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1 장

5

돌바위투성이의 경사면에 압력관로고정대의 기초를 뚫고있던 돌격대원들이 오락회를 하다가 철정을 띄여보자 벌떡벌떡 일어나면서 《안녕하십니까?》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였다.

그는 말없이 웃는 눈길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나서 《오락회를 계속하라구.》하고는 돌격대원들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부분의 처녀총각들은 남의 노래를 듣기보다 불러주는걸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여서 지명을 받으면 기다린듯 자리를 차고일어나 저마끔 자기 지정곡을 부르군 했다.

장미경이라고 아련하게 생긴 처녀가 손벽치기놀음에서 박자를 헛갈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모두 장미경를 애교가 바글바글한 귀염둥이라고 불렀는데 목청은 그리 곱지는 못해도 몸가짐과 인상만은 전문가수들 못지 않게 세련미를 보여주었다.

그는 늘 동무들의 재청에 습관이 되여서 첫 노래와 두번째, 세번째 노래를 든든히 준비하고 일터에 나오군 했다.

처녀는 《우등불》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돌격대원들모두가 사랑하는 노래여서 그가 첫 소절을 떼자마자 합창으로 넘어갔다.

동그란 오목눈을 곱게 뜨고 작은 입을 맵시있게 놀리면서 가사를 꼭꼭 씹어내는 그 모양이 귀여웠다.

이제 고작 열여덟살정도밖에 안돼보이는 미경이 스물셋나이라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나 믿지 않았다.

철정은 그 처녀를 볼적마다 늘 남같지 않은 친근함을 느끼군 했다.

막내딸인 경란이와 어느모로 보나 모색이 비슷해서 은연중 친근감을 느끼게 된것이였다.

오락회가 끝나고 돌격대원들이 모두 작업장으로 갈 때였다. 장미경이 상글상글 웃으면서 철정이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책임자동지, 절 모르시겠습니까?》

《글쎄, 어데선가 본듯 한 모색인데 잘 떠오르질 않는구만.》

철정은 빙그레 웃으면서 처녀를 마주보았다.

《우리가 소년단때 송도원에서 사진을 찍으시지 않았습니까? 전승절날 우리 정치부장동지와 함께 말입니다.》

철정은 그제서야 생각났다.

로철정이 기계공장 지배인으로 일하던 고난의 행군때였다.

그해 전승절무렵에 영훈이 안변청년발전소건설상에서 표창휴가를 받고 집에 왔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오래간만에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흥성거리는 송도원에 나갔다.

잔파도가 밀려왔다밀려나가는 백사장에서 무엇인가 만들며 장난하는 소녀애들이 철정의 눈길을 끌었다. 소녀애들은 물기가 질벅한 잔모래를 한웅큼씩 떠담아다가 파도가 채 미치지 않는 곳에 방울방을 떨구어 모래성을 쌓는중이였다.

로철정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너희들 무얼 하느냐?》

《우린 발전소언제를 쌓아요.》

소녀애들가운데서 까만 오목눈에 유난히 귀여운 소년단원이 대답하였다.

철정은 기계공장에서 소형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때여서 호기심을 가지고 미래의 건설자들을 치하하였다.

《정말 장한 일을 하는구나.》

발전소건설장에서 표창휴가를 온 로영훈도 무척 기뻐했다.

영훈이 한마디 했다.

《그러니 너희들은 사회에 나가면 발전소건설장으로 가겠구나.》

《예, 그럴래요. 우린 모두 발전소건설장으로 가겠다고 결심했어요. 얼마전에도 우리는 인민군대아저씨들이 건설하는 안변청년발전소 물길굴전투장에 공연을 갔댔답니다. 거기서 우린 아버지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려고 분발하는 군인건설자들의 모습에 감동되였습니다.

아저씨도 한번 거길 가보시라요. 대단해요.》

까만 눈이 오목한 소녀애는 한쪽웃입술을 살짝 쳐들사 한 고운 덧이를 드러내며 귀엽게 웃었다.

소녀애의 그 말에 철정과 영훈은 마주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 찰나에 파도가 높아져 모래언제의 한쪽귀퉁이가 허물어졌다.

《얘들아, 백년만에 한번 오는 홍수에 언제가 허물어졌다. 빨리 복구하자.》

장미경이라는 오목눈의 소녀애가 두주먹으로 백사장을 두드리며 호들갑스레 고아댔다.

로철정과 로영훈도 동심이 되여 물모래를 한옹큼씩 듬뿍 떠서 허물어진 자리를 단번에 막으려 했다.

《그건 안돼요. 반칙이예요. 우리 재간으로 파도를 막아야 해요.》

《오, 우리가 공연히 간섭할번 했는걸.》

아버지와 아들은 한걸음 물러서서 소녀애들의 《언제복구공사》를 구경할수밖에 없었다.

로철정이 소녀애들에게 모래를 한옹큼씩 푹푹 떠서 터진 곳을 막으라고 했더니 미경은 그러면 공법위반으로 반칙을 받는다면서 물모래를 방울방울 떨구어 터진 곳을 막느라고 왼심썼다.

《언제》는 드디여 《복구》되였다.

미경이가 《야, 성공이다.》라고 웨치며 일어서자 소녀애들모두가 와- 하고 좋아라 손벽을 쳤다.

《아저씨랑 도와주었다면 이렇게 기쁘지 않았을거예요. 우리끼리 하도록 구경만 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미경이가 깜찍하게 인사했다.

길지 않은 시간에 아이들과 정이 든 영훈이 그 애들을 정겹게 바라보았다.

《고맙다. 그럼 너희들 야영생활을 잘하거라.》

《나도 바쁜 몸이다. 오늘은 명절이여서 나왔구나. 앞으로 너희들 발전소건설장에 나가겠다니 거기서 만나자꾸나.》

철정은 귀여운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정겹게 이야기했다.

《그럼 우리하고 사진 한장 찍고 가요.》

미경이 요청했다.

《그러자꾸나. 왕들의 요구인데 그 청이야 못 들어주겠니.》

영훈이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여섯명 소녀애들의 가운데에 앉아 환히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미경은 사진이 나온 뒤 영훈이 알려준 집주소로 보내주었다.

철정은 몰라보게 달라진 미경이를 한동안 눈주어보다가 물었다.

《그래, 너희네 정치부장을 만나보았니?》

《예, 만나보았습니다. 정치부장동지를 제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했습니다.》

미경은 영훈을 만나던 때의 기쁨에 한껏 취해있었다.

《저는 송도원에서 언제를 쌓던 날 발전소건설장에서 만나자고했던 그 약속이 정치부장동지와 만나게 했다면서 기뻐했습니다. 그랬더니 정치부장동지는 이 상봉은 결코 우연이 아니야. 새 발전소들을 곳곳에 일떠세워 전기로 장군님을 억세게 받들려는 우리 시대 인간들의 념원이 일치한거지.라고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저도 너무 좋아서 앞으로 여기서 적은 힘이나마 바쳐 위훈을 세우려 하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못나게 굴거나 나약해질 땐 매를 들어달라고도 했답니다.》

《그런데 난 몰라보겠던 모양이지?》

《아닙니다. 책임자동지가 늘 사업때문에 바삐 달려다니시니 언제한번 조용히 만날 사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구 또 이건 제 혼자 생각이긴 하지만 책임자동지와의 안면을 등대고 제가 헐한 일터를 바라게 될가봐 은근히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음, 그렇게 되였구만. 소년단시절의 언제건설자동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한테 말하라구.》

철정이 진정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큰 건설을 책임지고 늘 바빠하시는 책임자동지한테 부담끼치지 않으렵니다.》

미경은 밝게 웃고있었다.

철정이 미경이의 가정에 대해 물었다.

미경의 아버지는 부대의 설비와 자재를 보장하기 위해서 늘 금야강발전소건설장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가족지원대를 뭇고 날마다 골재를 채취해 보낸다고 했다. 미경이 원산청년발전소건설장으로 나가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말했다.

《나도 지지한다. 위훈을 세우기 바란다.》

미경은 귀엽게 웃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영웅은 못되겠지만 위훈은 갈망하겠어요.우린 모두 처녀시절에 공로메달을 세개씩 타자고 맹세했답니다.》

《오, 그건 영웅되기보다 더 어려울걸!》

아버지는 귀여운 딸애의 코등을 손가락으로 다정히 눌러주고는 또다시 새로운 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나갔다.

딸과 아버지는 서로 다른 수력건설장에서 일하면서 온 한해 못 보고 지난적이 허다했다.

미경은 이따금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였는데 편지는 안부를 묻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장군님께서 전선길로 떠나시면서 자기들을 송도원야영에로 보내주신 뜨거운 사랑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철령의 딸답게 돌격대의 앞장에 서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미경의 이야기를 듣고난 철정은 몸매 가냘픈 처녀의 심장속에 간직된 충정과 열정을 눈에 보는듯싶어 마음이 후더웠다.

《그래 지금까지 공로메달을 몇개나 탔나?》

로철정이 짐짓 호기심을 드러내였다.

《뭐 몇개랄게 있습니까.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안변청년2호발전소를 준공할 때 하나 탄게 있답니다.》

로철정이 대견해했다.

《괜찮구나 그런데 그땐 우리가 왜 몰랐을가?》

《그때 전 6개월동안 식당근무를 수행했습니다.

한쪽구석에서 가마뚜껑하고나 씨름하고있었으니 책임자동지를 볼수나 있었겠습니까.

책임자동지, 전 좀 아름찬 일을 해보고싶습니다. 착암수라든가 불도젤운전수 같은 일을 말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모두 녀자라고 얕잡아보면서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건 참 좋은 소원인데 내 한번 동무네 중대장한테 말해주지.》

《야, 꼭 그래주세요, 책임자동지.》

미경은 진정으로 기뻐하였다.

장미경은 안변청년발전소 100리물길굴뚫기가 한창이던 때에 철령마을 중학교에서 공부하였다.

그때 미경은 아버지장군님께서 때없이 넘으시여 최전연초소로 나가신 철령을 날마다 바라보며 공부하는것을 더없는 긍지로 생각하면서 이른새벽이면 달려나와 령길을 정히 쓸군 했다고 한다.

어느날이였던지 겨울방학의 눈온 날 이른새벽에 학급동무들은 약속이나 한듯 령길로 달려나왔다. 령길에는 방금전에 난듯 한 승용차의 바퀴자리가 또렷이 찍혀있었다.

아이들보다 한걸음 먼저 나온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이 방금전에 어버이장군님의 야전차가 령을 넘어갔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감동에 겨워 만세를 부르면서 령길을 치달아올랐다.

맨 앞장에 선 미경은 숨이 턱에 닿았지만 힘든줄 모르고 달리였다.

얼마쯤만 더 올라가면 아버지장군님께서 야전차를 세우시고 자기들을 만나주실것만 같았다.

미경은 좀더 일찌기 달려나와 눈길을 쳐드리지 못한것이 못내 안타까왔다.

야전차의 바퀴자리는 령마루를 넘어 아득히 남쪽으로 뻗어있었다.

령정점에 이른 미경의 동무들은 아쉽고도 죄송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야전차가 달려간 최전연하늘을 우러러 서있었다.

《얘들아, 여기 령마루에 모셔진 위대한 수령님의 현지지도사적비교양마당을 쓸고 내려가자꾸나!》

미경이 호소하자 모두 뒤따랐다.

소녀애들이 달려갔을 때는 이미 령마루초병들이 눈을 깨끗이 쓸어낸 뒤였다.

그래도 소녀애들은 자기들의 비자루자리를 남기고싶어 아침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쓸고 또 쓸었다.

래일 새벽엔 더 일찌기 나오자. 그들은 말없이 다짐했다.

이렇게 시작된 미경이네 학급의 이른새벽 령길행군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끊임없이 이어졌다.

봄이면 고이 피운 철쭉꽃을, 여름이면 목란꽃을 다발지어 사적비앞에 정성껏 놓고 돌아왔다. 미경이는 조금도 힘들지 않고 정신은 오히려 또렷이 맑아져 공부도 더 잘되였다.

어느 봄날 이른새벽 령을 넘으시던 아버지장군님께서는 령마루 사적비앞에 호함진 철쭉꽃다발들이 정성스레 놓여있는것을 보시고 대단히 기뻐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령마루초소장에게 그 꽃다발의 주인공들이 누구인가고 알아보시였다.

철령중학교 소년단원들이라는 보고를 들으신 장군님께서는 령길을 넘을 때마다 붉은넥타이를 맨 소년단원들이 령길을 쓰는것을 보며 그애들의 보금자리를 더 포근하게 해주기 위하여 자신께서는 선군장정의 길을 가고 또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다고 하시며 못내 대견해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전선길로 떠나시기에 앞서 수원들에게 철따라 고운 꽃다발을 안고 여기 령마루까지 달려오는 철령마을의 갸륵한 소년단원들을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에 부르도록 해야겠다고 교시하시였다.

그러한 사연은 철정을 더욱 감동시켰다.

미경은 귀엽게 웃으면서 《그럼 전》 하고 허리굽혀 인사하고는 자기의 일터로 서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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