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약속
하루일을 마치고 일기장을 펼칠 때면 나는 버릇처럼 품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보군 한다.
1년전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 탄광으로 탄원하면서 마련한 수첩이다. 수첩의 첫장을 펼치면 기다렸다는듯 선생님의 목소리가 반갑게 울린다.
《원봉동무, 학창시절의 열정을 안고 당을 따라 곧바로 앞으로!
현실에서 더 많이 배우고 탐구하고 실천하시오. 담임선생으로부터.》
《시대가 부르는 사람이 되자! 너는 탄광에서, 나는 전기로앞에서 조국이 기억하는 아들들이 되여 평양에서 다시 만나자. 딱친구 리정찬 씀.》
《우리 서로 초소는 달라도 조국을 위해 높뛰는 심장의 박동은 하나. 승리와 영광의 시대를 향하여 청춘이여 앞으로! 리광명》
《소나무처럼, 참대처럼, 백옥과 같이 한생을 참답게 살아갑시다. 대학시절의 벗―영운》
…
뜨거운 열정이 넘쳐나는 글줄을 더듬을 때면 나의 마음은 형언할수 없는 격정으로 울렁인다. 마치 대학교문을 나서던 그날로 다시 돌아가는듯이…
학창시절의 마감을 장식하며 우리가 서로 주고받은 기념수표!
그때에는 헤여져야 한다는 아쉬움속에 미처 이 기념수표들의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하였다. 그저 서로 잊지 말자는 당부로, 건강과 사업성과를 바라는 축복으로, 다시 만나자는 그리움의 약속으로만 받아들이였던것이다.
허나 왜서였던가. 하루를 스스로 총화짓기에 앞서 이 글발들을 더듬어보는것은.
그리움이나 추억때문일가.
아니다. 나는 그 우리들의 약속인 기념수표들에서 새로운 힘을 가다듬으며 새 출발의 맹세를 다진다.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수도를 멀리 떠나 김철의 철의 기지로 달려간 정찬동무, 그리고 검덕과 황철에 간 영운이와 광명동무의 품안에도 이런 뜨거운 글발이 숨쉬고있으리라.
기념수표! 이것은 한생을 언제나 곧바로 걸어가자는 우리들의 약속이며 교실과 실험실, 도서관들에서 자래운 꿈과 지식을 알찬 열매로 주렁지워 조국앞에 진 성스러운 의무를 다해가자는 진정의 맹세이다.
하기에 우리는 어디에 가도 힘들지 않을것이다. 초소는 서로 달라도 당을 받드는 한길에서 하나의 뜻으로 이어진 우리는 언제나 신심에 넘쳐 일을 해도 노래를 불러도 활기에 넘친다.
우리들의 약속, 그것은 단순한 그리움이나 추억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약속, 그것은 미래에로 달리는 청춘들의 아름다운 지향이다.
그 미래가 곧
이런 생각을 가다듬으며 나는 나의 일기장에 《청춘의 약속》이라는 제목을 큼직하게 새겨넣었다.
수동탄광 덕사갱 조원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