원, 그 애한테 무슨 큰 기술이 있겠다고 기대를 거시우?》

금호는 랭랭한 어조로 말했다.

눈치빠른 성준이는 아버지와 책임자사이에 별로 유쾌한 대화가 오가지 않았음을 인차 알아차렸다.

《그럼 전 건설장으로 가겠습니다.》

《가만, 우리도 오후에 그리로 가네. 함께 차를 타고 가자구.》

《알았습니다, 책임자동지.》

성준은 차렷자세를 취해보이고 나갔다.

그가 나간 뒤 곧 리민영이 들어왔다.

《어떻게 찾아왔나? 그러지 않아도 낡은 차를 새것으로 만들어가지구 잘 뛴다기에 만나서 인사를 하자던 참이였는데 잘 왔네.》

로철정은 민영을 반겨주었다.

《책임자동지, 철근을 한차 실어가지구 압력관로건설장에 갔는데 상급의 지시라고 하면서 살림집건설장으로 가라는겁니다. 제가 알기엔 철관로고정대건설이 철근때문에 늦어진다는 소리도 있었는데 무슨 영문인가 하여 들렸습니다.》

순간 철정은 금호를 면바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거요?》

로철정은 서늘한 눈길로 물었다.

허금호가 그의 눈길을 피하며 대답했다.

《혼합물치기를 중지시킨만큼 그쪽으로 돌리라고 했지요.》

《탁기영이 계속 오그랑수를 쓰게 하지 마시오.

고정대시공을 중지하더라도 거기걸 살림집건설장에 돌려 쓸수는 없소.》

철정은 칼로 베듯 매정하게 잘라버렸다.

《살림집건설장에서 철근가공이라도 해놓겠다고 자꾸만 보채기에책임자동무가 없어서 혼자 결심했소.》

허금호는 우울한 인상으로 변명하였다.

리민영은 자기가 뛰여들어 책임일군들 사이에 불쾌한 대화가 오가게 된것만 같아 미안해했다.

로철정이 말머리를 돌리였다.

《민영동무, 낡은 차가 성능이 괜찮소?》

《새차 못지 않습니다. 군에서 제가 맡은 차를 무조건 살려내야 한다면서 낡은 부속을 전부 새걸로 교체해주었습니다.》

《민영동무의 안해는 열성들여 키운 돼지를 내여 차를 새것처럼 도색해놓았다더구만. 괜찮은 안해요. 그처럼 모두가 한마음이 되여 달려들면 애로가 다 풀리거던.

민영동무! 그 철근은 압력철관로건설장에 가져다 부리시오.》

《알았습니다.》

민영은 대답하고 곧 돌아서 나갔다.

철정은 시계를 보았다.

각 려단들과 직속대대를 비롯한 여러 단위 책임자들과의 전화모임을 가지기로 한 시간이 가까왔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지휘부의 후방부서와 회계과, 종합과 등의 부서책임자들이 어김없이 로철정의 사무실로 모여왔다.

토의할 안건은 긴장한 식량문제를 최대한 자체로 풀데 대한 문제였다.

회의시간이 되자 종합분과장이 물길굴 1려단과 2려단, 언제 1려단과 2려단, 직속대대들과 광산대대들을 전화로 호출하였다. 모든 단위의 지휘관들이 전화기의 고성기단추를 눌러놓고 대기하고있었다.

로철정은 부서일군들과 먼곳에 있는 려단과 독립대대 지휘관들의 긴장한 모습을 느끼며 전화회의 안건을 말했다.

《오늘 긴급히 전화회의를 하게 된것은 긴장한 후방사업문제, 특히 건설자들과 적지 않은 부양가족들의 식량문제해결방도를 토론하자는것입니다.》

안건을 발표한 뒤 철정은 먼곳의 전화회의참가자들에게 말이 정확히 들리는가고 물었다.

모든 가입자들이 잘 들린다고 대답하였다.

로철정이 보고삼아 긴장한 식량문제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미 량식과에서는 6개월분의 식량을 단위들마다 전량 공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시내가까이에 위치하고있는 원산시려단은 물론 물길굴 두개 려단과 언제 두개 려단 등 여러 단위들에서 식량이 적지 않게 초과지출되고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원인을 구체적으로 료해해본데 의하면 건설대오가 편제이상으로 불어난데 있었습니다.

그밖에 세대주들이 건설장에 나와있는 부양가족들의 식량문제를 해당 공장, 기업소들에서 풀어주지 못하고있는 형편에서 려단후방부서들에서 풀어준데도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철정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였던것이다.

《녀맹돌격대》, 《로병지원대》, 《영예군인돌격대》를 비롯한 수천명의 편제이상의 인원들이 보잘것 없는 부양가족식량을 지고나와서 일하고있었다.

각 려단후방부들에서는 어쩔수없이 그들의 식량을 보충해주어야 했다.

뿐만아니라 날에 날마다 수천수만명씩 달려나오는 지원자들에게는 돌격대식당에서 남새국이라도 끓여주어야 했고 그중 점심식사를 준비해오지 못한 인원들에게는 국수 한끼라도 보장해주어야 했다.

전자계산기로도 미처 타산해낼수 없는것이 후방부서일군들의 일이였다.

그렇게 계획외에 초과지출된 량식물자가 제일 많은 단위는 원산시려단을 비롯하여 시내가까이에 있는 단위들이였다.

로철정이 이 문제를 일군들과 지휘관들의 집체적지혜와 창발적인 의향을 참작하는 방향에서 풀기 위하여 전화회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였다.

한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선듯 방도가 짚이지 않았던것이다.

전화기의 고성기에서 울리는 전류음만이 사무실의 벽면에 부딪쳐 공명을 일으키며 크게 들려왔다. 긴장한 침묵의 분위기를 깨면서 후방부서의 참모일군이 일어났다. 병아리를 해결해달라던 친구였다.

《책임자동지!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식량소비출처가 명백한 단위들에서는 도량정국에 청구서를 내자는것입니다. 거 뭐 우리 돌격대원들만이 아니라 온 도가 달라붙어서 소비한걸 우리가 안고 방아찧을수는 없지 않습니까.》

언제봐야 우는 소리를 하기 좋아하는 그의 말에 로철정은 강한 반발을 느끼였다.

《청구서를 내는 일은 간단합니다. 그럴바에야 무엇때문에 이런 회의를 하고있겠소.》

철정은 무뚝뚝하고 지어 랭정한 인상으로 그의 제기를 묵살시켜버렸다. 가물든 전답에 서서 하늘보며 비는 농군 격으로 우에다 손내밀기 좋아하는 이런 사람의 발언은 회의를 왕청같은 방향으로 끌어갈수 있는것이였다.

철정은 회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도 방도가 없다는듯 책임자의 눈길을 외면하였다.

이때 앞상우의 전화기에서 찌르륵거리는 전류음이 세게 들려왔다. 어느 단위에선가 가입자가 전화기의 고성기단추를 눌러놓은 모양이였다.

이윽고 먼거리에 있는 가입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광산 1대대장입니다. 우리 광산대대에서 과외로동을 진행하여 필요한 식량구입자금을 다소 보태겠습니다. 다른 광산대대들에도 이렇게 하자는걸 호소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수백리 떨어져있는 광산대대장들이 서로 의논이나 한듯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하고 호응하였다.

광산 3대대장의 목소리가 고성기를 울리였다.

《1대대장동무가 옳게 생각했습니다. 내 집 일하는 사람들이 내 집 쌀 축내는거야 응당한 일 아닙니까? 그런걸 우리 자신이 메꿔야지 어데다 내라고 한단 말입니까?》

성미 걸걸한 광산 3대대장의 목소리가 방안을 지릉지릉 울리자 참가자들은 가슴이 후련하여 허허 하고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그에게 전달된듯 《허풍은 아니니 웃지들 마십시오. 회계과장동무, 우리가 맡겠으니 한달기한으로 식량구입자금을 뚝 떼여 돌려주시우.》 하고 못박아 말했다.

로철정이 지금껏 난처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회계과장의 얼굴이 느슨한 미소로 밝아지는것을 보면서 말했다.

《옳소,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회계과장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대답하였다.

《도은행에서 다음분기후방자금을 출자받기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식량을 어데서 구입한단 말입니까?》

로철정이 일깨워주었다.

《국가식량에 속하는 흰쌀이나 강냉이를 제외하고 농민들이 부업생산한 콩이나 당콩, 팥 같은 희소곡물은 얼마든지 살수 있소. 시장관리소와 련계를 취하면 됩니다.

또 하나 잊지 말것은 돌격대원들의 부양가족들가운데서 식량난을 겪고있는 가정들을 단위들에서 료해하고 식량과 땔감을 해결해주고 살림집을 보수하는 등 생활상방조를 주어야 합니다.

이후에 후방생활문제로 또다시 제기되는 일들이 있으면 그때엔 문제를 되게 세우겠소.》

그의 말이 끝나자 먼곳의 지휘관들이 전화통에다 대고 《알았습니다!》 하고 대오에 선듯 우렁차게 합창하는 소리가 사무실을 울리였다.

《그럼 오늘 토론된 문제에서 제기할것이 있는 동무들은 말하시오.》

로철정이 말하자 《언제건설1려단장입니다.》 하고 자기를 밝힌 뒤 군침을 삼키는듯 꿀꺽하는 소리에 뒤이어 그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려단의 부족되는 식량은 절반만 보장해주십시오. 지난 가을에 수집한 도토리가 있는데 사료용을 내놓고도 좀 남습니다. 음료공장에 보내여 강냉이와 바꾸어 해결하겠습니다.》

《아주 좋은 건설적인 방안이요. 찾아보면 예비는 얼마든지 나오는 법이요.》

로철정이 긍정하였다. 그러자 물길굴 1, 2려단과 언제 2려단에서도 그런 방법으로 식량을 보충하겠다고 했다.

회의가 거의 끝나갈무렵에 원산시려단장 김성철의 굵은 저음이 수화기에서 울려나왔다.

《책임자동지! 우리 려단은 추가공급을 받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동무네 식량부족량이 제일 많던데…》

로철정은 의문이 가득 실린 얼굴로 물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각 대대들에서 부업으로 생산한 식량예비를 장악해보니 적은 량이 아닙니다. 어떤 중대들에서는 겨울용남새를 부양가족들한테도 공급했습니다.》

철정은 가슴이 뭉클하였다.

김성철의 려단이 부업경리를 짜고드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어려운 때에 이처럼 한모퉁이를 막아나설줄을 생각지 못했었다. 하긴 공사에서는 물론 그 어떤 일에서도 뒤걸음치는 법을 모르는 려단장이였다.

철정은 혁명적군인정신이 창조된 곳에서 복무한 그를 본받자고 웨치고싶은 심정이였다.

《동무들의 목소리를 듣고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처럼 동무들이 모든 일에서 우만 쳐다보지 말고 제힘으로 풀어나가는 기풍을 세워야 합니다. 나는 오늘 전화모임의 내용을 도당위원회에 보고하여 우리의 식량문제때문에 더는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회의는 성과적으로 끝났다.

남궁일은 세시간 지난 뒤에 어김없이 도착하였다.

기다리고있던 로철정과 허금호가 마중했다.

간단한 인사말만 오고갔다.

남궁일은 일단 한 말은 반복하지 않는 성미였다. 전화로 오고간 기분나쁜 대화도, 뜨개옷얘기도 다시 꺼내지 않았다.

마침 오후에 건설장으로 함께 올라가려고 기다리고있던 허성준이 남궁일에게 인사를 했다.

《허동무의 아들이란 말이지. 소개하지 않아도 알겠군. 체격이며 얼굴모색이 신통히도 닮았구만. 아버지를 따라 여기로 달려나왔다니 로동무네처럼 부자간이 수고하겠소. 제대군인답게 잘해보라구.》

남궁일이 대견한 눈길로 성준을 바라보았다.

성준은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에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갑시다.》

남궁일이 서두르며 차에 오르려 했다.

《점심식사는 어떻게 했습니까?》

로철정이 물었다.

《마누라가 꿍져준 줴기밥으로 했지요. 차안에서 깨소금을 뿌렸는데 맛있습디다.》

남궁일은 기분전환을 하려는듯 우스개삼아 말했다.

그 말에 로철정도 긴장했던 마음이 너누룩해졌다.

허금호는 아들과 함께 책임자의 뒤좌석에 앉았다.

얼마후에 그들은 압력관로고정대들을 시공하고있는 1호발전소 뒤마당에 이르렀다.

남궁일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사급한 산비탈을 올라갔다. 로철정과 허금호는 뒤따랐다.

허성준도 시려단의 주력이 집중되여있는 까마득한 산경사면을 호기심어린 눈길로 올려다보며 힘차게 걸어올라갔다.

바람은 예나 다름없이 쌩쌩 몰아쳤다.

세사람은 숨이 턱에 닿아 비칠거리며 이전처럼 손잡고 올라갔다.

드디여 문제시되였던 고정대에 이르렀다.

보온막안에 들어섰다. 혼합물충진을 중지당한 작업장은 활기롭지 못했으나 강추위를 하는 바깥에 비하여 한결 훈훈했다.

철정은 거기서 이미전에 낯익힌 얼굴들을 띄여보았다. 신동진과 장미경이 반기며 인사했다.

몸이 겨릅대처럼 애리애리하고 코날이 상큼한 신입돌격대원처녀가 땀을 즐펀하게 흘리며 부산스레 돌아가고있었다. 이글거리는 난로불우에 가마를 올려놓고 덥힌 물을 이틀전에 《사고먹은》 시공부위에 가져다 붓는중이였다. 이미 더운물을 부은 곳에는 두툼한 나래를 덮어 씌워놓았는데 거기선 더운 김이 물물 피여올랐다.

로철정은 돌격대원들의 아글타글 애쓰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뭉클했다. 남궁일이도 저으기 안심된 인상이였다.

책임일군들이 올라왔다는 기별을 듣고 맨꼭대기에 올라가있던 성철려단장과 로영훈이 달려내려왔고 시공감독원도 뒤따라 나타났다.

성철은 고정대시공을 계속하고있으며 문제시 된 곳에서는 보온대책을 취하고 차후지시를 기다린다고 했다.

남궁일이 묵묵히 나래를 들치고 혼합물시공부위를 더듬어보았다.

《몇시간이 지났소?》

궁일은 철근꽁다리를 하나 주어들고 김이 피여오르는 겉면을 긁어보았다. 양생이 잘되고있는게 알리였다.

시공감독원은 긴장한 눈길로 남궁일의 표정을 살피며 48시간이 지났다고 대답했다.

《저온피해를 받은 시간은 얼마나 되오?》

《한시간이내에 보온대책을 취했습니다.》

성철려단장이 대답하였다.

《정확히는 한시간 이십오분입니다.》

시공감독원이 시정시키였다.

《내 보기엔 그동안 보온대책을 잘했기때문에 양생이 정상으로 된것 같소.》

남궁일이 확신성있게 말했다.

《감독원동무, 안 그렇소?》

감독원도 쇠꼬챙이로 구조물겉면을 긁어보고나서 대답했다.

《글쎄요. 하지만 뒤일을 누가 담보하겠습니까?》

성철려단장이 성급히 가로챘다.

《우리가 담보합니다. 살얼음졌던 겉면은 모두 긁어냈습니다. 전 일없다고 단언합니다.》

남궁일이 그를 긍정하였다.

《옳소, 검사원동무. 사고를 취소시킵시다.》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하는 감독원의 물음에 《역시 책임문제군. 로동무, 난 책임지겠소.》 하고 남궁일이 단언하였다.

《저 역시 책임지겠습니다.》

로철정이 호응했다.

《그럼 어서 문건을 만들어 수표를 합시다. 감독원동무, 대답하시오.》

남궁일이 재촉하였다.

《책임일군동무들이 담보한다면야…》

시공감독원이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지휘관들의 사업토의에 방해되지 않자고 밖에 나가 귀동냥해 듣고있던 신동진네 소대원들이 낮은 목소리로 《만세!》 하고 웨쳤다.

《려단장동무, 작업을 계속하시오.》

로철정이 지시하자 돌격대원들은 곧 자기의 작업장소로 달려갔다.

남궁일은 밖에 나섰다. 로철정과 허금호, 시공감독원도 따라나왔다.

돌격대원들이 듣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남궁일이 감독원과 허금호를 마주하여 말했다.

《감독원동무, 돌격대원들의 열의와 정신세계를 볼줄 알아야 할게 아니요. 기술적결과도 따져보지 않고 일시적인 저온현상에만 매달려 능히 바로잡을수 있는 일도 사고라고 딱지를 붙이니 이거야말로 책임을 모면하자는 행위란 말이요.

하여튼 이번 문제를 계기로 성에서는 내각에 제의하여 포괄적인 실태료해조를 내려보낼 계획을 하고있소. 허금호동무, 생각해보오. 기술적인 대책을 세우기에 앞서 사고조서에 호락호락 수표를 했으니 우에서는 큰일났다면서 내각에까지 반영하게 된거요. 료해검열을 받을 땐 받더래도 모두 맡겨진 일은 책임적으로 해야 하오.》

허금호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서성거리고있었다. 로철정은 그가 자기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려고 굵은 목청을 돋구리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침묵을 지키자 준절하나 퍼그나 낮은 목소리로 타매했다.

《허동무, 섭섭하오. 책임을 모면하고 자기에게 화가 미치지 않게 하려는 보신주의로 말년을 깨끗이 마무리하자는거요?》

허금호는 로철정의 질책에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 어떤 리유로 성격변화라도 가져온듯싶은 전에 없는 징조였다.

철정은 너무도 이상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디여 금호의 침묵의 원인을 짐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시 직관선전판에 붓글을 쓰고있는 영훈을 향하여 성준이 재빨리 달려왔다.

아들앞에서 못난 모양을 보이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지각있는 참을성이 허금호의 입에 빗장을 지른것이 분명했다.

금호는 아들을 못 본듯이 망연히 먼산에 눈길을 던지고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식의 면전에 서있는 자기의 옹색함을 드러내여 일종의 리해를 얻으려 하는것 같았다.

자식앞에서는 아버지를 꾸짖지 않는 법이다.

이것은 뭇사람들이 생활과정에 터득한 하나의 도의이다. 금호는 지금 이러한 도덕의 방패로 철정의 입에도 침묵의 자물쇠를 채운것이였다.

로철정이 짐작한대로 가까이에 다가온 성준이 명랑한 목소리로 주위공기를 흔들었다.

《영훈동지!》

성준은 로영훈보다 서너살아래였으나 같은 축구소조에서 공을 차면서 퍼그나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다.

《아니, 이게 누구야? 10번 허성준이 아닌가?

제대되여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나?》

그들은 너무도 반가와 두손을 맞잡고 놓을줄 몰랐다.

옹색한 마음으로 서있던 허금호도 이내 머리를 식히고 젊은이들의 즐거운 상봉에 이끌리였다.

아버지의 체격을 닮아 로영훈보다 키도 크고 몸매도 실한 성준이 응석부리듯 상대방의 팔에 매달리는 시늉을 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영훈동지와 같이 일하고싶어서 돌격대원이 되였어요.》

《웬걸, 아버지가까이에서 일하고싶었던 모양이지. 중학교때 아버지네 소형수력건설을 도울 때처럼.》

영훈은 진실을 말하라는듯 한눈을 찡긋하면서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그런 생각도 간절했어요.》

성준이 진심을 터놓았다.

《잘 왔다. 우리 아버님들이 수력건설에 오랜 나날 손잡고 몸바쳐왔는데 이젠 나이들어 힘들 때도 됐지. 우리가 가까이서 받들어드리면 적으나마 도움이 될거야.》

《나도 그렇게 마음먹고 일하겠어요. 같은 값이면 제일 힘든데로 가고싶어요.》

《이제 30만산대발파랑 하게 되는데 그땐 성준이나 우리같은 제대군인 청년들이 한몫 단단히 하게 될거야.》

《야, 대단하겠는데요. 영훈동지! 앞으로 사회생활 초면내기한테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성준이 허심하게 당부했다.

《혁명적군인정신이 몸에 밴 제대군인한테 내가 뭘 배워주겠나.》

《왜요? 선배로서 배워줄게 어째 없겠나요.》

《그러자구. 우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기도 하자구.》

《예, 그렇게 하자요.》

허성준은 저으기 흥뜬 기분으로 대답했다.

《영훈동지! 여기에 우리 동창생들도 더러 있다는데 좀 만나보겠어요.》

《맞아, 우리 학교 출신들이 많이 있구말구.

모두 자기 맡은 일을 잘하고있네. 어서 가서 만나들 보라구.》

영훈은 성준의 실팍한 잔등을 정겹게 두드려주었다.

성준은 이내 돌아서더니 돌격대원들의 일판을 향하여 나는듯이 달려갔다.

젊은이들의 대화를 주의깊게 듣고있던 남궁일이 혼자소리로 뇌이였다.

《허성준이… 아주 명랑하고 진취적인데가 있구만.》

허금호는 면구하면서도 자부심에 겨운 미소가 떠오르는것을 감추느라고 얼굴을 찡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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