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녘의 동심] 눈사람의 항복
하늘의 별들도 끄덕끄덕 졸음을 청하는 늦은 밤이다.
창밖에선 제법 립동이 지났다고 윙윙 찬바람이 불어오지만 꿈세계를 날으는 나의 귀염둥이는 아예 굳잠에 들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그 무슨 그림숙제를 해야 한다며 복새통을 피우던 나의 아들, 무엇을 그렸을가.
호기심에 나는 아들애의 숙제장을 펼쳐보았다.
아니?! 나지막한 탄성이 입속으로 새여나와 부지불식간에 두손으로 입을 가리웠건만 뒤이어 웃음이 터져나오는것을 참을수 없었다.
아주 작은 꼬마앞에 거대한 눈사람이 두손을 버쩍 쳐들고 무릎을 꿇은것이 아닌가. 왼손을 척 허리에 두르고 대단히 《우쭐》한 꼬마의 오른손에는 뭔가 들려있었는데 가만보니 눈사람이 그 《무기》앞에서 쩔쩔매는듯 싶었다. 알락달락 고운옷에 파아란 색의 잔물결이 돌기돌기 새겨진 고깔모양의 이 《무기》는 다름아닌 아이스크림이였다.
《대성산》이라는 낯익은 글자가 또박또박 박혀있고 그 옆에 큼직하게 새겨진 《눈사람의 항복》이라는 글을 보고서야 나는 이 그림을 그린 아들애의 의도를 나름대로 짐작할수 있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진대도 자기는 끄떡없다는 일종의 《위력시위》를 하는듯 하였다. 비록 천진하고 단순하지만 얼마나 밝고 씩씩하고 명랑한 세계인가.
며칠전 퇴근길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량손에 아이스크림을 집어들고 능금볼이 미여지도록 맛스럽게 먹던 화폭이 《눈사람의 항복》이라는 이 한장의 그림에 다 실려있는듯 하다. 《또 주세요.》, 찬바람이 불어오는 마가을추위에 도전이나 하려는듯 씩씩하게 울리던 귀여운 아이들의 호함진 목소리가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따뜻한 아래목을 먼저 찾던 우리 아들이 어떻게 이런 주인공을 그려냈을가.
새콤하면서도 달달한 우유의 맛을 그대로 살린 대성산아이스크림, 단순히 그것이 내는 독특한 맛과 향기때문일가.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것이라면 응당 그것이 이 세상 제일이여야 하고 최고의 맛을 내는 명제품, 명상품이 되여야 한다는
그처럼 위대하고 따뜻한 사랑을 받아안으며 자라는 우리 아이들인데 어찌
눈사람의 항복, 비록 엉뚱하지만 이것은 결코 만리대공을 날으는 자유분방한 동심이 낳은 과장된 형상이 아니다. 이는 단하나의 꾸밈도 없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상이다.
발기우리한 볼, 꼭 다문 입술, 쌔근쌔근 숨소리, 지금 이애는 또 무슨 행복의 꿈을 꾸고있을가.
모란봉구역 전승1동 주민 리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