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중의 바다》를 헤가르며
소학교때까지 바다가마을에서 나서자란 내가 례사롭게 들어오던 고동소리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게 된것은 얼마전 취재길에서였다.
자성군 법동고급중학교를 취재하기 위해 내가 군에 도착한것은 늦은 밤이였다. 군교육위원회 일군이 하는 말이 그 학교에 대한 취재를 할바에는 다음날 아침 자성강에서 통학배를 타고 학생들과 함께 등교길에 오르면서 취재를 하는것이 어떠냐고 하는것이였다.
그 제의에 흔쾌히 응한 나는 다음날 아침일찌기 자성강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군에서 북쪽방향으로 얼마쯤 달렸는데 바로 앞에 자성강이 나졌다. 곧 눈앞에 평범한 산골마을아이들을 위해 수십년세월 하루와 같이 통학길을 달려온 자성군 법동고급중학교 통학배가 나타났다. 통학배의 은은한 발동소리가 울리는 속에 집집마다에서 달려나온 2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이윽고 배는 출발을 알리는 고동소리를 길게 울리며 서서히 푸른 물결을 헤가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자성강의 아침은 참으로 상쾌했다. 특히 배를 타고 가면서 강의 량안을 따라 늘어선 높고낮은 산발들의 수려함과 장쾌함을 감상하는 기분은 이를데가 없었다.
우리가 탄 통학배가 이곳사람들이 《산중의 바다》라고 부르는 자성강을 헤가르며 얼마쯤 갔을 때 법동농장 제4작업반마을 나루터가 나지자 배는 고동소리를 울리며 속도를 죽여 멈춰서는것이였다. 여기서 또 여러명의 학생들이 배에 올랐다.
나는 배에 오른 한명한명의 아이들을 무심히 볼수 없었다. 색갈과 질이며 기호와 취미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동심에 맞게 만들어진 새 교복을 입고 《소나무》책가방을 메고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도시학생들과 조금도 다를바 없었다. 전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 위해 꺼내든 학습장도 《민들레》학습장이였고 잘못계산된 수학문제풀이의 답을 지웠다썼다 하는 지우개와 연필도 모두 《해바라기》학용품이였다. 물살을 헤가르며 경쾌하게 달리는 통학배의 배전에서 보는 이채로운 풍경에 심취되여있는 나에게 법동고급중학교의 교원이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산골길을 매일 걸어 학교에 오가는 학생들을 위해 이 통학배가 처음 운행을 시작한 때로부터 수십년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은것이 변했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한 20분간의 통학배운행길만은 어느 하루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어머니당의 고마운 사랑을 담아싣고 통학배가 수십년간 정시운항을 보장하면서 달린 20분간의 통학길,
그것은 동서고금에 있어보지 못한
문득 얼마전 신문에서 접했던 사실이 기억났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꽃피우며 이 땅우에 따사롭게 비쳐드는 어머니당의 사랑을 담아싣고 평안북도, 평안남도, 황해남도, 강원도의 외진 산골마을의 학생들을 위한 《어머니》호 통학배들이 운항을 시작한 가슴뜨거운 이야기들.
그러고보면 두메산골, 외진 섬마을아이들을 위해 이 땅의 곳곳에서 울리는 통학배들의 고동소리는 얼마나 많은것인가. 그 고동소리들이 울리는 곳은 서로 달라도 남기는 메아리는 오직 하나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였으니 아이들을 찾는 고동소리를 어찌 통학배들의 울림이라고만 하랴.
위대하신
배전에서 울려퍼지는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소리가 나의 귀전에 은은히 들려왔다. 손을 잡고 어깨겯고 노래를 힘차게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웨쳤다.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아이들아, 바로 몇명 안되는 너희들을 위해 통학배가 달리는 나라는 우리 조국뿐이거니 그 위대하고 따사로운 품이 있는 한 이 《산중의 바다》에서 통학배의 고동소리는 너희 세대에도, 아니 너희들 자식세대에 가서도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소리와 함께 대를 이어 영원히 울려퍼질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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