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무심하게 보아오던것도 어떤때에는 류별난 생각을 자아내는 경우가 있다.
며칠전 퇴근길에 오른 내가 지하전동차안에서 엄마의 등에 업힌 아기의 손을 보는 순간이 바로 그러했다.
무엇인가를 쥐여보려는듯 오물거리는 고사리같은 아기의 손을 바라보니 불현듯 이제 이 애가 커서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하게 될가 하는 생각이 불쑥 갈마들었다.
황홀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될가? 아니면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조각가가?…
《호미쥐면 농군이요 칼을 잡으면 군사》라는 옛글도 있고 현대에 와서도 《총을 쥔 군인》, 《펜을 쥔 사무원》 이라고 하는것처럼 오래전부터 사람의 직업에 대해 말할 때 그 사람의 손이 무엇을 잡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써왔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을 정복하고 사회를 개조해나가는 인간의 손이 지닌 의미는 여전하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우리 인민의 손은 얼마나 억세고
《당과 수령의 두리에 하나로 뭉친 우리 인민은 무궁무진한 힘을 가진 위대한 인민입니다.》
어제날 식민지노예의 삶을 강요당했던 우리 인민이
내 옆에서 두툼한 기술서적을 한장두장 번져가며 학습에 열중하는 청년의 손, 악보를 보며 손장단을 치는 중년남자의 손, 상표도안을 놓고 손세를 써가며 토론에 열중하는 젊은 녀인들의 손…
바로 저 소박하나 억센 손들에서 세기를 주름잡는 과학의 성과가 마련되고 시대의 명곡들이 창작되며 우리의 멋이 비낀 명제품들이 쏟아져나오는것이 아닌가.
우리의 손.
정녕 이 땅에 기어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주의락원을 일떠세우고야말리라는 철의 신념과 의지,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샘솟는 지혜를 지닌 우리 인민의 손이다.
어느덧 역에 멈춰선 전동차의 문이 열리고 토론에 열중하던 젊은 녀인들이 내 앞을 지나갈 때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상표도안이 언듯 시야에 안겨들었다.
연필도안이였다. 그 아기의 손이 쥐게 될, 귀중한 우리 미래들의 손에 쥐여질 연필도안들이다.
그래서일가. 엄마의 등에 업힌 아기는 소중한것을 쥔듯 손을 오무리며 밝게 웃고있었다.
김종태전기기관차련합기업소 로동자 허철훈