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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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철정이 성준의 입원실에 들어섰을 때 거기엔 박경진비서와 병원원장, 당비서를 비롯한 담당과장과 의사들이 다 나와있었다.

박경진이 로철정을 반겨맞았다.

백포를 덮고 누워있는 성준을 가운데 두고 흰 위생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뚝우뚝 둘러서있는 모습은 마치나 잃어서는 안될 귀중한 동지의 생명을 지켜서있는것만 같았다. 원장이 철정에게 수일전에 진행된 수술이 아주 잘되였다고 말해주었다.

병원에서는 허금호에게 수술립회를 시키려다가 그가 혈압이 높아 누워있다는것을 알고는 그만두었다고 한다. 수술이 잘되였다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아버지가 그 소식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박경진비서가 로철정에게 조용히 말했다.

《돌격대원들에게 성준이의 치료가 잘되고있다는걸 이야기해주십시오. 그러면 성준이의 몫까지 더 많은 성과를 올릴것입니다.

그리고 허금호동무에게도 알려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철정은 흔연히 대답하였다.

그는 한결 개운해진 마음으로 흥건히 땀흘리며 잠든 성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성준은 꿈속에서 그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눈시울을 바르르 떨더니 이내 검은 동자를 드러내였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사의를 표하듯 엷은 미소를 머금고 알릴듯말듯 목을 끄덕였다. 다음순간 그의 눈길은 의문을 띠고 철정의 얼굴에 멎어섰다. 그리고는 약간 눈을 치떴다.

분명 아버지가 지금 어데 있는가고 묻는 뜻이였다.

철정은 성준의 건강을 념려하여 허금호가 건설장에 있다는 뜻으로 먼곳을 손짓해보였다.

그 본의아닌 꾸밈에는 허금호를 조만간 자기 위치에 내세우려는 자신의 결심도 비껴있었다.

성준은 그제서야 마음이 개운한듯 스르르 눈을 감는것이였다.

박경진비서가 병원원장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원장선생, 성준동문 대발파가 성공했다는 소식을 몹시 기다리고있습니다. 30만산대발파의 폭음이 울리는 날에는 성준동무를 완치시켜 건설장에 내세워줍시다.》

《비서동지!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원장은 자신있는 어조로 대답하였다.

허금호는 혈압이 어지간히 내려가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며칠째 누워있느라고 아들의 병문안도 못했던 금호였다.

입원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있었다. 문을 열고나오던 담당간호원에게 물어보니 박경진비서와 로철정도 와있다고 했다. 허금호는 그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쑥스럽고 무안해서 들어갈 엄두를 못내였다.

누웠다가 몸도 거두지 않고 나온터에 얼마전에 책임자와 다투고난뒤라 자기의 초췌한 몰골을 드러내기 무엇하여 서성거리던 금호는 그냥 돌아서고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신에게 불만을 터치였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들의 수술립회도 못한데다 면회마저 하지 못하고 돌아서다니.

그는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발닿는대로 허둥허둥 걸어갔다. 이전날 로철정과 마주섰던 파도높은 부두가였다. 짠물에 흠씬 젖은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누워버렸다.

안해는 어데서 흠뻑 마시고 물창에라도 빠진 모양이라면서 늘그막에 사람이 왜 처신을 바로 못하느냐고 지청구를 했다.

《그래 성준이한테는 갔댔수?》

《이 꼴로 어델 간다고 그러우?》

금호는 공연히 마누라에게 화를 내서 맘어진 그의 입을 비죽거리게 만들었다.

눈만 감으면 줄곧 《배신자, 비겁분자.》라고 단죄하던 로철정의 목소리가 예리한 바늘끝처럼 심장을 아프게 침질했다. 그는 무의식중에 신음소리를 내면서 왼쪽가슴을 움켜쥐군 했다.

겁에 질린 안해가 의사를 청하겠다고 전화기곁으로 가는걸 그러지 못하게 했다.

자기의 병은 의사가 고칠게 아니라고 설명할수도 없어 끙끙 갑자르고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틀림없이 로철정의 전화일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병주고 약주는 격으로 무슨 위안의 말이라도 하려는가싶어 받지 않으려다가 재차 울려오는 신호종소리에 그 어떤 다급한 사연이라도 있는것만 같아 급히 송수화기를 들었다.

로철정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전류에 실려왔다.

전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억양에서는 지어 기쁨이 느껴졌다.

성준의 수술이 잘되였다는것, 박경진비서랑 나와보고 아버지한테도 알려주라고 했다는걸 이야기한 뒤 성준이 아버지를 보고싶어하는것 같길래 지금 건설장에 있다고 했더니 마음 편히 잠들더라고 했다.

옆으로 돌아누운채 송수화기를 잡고있던 금호는 아들의 수술이 잘되여 모두 기뻐하고있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며 몸가짐을 바로하느라고 허둥댔다. 전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금호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채 망연히 앉아있었다.

철정이 성준의 심리를 고려하여 집안에 박혀있는 이 아버지가 건설장에서 혁신하고있다고 꾸며댈라니 얼마나 진땀을 뺐겠는가.

그 자막대기같은 령감에게도 그런 꾸밈을 할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는게 이상했다.

아니, 이상할것도 없었다. 오직 성준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그래서 온 건설장에 혁신의 불바람이 일게 하려는 지휘원의 심정이 난생처음 그런 꾸밈을 하게 했을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느라니 느닷없이 로철정이 고마왔다. 그가 곁에 있다면 두손을 덥석 잡아 흔들고싶은 마음이였다.

방금전까지만 하여도 중병에 든 사람처럼 찡그리고있던 남편의 돌변한 모습을 본 안해는 호기심에 잠긴 얼굴로 물었다.

《그래 년로보장제기가 승인됐다우?》

금호는 온화해진 음성으로 절정의 전화내용을 전해주었다.

어덴가 즉흥적인데가 있는 안해는 기뻐서 펄쩍 뛰며 수선을 피웠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물러앉아만 있으면 어떡해요? 성준이를 만나든가 건설장에 올라가든가 해야지요.》

금호는 그제서야 정신을 다잡았다.

우선 병원에 가보아야 했다.

그는 좀전에 병원에 들렸을 때 박경진비서랑 와있은게 수술결과를 알아보자고 왔댔다는것을 깨달았다.

《여보, 솜옷이랑 좀 꺼내놓소.》

남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누라는 갈아입을 옷가지들을 죄다 꺼내놓았다.

그는 꺼칠한 볼에 전기면도기를 가볍게 밀어대인 뒤 새옷들을 갈아입고 성준이의 입원실로 향하였다.

성준은 그동안 완전히 의식을 회복하였다.

뼈를 깎고 이어붙이는 대수술때의 마취제후유증으로 인한 혼몽상태에서 완전히 깨여나자 말도 자연스럽게 할수 있었다.

성준은 일이 바빠서 수술립회도 못 온다는 아버지가 (병원에서는 성준의 기분을 고려하여 그렇게 말해주었었다.) 몹시도 보고싶었다.

바로 그무렵에 허금호가 입원실문을 열고 벙글서 웃으며 들어섰다.

성준의 침대곁에 다가선 금호는 아들의 어깨를 쓸어만지며 뇌이였다.

《성준아, 너 어려운 수술을 용케 이겨냈더구나.》

금호는 담당의사가 아들이 얼마나 강의한 의지로 오래 진행된 수술을 이겨냈는지 이야기할 때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었다.

《아버지, 공사장의 일들은 다 잘되여갑니까?

어서 나가보고싶습니다.》

성준의 물음에 아버지는 마주보던 눈길을 피하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폭약갱이랑 많이 들어갔겠지요?》

《그… 그럼.》

확신성없이 어림짐작으로 뇌이는 아버지의 대답이였으나 성준은 기쁘게 받아들이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두손을 꼭 부여잡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아버지, 일이 바쁘신데 용케 내려오셨구만요. 수술받는 날 말예요, 아버지는 혈압이 높은데다가 그곳 일이 바빠 못 오신다면서 박경진비서동지가 수술립회를 서주시였답니다.

혹시 저때문에 몸이 불편해하시는건 아닙니까?》

《웬걸, 이젠 나이드니 혈압이 오를 때도 되였지.》

허금호는 아들이 두루 리해할만치 대답주었다.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에 잠겼던 성준이 문득 물었다.

《아버지, 제가 이렇게 되였다고 원망하시는건 아니겠지요?》

허금호는 펄쩍 뛰듯이 도리를 저으며 대꾸했다.

《무슨 그런 말을 하는거냐? 이 애빈 너때문에 한 일 없이 떠받들리우고있다.》

성준이 도리를 저었다.

《아니예요, 아버지. 제가 갓 제대되여왔을 때 일이 생각나세요? 외삼촌이랑 이제 늙으신 부모님들을 잘 모시려면 직업부터 잘 잡아야 한다면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었지요. 그때 만난 동창생들과 로철정책임자아바이랑 얘기하기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시공책임자처럼 끌끌한 일군이 왔다면서 얼마나 기뻐들 하던지. 간 곳마다에서 아버지가 안변청년2호발전소를 훌륭히 일떠세워 어버이장군님의 치하를 받은 이야기랑 하면서 지금도 어려운 시공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간다고 하더구만요.

책임자아바이는 시공능력도 있고 전개력도 있는 아버지가 있어 이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서 아버지는 강원도에 드문 인재라고 했어요. 전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발전소건설자가 되자, 그래서 아버지가 쌓은 탑을 더 높이 쌓자고 다짐하면서 여기저기 유혹하는데는 많지만 이 건설장에 왔던거랍니다.》

허금호는 이미 여러번 들어서 알고있는 얘기였지만 침상에 누운 아들로부터 듣게 되니 감회가 새로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난 성준이 또 한가지 화제를 꺼내였다.

《아버지, 생각나세요? 우리 학급 막내였던 방게말이예요. 게잡이선수여서 그렇게도 불렀지요.

처음 건설장에 올라왔다가 만났댔답니다. 군사훈련도중에 부상당하여 영예군인이 돼가지고 돌아왔더구만요. 한다리를 절름거리며 학창때처럼 환히 웃는 얼굴로 매달렸어요. 사연을 듣고 낯빛을 흐렸더니 무슨 그런 동정을 하느냐고, 자기는 단지 돌격대의 한 성원으로서 올라와 일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던 말이 가슴을 울렸어요.

…성준이, 우리 영예군인들이 아늑한 방에서 텔레비죤이나 보자고 날마다 여기에 달려나오겠나? 아닐세. 이 건설은 미제와 련합한 제국주의자들과의 판가리대결전이네.

사회주의수호전의 최전연초소로 나가시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두리에 일심단결된 우리 인민의 힘을 세상에 보여주자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네. 이러더군요.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예요.》

허금호는 코언저리가 쩡해왔다.

《책임자동지랑 아버지가 30만산대발파준비를 힘있게 밀고나간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인차 회복되면 올라가겠으니 제 걱정은 전혀 하지마세요.》

《오냐, 그러마.》

금호는 눈굽을 뜨겁게 지지며 솟아오른 맑은것이 눈가에 가랑가랑 맺히는것을 느끼였다.

자기와 성준이를 믿고 긍정해주는 건설자들모두가 고마왔다.

아, 이 훌륭한 사람들의 선망의 눈길을 받던 허금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금호는 불시에 로철정이 그리웠고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고있는 사람들모두에게 죄송스러웠다.

금호는 당장 자리를 차고 공사장으로 올라가리라 결심했다.

《자, 그럼!》

아들에게 눈인사를 보내면서 일어서던 금호는 눈앞이 어질거려 휘친거렸다.

입원실로 들어오던 간호장이 허금호를 부축하고 혈압을 재였다.

야속하게도 혈압계의 수은주는 허금호에게 3일동안 절대안정이라는 처방을 내리게 했다.

그는 안타까왔지만 의사들의 처방에 따라 며칠간 안정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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