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3 장

7

모든 일은 허금호의 상상밖에서 놀랄만치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있었다.

리경숙을 비롯한 CT탐사조원들과 대발파설계성원들로 이루어진 기술집단이 30만산 중턱에 숙소를 전개하고 일을 시작한지도 며칠이 지났다.

허금호는 탐측결과가 어떻게 나오고있는지 몹시 궁금하고 불안하기도 하였다.

물살빠른 고미탄천기슭에 차를 세운 그는 살얼음우에 듬성듬성 놓여있는 돌다리와 통나무다리를 건너 탐사조의 귀틀집으로 들어갔다.

리경숙과 리창학이 지금까지 탐사한 자료가 반영되여있는 지질도를 들여다보며 심각한 기색으로 서있었다.

《어떻소?》

허금호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리창학이 우려하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수십메터미만의 겉층탐사에서 벌써 균렬이 커져 동굴로 확대될 기미가 보입니다.》

창학의 말에 허금호가 당황했다.

금호가 경숙에게 말했다.

《경숙선생, 일전에도 강조했지만 이건 심중한 문제요. 왜냐하면 탐사의 정확성여부에 따라서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것이 갈라지기 때문이요.

시추기로 몇달동안 걸릴 표층탐사를 나로서는 처음 대하는 일이라 미심쩍은데가 적지 않소.

이 자료를 정말 담보할수 있겠소?》

허금호는 엄한 눈빛으로 경숙을 마주보았다.

《예, 현재까지 탐측한 자료는 담보합니다.

앞으로 전류가 미치지 못하는 심층은 탐사갱을 뚫을 때 따라들어가면서 더 측정해야 합니다.》

허금호는 경숙의 곁에 심중한 인상으로 서있는 리창학에게 다시금 물었다.

《어떻소? 지질전문가동무, 이러한 지질상태에서 대발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글쎄요, 난 아직 이처럼 불리한 대발파조건과 맞서보지 못했습니다. 수십메터의 겉층탐사에서 균렬이 확대되고있는건 동굴들이 있고 물주머니도 나질수 있는 징조입니다.

이런 정황에서 대발파를 들이댔다가는 발파효률이 떨어져 자칫하면 실패할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리창학이 신심없이 뜨직뜨직 말했다.

허금호가 조급하게 어성을 높였다.

《그럼 동무네가 현실태를 어서 상급에 반영하오.

지휘부가 정확한 결심을 내려 대발파를 보류하든가 무슨 대책을 세우도록 해야 할게 아니요.》

조용히 듣고있던 리경숙이 명백히 찍어 말했다.

《CT탐사결과는 날마다 보고하였습니다.

책임자동지는 가능성을 최대한 받아들여 대발파프로그람을 짤수 있는 준비를 착실히 하라고 했습니다.》

허금호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객관적조건이 이런데다가 우리의 준비는 또 얼마나 미흡한가, 백여톤의 대발파폭약중 모자라는 십여톤은 대용폭약으로 써야 한다.

로철정은 그 해결방도의 하나로서 참나무숯을 리용할수 있다고 한다. 공업적으로 제조된 뜨로찔이나 암모니트폭약으로도 날려보내기 힘든 30만산을 참나무숯까지 다져넣어 발파하겠다는 책임자의 결심이 허금호는 두려웠다.

어덴가 모험적이고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든 허금호로서는 대발파기술성원들앞에서 시공책임자로서의 립장을 명백히 할 필요를 느끼였다.

《나는 동무들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할것을 권고하오. 산의 지질조건이 한심한데다 우리의 준비상태도 미흡하기 이를데가 없소. 이런 조건에서라면 안전한 대발파프로그람을 짤수 있겠는가?

리창학연구사동무! 책임적인 견해를 밝혀주오.》

그러자 지금껏 휴대용콤퓨터의 화면을 통하여 산의 심부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있던 리창학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글쎄요, 현상태에서 나로서는 신심이 부족합니다만 주인들이 무조건 하겠다는걸 막아나서기도 무엇하고…》

그는 말끝을 가무리지 못하면서 난감한 인상을 지었다.

《이거 정말 어쩌자는건지 모르겠구만.》

허금호는 불끈 치받치는 울화를 가까스로 누르며 창학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경숙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누구보다 책임적인건 CT탐사와 대발파프로그람을 담당한 경숙동무요.

과학은 종종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결론을 내리는 례가 허다하오. 15년설의 례가 바로 그러했소. 우리가 바라지는 않았지만 과학은 엄정하게도 그러한 결론을 도출해내여 모두를 아연하게 한거요. 과학의 론증을 거역하고 도전한다는게 말처럼 쉬운줄 아오? 그래서 모두 목숨을 내대고 한다고 하지만 그걸 바치면서도 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걸 명심해야 하는거요.

가령 대발파가 실패하여 헛발파로 되여보시오.

우리 몇사람의 목을 내댄다 한들 보상할수 있겠는가 말이요. 제발 심사숙고하여 책임적인 선택을 해야 하오.》

허금호는 주로 경숙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난 이즈음에 리경숙동무가 현실에 대한 파악도 없이 이 일에 뛰여들어 우려도 하고 고민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게 하다가 못하면 그만둘 아이들 장난이 아니라는걸 상기시키고싶소.

만약에 동무의 대발파프로그람이 수포로 돌아가는 날엔 과학자로서의 자신의 운명도 결코 순탄치 않다는걸 명심하시오.》

허금호는 은근한 목소리로 그루를 박았다.

순간 경숙의 어깨가 흠칫하면서 탄력을 잃고 굳어졌다. 금호는 처녀의 쌍겹눈이 허둥대면서 기다란 속눈섭이 겁먹은듯 파르르 떨고있는것을 띄여보고는 못 볼것을 본듯싶어 눈길을 돌려버렸다.

처녀의 가슴에 못을 박는 못할 말을 했던가싶었으나 힘들지만 할 소리를 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이 나갔다. 그렇다, 피차 책임한계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도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는것이다. 금호는 이렇듯 모진 마음으로 소나기직전처럼 흐려있는 처녀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였다.

허금호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든 일을 무난하고 등탈없게 하도록 책임자에게 조언해야 했다.

그는 후- 하고 긴숨을 톺으며 산바람 사나운 밖으로 나섰다.

이튿날 아침이였다.

날은 묵중하게 흐려있었다.

로철정은 아침모임을 서둘러 끝내였다.

그는 조회를 끝낸 뒤 30만산대발파를 앞당겨 밀고나갈데 대한 협의회를 조직하였다.

대발파에 인입될 지휘원들과 CT탐사조, 설계조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로철정은 자기의 결심을 명백히 밝히였다.

《탐사가 끝난 뒤 설계를 하고 그다음에 굴진을 하는것과 같은 계단식방법으로는 시간을 얻어낼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CT탐사와 설계, 굴진을 동시에 흐름식으로 함으로써 시간을 최대한으로 앞당기자는것입니다. 여기서 당겨진 시간만큼 언제가 빨리 솟고 발전기 돌아가는 날이 앞당겨집니다. 다시말해서 장군님께 기쁨드릴 시간을 앞당긴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거의 모든 지휘관들이 좋은 방안이라고 지지했다.

《우선 허성준동무(그는 며칠전에 대발파중대장으로 임명되였다.)네 중대에서 신동진굴진소대를 30만산탐사갱 굴진소대로 돌리겠습니다.

전기가설이 끝나 대형압축기를 설치하기 전까지 물길굴1려단에서는 소형디젤압축기를 탐사굴진에 넘겨주도록 하시오. 연유과에서 연유는 별도로 공급해야겠소.

CT탐사조와 허금호동무만 남고 돌아가되 임무받은 지휘관들은 래일아침 여덟시까지 집행하고 보고하시오. 수송기재는 일체 자체로 보장할것.》

시간이 긴장한데다 수송기재까지 대주지 못하겠다는 지령에 모두 아름찰것이였으나 지휘관들은 무조건 하겠다고 접수하였다.

뭐니뭐니해도 허성준이 제일 바쁠것이였다.

신동진네 소대를 당장 산속에 이동전개하고 래일 오전중에는 갱입구를 내야 하는것이다.

지휘관들은 시간을 쟁취하려고 벌떡벌떡 일어나 나갔다.

방안이 조용해지자 허금호가 입을 열었다.

침울하고도 느린 목소리였다.

《어덴가 주관적이고 독단적이라는 생각이 드오.

현재 CT탐사조의 준비상태는 심히 미약하며 신심이 부족한 형편이요.

내 어제 리창학동무와 리경숙연구사를 만나 CT탐사결과를 알아보았는데 앞으로 동공과 균렬이 예견했던것보다 많아질수 있다고 하면서 대발파에 의문을 표시했소. 급급하게 설계를 따라세워 입구를 정하고 탐사굴진을 한다고 하는데 급히 먹는 밥에 목이 멘다고 어느 한 고리에서든지 튀여나가는 날엔 그 엄청난 후과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말이요. 우리의 힘과 기술이며 경험도 딸리는만치 좀 기다리다가 성의 대발파기술진에 의거하면 보다 안전하게 모든 일이 풀려나갈게 아니겠소. 도당위원회에다는 대발파준비사업이 얼음에 박밀듯 수나롭게 되여간다고 보고를 해놓고 하나, 둘도 아닌 애로와 난관은 시공에서 도맡아야 하니 이거 어깨가 무거워 일어서기나 하겠소?》

철정은 허금호의 말에 심중하게 귀를 기울였다.

《허동무, 우리가 허동무없이 회의에서 이 문제를 급히 결정하고 내밀기로 한것은 그만큼 30만산대발파가 시간을 다투는 긴장한 문제였기때문이요. 난 이 문제를 가지고 허동무를 리해시킬 생각은 없소. 다만 CT탐사조의 일부 동무들이 신심이 없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내용을 알아보고 대책을 세워나가면 되리라고 생각하오. 그래 큰일을 떠메고나가는 길에 이만한 애로도 없겠소?

탐사의 목적에 대해서 말한다면 균렬이나 동공이 나타나면 대발파를 포기하자는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빠짐없이 찾아내여 극복대책을 세워서 대발파를 성과적으로 보장하자는데 있소. 이걸 명심합시다.

어쨌든 이제는 죽으나사나 조직의 결정에 쪼아박은대로 밀고나가는수밖에 다른 길은 없소.》

철정은 허금호가 더 다른 말을 할수 없게 명백히 잘라말했다.

방안엔 침묵이 깃들었다.

뒤늦게 들어와앉아서 거론되는 문제를 주의깊게 듣고있던 남궁일이 《내 좀 이야기합시다.》 하고 일어섰다.

《론의되는 문제가 두가지로 생각되오.

우선 첫번째는 성의 대발파기술진을 여섯달 가까이 기다리느냐 아니면 자체의 기술력량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이고 다음으로는 기술실무적인 문제로서 균렬과 동공이 많아질 경우 대발파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방법론을 찾아서 그대로 내미느냐 하는 문제요.

여기서 서로 의견들이 대립되는것은 대발파가 운명을 건 심각한 문제로 나서기때문이요.

목숨을 내대고 끝장을 보느냐 아니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도록 량호한 방법을 선택하느냐 하는 견해상 차이로부터 이런저런 론의거리가 제기된다고 생각하오.

나는 동무들이 죽기내기로 아글타글 애태우면서 제발로 걸어나가려는것을 볼 때마다 눈물을 삼키면서 도와주자고 애써왔소. 그런데 지내보니 내 생각이 낡았고 짧았다는것을 느끼게 되였소. 내가 평양에 달려올라가고 전화통에 매달려 시간을 보낼 때 여기서는 방도를 찾아 제힘으로 하나하나 뚫고나갔소.》

남궁일은 철판만곡기를 조립하고 동예비를 찾아냄으로써 결심하고 달려들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고 하면서 자신을 솔직히 반성하였다.

그는 계속하였다.

《이번에 30만산대발파도 그렇소. 처음에 나는 도리머리를 저었댔소. 반드시 중앙이나 성의 방조를 받아야만 성공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동무들을 대신하여 손 내밀고 딱한 소리를 했었는데 일하는 잡도리를 보니 얼마든지 도자체로 30만산을 날릴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소. 물론 이것저것 재면서 타산을 앞세우는 견해들도 없지는 않으나 하자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를 이루어 대발파는 한걸음두걸음 성공에로 접근하고있다는걸 느끼오. 요인은 무엇인가?

동무들이 만난을 무릅쓰고 달려들었기때문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것처럼 제힘을 믿으면 강자가 되고 남의 등에 업히려고 하면 약자가 되는 법이요. 허금호동무 그리고 탐사조동무들과 설계조동무들, 수일내로 탐사굴진을 선행하면서 일을 립체적으로 내밀자는 지휘부의 작전에 나는 이미 찬성했소. 그러니 동무들도 제기되는 애로나 의견상이를 극복하고 이 일에 뛰여듭시다.》

남궁일은 일군들앞에서 오래간만에 긴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자기 반성이기도 했고 일부 일군들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했다.

누구도 할말을 찾지 못했다.

성의 지도일군으로서 아래단위 사람들앞에서 이처럼 자기비판이나 다름없는 말을 허심하게 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로철정은 감동과 선망의 눈길로 궁일을 바라보았다.

순간 철정은 퍼그나 수척해진 그의 얼굴에서 전에는 볼수 없었던 병색을 발견하고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그 역시 륙십이 지난 몸으로 몇달째 집을 떠나 험한 산길을 달려다니며 때로는 불편한 돌격대침실에서 쪽잠에 들기도 하고 끼때가 지난 식당에 들려 꽛꽛하게 식어버린 잡곡밥으로 허물없이 끼니를 굼땐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수력건설 40년나날 서른해는 객지에 있었다는 로년의 일군에게 우리가 너무도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정신적부담까지 끼쳐주었으니 마음인들 오죽 불편하랴. 그래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사업론의의 크고 작음을 가림없이 뛰여들어 허심하게 방조하기 위해 애쓰는 궁일의 모습에 저절로 머리가 숙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허금호도 얼마전까지 주장하던 자기의 견해를 깊숙이 묻어둔채 함구무언하고있는듯 했다.

잠시후에 남궁일이 일어섰다.

《난 얘기할걸 다했소. 동무네끼리 할 얘기가 있는것 같은데 내 먼저 자릴 떠도 일없겠소?》

《아, 그렇게 하십시오.》

철정이 궁일의 소탈한 성품에 감심하며 서둘러 대답하였다.

남궁일이 나가자 허금호가 입을 열었다.

《책임자동무, 당장 탐사갱과 폭파갱들을 굴진하겠다는데 수천메터의 배관은 어떻게 해결하자고 하오? 그것도 자체로 해결할수 있소?》

로철정은 허금호가 가장 요점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것이 못내 기뻤다.

《해결가망이 보입니다. 전화로 초벌토론은 했는데 오후쯤 나가서 임대계약을 하고 오겠소.》

철정은 배관문제로 오래전부터 신경을 썼다.

그러던 그는 시내주변에 있는 남새온실에 수천메터에 달하는 증기난방용배관이 있다는것을 알았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무연탄과 전기공급이 끊어지자 여러해째 온실운영을 하지 못하여 난방관들은 녹이 쓸어 더러는 페기상태에 이르렀다.

그곳 단위책임자들과 토론하여 그것을 먼저 걷어다 쓰고 건설이 끝난 뒤 새것으로 교체해주자는것이 철정의 결심이였다.

허금호는 로철정이 그처럼 빈틈없이 모든 일을 전개하고있는게 놀라왔던지 눈을 내리깔면서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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