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4 장

6

로철정은 리창학과 함께 자연동굴을 따라 산의 심부로 들어갔다.

오랜 세월 석수의 흐름에 의해 생겨난 지하동굴은 오불꼬불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수십메터도 넘게 땅속에 공간을 만들어놓았다. 얼마쯤 더 들어가니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저수지가 펼쳐졌다.

거기가 바로 리창학이 대발파의 불가능을 주장할 때마다 거들군 하던 거대한 물주머니였다.

물주머니우에는 높다란 허공에 번들거리는 암반이 위태롭게 드리워있었는데 금시라도 지하저수지에 무너져내릴것만 같았다. 리창학이 천정에다 전지를 비치면서 설명했다.

《보십시오, 책임자동지. 쩍 벌린 균렬들이 천정을 가로세로 째고나간것을 말입니다. 처음엔 눈에 겨우 뜨이던 실금들이 사방에서 수십차례 발파를 거듭하는 바람에 점점 버그러져서 어느때 무너져내릴지 모를판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파국적인 붕락의 진동으로 주변의 폭약갱들이 무너지거나 균렬들이 커져서 폭약갱으로서의 사명을 못하게 될것입니다. 이게 바로 제가 우려하는겁니다.》

대발파를 못하게 된다?!

철정은 오싹 소름이 끼치였다.

이제라도 당장 천정이 우르릉 쾅- 하면서 무너져내리는 환각에 머리칼이 쭈뼛 일어서는듯 했다.

리창학은 뭐라뭐라고 대발파의 불가능을 계속 력설하였다.

대발파를 못하게 되면 언제쌓기가 2~3년이나 늦어진다. 그러면 발전소건설이 그만치 지연되며 지금껏 신심을 가지고 분발하던 돌격대원들과 모든것을 다 바쳐 아낌없이 지원하던 도안의 인민들이 실망하게 될것이다.

강원도의 힘과 능력을 우려하던 사람들은 강원도힘만으로야 역시 할수 없지 하면서 씁쓸히 고개를 끄덕거릴것이다.

결국 공사지휘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자기의 불찰로 하여 건설은 늦어지게 될것이며 또다시 국가투자를 운운하던 사람들은 더욱더 우는소리를 하면서 손내밀기를 서슴지 않을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어려운 나라의 경제형편을 더욱 긴장하게 하여 인민생활에 지장을 줄것이며 나는 결국 야전렬차를 타고 선군장정의 초강도강행군길을 헤쳐가시는 장군님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해드린 불효한 인간으로 될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뒤로 물러선단 말인가.

그는 숨쉬기조차 힘겨운 압박감을 느끼며 어지럼증을 겨우 이겨내고있었다. 이때 문득 손목시계를 본 창학이 서두르며 불안해했다.

《책임자동지, 발파시간이 다됐습니다. 어서 나갑시다. 이 시간엔 위험합니다. 나가서 현실적인 협의를 해봅시다.》

철정의 집요한 침묵에서 그 어떤 동요의 낌새를 느낀듯 한 리창학이 단호한 자세를 취하였다.

그는 책임자에게 위태로운 현실을 목격시킴으로써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론박할수 없게 론증하자는것이였다. 철정은 묵묵히 돌아섰다.

얼마전에 들어온 자연동굴입구쪽으로 몇걸음 내짚었을 때였다. 몇군데의 폭약갱 막장들에서 쿠궁쿠궁하는 발파소리가 울려왔다. 그 순간에 산이 통채로 무너앉는듯 한 굉음이 지하공간을 우르릉 울리면서 창학이 방금전에 우려하던대로 엄청나게 큰 규모의 붕락이 뒤따랐다. 수천립방의 암반이 지하저수지에 떨어지자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고요하던 수면이 갑자기 살맞은 룡의 몸뚱이처럼 뒤채이면서 해일이라도 인듯 기슭으로 격랑쳐올랐다.

창학은 그 순간을 예견했던 모양으로 그처럼 다급한 정황에서도 철정의 손을 부여잡고 물에 잠기지 않은 바위서덜쪽으로 이끌어갔다. 그들이 들어왔던 자연동굴은 물면보다 낮아져 그리로는 지하수가 거침없이 빨려들어갔다. 졸지에 나갈 길이 막혀버린 그들은 갇히운 신세가 되였다.

어마어마한 붕락의 진동으로 늘어난 균렬을 통하여 발파가스가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로철정과 리창학은 숨쉬기가 가빠났다. 나갈 길을 쉽사리 찾을수 없어 허둥지둥 조급하게 헤매던 철정이 먼저 요란하게 기침을 하면서 퍼더앉아 일어날념을 못했다. 창학은 졸지에 울상이 되였다.

아들의 병문안을 다녀온 뒤로 허금호는 하루종일 머리를 짓숙이고앉아 끙끙 앓았다.

신경성고혈압만이 아닌 가슴에 서리서리 엉켜있는 죄의식때문이였다. 눈만 감으면 책임자의 노여운 음성이 귀가에 쟁쟁히 들려왔다.

《…아버지가 아들의 부상을 등대고 그아래서 안식하자는거요? 그러면 안되오. 선군시대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력이 비상히 앙양된 시대요.

넋이 없는 육체를 편안하게 하려고 건설장을 뜬 비겁분자, 투항분자…》

《아.》

그는 귀구멍을 틀어막으며 방바닥에 쓰러졌다.

어째서 자기가 가장 가까운 동지인 철정으로부터 그처럼 뼈저린 지탄을 받게 되였던지 알수 없었다. 쉽사리 전기를 생산할 기상으로 마식령산줄기에 접어들어 건설장을 꾸리고 종횡무진으로 질주하던 그때의 전개력은 어데로 가버렸단 말인가.

흐르지 않는 물은 변질된다는 말처럼 그동안 집안에 붙박혀 건설장의 형편을 모르고 지내니 은연중 머리에 곰팽이가 끼는것만 같았다. 결국 신경성고혈압이란 자기스스로가 만들어낸 병아닌 병이였다.

그는 자기의 지난날을 쓰겁게 돌이켜보았다.

내 지금껏 무슨 일엔가 뛰여다녔다면 자신의 리기와 명예를 위한것이 아니라고 부인할수 있겠는가. 이 땅의 아들답게 한생을 바쳐갈 생각은 못하고 한평생 인민위해 험난한 길을 걷고계시는 장군님의 크나큰 믿음을 저버리고 도피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로철정은 이 건설장에 뛰여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게 하려고 아글타글 뛰고있는데 나는… 이제 책임자가 혼자서 힘겹게 달리다가 쓰러진다면 그것이 내탓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로철정이 지금 시공지휘까지 맡아안고 건강치 못한 몸으로 주야분투하고있다고 한다. 사실 시공책임자를 담당할만 한 적임자는 없지도 않다. 그런데도 물러앉아있는 자기의 자리를 메꾸지 않고있는것을 보면 자기가 다시 이전처럼 앞채를 메고 끌기를 바라는게 아닌가. 그 믿음이 뜨겁게 고마왔다.

생각할수록 10년세월 함께 달려온 병약한 철정에게 덧짐을 지워주고 한가하게 누워있은 자신이 더없이 민망스러웠다.

어떻게 할것인가?

지금껏 고혈압으로 출근을 못하겠으니 년로보장으로 넘겨달라고 간청해온 자기가 밑도 끝도 없이 불쑥 건설장에 나타난다는것도 어덴가 사람들을 웃기는 일만 같아서 그는 용단을 못 내리고 또 하루를 보내고있었다.

그가 괴로운 상념에 모대기고있는데 요즈음 무척 드물게 울리군 하는 전화종소리가 또랑또랑 청각을 자극했다.

《시공책임자동지, 사고입니다. 30만산심부에서 일어난 대붕락으로 책임자동지를 비롯한 인원들이 갇혀있다고 합니다. 정 불편하지 않으면 빨리 올라와 현장지휘를 해주십시오.》

성미 급한 종합분과장이 이쪽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종합부서책임자로서는 당장 도당이며 성을 비롯한 상급단위에 이 사실을 급히 보고하는것이 전화례의를 갖추는것보다 더 바쁜 일일것이였다. 로철정이 천길땅속에 갇혀있다니 이 무슨 뜻밖의 사고란 말인가. 그는 무엇때문에 땅속깊이에 들어갔다가 그런 봉변을 당했는가.

내가 있었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 모두다 내탓이다, 내탓이야.

내가 그래 이 순간을 기다려 도피하고있었단 말이냐. 아,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죄스럽구나, 죄스러워…

앞을 다투어 튀여나오는 온갖 잡념을 쓸어버리듯 그는 허공에다 헛손질을 했다.

그러던 그는 불판에 앉은듯 후닥닥 뛰쳐일어났다. 허겁지겁 행장을 갖추느라 헤덤볐다.

얼굴로 줄땀이 쫙 흘러내렸다.

밖에 나갔던 안해가 들어오다가 겁질린 눈길로 웬일인가 물었다. 대답할 경황이 없었다. 그는 문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30만산에 올랐을 때 금호는 매우 절망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돌격대원들은 굴뚫기를 중지하고 착암기를 비롯한 공구들을 죄다 밖에 내다놓은 상태였다.

2차붕락이 더 크게 올수 있다는 예고때문이라고 했다. 가방에 집어넣은 휴대용콤퓨터를 손에 들고 망연히 서있는 경숙이며 설계문건 두루마리를 묶어서 한쪽어깨에 멘 설계조성원들이 우줄우줄 모여서서 웅성대는 모습이 눈에 뜨이자 금호는 철수지령이 있었는가 생각했다.

지층심부에서 굉장한 붕락이 있었다니 사방의 폭약갱들도 무너지고 치명적인 인명사고도 있었을게 아닌가.

순간 허금호의 뇌리에서는 대붕락이 대발파의 실패를 미리 막아준 다행스런 징조가 아니였을가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럴수도 있는 일이였다. 그는 감정에 포로되여 다분히 기분주의적으로 처신했던 자기보다 현명하고 리성적인 사람들이 때맞추어 대발파에 차단봉을 내렸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허금호는 이렇게 혼자 추측하고 홀로 속단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며칠 안되는 어간에 자기가 돌격대원들로부터 손님처럼 멀어졌다는것을 가슴아프지만 절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속에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껴보기는 지금이 처음인것 같았다. 쓸쓸함과 함께 화끈한 불길에 얼굴을 지지우는듯 한 수치감이 뒤따랐다. 둘러선 모든 사람들이 《너때문이야. 네가 없었던탓이야. 비겁분자, 투항분…자.》라고 묵묵히 꾸짖는것만 같았다.

오지 말아야 할 순간에 오지 말아야 할 곳에 나타났다는 후회마저 갈마들면서 집에다 전화를 걸어준 종합분과장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불쑥 한사람이 금호앞으로 몇걸음 지척지척 다가왔다. 이전에 거의나 면목이 없었던 50대쯤 되는 다부진 사나이였다.

그가 성준의 후임으로 중대장이 된 사람이라는걸 금호는 알바 없었다.

그는 먼발치에 걸음을 멈추고 꾸짖기라도 하듯 거칠게 쉬여버린 목소리로 《왜 이제야 나타났습니까? 헉.》 하고 퉁명스러운 소리로 흐느끼듯 말했다.

이전 같으면 늦으셨습니다 혹은 늦게 오셨습니다 하고 깍듯이 존경어를 썼을것이다.

그러나 허금호는 지금 그런 문제에 신경쓸 계제가 못되였다.

오히려 거친 말투가 자기에게 더없이 어울린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허금호는 《응당한 대접이지.》 하고 자신을 달래였다. 그가 가장 알고싶은 문제를 퉁명스런 낯빛으로나마 알려주는것은 고맙게도 자기의 직무를 밝히지 않은 50대의 사나이였다. 금호는 그가 성준의 후임을 맡은 중대장이라는것을 밝히여 아버지의 아픈 가슴을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는걸 알지 못했다.

왜 이제야 나타났는가 하는 물음에 대답을 바라지 않았던 중대장은 또다시 거치른 목소리로 푸접없이 말했다.

《책임자아바이는 가스질식으로 군의소로 내려갔습니다. 리창학연구사는 굴밖에 나오자 인차 정신을 차리고 무사했는데 대발파는 글렀으니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자동지도 불가능한 현실을 직접 목격했으니 그가 피여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철수할 준비를 하라면서 군의소로 내려갔습니다.》

허금호는 로철정이 구출되여 군의소로 갔다는 말밖에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대발파의 가능이니 불가능이니 하는것은 금호에게 있어서 중요하게 론의할 문제가 아니였다.

로철정이 살아있으며 그가 피여나면 모든것을 리성적으로 처리할것이라는 생각에 점차 마음이 안정되였다.

면목있는 사람들한테서 대충 이야기를 들은데 의하면 붕락직후 책임자가 들어간 자연동굴로 때아닌 폭포수가 내뻗치는것을 목격한 신동진과 손철남을 비롯한 몇명의 돌격대원들이 구출방도를 론의했다고 한다.

신동진은 이미전에 자기네 폭약갱에서 갈라져나간 곁가지동굴로 해서 지하저수지로 들어갔던 일을 상기하고는 소대원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 통로는 로철정과 리창학이 들어갔던 굴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물에 잠기지 않았던것이다. 다행히도 신동진네 일행은 가스에 질식되여 쓰러져있는 두사람을 업어내왔다는것이였다.

허금호는 그길로 허둥지둥 군의소로 내달렸다.

철정은 그때까지 산소호흡기를 쓰고있고 창학은 책임자곁에 눈물이 그렁해서 앉아있었다.

한차례 경난을 겪고난 뒤라 창학은 매우 흥분되여있었다. 그런 상태에서는 리성보다 감성이 지배적이여서 말과 행동이 정상을 초월하는 법이다.

금호를 첫눈에 알아본 창학은 화풀이대상을 만났다는듯 례의없이 두덜거렸다.

《아, 시공책임자동지, 어째서 나와 끝까지 의향을 같이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들어가버렸습니까. 그때 완강하게 원칙을 고수했더라면 아들의 중상도 없었을거구 오늘의 사고도 겪지 않았을게 아닌가요. 그동안 허비한 로력과 막대한 시간이며 자재 그리고 기술력량의 랑비를 무슨 수로 보상하며 누가 책임진단 말입니까, 흐흑…》

그는 살점이 찢기여 피가 흐르고 뼈가 깎이우는듯 한 아픔을 절통하게 느끼는 사람마냥 꾸며낼수 없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였다.

둘러선 사람들은 비감에 젖은 그의 말에 공감하며 초점없는 시선들을 허공에 보내고있을뿐이였다.

창학의 론리에 가장 뼈아프게 자책하면서 울대뼈가 움씰하도록 마른 침을 삼켜버린 허금호는 혀끝에 오른 말을 종내 뱉아내지 못하고말았다. 그 말은 리창학의 울분에 대한 절대적인 찬성의 뜻이였는데 로철정이 깨여날 때까지는 서뿔리 입밖에 내지 말아야 한다는 느낌이 번개치듯 뇌리를 때린때문이였다.

주위의 침묵을 자기의 의사에 대한 말없는 긍정으로 받아들인 리창학이 심중에 있던 소리를 했다.

《내가 잘못했지요. 원래 책임자동지는 아침에 사람문제때문에 가볼데가 있었는데 내가 급하게 전화를 걸어서 길을 돌리게 했지요. 호흡기때문에 늘 고생하는 책임자동지를 그 험한데로 이끌어갔댔으니, 아 참.》

창학은 긴소리끝에 다시금 허금호를 원망했다.

《허아바이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지요. 사실 거기야 아바이가 마땅히 들어가보았어야 할 곳이 아니였습니까.》

금호는 사방에서 어떤 리유로 비난해도 탓할수 없는 동네북신세가 되여 로철정이 깨여나기만 기다렸다. 군의는 농도 낮은 가스에 취했으므로 인차 피여날거라고 했다.

군의의 예견대로 철정은 30분쯤 지나서 날숨을 후- 하고 내쉬면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허금호를 띄여본 철정은 저으기 놀란 기색이였다.

그는 웃몸을 벌떡 일으키며 반가움에 겨워 금호의 두팔을 부여잡았다.

둘러선 사람들가운데서 금호를 뜨겁게 반겨준 유일한 손길이였다. 철정은 말보다 행동으로 자기의 심정을 표시했다. 금호 역시 그랬다.

뭐라고 중언부언하는것자체가 동지적의리와 우정에 대한 배반처럼 생각되는 순간이였다. 며칠전에 있었던 일들, 방파제우에서 짠물을 들쓰며 다투던 일들은 죄다 순간에 망각되여버리고 보람찼고 행복했던 이전날의 생활과 앞으로 있게 될 영광의 날들이 그들을 격동시키고 흥분하게 하였다.

창학이 눈에 뜨이자 철정은 반색을 지었다.

《무사했구만.》

위기를 겪고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통이 커져서 제법 익살도 하게 되는 법이다.

《저야 젊고 건강하지 않습니까.》

그는 대범한 인상을 지어내며 비죽이 웃어보였다.

철정은 그가 젊음과 건강을 자랑할만 하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우리밖에 피해본 사람들은 없었소?》

《마침 발파시간이여서 모두 밖에 나와있었다고 합니다.》

《아, 다행이요.》

철정은 안도의 숨을 내그었다.

리창학이 실태를 설명했다.

《대다수 폭약갱들이 중간이 무너졌거나 균렬이 커져서 지하수가 새여나오고있답니다.》

로철정이 현실을 부정하듯 홱하고 손을 가로저었다.

《그건 극복합시다. 피해복구를 하고 계속 전진시켜야 하오.》

리창학이 놀랐다.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이제까지 해온 수고가 수포로 돌아갔는데요.》

《뭐가 수포로 돌아갔다는거요? 그래 동무가 나를 거기까지 이끌어간게 불가능을 주장하자는 목적이였소?》

《그럼 목숨을 버릴번 한 쓴맛을 보고서도 계속하겠다는겁니까?》

《우리가 그래 그 정도의 난관도 각오하지 않고 이 일에 달려든줄 아오? 첫시작에서 가장 가슴아픈 상실을 당한 허금호동무가 그 아픔을 이기고 여기에 달려온 까닭이 뭐겠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허금호는 자기에 대한 철정의 믿음과 확신에 코허리가 찡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믿음을 받기에 원만히 준비되여있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리창학이 계속 자기를 주장했다.

《우선 프로그람을 거의 완성했던 경숙동무가 손맥을 잃고 나앉았습니다. 설계조도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철수준비를 하고있었습니다. 나 역시 이젠 손을 떼겠습니다.

일이 글러진 다음에 가서 곁에 조언자가 없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로철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노성을 질렀다.

《뭐라구? 나쁜 <조언자>는 오히려 없는게 낫소. 우린 끝까지 해낼테니 구경이나 하시오.》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결연한 태도에서는 완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허금호는 철정의 끄떡없는 배짱에 탄복했다. 깜짝 놀란 리창학이 쫓기듯 문밖으로 사라지자 로철정은 허금호에게 지시했다.

《허동무, 먼저 나가서 사태를 수습해주시오.

CT탐사조를 다시 들여보내며 경숙선생은 달라진 심부조건에 기초하여 프로그람을 수정하도록 하시오.

붕락구간들을 복구하고 물이 새는 균렬짬들은 진흙으로 메우면서 굴진을 계속하게 해야 하오.》

허금호는 로철정이 붕락으로 변화된 조건에 따르는 조직사업을 즉시에 하는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로철정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심부에 들어갔다 나와서 생각한건데 몇군데의 자연동굴들을 폭약갱으로 쓸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소.

그렇게만 되면 폭약갱굴진길이를 훨씬 줄이여 그만치 대발파날자를 앞당길수 있게 될거요.》

죽음의 위험속에서도 로철정이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인가.

허금호는 감동에 겨워 잠시 자기를 잊고있었다.

그의 얼굴은 금시에 환하게 밝아졌다.

《그건 정말 하나의 발견이요.

내 당장 올라가서 자연동굴들을 샅샅이 조사해서 폭약갱으로 쓸수 있는 굴들을 찾아내겠소. 그리고 일전에 말한바 있는 지하공간과 지하저수지의 물처리도 연구해서 경숙선생의 새 프로그람작성에 반영되게 하겠소.》

《그래주오.》

로철정이 믿음어린 눈길을 보내며 당부했다.

허금호가 당장 달려나가려는데 남궁일과 리경숙이 들어왔다.

남궁일국장이 로철정에게 말했다.

《창학연구사와 땅속깊이 들어가 경난을 함께 겪었다면서 그더러 어째서 그만두라고 했소?

내 방금 호되게 꾸짖고 이제부터는 경숙선생의 조수노릇이나 하라고 했더니 자책을 하면서 그러겠다고 했소. 젊은 사람이 우둘거릴 땐 달래서 이끌어야 할 때도 있는거요.》

철정은 궁일의 말을 들으며 빙그레 웃었다.

남궁일이 계속했다.

《창학동무가 이번에 되게 혼이 났던 모양이요. 며칠전에 대용폭약시험을 보여줄 때 자신심을 가졌다고 하더니 오늘은 붕락을 겪고나더니 폴싹 주저앉을 생각이더란 말이요.

강원도사람들을 끝까지 도와야지 그렇지 않다간 스스로 패배주의자라는 감투를 쓰게 된다고 타이르기도 하고 손털고나앉으려거든 당장 돌아가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더니 마음을 돌리겠다 하면서 뒤따라 왔소.》

곁에서 남궁일의 말을 듣고있던 허금호도 마음이 찔리는지 눈길을 허둥거리였다.

로철정이 남궁일에게 물었다.

《함께 왔다는 리창학연구사는 왜 보이질 않소?》

《좀 메사하게 되였지요. 문밖에 있을거요.》

남궁일이 문을 열자 고개를 숙이고 바재이던 창학이 눈길을 들었다. 그는 줄곧 눈길을 허둥대면서 발길을 옮겨딛지 못했다.

《어서 들어오우.》

로철정이 부드럽게 일렀다.

신심잃고 락심했던 리창학이 어줍은 인상으로 들어왔다.

로철정이 그를 반겨맞았다.

《창학동무, 내 좀 큰소리쳤다고 섭섭해마오.

나는 이번에 거기에 들어갔던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오. 그런 악조건에서도 대발파를 성공시킬 결심을 더 굳게 한 계기로 되였소.》

로철정이 헌헌한 인상으로 말했다.

리창학은 면구스러운 낯빛으로 로철정과 남궁일을 바라보고나서 뒤머리를 긁었다.

《제가 사실 이번의 대붕락을 겪으면서 혼맹이가 나갔던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남궁일이 허허 하고 소탈하게 웃고나서 말했다.

《저 사람이 지금까지 저런적이 없었소.

여기에 와서 모든 일이 예상외로 빨리 진척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마저 대담하게 해제끼는걸 보고 어덴가 주눅이 들기도 했던 모양이요.》

허금호는 덤덤히 앉아있었으나 얼굴에는 헤아리기 어려운 회오의 심리가 비껴있었다.

《창학동무! 우리가 힘과 지혜를 모아 대발파를 성사시킵시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창학의 손을 굳게 잡았다.

경숙은 그때까지 아무 말도 없이 서있었다.

객관적조건과 환경에 너무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동요했던 자신을 다시금 뉘우치는 기색이였다.

허금호가 경숙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경숙선생! 사실 난 대용폭약을 믿지 않듯이 경숙선생의 실력도 의심했소. 그건 내가 책임이 두려워 대발파를 달가와하지 않았던때문이요.》

로철정이 빙그레 웃으면서 허금호를 긍정했다.

《이제 바다에서 끌어올린 기뢰들에서 뽑아낸 뜨로찔까지 대용폭약에 섞어서 쓰면 발파효률을 훨씬 높일수 있소.》

로철정의 신심있는 말에 경숙의 두눈은 더욱 밝게 빛났다.

점심시간이 퍼그나 지나 언제건설돌격대원들은 모두 식사하러들 갔다.

남궁일과 리창학, 로철정과 허금호 그리고 리경숙이 남아 한동안 대발파준비를 빈틈없이 하기 위한 토론을 했다.

식사시간이 퍼그나 지나서 손목시계를 보던 로철정이 공복감을 느끼며 말했다.

《국장동무, 시장하겠습니다. 나도 배가 고프구만요. 언제건설후방부에서 뭐 좀 준비한게 없소?》

《왜 없겠습니까? 옛날에 왕이 좋아했다는 고미탄천의 열묵어탕과 잣죽을 준비했습니다.》

기다리고있던 후방참모가 느물거렸다.

《여보, 그거 얼마 안되겠는데 난 그만두겠소. 오늘 천길막장에 들어갔다가 영영 해구경을 못할번 한 책임자동무와 창학동무나 가서 대접받소.》

남궁일이 손세를 쓰며 우스개를 섞어 사양했다.

《강원도사람들 인심이 옹졸한줄 아십니까. 얼마든지 곱배기도 드릴수 있으니 어서 가십시다.》

후방참모가 제법 으시대였다.

《허, 이거 먹기 전부터 배가 부르구만.》

남궁일이 익살스럽게 배를 만지면서 말했다.

그들은 후방참모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였다.

맨뒤에 떨어졌던 경숙이 돌아서려고 머뭇거렸다. 뒤를 돌아보던 로철정이 그를 불렀다.

《경숙선생은 왜 내우를 하는거요.》

그러자 경숙은 상긋이 웃으면서 사양했다.

《저까지야 뭘, 전 우리 식당에서 먹겠습니다.》

《허, 이런 후더운 인정이라구야. 경숙선생때문에 우리 량이 적어질가봐 그러오? 그러지 말고 어서 같이 가기요. 그래야 우리도 입맛이 더 날게 아닌가, 어서.》

로철정이 친부모의 심정으로 간절히 권고해서야 경숙은 걸음을 옮겨놓았다.

커다란 국가마에서는 열묵어매운탕이 펄펄 끓었다.

큼직큼직하게 썬 열묵어토막들이 끓어번지는 국가마안에서 휘휘 섯돌고있었다.

색맛을 내느라고 풀어넣은 닭알노란자위들이 하늘하늘 떠돌고 고추가루를 듬뿍 쳐서 색감처럼 붉어진 국물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구미를 동하게 했다.

고미탕국그릇이 들어왔다. 국사발에는 굵은 고기토막이 서너개씩 담겨있고 새하얀 잣알들이 여라문알씩 동동 떠있다. 사선으로 곱게 썬 파와 참깨, 후추가루를 두어 료리의 감칠맛은 이를데 없었다.

기름이 덮인 뜨거운 국물을 한술 떠서 불지도 않고 입에 가져간 남궁일이 《앗, 따가!》 하면서 숟가락을 허공에 쳐들었다.

모두 소리를 죽이고 킥킥 웃었다.

경숙은 웃음이 터질가봐 입을 싸쥐고 어쩔줄 몰라했다.

뒤이어 잣죽그릇들이 들어왔다. 정성들여 깐 새하얀 잣알을 보드랍게 짓찧어 찹쌀과 함께 끓인 고급영양식품이였다.

《이거 강원땅의 맛을 톡톡히 보이누만.

이곳 돌격대료리사들이 고미탄천에서 발굴한 민족료리로구만. 평양음식점거리에 내놓으면 호평이 대단할거요.

창학동무, 우리가 강원도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멋진 맛을 어데서 보겠나?》

어느덧 마음이 개운해진 리창학도 국을 훌훌 불면서 한마디 했다.

《텔레비죤민족료리경연에 나가면 특등은 문제없겠습니다.》

《허허허, 이 사람 언제 이렇게 강원땅에 정이 들었나? 거참, 사람 발전은 모르겠군.》

남궁일의 익살에 식당의 분위기는 한결 화기에 넘쳤다.

한바탕 웃음집이 터졌다.

철정은 식사분위기에 맞게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도 하나의 근심거리만은 털어버릴수 없었다.

그것은 30만산심부의 저수지물량처리와 거대한 공간처리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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