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18일
《생명》

제 1 장

9

파도는 세차게 일어섰다가 갈기를 날리며 부두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졌다. 바다가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언덕우에 자리잡고있는 도당위원회의 사무실마다에서는 창문만 열면 파도소리가 들리고 비릿한 해풍이 불어들어왔다.

수림속에 파묻힌 도당위원회의 넓은 정원에는 갖가지 과일나무들이며 모양이 보기 좋은 멋진 나무들이 키를 다투며 자라고있었다.

한여름에는 새노란 살구알들이 가지가 꺾일 지경으로 다닥다닥 열리여 무르익어서 뚝뚝 떨어졌다. 이즈음엔 청사앞 정원의 숲이 온통 불이라도 붙은듯 붉게 탔다. 먼저 익은 감알들은 미처 따주는 손이 없어 홍시가 되여 떨어져서는 아깝게도 터져버리군 했다.

벌써 몇번인가 찬서리를 맞은 나무잎들은 서둘러 뿌리를 덮어주려는듯 락엽이 졌다.

그동안 도당위원회 일군들은 모두가 배낭을 지고 발전소건설을 추진시키기 위하여 도내 각지로 떠나갔었다.

물길굴막장으로, 언제건설장으로, 압력관로건설장과 발전기실건설장으로 달려나간 도당일군들은 돌격대원들과 침식을 같이하면서 대오의 키잡이가 되여 건설을 추동했다.

그밖에도 천내리세멘트공장과 문천강철공장, 원산조선소와 원산철도차량공장은 물론 도안의 크고작은 광산들과 탄광을 비롯하여 발전소건설에 필요한 곳이라면 당일군들이 가지 않은데가 없었다.

그무렵 도당위원회앞 주차장이 꽉 차도록 온갖 차들이 들어와 멎어서고 시간을 어기지 않으려고 서두르는 일군들로 하여 오래간만에 정문이 붐비였다.

어려워진 발전소건설을 진척시키기 위한 도당전원회의가 열리게 된것이다.

각 시, 군당 책임비서들과 인민위원회 위원장들, 각급 기관, 기업소책임자들과 당비서들, 전문학교 교장들, 대학학장들과 당일군들로 회의장은 만원을 이루었다. 발전소지휘부 책임일군들과 려단장, 정치부장들의 얼굴도 보였다.

박경진비서가 로철정책임자를 비롯한 도당, 도인민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함께 주석단에 나왔다.

적지 않은 회의참가자들은 로철정이 주석단에 나타나자 이 회의의 기본안건이 원산청년발전소건설문제라는것을 미리 예견하였다.

박경진이 회의를 주관하면서 첫 발언을 하였다.

큰 키에 후리후리한 몸매, 사색적인 인상이 어려있는 가느스름한 눈매는 사람들에게 항상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언제나 말이 적고 무게가 있었으며 토론되는 문제의 중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철시키는 결단력과 기지가 있었다.

인간적으로는 뜨거운 반면에 사업에 들어가서는 랭철하리만큼 사리가 명백했고 엄격했다.

그의 보고 서두에서는 정론체가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래서 시대의 준엄함과 생활의 절박성을 동시에 절감하며 그의 갈린듯 한 석쉼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미제를 두목으로 련합된 제국주의침략세력이 우리를 고립압살시켜 붉은기를 버리고 사회주의를 포기할것을 바라고있는 오늘 적들과 직접 대치하고있는 최전연도인 강원도가 사회주의진지를 선두에서 꿋꿋히 고수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원산청년발전소를 우리의 힘과 기술로 무조건 앞당겨 일떠세워야 합니다.

도급, 시, 군급단위의 모든 당, 행정책임자들은 이러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발전소건설을 결사의 의지로 밀고나가도록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총동원시켜야 하겠습니다.

여기에 어떤 립장과 관점으로 동원되는가에 따라서 우리는 모든 군들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정심을 검열할것이며 붉은기를 높이 들 사람인지 아니면 투항할 사람인지 명백히 갈라낼것입니다.

우리모두 이 결사전의 마당에서 충신이 되겠는가, 아니면 간신이 되겠는가, 자신들의 운명을 자기자신들이 결정할것을 호소합니다.

우리가 명백히 명심할것은 자력갱생하면 살길이 열리고 우를 쳐다보고 우는소리를 하거나 남의 손을 바라면 자멸한다는것이요. 이것은 혁명의 진리입니다.

이제부터 건설책임자동지가 공사앞에 닥쳐온 난관을 타개하기 위하여 새롭게 조직하는 사업들은 도당위원회가 이미 결론한 문제들인것만큼 모든 단위들에서 자기 단위앞에 부과된 인적, 물적동원과제를 무조전 접수하고 관철해야 합니다.

그럼 도인민위원회 건설담당부위원장 로철정동지가 이야기하겠습니다.》

박경진이 열정적인 발언을 끝내고 자리에 들어가앉자 로철정이 침착한 동작으로 일어나 무게있게 연단에 걸어나갔다.

그는 발언원고를 펼치기 전에 건설을 추동하고 앞장에서 이끌어나가는 일군들을 친근한 눈길로 돌아보았다. 《으흠.》 하고 목청을 가다듬은 철정은 청중을 《동지들!》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여러분!》이라고 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워 잠시 망설이였다. 당전원회의라는 의미에서는 《동지들!》 이라고 호칭해야겠으나 어쩐지 그것은 너무도 딱딱하고 격식에 매인듯싶었다. 벌써 여러해동안 한수레를 끌면서 낯이 익고 정이 들어 허물이 진 그들이기에 《여러분!》 이라고 좀더 정차게 부르고싶었다.

철정은 《여러분!》 하고 첫음절을 조용히 떼느라고 했으나 전기의 도움으로 몇십배나 증폭된 그 소리는 온 장내를 우렁우렁 들었다놓았다.

그 친근하고 정찬 부름에 언젠가 목터지게 다투기도 했고 꾸짖기도 했던 도급단위의 몇몇 일군들의 얼굴에 시뭇이 웃음발이 피여났다. 그 미소는 철정의 가슴을 따스하게 애무하였다.

그것은 어떤 시련이 앞을 막아도 당의 부름따라 발전소완공의 길로 드팀없이 달려나가리라는 말없는 의사표시이기도 했다.

청중을 불러놓고 잠시 심호흡을 한 그는 발언원고를 탁 소리나게 덮어버렸다. 그리고는 연탁에서 눈길을 들고 어덴가 어줍고 죄송한 인상을 지어보이였다.

《나는 얼마전에 여러분들의 어깨에 덧짐을 지우게 될 좀 어려운 문제를 독단으로 결론해버리는 주관주의를 범했습니다.》

그는 군부대의 군관이 자재청구서를 가지고왔던 날 금야강발전소건설장에 매달 철강재와 세멘트를 보내주기로 계약했다는것을 그날의 상세한 정황을 그려보이면서 이야기했다. 나중에는 군관이 《백승》담배 두갑을 놓고 갔다는것과 그 자재참모 장대식상좌의 딸이 원산시려단 돌격대원으로 일하고있다는것까지 이야기했다.

《이렇게 군대와 인민이 혈연적으로 련결되여있는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 그걸 보장하자니 우린 좀더 아름차졌습니다. 인원과 설비를 쪼개여 바다밑을 뒤지고 땅속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어떤이들은 나에게 제 코도 못 씻으면서 남의 걱정을 한다고 비난할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그럴만한 리유도 있습니다. 아래단위에 너무도 많은 덧짐을 지우게 될테니까요.

여러분! 내가 이 문제를 잘못 처리했다면 앞으로 반복하지 않도록 비판을 해주시오.》

그는 청중의 반향을 살피면서 잠시 동안을 두었다. 청중은 한동안 잠잠했다. 그때 주석단에서 누군가 힘있게 박수를 쳤다. 박경진비서였다.

박수소리는 곧 열광적으로 온 장내에 울려퍼졌다. 과도한 음량을 감당하지 못한 고성기에서 삐-익 하는 아츠러운 소리가 들렸다. 음량조절기를 낮추어서야 그 소리가 멎었다.

철정은 긍지와 자부심으로 코허리가 시큰둥해졌고 목구멍이 꽉 잠기여 도무지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당의 지지가 한없이 고맙게 느껴져 눈물이 쿡 솟았다.

그는 드디여 안정된 마음으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펴나갔다.

《여러분! 난 먼저 발전소건설에 운명을 걸고 뛰여드는 도내인민들에게 우리 건설자들의 이름으로 인사를 전해줄것을 부탁합니다.

나는 얼마전에 영예군인녀성을 그의 절절한 소망에 따라 돌격대려단 선동원으로 앉혀놓고 왔습니다. 지금 가두녀성들과 년로보장자들, 영예군인들까지 돌격대를 무어 경쟁적으로 골재를 채취하여 건설장에 보내주고있습니다.

그들은 손수 규격채들을 만들어가지고 자갈이 채구멍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잘고 고르롭게 깨느라고 망치로 손가락을 때려 피를 내면서도 웃으면서 떨쳐나섰습니다.

그러면 우리 인민이 왜 이처럼 결사관철의 각오로 동원되였겠습니까? 그들은 고난의 행군시기 적들의 고립과 압살속에서 캄캄한 긴긴밤을 디젤유등잔으로 밝혀야 했고 차디찬 겨울을 난방없는 추운 방에서 털모자를 쓴채 잠을 청했던 사람들이요. 극단한 정황속에서는 피대를 손으로 돌려 부속을 깎았던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그들이 다시는 그런 생활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운명을 걸고 일떠섰단 말이요. 혁명의 지휘성원들인 우리가 인민들의 정신력을 최대로 발동시켜 옳게 조직해나간다면 결코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조직하는대로 모든 단위들이 이전보다 배가의 노력으로 총동원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철정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있는 일군들의 긴장된 마음을 다소 눅잦히느라고 온화한 눈길로 청중을 바라보았다.

그는 공사앞에 조성된 난관을 설명하였다.

전반적으로 공사가 확장되였으며 공사조건이 예상외로 어려워진 조건에서 자재와 자금원천이 고갈되여가고 로력도 딸린다는것, 장마철 대홍수로 많은 피해를 입어 시간이 적지 않게 허비되였으며 현재 마식령의 추위가 박두하여 겨울나이준비에도 많은 력량이 투입되여야 한다는것을 실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하였다.

그리고나서 이미 작성한 동원계획서를 펼쳐들고 시, 군별, 기관, 기업소별로 돌격대인원을 보충적으로 더 내보낼데 대하여서와 자체의 자금기지확보를 위한 설비의 이관문제, 기술자들과 기능공들의 조절배치 등을 하달하였다. 장내에서 아름차하는 숨소리와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가 책임량들을 모두 하달하고 자리에 들어가앉았을 때 박경진은 가장 어려울것이라고 생각되는 몇개 단위의 책임자들을 불러 의향을 물었다. 행정책임자들과 당비서들은 지명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해야지요.》, 《하겠습니다.》, 《좀 아름차긴 한데 예비를 찾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박경진은 하겠다고 대답한 책임일군들에게는 헌헌한 인상으로 《앉으시오.》 하고 손세를 써서 앉게 한 다음 제일 난처한 기색으로 앉아있는 책임일군들을 살펴보다가 가운데자리에 앉아있는 낯빛이 어두운 50대의 일군을 손짓해불렀다.

《동무, 동문 기업소책임자로 배치받은지 얼마 안되지요. 실태를 아직 잘 료해하지 못했을테니 어려울수 있습니다. 그래 부과된 임무를 해낼수 있겠소?》

지명된 일군은 항만보수사업소 지배인인데 수만톤의 파철을 해결하기 위하여 원산앞바다에서 침몰된 선박을 건져낼데 대한 과업을 받고 숨가빠하고있었다.

제대군관으로서 명령지시에는 오직 《알았습니다.》 라는 대답밖에 통할수 없다는것을 모를수 없겠건만 그 말을 감감히 잊은듯 함구무언하고있었다.

《할수 있겠소? 없겠소?》

박경진은 재차 물었다.

《동문 군대때 무슨 직무에 있었소?》

《후방군관으로 25년 복무했습니다.》

그 소리에 만장이 가볍게 웃음지었다.

《음-》

박경진은 그의 어정쩡한 태도가 리해된다는듯 고개를 약간 끄덕여 보였다.

그는 지배인을 앉으라고 손짓한 뒤 결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조건이 어떻든 자기 단위의 형편이 어떠하든 부과된 전투과제는 무조건 해내야 합니다. 나나 동무들이나 제 앞처리를 하지 못하고서는 강원땅에서 하늘로 머리들고 살 자격이 없습니다.

이 건설이 어떤 건설입니까. 수령님의 유훈,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는 우리 도의 중대한 과업입니다.

동무들, 우리모두 전화의 나날처럼 목숨걸고 분발합시다. 그래 할수 있겠습니까?》

만장이 《할수 있습니다.》 하고 웨치는 가운데 누군가가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하겠습니다, 비서동지!》

체소한 항만보수사업소 지배인이 아까와는 다르게 활기띤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때까지 말없이 앉아있던 로철정이 청중이 다 듣게 한마디했다.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대답으로 되여서는 안됩니다. 방도가 서고 실천력이 있는 그런 대답이 되여야 합니다. 내가 도와줄수 있는건 서해갑문건설때 잠수작업에서 소문낸 어로공 몇명과 수중철판절단기를 보내줄수 있다는것입니다.

빠른 시일안으로 수중철판절단기술을 전습시켜가지고 침몰된 함선을 인양해봅시다.

인양작업시에는 내 나가보겠습니다.》

로철정이 방도까지 대주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자 지배인은 얼굴에 화색을 지으며 무조건 해내겠다고 대답하였다.

도당전원회의를 끝내고 돌아오는 즉시로 철정은 려단장들을 따로 불렀다.

모든 단위들에 동원과제를 주긴 했지만 사실 제일 무거운 부담을 받게 되는것은 로철정자신이였다. 그는 이제 다섯개나 되는 려단과 직속 대대들에서 탄광, 광산, 세멘트공장을 지원할데 대한 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지 생각이 많았다.

《우선 한대씩 피우시오.》

로철정은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면서 려단장들의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려단장들은 책임자의 건강을 념려하여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철정은 서둘러 문제를 상정시키였다.

《우선 이렇게 합시다. 려단들에서 착암공 세명과 착암기 석대, 유능한 동발공 세명씩을 선발하시오. 압축기 두대는 내가 직접 해결해서 탄광들에 보내겠소. 그리고 기타 로력자 20명씩을 석달기한으로 지원 보내기로 합시다.》

언제나 싱글싱글 웃기 잘하고 유모아를 즐기는 물길굴1려단장이 대뜸 반응했다.

《중무기는 다 해제시키고 육박전으로 넘어가라는거군요. 명령이니 별수 없지요.

우린 이미 각오했습니다, 책임자동지!

뭐 가타부타할거 있습니까?

래일 당장 인원과 기재를 내놓으라는대로 내놓겠습니다.》

《그렇게 하기요.》

로철정도 려단장의 시원한 반응에 마음이 개운해져서 활기있게 수긍했다.

그러자 돌격대지휘원들은 구령이나 받은듯 성큼성큼 일어났다.

허금호만은 컴컴하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 앉아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주무르고있었다.

로철정은 그가 분명 확대되고있는 건설규모에 대하여 아름차할뿐만 아니라 은연중 불만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철정은 될수록 부드럽고 조용한 음성으로 엄정하게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하오. 이 발전소를 우리가 기어이 일떠세우는가, 아니면 주저앉고마는가 하는데 따라서 일군들의 자세와 립장이 달라진다고 말이요. 허동무, 제발 제빠듬해하지 말고 손발을 맞추어주오.》

허금호로서는 로철정의 말을 더는 듣기가 괴로왔다. 마치나 자기를 영 혁명을 하지 말자는 사람으로 돌려놓는것만 같았다.

《이거 뭐 락후분자 몰아대듯 하지는 말구려.

나도 하자는 사람이고 어떻게 하나 손쉽게 빨리 하자는 사람이란 말이요.

로동무는 강원도의 땅속, 물속을 다 뒤져서라도 우리자체로 하겠다고 하지만 그게 어느 세월에 끝나겠는가 말이요. 사람들이 처음엔 묵묵히 따라오지요. 그러나 질질 끌다가 좌절되거나 인명사고라도 난다면 (말을 들으니 침몰된 왜놈들의 함선들에는 기뢰같은것도 실려있을수 있다고들 합디다.) 그땐 모든게 계산될거란 말이요.

도자체로 하지도 못할 대규모수력을 하겠다고 맡아나서서 온 도가 실리없는 일에 기껏 력량을 소모하고 인민생활에도 막대한 저애를 주었다고 입가진 사람들은 모두 말하지 않나보시오. 지금도 시비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인민들에게 부담이 지내 많다는거지요.》

허금호는 될수록 감정을 뒤섞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충고하듯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하고 철정은 생각했다.

그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허나 군중은 따라오고있지 않는가.

우리는 한번도 그들을 기만하거나 강요한적이 없지 않는가. 그들은 이 길만이 보람찬 삶을 누리는 길이라는것을 알고 스스로 따라나선것이다.

《허동무, 인민들이 자신의 복리를 위하여 자각적으로 동원되는걸 부담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시비군들의 망발이요. 일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인민의 목소리로 과장하지 맙시다.

우린 결단코 인민들에게 실망을 주게 될 그런 결말을 가져오지 않을거요.》

철정은 자신이 흥분하고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그는 허금호의 우려에 마음쓰지 않을수 없었다. 그 역시 벌려놓은 일의 방대함에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았다.

저 멀리 철령넘어 최전연지대의 창도광산으로부터 함경남도접경의 상서, 인흥광산에 이르기까지 미처 다 따라다니기도 힘겨운 도안의 모든 곳에 돌격대인원들과 설비들이 널려있다.

파손된 선박의 인양과업을 받았을 때 숨이 꺽 막힌듯 대답을 못하던 항만보수사업소 지배인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그도 함선안에 폭발물이 있을것을 념두에 두고 결단을 내리기 힘겨워했을수 있지 않는가.

허금호의 존재는 로철정으로 하여금 전개된 모든 일에 신중할것을 자각하게 했다.

사소한 탈선도 없도록 내가 뛰여야 한다.

철정은 일어섰다.

허금호도 뒤따라 일어섰다. 나들문쪽으로 몇걸음 내짚던 그는 문득 돌아섰다.

《남궁일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댔소. 곧 내려오겠다더군요. 성에다 실태료해자료는 반영했다고 합니다.

부상동지랑 강원도가 이렇게 힘겹게 나가면서 왜 한마디도 도와달라는 소리를 안하는가고 하면서 인차 자금청구서를 올려보내라고 합디다.》

더 다른 설명이 없이 허금호는 나갔다.

어느덧 창밖이 어둑해졌다.

허금호가 나간 뒤 막연한 불안이 갈마들었다.

벌려놓은 일들가운데서 어느 한 고리에서든지 예측 못할 사고라도 난다면?…

지난 여름에 침수된 탄갱과 광구들에서 수십만립방의 물을 퍼내고 붕락구간을 복구하기 위한 설비와 인원보충사업을 조직하기는 했지만 쉽게 자리가 나겠는지 모를 일이였다. 침몰된 함선인양작업도 무난하고 헐한 일은 아니다. 왜놈의 군용함선이였다니 필경 폭발물이 있을게 아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헤아릴수 없이 많다.

언제건설장에서 당장 걸린 진흙과 장석용막돌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 30만산대발파도 해야 한다. 그것 역시 강원도로서는 처음 해보는 일인데 맨주먹으로 해낼수 있을것인가.

지향성대발파준비에 전개할 설비, 자재, 로력은?

폭약만 해도 수백톤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할수록 숨가쁘고 아름찼다.

허금호나 남궁일이 옳을수도 있지 않을가?

이제라도 다소나마 국가투자에 의거해야 하지 않을가? 여기에 생각이 미친 철정은 문득 소스라쳤다.

(이 무슨 죄되는 생각을… 그것은 망녕된 생각이다. 내 나이가 들었기로서니 장군님께 부담끼쳐드리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푸릿한 달빛이 창가에 어리였다.

소슬한 찬바람에 마지막잎새들이 흩날렸다.

이 저녁에도 철령넘어 최전연초소로 나가실지 모를 장군님의 모습이 어려왔다.

그이께서 주저앉지 말고 일어나라고 따뜻이 고무해주시는것만 같았다.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나뿐아니라 허금호도 일으켜세워 어깨겯고 함께 나가야 한다.

철정은 지그시 주먹을 부르쥐며 가슴속에 다짐을 하였다.

그날 저녁 현장사무실에 들어와앉은 로철정은 그 하루동안에 있었던 일들이 번거롭게 머리속에 떠올라 안정할수가 없었다.

우선 15년설이 대오속에 나돌고있는것이 제일 가슴아팠다. 패배주의와 동요가 의지 약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있었다.

허금호는 그 일을 조장한 장본인으로서 가책을 받을 대신 그것을 내들고 국가투자를 요구하고있으며 군인들의 건설공사장에 주기로 한 세멘트와 철강재를 내지 말것을 바라고있다.

문득 15년이 걸린다는 계산을 해낸 공업대학 정보과학실 연구사 처녀를 만나서 어찌된 일인지 사연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싶기도 했다.

철정은 이즈음에 와서 건설문제보다도 더 복잡하게 번져지는 일부 일군들의 저조한 사기와 자세문제에 신경을 쓰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자 가슴이 에이는듯 아팠다.

오랜 나날 가장 가깝게 손잡고 일해온 허금호가 주저하고있으니 건설을 어떻게 진척시킬수 있단 말인가.

자정이 훨씬 지나도록 그는 잠들지 못했다.

문득 동네에서 《발전소할머니》 라고 불리운다는 안해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오늘 도당위원회에 갔다가 집에 잠간 들리지도 않고 왔다는것을 알게 되면 안해는 리해는 하면서도 한편 서운함을 금치 못할것이다.

벌써 몇해째 너렁청한 방에서 홀로 지내는 정금이다. 그가 너무도 외로와 맏딸네 다섯살짜리 외손자를 데려다 그처럼 귀애해주건만 그녀석은 할머니하고 있기가 재미없다면서 하루밤 자고나면 인차 달아나 버리고만다고 했다.

막내딸 경란이는 소금밭건설장에 나가있다. 안해는 그 애를 끔찍이도 생각하건만 혼기에 이르도록 마주앉아있은 날이 얼마 안된다.

로철정 자신도 역시 막내딸이 그리울적이 많다.

그런데도 안해는 전화를 걸 때마다 막내딸얘기보다는 건설장형편부터 물어보군 한다.

인민반사람들에게 하루빨리 전기를 끌어오자면 우리도 도와야 한다면서 자갈을 잘게 깨거나 낡은 옷가지를 뜯어서 장갑이며 어깨받치개도 손수 만들어보내군 하는 안해였다. 그래서 모두 안해를 《발전소할머니》라고 부른단다. 그러면서 발전소건설에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일을 해주자고 왼심쓴다는것이다.

그 사람들, 전기에 운명을 걸고 그 일로 하여 우리 가정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일은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